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 황등행 열차는 20시에 떠나네.(제74회)
"이병주 선생님도 앞으로 부장님하고는 절대 상대를 안 하겠다고 하셨어요."
"앞으로 나하고 사사사..상대를 안 해!? 내내내...내가 앞으로 그놈을 공대(恭待)할 것인데 나나나..나하고 상대를 안 하겠다고?! 내 이이이..이놈 이병주를 당장 공대하기 위해서 당장 불러야지...이봐, 백설공주 이병주 좀 당장 오라고 해! 아니 내가 직접 전화를 해야지. 그그그... 그놈의 No상대(相對)가 이기나, 내 Yes공대(恭待)가 이기나 두고보자!" 백설공주와 남승희는 유비손의 재치에 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호호호..이병주 선생님은 오늘 아침에 파리로 출국하셨어요. 앞으론 보기 싫은 사람들 만나기 싫다고 하시며 파리에서 한 1년 계신다고 했어요."
"아하! 그놈이 또 파파파...파리의 '세느강'에 오오오...오줌을 갈기러 갔구먼."
"호호호.. 아니요!? 이번엔 파리의 자존심 개선문 입구에다 오줌 누러 가신다고 하십디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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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병주! 경남하동출신, 호는 나림(那林)! 그는 유비손과 친한 사이다. 그는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그 시절, 유비손과 백설공주의 술집에서 이런 이야기를 가끔 나눴다.
"이봐, 제갈조조, 나는 파리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가가가..가라, 내가 당장 여권 내줄게, 그그그...그런데 왜 하필이면 파리냐?"
"그놈들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자랑하는 '세느강'에 오줌 한번 내 갈기고 싶다."
"?? 그 아아아..아름답다는 '세느강'에 왜 하필이면 오오오..오줌을 갈기냐?"
"그 첫 번째 이유는 그 아름다운 강에 내 페니스를 보이고 싶기도 하고, 또 아마 모르긴 몰라도 파리에서 생존했던 그 기라성 같은 문화예술인들도 그 강줄기에 오줌 한번씩은 갈겼을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신진대사냐? 하하하 내 체내의 오물을 그 아름다움에 섞어 버린다는 것!
그리고 그 천재들의 오줌과 내 오줌이 그 강에 섞어서 함께 흘러간다는 것! 이것은 천사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자는 것보다 더 유쾌한 생리작용이다. 안 그런가? 그리고 내 오줌이 섞인 세느강의 물을 파리시민에게 마시게 한다는 것! 그 통쾌한 맛은 그 강에 오줌을 누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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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 이병주 그놈은 파리에 오줌 누러가서 안되겠고....꿩 대신 닭이라고...이이이.. 이봐, 나나나..남기자! 자네 김지하 잘 알지?"
"네, 잘 알지요. 지금 마산 결핵요양소에 연금상태에 있는 것으로 압니다."
1972년 당시 김지하는 카톨릭 종합 문예지'창조'3월호에 실었던 그의 담시(譚詩) '비어(蜚語)'가 반공법위반에 걸려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평소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된다. 그때 김수한 추기경이 박정희에게 사정하여 국립마산결핵요양소로 이송되었고 그곳이 그의 감방이었다.
"그그그..그 김지하를 우리편으로 좀 만들 수 없을까?"
"헛수고하지 마세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부장님 편이 되요? 그것이 바로 김지하 시인이'비어(蜚語)'에서 말한 思惟時間消費罪(사유시간소비죄)에 해당되는 겁니다."
백설공주가 비비꼬았다. 유비손은 백설공주의 그 말이 듣기 싫었는지,
"이봐, 배배배.. 백설공주 그댄 그 고운 혀로 나나나...나를 좀 도와주고 나를 사사사..사랑하는데 좀 쓸 수 없나?"
"왜? 듣기 싫으세요. 부장님 같은 분들은 귀의 보호막이 발달되어 있어 듣기 싫은 소리는 안 들린다던데요."그녀는 유비손은 처다 보지도 않고 남승희 쪽에 웃는 눈길을 주며 말했다.
"맞습니다. 켑틴 유, 이사장 말이, 김지하! 그는 '코드원'을 마치 김구선생이 이완용이 미워하듯 합니다."
"그 김지하를 우우우...우리편으로 만드는 것은 내내내...내 뜻만이 아니라고. 가가가...각하의 뜻이기도 하다고! 그에게 장관자리를 주던 국회의원을 시키던 뭐든지 원대로 들어 줄 것이니까 자자자.. 자네가 한번 김지하를 만나 운을 좀 떠보지!?"
"그것은 해를 달로 바꾸는 것 보다 더 어렵습니다." 남승희는 딱 잘라 말했다.
"지지지..지금 우리는 유사이래 가장 강한 정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헌데~ 민중을 다독거리려면 무무무...문화예술을 통한 부드러운 정부가 되어야 한다. 이 말이야, 힘으로 민중을 다스리는 것은 하하하..한계점이 있다고..이것은 역사에도 나와 있잖아?
징기스칸이 중국을 무력으로 지배했지만 문화예술의 부재로 결국은 찬란한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의 수준이 높은 한족(漢族)에게 동화되고 말았잖아, 그그그..그래서, 이것도 내 발상인데...난 구구구...군대 내에 내 사조직을 하나 키우고 싶어,
문화예술 전용부대 같은 것 말이야, 그래서 김지하같은 사람이 나를 도와 준다면, 처처처..천군만마를 얻은 것 보다 더 효과적일 건데 말이야..." 유비손은 고뇌에 찬 얼굴로 말했다.
"군대 내에서 문화예술을 키워요!? 호호호 차라리 시베리아에다 바나나 나무를 심으세요. 예술은 자율인데 쇠막대기 같은 군사문화에서 무슨 예술을 기대해요!? 하긴 군가도 음악이긴 하지만...호호호 "백설공주의 꽈배기였다. 이때, 남승희의 뇌수에 뭔가 전해지는 것이 있었다.
"켑틴유 문화예술 전용부대 같은 것 말입니까? 그렇다면, 저어~기~ 혹시 어제 저녁, 비상계엄령이 발령되던 시점에 시내의 한 소극장에서 연극공연을 하던 출연자들과 일부관객들을 모 부대에서 모조리 연행해간 정보를 아십니까?"
"알지!"
"!!사실은 제가 오늘 켑틴유를 찾아뵈러 온 것도 그 내용을 좀 자세하게 알고 싶어서 온 것입니다."
"바바바, 박선옥이와 송민호 때문인가?"유비손은 그 눈빛이 싸늘해지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의 뱃속에 감추어진 면도날을 드러낸 것이다.
"!! 그렇다면, 그것을..."
"내가 지시했어, 일단 자자자..잡아들이라고!"
"그 박선옥이가 누구라는 것도?!..."
"알지, 바바바..박명수의 딸이고, 송민호는 그의 애인이고.."
"그렇다면,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내내내.. 내말만 잘 들으면 크게 출세들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