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눈
새벽 별빛 마시며 세상 쓸고 비탈길 담아 오시던 날,
아버지는 가로등 불빛 창고 아래 손수레를 들어 올려
세상을 부으셨다
취기 오른 막걸리 페트병이 찌그러진 채 뒹굴며 나오고
술 냄새 찌던 소주병도 굴러 나왔다
병들 이젠 그만 닦고 모으세요 그것 얼마나 된다고…
푸념의 화살을 페트병에 꽂았다
터진 병 속 화살촉 사이로 오물과 분뇨가 흘러나왔다
아서라, 돈이 전부는 아니다
세상은 매일 씻겨 줘야지
분뇨 묻은 병을 닦으며 광주리에 분리하다 역겨워
코를 막고 뛰쳐나간 누나와 나,
정성껏 담아두는 오물 묻은 아버지의 작은 손이
오늘 빛바랜 사진 속에서 유달리 커 보였다
아버지는 쑥과 마늘을 오랫동안 드셨나 보다
어두운 곳에서 별빛을 오랫동안 마셨나 보다
세상을 맑게 닦아 주신 하늘나라 환인 옆
별 눈,
오늘 밤 서늘한 구름 사이로 더 반짝였다
-시집, 『먼 산 』 (교보문고 퍼플, 2024)
ㅡㅡㅡㅡㅡㅡㅡㅡ
김정식 시인
1968년 경북 문경에서 출생
서울교대 초등수학교육 및 동 대학원 졸업
2020년 월간《우리詩》신인상으로 등단
제 20회 공무원문예대전 은상 외 공모전 4회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