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도 아름다운 내음을 보내주던 시절의 아카시아꽃향이 올해도 어김없이 그 햐얀 자태를 보여준다.
이 맘때는 백두대간의 그 준령들, 아마도 청옥산이며 두타산이며 지척에 보이는 초록봉을 넘어 높새바람이 하염없이 불어오고, 그 불어오는 바람의 끝자락 작은 어촌마을 어부들이 잡아온 명태치어인 노가리를 덕장에 걸어 그 바람에 말리던 시절이 눈에 선해진다.
깊어가는 봄 날의 어김없는 흔적,
이제는 가마득한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지만, 아직도 내 눈 앞에는 그대로인양 환상이 되어 떠오른다.
무어 그리 좋은 시절만은 아니었건만, 아직도 왜 그리하는지...
하늘에 둥실 떠가는 구름이 동해바다로 갈때는 대양을 향한 꿈의 나래를 펼쳐 보았고, 그 구름이 남녁으로 갈때는 아마득히 먼 고향의 그림자를 잡으려 하였을 터, 다만 서천을 장식하는 구름빛이 고운 날은 대처를 향하여 내 젊음을 보내고팠기에 그런 환상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그런 것이 지금은 망각되지 못하고 간혹은 일장몽에서 나를 노니게 하는 모양이다.
도심에서야 아까시아꽃을 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이야기지만 잠시만 벗어나면 지천에 진한 봄의 향기인양 진동한다.
어쩌면 그 달콤한 내음에 어린 시절 아까시아의 가시가 겁이 나서도 그 꽃을 좋아하였던것같다.
어느 님이 아까시이 향이 곱게 흐른다는 표현을 들려준다.
계절은 정녕 깊어가는 봄이 확연하다.
이 봄날에
청하 권대욱
아마득하게 피어 오른다던
그 강변의 물안개는
새벽 기차의 하품에 잠이 깨고
정월 보름달에 지친 겨울 바람은
길가 포풀라목 끝을 하직하였다.
아름다운 봄색씨가 손짓하던
앞산의 흙내음은
봄길가의 새움을 부추키고
우수지나 경칩날을 반기리
세월은 그래서 흘러간다
봄이여 봄이여
나의 새봄이여
저 붉은색 낙조가 물들때까지
우울의 그림자는 드리우지 말어라
산너머 동네에 봄편지 오리니
초봄에는 이렇게 노래도 하였건만 이제 이 오월은 어린이날도, 부처님오신날도 스승의 날도 지나가고 초사흩날 조모님 기일도 지나가고 그렇게 이 오월의 날들은 하염없이 흘러간다.
세월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 질곡에 찬 마음도 하나 둘 진흙탕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어지러웠던 지난 두어 달 간은 회사일땜에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였고 사람에 대하여 믿음의 한계를 깨닫기도 하여보았고, 그러한 여파때문인지 주변인들을 이유없이 경계하는 묘한 습성을 생기는 것등의 몸서리치게 놀라운 현상이 무의식중에 발현되는 것을 탈출하려고 노력도 하여 보았다.
애써 7개월이나 안피우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 곡차라도 마실 참이면 꼭 취하여 잊으려고 안간힘을 쓴 적도 많았다.
그간은 "이제는 정말 잊어야지, 잊어버려야지. 어차피 세상은 흘러가는 세월인거야, 제행무상이야"- 작기만 한 내 자신에게 늘 주던 경책이었다.
비 내린 날,
어제 밤부터 내리던 그 하염없는 봄비, 밤에 내리는 비만큼 사람의 마음을 이상하게 끌고 가는 것이 또 있을까?
많은 생각이 많은 환상이, 그리고 마음대로 하는 만들어가는 또 다른 세상이 왔다갔다한다.
어제 아침에는 화분들을 이왕이는 시원한 빗줄기맛이라도 많이 보라고 모두 한 쪽에 옮겨두었더니만, 아침에 본 그 예쁜 싹들이 참으로 곱디 곱게 밤새 자람을 가진 것같다,
작년의 한파로 본 줄기는 말아버렸어도 다시 줄기를 튀워 햇아기 손바닥만한 잎새를 보여주는 포도넝쿨, 수해전에 파종한 다래 덩쿨도 이제는 그 길이가 두어발되어간다.
단풍은 제법 분재티를 내어주고, 아이와 같이 심은 옥수수는 무슨 논밭의 '피(잡초)인양 제법 키가 큰다. 강낭콩도 반정도는 덩쿨을 지으려하는것같다. 다음달에는 꽃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아내가 요리하고 남은 달래의 작은 뿌리씨앗도 밤비에 힘을 얻었는지 하나 둘, 노오란 싹을 보여준다, 여름날된장찌게 내음을 미리 상상해보니 군침이 슬그머니 돈다.
고추 모종도 주말이면 꽃을 내지나 않을까? 나팔꽃덩쿨이 이제는 지지대를 감으려고 하고, 뜻밖에도 복숭아 씨를 작년에 묻어주었는데 두포기나 싹을 튀워주었다 .
별도의 화분에 옮기고 갇난아이 살피듯하였더니 이제는 제법 모양새를 갖추어진다. 우리집에도 복사꽃이 머지않아 피리라.
오늘 아침까지는 그렇게도 하염없이 비가 내렸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으로 대단한 농장주같다, 겨우 화분 열몇개를 보면서 이러는 걸보면 웃고 말것같다.
아무런 상관이 무예있을라고, 내가 좋으면 그 만이지. 그러고 보니 아이도 좋아하는 걸..
포도농장에 다래밭에, 옥수수가 익어가는 강원도 산골이 있고, 봄나물 돋아나는 들판이 있고 봄날 그리힘든 나드리길에서 볼 수있는 복사꽃도 지척인데...
그래도 다섯포기나 되는 청양고추인지 태양초고추인지 몰라도 충청도 먼곳도 매양 내 집 울안에 있다.
이른봄날 많은 잡스런일들을 나는 작은 울안의 자연속에서 잊으려한다.
이 봄날은 이제 깊게 깊게 익어만간다.
하늘에 구름이 한 번더 빗줄기를 내려주려나. 봄이여 봄이여 나의 새봄이여
저 붉은색 낙조가 물들때까지 우울의 그림자는 드리우지 말어라.
산너머 동네에 웃음 편지 오리니.終
첫댓글 울집은 산에 둘려쌓여 있는 마을~마을어귀만 들어서면 삼면이 아카시아나무로 둘러쌓여져 있거든요~이번에 내린비로 그 향기가 한풀 꺽였지만 아직두 아카시아는 고운자태를 뽐낸답니다~~남자분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애써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된다고 그러단뎅
진리여행님두 그러하신가봐요~~흐르는 세월 막을수는 없으니...아이와 함께 모종 자라는 모습 보면서 희망탑을 쌓아 보도록 하세요~웃음편지 도착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