베이비부머, 중산층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백성준
중산층을 정의하는 기준은 다양하고 나라마다 다르다. 많이 쓰이는 기준은 OECD에서 정한 중위소득의 50~150% 범위이며 우리나라 통계청도 이를 준용한다. 2014년 기준으로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이 월 187.8만원, 4인 가구의 균등화 중위소득은 375.6만원이므로, 4인 가구가 월 187만원부터 563만원까지의 소득을 올리면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으로 간주될 수 있다. 중산층의 범위가 넓다보니 중산층의 79.1%가 자신은 중산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설문결과도 있다. 중산층의 의미를 희석시키지 않으려면 중산층 범위부터 재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면상 후반부에서 일부 언급하기로 하고 일단 통계작성 기준을 따르는 것으로 한다.
최근 노년을 맞이하는 베이비부머 중산층과 연관된 두 가지 흥미로운 연구조사가 발표되어 먼저 소개한다. 하나는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2015년 12월호)에서 연령대별로 금융부채, 자산 및 소득의 생애주기적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가구주가 직장생활을 하는 30대부터 57세까지는 소득 이상으로 빚(금융부채)을 늘려서 소비나 실물자산 축적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고, 1차 은퇴시기인 58세부터는 점차 금융부채를 줄이는 특징을 보였다.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처분해 빚을 갚는 사례가 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녀가 결혼 등으로 출가하는 2차 은퇴시기인 65세 전후로 실물자산을 대거 처분하면서 65~70세 기간에는 금융부채와 실물자산이 동시에 크게 감소하였다. 대형주택을 처분하여 금융부채를 상환하고 소형주택으로 이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편 가계부채에서 44.8%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의 부채 감축으로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연구결과에서 보여준 우려스러운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60~70대 고령층의 금융부채 점유율이 2014년 17.3%, 2019년 21.8%, 2014년 26.7%로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2014년 기준으로 금융부채를 보유한 60대 이상 가구의 소득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0%이고 원리금상환비율은 30%를 상회하고 있었다. 소득이 끊기거나 줄어들면 자산처분을 통한 부채상환은 불가피할 것이고, 인구고령화와 자산매각을 통한 베이비부머 부채감축은 결국 부동산 실물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다른 하나의 연구조사는 "100세 시대 연구소"에서 발표한 2016년 대한민국 중산층 보고서 내용이다. 노후를 사는 중산층 베이비부머의 생활을 연구하기 위해 중산층의 범위를 좁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2인 가구 기준으로 은퇴소득대체율 80%를 적용하였을 때 월소득 106만원에서 318만원의 가구가 중산층에 해당한다. 즉, 소득이 월 100만원 이상이면 "중산층 노년 2인 가구"로 간주되는 셈이다.
그런데 설문조사에서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실은 월소득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39.9%나 되었고 48.7%가 노후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점이다. 노후생활은 상당부분 연금에 의존하게 되는데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중으로 연금이 준비된 응답자는 13.9%에 불과하였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미처 노후대비를 못했고, 10명 중 4명은 100만원 미만의 월소득으로 노후를 살게 될 것이라는 응답이었다. 중산층 베이비부머 가구가 은퇴 이후 노년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생애주기별 금융부채 변화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리하면, 먼저 노후를 맞는 중산층 베이비부머의 절반가량은 중산층으로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소득도 벌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도하게 높고 금융자산이 현저히 적다보니, 여타 선진국과는 달리 금융소득 창출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또한 노년에 적당한 일자리도 충분치 않아서 근로소득 창출 기회도 적다. 더욱이 저금리의 상황과 청년실업 문제까지 겹쳐 있어 베이비부머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사회적 배려정책도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결국 중산층으로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는 보유한 부동산 등 실물자산 처분을 통한 소득확보가 될 것이다. 특히 2차 은퇴시기인 65세 전후로 자산처분을 통한 금융부채 축소와 안정된 소득추구 양상이 두드러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공교롭게도 시점적으로 2015년 분양된 주택들이 준공되는 시기와 베이비부머 2차 은퇴시기가 겹치는 2018년 즈음이 유력해 보인다. 부동산 처분을 통한 부채감축과 파생되는 자산가격 하락은 현재 예상보다 진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 심각성을 인식하여 노년층의 소득확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주택연금의 보완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도 노년에 중산층의 삶을 놓치지 않도록 자산구조의 재조정 및 새로운 소득원 창출을 통한 적정한 소득확보 전략을 미리미리 세워 대비할 일이다. 해는 저물고 비는 내리고... 노랫말처럼,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첫댓글 베이비부머 세대는 반드시 외환딜링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