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 연휴에 내린 비는 여러모로 환상적이었습니다.
긴 가뭄에 시달리던 농촌과 식수난을 겪던 도서지역에 단비였고 산불방지에 일등공신 역할을 했습니다.
어린이날 행사 취소와 연휴 나들이객이 줄면서 코로나의 폭발적인 전염을 막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북쪽지방은 주말부터 비가 그쳐서 한북정맥종주를 도왔다는 점입니다.
시원한 바람으로 땀을 별로 흘리지 않게 하고 낙엽 쌓인 산길의 먼지를 막아준 효자였습니다.
<구간코스별 거리>
강씨봉자연휴양림-(3.5)도성고개(631)-(1.5)강씨봉(830)-(2.3)한나무봉(768)-(0.4)오뚜기고개(0.4km)-(1.2)귀목봉갈림길(886)-(2.3)청계산(849)-(0.9)길마재-(0.6)길마봉(735)-(2.4)노채고개(387번도로) = 15.1km
오전 7시, 경기도 가평군 강씨봉자연휴양림 도착.
나올 때는 공짜였는데 들어가려니 입장료를 내라는데요,
어르신들은 그냥 들어가도 된답니다.
세상 살기 좋아졌으니 오래 살아야겠네요.
엄지 척, 강씨봉자연휴양림
십년 묵은 체증이 시원하게 싹 가시던 맑은 계류를 따라 도성고개로 올라갑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전7시50분, 자연휴양림에서 50분 만에 3.5km 지점의 도성고개 도착.
도성고개(631)는 포천시 이동면 연곡리 제비울과 가평군 북면 적목리를 넘어다니던 옛고개입니다.
옛 지명이 토성현이었던 가평으로 넘어가는 고개라고 토성현이라 하였으나 태봉국 궁예의 부인 강씨가 강씨봉에
피난했을 때 성을 쌓아 도성이라 했다고 도성고개로 부른답니다.
도성고개에서 강씨봉으로 갑니다.
피나물꽃이 복스럽게 피었습니다.
줄기나 잎을 자르면 붉은 진액이 나온다고 피나물이랍니다.
약용식물로서 항암, 항염, 진정, 향균효과를 볼 수 있답니다.
오전 8시16분, 812봉 통과.
연달래가 환상적으로 맞이해줍니다.
진달래꽃이 질 때쯤 연이어 핀다고 '연달래'랍니다.
오전 8시28분, 강씨봉 도착.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사직리와 가평군 북면 적목리 경계의 산입니다.
이 산의 북서쪽 논남기계곡 상류에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의 부인 강씨가 터를 잡고 산 마을이 있어서 강씨봉이
되었다고 합니다.
강씨봉의 남동쪽 준령, 명지지맥의 험준한 명지산(1,252m)과 귀목봉(1,035m)이 위용을 보입니다.
동쪽 강씨봉자연휴양림계곡에서 북쪽 포천군 이동면, 서쪽 일동면, 남서쪽 청계산, 남동쪽 명지산과 귀목봉을 휘돌아 봅니다.
넘어온 산들이 깨나 높게 보입니다.
넘어가야할 산들을 바라봅니다.
강씨봉 정상에서 내려가다 왼쪽 쉼터에서 여성용 선글라스를 발견했습니다.
어느 등산객이 잠시 쉬다가 그냥 두고 가버린 모양입니다.
백두대간 능선에선 나뭇가지에 걸어둔 열쇠 꾸러미도 봤습니다.
산길에서 쉬다가 옆에 둔 채 출발하는 바람에 분실하는 등산용품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핸드폰, 스틱, 장갑, 열쇠 꾸러미, 손수건..... 이제는 선글라스도 있네요.
만약에 배낭을 그냥 두고 갔다면 빨리 병원으로 가서 치매검사를 받아봐야 할겁니다.
연달래가 이래 좋네요.
강씨봉에서 ‘오뚜기’고개로 가는 능선은 오르내림이 심한 ‘빨래판’능선입니다.
의자가 있어 한나무봉인줄 알았더니 600m 앞쪽의 760봉입니다.
