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관한 시모음 44)
사월의 노래 /여남은
가는 나를 그냥 놓아 주시게
화사한 꽃 보여달라 보채며
그리운이 불러내어 꽃구경
실컷 하지 않았는가
들로 산으로 피어나서
그대들의 향기 내어주고
지나는 길 어여쁜 화관도
하얀 꽃 반지도
서슴없이 드리지 않았던가
이뻐라 바라보더니
그대들이 변심하여
더 어여쁜 꽃
찾으러 다니지 않았던가
이젠 나의 사명을 다 했으니
오월의 꽃에
그대들 맘 주시게
매달마다 그대들 위한꽃이
기다리지 않던가
벌써,장미 꽃 봉오리가
터질듯 물 오르고
백일을 눈 호사주는 백일홍도
그대들을 위해
연두빛되어 태양속에
온가지를 맞서고 서 있더구나
그대들의 꽃 놀이에 먼훗날 빛바랜
사진 한장으로 추억을 미소로 남게
해주지 않았을까 하네
이제 나도 쉬고프네
다시 보려면 쉬어서
그대들에게 내년 봄 인사 하려네
이래뵈도
기다림을 주고는
가는것이니 그냥 보내 주시게
4월 긴급 편지 /곽상희
누구의 손짓인지
유리창이 흔들렸다,
하늘에도 땅으로도 이주 못해 떠도는
바람,
바깥세상 떠돌다가
해맑은 북극의 얼음 꽃 하나
붉게 피웠는지,
과학의 동굴에서도 꽃이 되지 못한
상처 받은 너를 위해
그 날, 오래 전 잊었던 말씀 하나
물방울의 아이로 태어났을 때,
강물에서 거리에서
4월의 꿈은 피어나고,
너는
네 속에 있는 하늘에서
노래하나 불러내어
꽃이 피었다고 긴급편지를 보냈다.
떠나는 사월 /향초 허정인
꽃으로 오더니
빗물로
초록 그림 그려 놓고
사월이 가네요
꽃으로 웃던
내 영혼
초록잎에 걸어 놓고
사월이 갑니다
고단한 삶 벗어나
꽃으로 행복했어요
떠나는 사월에게 고백합니다
고마웠다고.
사월이여! /청산 홍대복
계절의 길목 사월이여!
그대의
푸름과 싱그러움이
대지에
사랑과 희망 속삭이니
온갖 식물과
꽃들의 향기로 가득 채운다
분주하게
봄의 옷 갈아입는 너는
계절의 보배여라!
매화 향기 풍기는
계절의 길목에서
풋풋하고 청아한 아름다움을
소담한
내 마음에 곱게 담아서
살짝이
아주 살짝 전해 주렴아!
4월 /강은교
1
구름 끝에 한 사람 매달려 있구나
2
안개의 뗏목을 타고 가는구나,그 사람
바람 사이로 가는구나, 그 사람
3
엎드려 신발끈을 매는
그 사람
가득한 모래를 털고 있는
그 사람
4월
하늘에는 일어서는 깃발 가득하다
4월에 /채호기
겨울이 다 가도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깡깡한 얼음덩어리 속에서
불쑥 몸을 돌려
꽃으로 변신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끔 깨어져 날카롭게 일어서는
동지들의 아름다움이
심장을 쩡쩡 울린다.
잎 트고 어지러이 봄꽃들 피어나도
얼음은 얼음
영하 20도의
차갑고 분명한 정신으로
오월을 맞는다.
