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 간구, 정의롭고 큰 일꾼 되소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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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25일 명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착좌미사를 위해 염수정 대주교가 입장하고 있다. | 6월 25일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착좌미사가 봉헌된 명동주교좌성당 일대는 한낮의 뜨거운 열기와 새 교구장에게 기대하는 희망찬 활기가 교차했다. 미사에 참례한 이들은 온마음을 다해 염수정 대주교와 서울대교구, 나아가 한국교회 앞날을 위해 기도했고, 염 대주교는 모든 이들의 염원과 격려, 축하와 환호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새로운 미래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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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들이 명동 꼬스트홀 앞마당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며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 ○…착좌미사 시작은 오후 2시였지만 신자들은 들뜬 마음으로 2시간 전부터 성당에 도착해 속속 자리를 채웠다. 성당에 들어가지 못한 신자 1500여 명은 33℃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당 마당에 마련된 간이의자에 앉았다. 교구는 성당 밖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신자들을 위해 꼬스트홀 앞마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그늘진 명당(?)을 잡기 위해 낮 12시가 되기도 전에 성당에 도착해 종이상자를 깔고 앉아 묵주기도를 바친 배경혜(클라라, 80, 창1동본당)ㆍ이정순(막달레나, 83) 할머니는 "우리 새 교구장님이 나신다는데 어떻게 안 올 수가 있느냐"며 "날씨가 너무 뜨겁지만 참 잘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흐뭇해했다. 이어 두 할머니는 "모든 이를 사랑하시고, 특별히 불쌍한 이들을 잘 보살피는 목자가 되시길 바란다"면서 "신자로서 기도밖에 드릴 게 없다"고 수줍게 웃었다. 성당 입구에선 봉사자들이 미사 참례자에게 염 대주교 묵주와 교황 베네딕토 16세 대담집 「세상의 빛」(페터 제발트 지음/정종휴 옮김/가톨릭출판사)을 기념품으로 나눠줬다. 교구 운전기사사도회는 성당과 가톨릭회관 일대 주차봉사로 분주했다. 오전 10시부터 주차봉사를 한 김형남(요아킴, 63)씨는 "하느님께서 뽑으신 교구장님이 교구장직을 잘 수행하시도록 기도하겠다"며 "교구의 큰 행사에 이렇게 봉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성당 앞마당에 자리를 잡고 신자와 사제들을 환영한 장위동본당 신자 10여 명은 "염 대주교님께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큰 일꾼이 되시길 바란다"며 "특히 청소년사목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염 대주교는 장위동본당 제2대 주임을 지냈다. 본당 신자들은 성당 앞마당에서 "한국 천주교회의 거룩하고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십시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연신 환호했다. 염 대주교가 주임이었을 때 본당 신자였다는 송만섭(마티아, 74)씨는 "늘 온유하고 심성이 고운 분이었다"고 회고하며 축하인사를 전했다.
축하와 기대, 희망 가득 담긴 축제 한마당 3000여 명 운집. 뙤약볕 야외에서 미사 봉헌 정 추기경, 교황대사 인도로 주교좌 착좌
○…오후 2시. 가톨릭대 신학생 200여 명이 도열한 가운데 교구 사제단을 앞세운 주교단 입당행렬로 착좌미사가 시작됐다. 성당 안에서는 트럼펫과 오르간의 웅장한 연주가 위엄있는 행렬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초와 십자가, 성경을 필두로 한 행렬은 이날 주인공인 염 대주교가 마지막으로 제대에 오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사제와 수도자, 신자, 취재진으로 발디딜 틈이 없는 성당 내부는 엄숙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카메라 기자들은 염 대주교 일거수일투족에 연신 플래시를 터뜨리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날 미사에는 각 종교 지도자와 정ㆍ재계 인사, 각국 대사들이 참석해 한국교회에서 차지하는 서울대교구 위상을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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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수정 대주교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뒤 첫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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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교좌에 착좌한 염 대주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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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新舊) 교구장의 아름다운 미소. |
○…곧이어 진행된 착좌식은 △전임교구장 인사 △교령 청원 △교령 낭독 △목장 전달 △주교좌 착좌 △착좌록 서명 △주교들과 평화의 인사로 이어졌다. 전임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이날 염 대주교에게 서울대교구장뿐만 아니라 춘천ㆍ인천ㆍ대전ㆍ평양ㆍ수원ㆍ원주ㆍ의정부교구를 관할하는 서울관구장으로서 역할을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서울관구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교회에서 관심과 주목을 받는 관구"라면서 "훌륭한 서울관구장을 맞이해 전임자로서 마음 든든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이어 "큰 책임감에 부담갖지 말고 하느님께서 뒷받침해주실 것을 믿으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구 사무처장 안병철 신부가 교구장 임명 교령을 청원하자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교령을 높이 들어보였다. 안 신부가 교령을 낭독한 후, 정 추기경은 주교의 품위와 관할권을 상징하는 목장(牧杖, 지팡이)을 새 교구장 염 대주교에게 전달했다. 정 추기경과 염 대주교는 목장을 맞잡고 함께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나눴다. 목장을 넘겨받은 염 대주교는 정 추기경과 파딜랴 대주교 인도를 받으며 주교좌에 착좌했다. 성당을 가득 메운 참례자들은 새 교구장 염 대주교에게 축하와 격려, 희망을 가득 담은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교구장으로서 첫 미사를 주례한 염 대주교는 강론을 마친 후 교구 사제단에게 순명서약을 받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사제단은 "여러분은 나와 나의 후임자들에게 존경과 순명을 서약합니까?"라는 염 대주교 질문에 "예, 서약합니다"라고 힘차게 대답하며 새 교구장과 일치를 약속했다.