한나무봉은 밋밋한 능선이고 아무런 표시가 없어 모르고 지나쳤습니다.
한나무봉에서 오뚜기령으로 내려가는 능선도 급경사를 이룹니다.
오전9시33분, 오뚜기령 도착.
주변에서 나물도 뜯고 간식을 먹으며 20분 쯤 휴식을 취했습니다.
‘오뚜기’고개(강씨봉고개)는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와 논남기 계곡이 위치한 가평군 북면 적목리 사이의 고개입니다.
이곳을 작전구역으로 하는 포천의 육군 8사단(오뚜기부대)이 고개를 정비하면서 표지석을 세운 이후
‘오뚜기’고개라고 부른답니다.
경기둘레길인데 올라오는 강씨봉자연휴양림에서 입장료를 받으니 문제가 될 겁니다.
오뚜기고개에서 만난 산림감시요원이 구성진 노래를 부르며 뒤따라오더니
귀목봉갈림 된비알 아래에서 뒤돌아갔습니다.
귀목갈림길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861봉으로 가던 능선부터 거친 암릉이 시작됐습니다.
청계산 안부에서 올라가던 계단이 있었습니다.
계단에 올라 귀목갈림, 귀목봉(1,036m), 명지산(1,267m), 연인산(1,068m)를 둘러봅니다.
북서쪽이 절벽인 능선으로 계속 올라갑니다.
연달래 숲속에서 피라미드처럼 솟은 청계산이 나타났습니다.
청계산 된비알에 바위조각이 널려있습니다.
발목 삐칠까 겁납니다.
청계산 된비알의 마지막 계단입니다.
오전 12시, 청계산(849m) 도착.
다음 구간에 넘어가야할 운악산(937.5m)이 남서쪽에 나타났습니다.
청계산 서북쪽의 포천군 일동면 일대를 구경하는데요,
4구간 종점인 노채고개 북쪽의 필로스골프장과 기산저수지가 보입니다.
789고지로 내려가는 능선도 급경사를 이룹니다.
789고지로 다가서는 능선의 군부대 사격장 경고판이 불안하게 만듭니다.
789고지에서 길마봉에 이르는 능선은 험하기도 하지만 군사격장이어서 더욱 위험합니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급경사인 길마고개로 내려갔습니다.
아래 절벽처럼 내려앉은 능선에 길마재가 있습니다.
4구간의 하이라이트 코스이자 위험지역입니다.
왼쪽 골짜기가 군사격장이며 골프장 천지인 가평군 조종면 상판리 일대입니다.
길마재로 내려가다 마주친 붉은병꽃나무.
거의 절벽 수준의 내리막길입니다.
로프의 도움이 큰 곳입니다.
길마고개 이정표.
청계저수지가 기산저수지입니다.
군사격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와 가평군 조종면 상판리 부락민들이 넘어다닌 고개였다는데요,
능선의 형태가 소나 말의 등에 얹는 길마를 닮았다고 붙인 지명이랍니다.
기산저수지로 내려가는 계곡이 수려하여 예부터 청계동천이라 했고 지금은 청계저수지수변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길마재의 벌깨덩굴
길마봉 된비알의 시작입니다.
로프와 발디딤판 없으면 올라갈 수 없습니다.
암벽을 올라가다 휘돌아봅니다.
위험하지만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어 재미있는 암벽타기를 합니다.
이제 거의 올라온 느낌이 드는 암릉입니다.
그러나 또 한 번 더 올라가야 되네요.
오후 1시7분, 길마봉 도착.
운악산 조망이 좋던 길마봉 마지막 암릉에서 잠시 쉬는 대원들입니다.
길마봉에서 노채고개로 이어진 능선에도 오르내리는 암릉이 산재했습니다.
안전시설이 감탄할 만큼 잘 되어있는 능선입니다.
오르기 힘든 암릉에는 어김없이 로프와 발판이 나타나서 도와줍니다.
노채고개로 내려가던 참호를 지납니다.
드디어 종착지 노채고개에 다다랐습니다.
