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복함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일본의 아타고 이지스 구축함의 시험항해. |
러시아 해군은 북해함대, 발틱함대, 흑해함대, 태평양함대, 그리고 카스피해 전단을 갖고 있다. 그 후 러시아는 이 항모 건조만 간신히 재개해 1995년 쿠즈네조프 제독 항모를 북해함대에 실전 배치할 수 있었다. 구 소련 해군은 쿠즈네조프 제독함에 이어 바략 항공모함 건조에 착수했으나, 이 사업을 넘겨받은 러시아 해군은 바략 항모 건조를 재개하지 못했다. 폐선처럼 버려져 있던 바략 항모는 1998년쯤 ‘고철’로 중국에 판매됐다.
폐선된 키예프급과 키로프급
항공모함 전력에서는 도저히 미국을 따라갈 수 없었던 구 소련 해군은 핵추진 엔진을 탑재한 초대형 전투함을 건조해 대항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러나 항공력에 대한 집착이 강했으므로 순양함에 경항모 기능을 더한 ‘항공순양함’을 만들었다. 항공순양함은 일반적인 순양함보다 훨씬 덩치가 큰데 그 대표가 1970년대 3만5000t(제1번함)에서 4만5000t(제4번함) 사이로 내놓은 ‘키예프(Kiev)급’ 4척이다.
그러나 구 소련의 기술력이 낮은 탓에 키예프급 항공순양함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달았다. 작전에 나가 있는 시간보다 도크에 들어와 수리받는 기간이 길었다. 여기에 경제 사정마저 나빠지자 러시아는 이 배의 수리를 포기하고 매각을 추진했다. 1994년 ‘영유통’이라는 한국 회사가 고철로 쓴다는 명목으로 2번함인 ‘민스크’와 3번함인 ‘노보로시스크’를 매입했다.
그런데 한국의 환경단체들이 “이 배의 원자로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며 한국에서 해체하는 것에 결사적으로 반대해, 영유통은 노보로시스크만 해체하고 민스크는 중국에 매각했다. 중국에 팔려간 민스크함은 이후 선전(深?)에서 해상 테마파크의 플랫폼이 되었다. 2000년 러시아는 1번함인 키예프함도 중국에 매각했는데, 중국은 이 배를 톈진(天津)의 해상 테마파크용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4번함인 ‘고르시코프 제독함’은 인도가 도입할 뜻을 비쳐 양국간에 협상이 시작됐으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합의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르시코프 제독함은 인도에 매각되더라도 해체되거나 전투함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세계 최대의 순양함’소리를 듣던 키예프급 항공순양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구 소련 해군은 키예프급 항공순양함만으로는 미 해군에 맞설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1980년대 핵추진 순양함인 ‘키로프급’(2만6000t급) 4척을 내놓았다. 이 배는 순수 순양함이었으나, 역시 기술력이 부족해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다. 1, 2번함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해 해체되었고, 3, 4번함은 지금까지 도크에 방치돼 있다. 키로프급에 이어 키예프급도 ‘사실상 고철’이 된 것.
전세계에 따라올 배가 없다
따라서 러시아 함정 가운데 안용복함에 견줄 만한 것은 슬로바급 순양함과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그리고 우달로이급 구축함뿐이다. 하지만 소브레멘니급과 우달로이급은 물론이고 슬라바급(지금은 모스크바급으로 불림)은 안용복급보다 덩치가 작다.
슬라바(‘영광’이라는 뜻)급 순양함의 만재 t수는 안용복급보다 약간 적은 1만1300t이다. 슬라바급은 3척이 실전 배치됐는데 1번함이던 슬라바함은 모스크바함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 흑해함대에 배치돼 있다. 1986년 실전 배치된 2번함은 우스티노프함으로 개명해 북해함대에 배치돼 있고, 1989년 실전 배치된 3번함은 중단된 2번 중형 항모의 이름인 ‘바략’으로 개명해 태평양함대에 배속되었다.
우달로이는 러시아어로 ‘자신만만한’이라는 뜻의 형용사다. 구 소련은 1980년부터 만재 t수가 8400t인 우달로이급 14척을 건조했으나 이 함정 또한 자주 사고를 일으켰다. 3척은 큰 폭발사고가 발생해 해체되고, 또 다른 3척은 설계한 대로 성능이 나오지 않아 해체되었다. 이로써 8척만 남았는데 러시아 해군은 한반도 수역을 담당하는 태평양함대에 3척을 배치했다.