사제단 순명 서약, 교구장과 일치 다짐 전현직 교구장 사목표어 외치며 축배 한국교회 거룩하고 든든한 기둥 기대
○…영성체 후 진행된 축하식은 교구 여성연합회 박은영(이사벨라) 회장이 염 대주교에게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어 본당 총회장 대표들이 교구민 마음을 모은 영적 예물을 선물로 드렸다. 영적 예물은 염수정 대주교님을 위한 기도 815만 회, 주모경 815만 회, 묵주기도 5250만 단, 희생 88만 9580회, 화살기도 1630만 회, 미사영성체 733만 5000회다. 사제단은 신학교 교가를 우렁차게 부르며 축가를 대신했다. 가톨릭합창단(단장 변태준)은 합창단 지휘자 백남용 신부가 착좌식을 위해 특별히 작곡한 '아멘, 마라나타'를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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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 대주교 가족과 친척들도 미사에 참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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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 대주교와 정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교회 주교단이 미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염 대주교는 답사에서 감사인사를 하며 특별히 2시간 30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뜨거운 야외에서 미사를 봉헌한 신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염 대주교는 또 영적 갈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함께 해주시길 기도하겠다고 답했다. 착좌식 준비위원장 조규만 주교는 인사말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결혼을 준비하는 것이, 세례'식'을 준비하는 것보다 세례를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서울대교구장 착좌식도 이와 같아 앞으로 새 교구장님께서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기도로 협력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성당 마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신자들은 뜨거운 태양열을 피하기 위해 양산과 선글라스, 모자 등으로 무장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아내고, 부채질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미사가 중계되는 스크린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과 성모동산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신자들도 많았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신자들은 성당 외벽 담장에 앉아 제대를 향해 미사를 봉헌하며 새 교구장과 새 교구장을 맞은 서울대교구를 위해 기도했다. 딸과 손주와 함께 착좌미사에 참례한 양성자(리드비나, 58, 잠원동본당)씨는 "누구보다 교구민들을 잘 아시는 분이시기에 교구민들 갈망과 목마름도 잘 헤아릴 줄 믿는다"면서 "특히 중요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사목에 힘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가톨릭대 신학생 정현수(스테파노, 2학년)씨는 "우리 신학생들은 신학생으로서 각자 최선의 삶을 사는 것이 교구장님을 도와드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교구장님을 위해 기도드리겠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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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 대주교가 미사를 마친 뒤 신자들에게 둘러싸여 인사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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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좌미사를 마친 염 대주교가 명동성당을 나와 야외에서 미사를 봉헌한 신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미사가 끝나자 신자들은 염 대주교에게 직접 축하인사를 건네려고 앞다퉈 몰려들었다.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새 교구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기자들까지 합세해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환한 미소로 신자들을 맞은 염 대주교는 몰려드는 손길에 일일이 악수를 해줄 수 없게 되자 두 손을 번쩍 들고 흔들며 인사를 대신했다. 또 신자들에게 "미사가 길어 힘들지 않으셨냐"면서 "이제 집에 가서 편히 쉬시라"고 말하며 두 손을 모아 귀에 대고 잠자는 포즈를 취해 신자들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야외에서 미사를 봉헌한 신자들은 착좌미사의 여운이 남아 있는 성당 안으로 들어와 제대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바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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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연에서 강우일 주교, 염 대주교, 정 추기경이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 ○…착좌미사가 끝난 뒤 꼬스트홀로 자리를 옮긴 염 대주교와 주교단 및 내빈들은 조규만 주교의 건배 제의를 시작으로 축하연을 갖고, 한층 가벼워진 분위기로 축하인사를 나누며 친교를 다졌다. 조 주교는 전임 교구장 정 추기경과 새 교구장 염 대주교 사목표어로 건배를 제의, 조 주교가 "옴니버스(Omnibus, 모든 이에게)"하고 외치자, 내빈들은 "옴니아(Omnia, 모든 것)"로 화답했다. 조 주교가 이어 "아멘, 베니!(Amen veni, 아멘 오십시오)"로 선창하자 모두 "도미네 예수(Domine Jesu, 주 예수님)"로 응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축하식에 참석한 한국가톨릭언론인협의회 김태식(토마스) 회장은 "언론의 중요성을 아시고 언론에 많은 관심을 지닌 염 대주교님께서 교구장에 착좌해 가톨릭언론인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며 "교회와 언론이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포콜라레운동 문원주(마리스)ㆍ김석인(알베르토) 대표는 "워낙 품성이 좋으신 분이어서 교구민들을 인자하게 품어 안으실 것"이라며 "포근한 모습 때문인지 교회가 더 따뜻한 한가족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어 "너무 일에 찌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애정어린 조언을 덧붙였다. 예수수도회 전정희(젤마나) 수녀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착한 목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교구장님이 돼 주시길 바란다"면서 "한국교회 큰 어른으로서 한국교회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할 수 있도록 모든 교구가 일치하는 데 마음을 써 달라"고 청했다.
특별취재반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백영민 기자 heelen@ 박수정 기자 catherine@ 이지혜 기자 bonaism@ 이힘 기자 lens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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