오후2시10분, 강씨봉자연휴양림에서 7시간5분 만에 15.1km 지점의 노채고개 도착.
고갯마루의 온도 습도 알림판이 이색적입니다.
나물 뜯고 약초 캐고 사진 촬영하며 이 속도면 양호하지요 ?
5구간은 왼쪽 절개지로 올라갑니다.
미리 웃통 벗고 올라가야 되겠네요.
돌아오는 길에 대궐 같은 식당으로 들어갔더니 막국수가 겁나게 비쌉니다.
막 만들어 먹는 국수인데도 대궐이라 11.000원인가?
닭갈비와 막국수의 고장 춘천시내 원조 막국수도 8,000원인데 이건 정말 살 떨리는 가격입니다.
여름의 문턱이라는 입하(立夏)를 지난지도 열하루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중 '사월령(음력이므로 대체로
양력 5월 무렵에 해당)'를 입하, 소만 절기에 맞춰 패러디 해보았습니다.
사월이라 햇볕 좋아 입하 소만 절기로세
비온 끝에 볕이 나니 날씨도 화창하고
떡갈잎 펴질 때에 ‘홀딱벗고’새가 노래하네
청보리 이삭 나면 산나무 더욱 푸르러
산행이 한창이요 능선종주 제 맛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휴일마다 걸었노라 ^^
......
5월21일, 세상이 성장의 기운으로 가득하다는 소만(小滿)에 5구간을 종주합니다.
꽃 필 때 보다 숲 우거진 시절이 더 좋다는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의 계절이지요,
5070님들의 청춘은 어디에 있습니까 ?
저는 산에다 고이 모셔 두었습니다.
그래서 산에 가는 날은 청춘을 찾으러 가는 날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아름다운 5월에 장미꽃 열정으로 청춘을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
|
첫댓글 한북정맥종주를 하셨군요
명지산 연인산 운악산 정상 가보았만 청계산은 아직
못 가봐네요.
긴 포스팅 감사합니다.
청계산에서 길마봉 코스가 압권입니다.
휴일은 군부대가 쉬니까 사격을 하지 않겠지요.
암릉으로 올라가며 바라다 보이는 풍경이
실로 점입가경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멋지고 생생한글 잘읽었읍니다
읽는내내 콧바람이 맑고 싱그럽게 느껴집니다
^^ 멋있게 생생한 마음을 지닌 분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아~우 ~~ 대단대단 하십니다 청춘 찾으러가셨다가 찾고 다시 산에 두고 오셨나요? 그래야 또 산에 찾으러 ㅎ
연달래를 비롯하여 산에 피어있는 야생꽃들 어여쁘네요 잘 보았습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어찌 그리 남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볼 줄 아십니까 ?
혹시 궁예 처럼 복심술이라도 터득하셨는지요.^^
감사합니다.
아침에 침상에 누워서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정독하였지만,
댓글을 이제야 씁니다.
장장 7시간에 걸친 종주라고 하셨나요?
그 7시간 동안 발길 닿고, 눈길 닿는 모든 것들을
이렇게 자세히 소개하여 주시어
함께 산행을 하는 듯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여성 산악회원이 한 분 계신 것과
연달래 꽃무더기, 무더기.
특별하였습니다.
아직까지 피어 있는 연달래.
진달래에 연이어 핀다고 연달래라고 하셨지요?
전 진분홍은 진달래, 연분홍은 연달래로 알고 있었습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산행기.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엔 연한색 진달래라고 연달래라 하는 줄 알고 있었답니다.
저는 이 꽃을 너무 좋아합니다.
결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귀티가 나는 비취빛 색상과 제법 큰 꽃송이는
마치 넉넉한 용모의 귀부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수수하면서 청아한 면모도 엿보이니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대단하십니다.
와.
얼마나 많이걸으셨는지
주욱 글만읽어봐도
감을 못잡겠습니다. .종주하셨네요.
함께 종주한 기분을 느끼셨다면 답사기를 올린 보람이 있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체력 증진되시기를 빌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