러시아 구축함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러시아에서는 ‘프로젝트 956’으로 불리는 소브레멘니(‘현대적인’ ‘동시대의’란 뜻의 형용사)급 구축함이다. 구 소련은 소브레멘니급 20척을 실전 배치했으나 경제사정 때문인지 러시아는 이 함정에 대해서도 퇴역과 방치와 매각 조치를 취했다. 가장 신형인 19번함과 20번함은 중국 해군에 판매하고, 7척은 퇴역하거나 도크에 방치하고, 11척만 실전 배치한 것이다.
소브레멘니급의 만재t수는 7940t으로 우달로이급보다 약간 적다. 우달로이급은 대잠전을 위주로 한 순수 구축함이나 소브레멘니급은 대공전(對空戰)과 대함전에 무게중심을 두었기에, ‘러시아판 이지스 구축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소브레멘니급은 알레이버크급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중국 해군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 ‘하(夏·청동기 시대 만들어진 중국 최초의 왕조)함’ 1척을 갖고 있으나, 수상함 세력은 대국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다. 중국 해군이 보유한 최대 전투함은 2002년 러시아에서 수입한 소브레멘니급 구축함 2척이다. 중국은 이 배에 ‘항저우(杭州)’와 ‘푸저우(福州)’란 이름을 붙였는데, 항저우급 구축함의 크기와 성능은 안용복급보다 뒤떨어진다.
북한 함정은 더 보잘것없다. 북한 함정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헬기도 싣지 못하는 1500t급인 나진급(또는 소호급) 호위함 3척이다. 북한 전투함은 아예 안용복급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서유럽 국가들은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라는 적(敵)이 사라졌기에 대형 전투함 건조에 열을 올리지 않고 있다. 영국이 경항모로 분류되는 인빈셔블급, 프랑스가 중형 항모인 드골급을 보유하고 있으나, 두 나라 해군은 안용복급만큼 큰 전투함을 갖고 있지 않다. 이탈리아 해군은 ‘비토리오 베네토’란 이름의 일반 순양함을 갖고 있으나 이 배의 만재 t수는 안용복함보다 적은 9500t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것이 네덜란드의 시그널사가 개발한 ‘APAR’ 시스템이다. APAR은 이지스와 비슷한 체계이나 그 용량이 작다. 이 시스템은 4000여t 내외인 호위함에 적합한데, 네덜란드와 독일 해군이 이 체계를 올린 ‘프로빈센급’(네덜란드) 호위함과 ‘작센급’(독일) 호위함을 실전 배치했다.
노르웨이와 스페인 해군은 APAR 대신 미국의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한 소형 이지스 체계를 올린 ‘난센(노르웨이 탐험가 이름)급’과 ‘알바로 데 바잔(스페인 무적함대 사령관 이름)급’ 호위함을 건조해 실전 배치했다. 이 호위함들도 4000여t 내외인지라 안용복함에 견줄 수 없다.
이러니 안용복급과 타이콘데로가급, 아타고급은 세계 최대의 전투함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그러나 타이콘데로가급은 조만간 퇴역할 예정이므로 세계 최대와 세계 최강을 놓고 다투는 것은 안용복급과 아타고급이다. 세계 최대로 꼽히는 안용복함의 전투력을 다른 함정과 비교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탄도미사일도 요격하는 日 아타고급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권 함정의 무장 체계는 러시아가 이끄는 (구)사회주의권의 무장 체계와 개념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사회주의권 함정의 전투력은 자본주위권에 비해 처지는 것이 현실이므로, 여기서는 최강으로 꼽히는 안용복급과 미일 전투함의 무장력을 주로 비교해본다.
무장을 ‘펀치 수’로 한정한다면 가장 궁금한 것은 각 함정이 탑재하는 미사일의 숫자다. 함정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수직(垂直)으로 발사하는 것과 사선(斜線)으로 발사하는 것이 있다. 수직발사 미사일은 사거리가 멀고 덩치가 크며 사선발사 미사일은 단거리용으로 덩치가 작다.
안용복급보다 더 크고 강한 함정으로 설계하고 있는 미국의 DDX. 스텔스 기능이 강화된 이 구축함은 ‘줌왈트급’으로 불릴 예정이다. |
안용복급과 타이콘데로가급은 왜 아타고급보다 많은 수직발사 미사일을 싣게 됐을까. 이유는 ‘필요성’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냉전시대에 건조된 타이콘데로가급은 많은 무장을 실어야 했다. 안용복급 또한 최소 비용으로 최대 전투력을 추구해야 하니 많은 무장을 실을 수밖에 없다. 수직발사 미사일은 대개 32조 단위로 탑재되므로 96조보다 많이 실으려면 128조를 실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꼭 32조는 아니다. 8조 단위로 탑재량을 늘리고 줄일 수도 있다).