사월에 피는 목련을 보고 있으면 /김시천
해마다 님들이 다시 와서는
세상 보람있게 살다 가라 가르칩니다
떳떳한 가슴 푸르른 저 하늘에
부끄럼 없이 살다 가라 가르칩니다
잎이 피기 전에 꽃 먼저 피어
순백으로 살다 가는 짧은 날 동안
사월에 피는 목련을 보고 있으면
사월에 지는 목련을 보고 있으면
해마다 님들이 다시 와서는
불의와 싸웠던 그 뜨거운 사랑에 대해서
목숨 건 사랑의 순수에 대해서
이야기 들려줍니다
그 큰 꽃잎을 눈물처럼 떨구면서
그리고는 다시 푸른 잎으로 다가와서는
끝내 희망 잃지 말고 살라고 가르칩니다
4월 어느 날 /신창홍
개울가 수양버들
누굴 기다리기에
저토록 곱게 치장한 모습
연두 빛깔로 빛나고
둑길에 개나리
무슨 약속 있기에
저토록 선한 동심의 자태
노란 빛깔 풋풋하다
비 개인 4월 어느 날
먹구름 잔뜩 남아있는 오후
먼 산의 허리를 감싸는 안개와
젖은 하늘과 청초한 풍경들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할 수 없다면
맑은 햇살은 볼 수 없어도
비에 젖은 촉촉한 대지에서
더욱 친근하게 생동하는 봄
4월의 봄날은 어디에 있어도
어느 서정 시인의
담백한 감수성으로 쓰여진
언어의 결처럼 싱그럽다
4월의 戀歌 /김정윤
속살 파고들듯
삶의 공간을 파고드는
세균의 공포에
굳게 닫혀버린 철문
그곳에는
전령사의 맥빠진 춤사위에
한잎 두잎
떨어진 꽃잎이 허공을 맴돌고
예고 없는 꽃샘바람에
꽃눈을 뿌리며 막을 내린
슬픈 봄꽃 축제의 아픔을 참고
공전과 자전을 반복하며
달아오른 햇살이
갈라진 수피자락을 땜질하고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여린 풀잎사이를 자맥질하며
분주하게 봄을 나르는 4월
이별의 아픔만큼
초록빛으로 성숙해 가는 봄
온 누리에
꿈을 심는 너를 향해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4월과 5월 사이 /박정만
4월과 5월 사이, 사랑아
봄빛보다 찬란하게 사라져간 너를 그린다
그린 듯이 그린 듯이
너는 라일락 꽃잎 속에 숨어서
라일락 꽃잎 같은 얼굴로 웃고 있지만
4월과 5월 사이, 사랑아
너는 나를 그리며 더 큰 웃음을 웃고 있지만
네가 던진 함성도 돌멩이도 꿈 밖에 지고
모호한 안개, 모호한 슬픔 속으로
저 첫새벽의 단꿈도 사라지는 것을
사라지는 것은 언제나 사라진다
4월과 5월 사이, 사랑아
세월의 앙금처럼 가라앉아
그것이 거대한 나무의 뿌리가 되고
그 뿌리 속에 묻어 둔 불씨가 되는 너를 그린다
그린 듯이 그린 듯이
너는 라일락 꽃잎 속에 숨어서
라일락 꽃잎 같은 얼굴로 웃고 있지만
파아란 보랏빛 얼굴로 웃고 있지만
사월 /신석종
건너,
남한산
산 속
산성에는
꽃폈겠네
갔다가
내 몸에,
꽃물 적셔
천천히
노을 밟고
오리라
그대 사월(四月)에게 /박희진
쌍계사에 가거든 쌍계별장 찾게나.
뜰 한가운데 동백나무엔 동백꽃이 볼 만하고,
사면이 유리로 된 멋진 찻집에서
여주인은 우선 손님에게 녹차를 대접하지
4월이 떠나려고 /노정혜
생기로운 꽃님이 산야를 채웠지
최상의 계절
4월이
떠나려고 봇짐을 싼다
4월의 모습에 미소가
행복 안고 5월이 오기에
마음도 몸도 편하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
벌 나비 좋아라
사랑 노래가 들리는 듯
떠나려는 손길에 생기가 돈다
4월이
5월은 최상의 계절이다
4월에 내리는 눈 /조준수
이곳 태백에는
4월에도 눈이 내린다
모시적삼과도 같은 서걱거림으로
찾아온 4월의 눈은
아침 햇살에 더불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산녁 그늘진 곳에
편지처럼 남아
봄소식을 그리는 우리들에게
기다림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4월에 눈이 내린 신설의 아침은
나뭇가지에 서려
지난 겨울을 기억하는 우리들에게
한줄기 추억 선물 남기고
찬란한 아침 속으로
사라져 간다 ....
사월에 내리는 비 /조성심
사월에 내리는 비는
꽃잎의 눈물입니다.
꽃이파리 위로 차갑게 내려
마지막까지 떨궈 버리는
별리의 눈물입니다.
초록의 싱그러움에
눈을 뺏겨
금방 마음을 옮기는 그대 앞에
온몸으로 쏟아져 내리는
꽃잎의 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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