안용복은 순항미사일만 요격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수직발사 미사일에는 대공미사일, 장거리 대잠어뢰 그리고 대지미사일이 있다. 이 세 종류의 미사일을 어떤 비율로 구성할지는 각국이 결정할 일이다. 또 각각의 미사일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각국은 사정에 맞게 수직발사 미사일을 조합한다.
안용복과 타이콘데로가급, 아타고급에 공통적으로 실리는 수직발사 미사일은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스탠더드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가미카제처럼 덤벼드는 적군의 대함 미사일과 적기를 요격한다. 대함 미사일과 항공기는 수면과 나란히 비행하는데 이렇게 비행하는 미사일을 순항미사일이라고 한다. 반면 포물선을 그리며 치솟아 멀리 날아가는 것을 탄도미사일이라고 한다. 탄도 미사일은 순항 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므로 요격하기가 매우 어렵다.
스탠더드 미사일-2는 순항 미사일 요격용이고, 스탠더드 미사일-3는 탄도 미사일 격파를 목표로 한다. 아타고함을 기획하기 전 일본은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위협이 심각하다고 보고 미국이 추진하는 MD(미사일 방어체계) 참여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스탠더드 미사일-3 도입을 결정했는데 해상자위대는 스탠더드 미사일-3를 아타고급은 물론이고 곤고급에도 적절히 배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얇은 지갑’ 사정과 김대중 정부가 ‘MD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스탠더드 미사일-2 가운데 가장 좋은 ‘블록 3 브라보’ 형을 도입했다.
미국은 스탠더드 미사일 2형과 3형을 타이콘데로가급과 알레이버크급에 적절히 배분했다.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은 적기나 적의 순항 대함미사일은 물론이고 적이 쏜 탄도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으나 안용복함은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한다. 대공 미사일 능력에서 안용복함은 한 수 처지는데 안용복함에는 80기의 스탠더드 미사일-2 블록 3 브라보가 실린다.
스탠더드 미사일을 보관하고 있다가 발사하는 수직발사대는 매우 정교한 장비다. 가장 유명한 수직발사대는 미국제인 Mk-41. 안용복함의 스탠더드 미사일도 Mk-41에 탑재돼 있다가 발사된다. 그런데 한국은 안용복함을 건조하면서 ‘KVLS(Korean Vertical Launching System)’라고 하는 한국형 수직발사대를 개발했다. KVLS에는 역시 안용복함을 건조하면서 개발한 한국형 대지 순항 미사일이 탑재된다.
對地 공격은 한국, 對空 능력은 日이 앞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지공격용 순항 미사일은 미국제인 ‘토마호크’인데, 미국은 영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에도 이 미사일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토마호크를 판매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대지 순항 미사일 독자 개발 계획을 추진했다. 순항 미사일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인 MTCR의 규제품목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MTCR에 가입하기 전인 1990년대, 훗날 ‘현무-3’로 명명한 대지 공격용 순항 미사일 개발에 도전했다(한국이 MTCR에 가입한 것은 2001년).
북한이 무더기로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지난해 7월,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이 미사일 개발 성공 사실을 밝힘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처음 개발한 ‘현무-3’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순항 미사일이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이를 개량해 함정에서 발사하는 ‘현무-3’와 한국형 수직발사대인 KVLS도 개발해낸 것이다.
함정 발사용 현무-3와 KVLS의 개발 성공이 확실해지자 안용복함에 이 무기를 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KVLS는 미국제인 Mk-41과는 다른 시스템이라 독자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가동하려면 32조의 KVLS를 실어야 하니 안용복함은 타이콘데로가급처럼 커지게 되었다. 함정용 ‘현무-3’의 성능은 미국의 토마호크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일본의 이지스함은 대지 공격용 순항 미사일을 전혀 싣지 않는다. 일본 헌법 9조는 ‘일본은 전쟁을 포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자위대는 이 문구를 ‘공격용 무기 구비를 자제한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방어용 무기는 구비할 수 있으나 공격용 무기를 구비하는 것은 위헌으로 보는 것. 자위대는 대함 미사일은 방어용으로 보고 마음대로 무장하나, 대지 미사일은 공격용으로 분류해 곤고급과 아타고급에 싣지 않았다.
따라서 대지 공격에서 안용복급은 미국의 이지스함에는 약간 뒤질 수 있으나 일본의 곤고급이나 아타고급보다는 월등히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안용복함에 실린 나머지 16조의 Mk-41 수직발사대에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장거리 대잠어뢰인 ‘홍상어’가 실린다. 어뢰에는 크게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중(重)어뢰’와 수상함에서 쏘는 ‘경(輕)어뢰’가 있는데, 장거리 대잠어뢰는 경어뢰에서 발전해 나온 것이다.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는 중어뢰인 백상어에 이어 경어뢰인 청상어 개발에 성공했다. 이 청상어에 로켓을 붙여 멀리 날아가게 한 것이 바로 ‘장거리 대잠어뢰’인 홍상어다.
안용복함에 실린 미국제 Mk-41 수직발사대에는 18㎞를 비행하는 국산 홍상어 16기가 탑재된다. 미국이 개발한 장거리 대잠어뢰는 ‘애스록(ASROC·Anti Submarine Rocket)’으로 불리는데,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에는 애스록이 실려 있다. 홍상어와 애스록의 성능은 대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용복함, 대함전 능력도 1위
따라서 펀치력을 종합해보면 대공 능력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비슷한 수준으로 앞서고, 한국의 안용복함은 그 뒤에 있다. 대지 공격에서는 미국의 이지스함이 가장 낫고, 근소한 차이로 한국의 안용복함이 따라가며, 일본의 이지스함은 한참 처져 있다. 장거리 대잠전 능력은 한국과 미국 일본이 비슷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함전 능력의 비교도 흥미롭다. 수상함끼리 싸우는 대함전에서는 갑판 위에 사선으로 설치한 대함미사일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미국의 타이콘데로가급과 알레이버크급, 일본의 곤고급과 아타고급은 8기의 대함미사일을 탑재하나, 안용복함은 이보다 두 배 많은 16기의 대함미사일을 탑재한다.
미국의 이지스함과 일본의 곤고급에는 미국제인 ‘하푼’ 미사일이 탑재돼 있으나, 아타고급에는 일본이 독자 개발한 ‘90식 대함미사일’, 안용복함에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해성(海星)’ 대함미사일이 실린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성과 90식 미사일의 성능은 매우 뛰어나다고 한다. 한·미·일 이지스함에 탑재한 대함미사일의 성능은 비슷하다. 하지만 가장 많은 대함미사일을 탑재한 것은 안용복함이므로 안용복함의 대함전 능력이 가장 뛰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미사일이 개발된 후 주포 사격으로 싸우는 함포전은 사라지는 듯했으나, 최근 대함미사일만큼이나 멀리 날아가는 포탄이 개발되면서 주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요즘 나오는 대형 함정의 주포 구경은 대부분 5인치다. 안용복급과 아타고급 그리고 신형 알레이버크급에는 100㎞ 이상 날아가는 ‘연장유도탄(EXGM·Extended Guided Munition)’을 쏠 수 있는 최신형 5인치 주포가 한 문씩 탑재된다.
이 포탄은 GPS 유도를 받기 때문에 100여㎞를 날아갔음에도 정확히 목표물을 맞힌다. 주포의 능력에 있어 안용복함은 아타고급 및 신형 알레이버크급과 동급이다.
대함전 분야를 종합하면 안용복함은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 함정을 제친다고 볼 수 있다. 이러니 안용복함은 아시아의 괴물을 넘어서 세계 최강의 전투함으로 꼽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방어력 부문이다. 이지스함은 2중의 대공 방어체계를 갖고 있다. 공격해오는 적기와 적 미사일을 스탠더드 미사일로 1차 요격하는데 이것이 실패하면 CIWS(Close In Weapon System)라고 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로’ 마지막 방어를 시도한다.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이 채택한 근접방어무기체계는 미국제인 ‘팔랑크스(Phalanx·그리스 군이 만들던 방진의 이름)’이다. 팔랑크스는 벌컨포처럼 ‘탄막(彈幕)’을 만들어 스탠더드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들어온 적기와 적 미사일을 떨어뜨린다.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은 팔랑크스 체계를 2기 탑재했다.
안용복함의 단거리 대공방어체계는 2중이다. 스탠더드 미사일 체계를 뚫고 들어오는 적기와 적 미사일은 미국제 단거리 대공미사일인 램(RAM) 체제로 요격을 시도한다. 그리고, 램 미사일 망이 뚫리면 팔랑크스와 비슷한 네덜란드제 ‘골키퍼’ 시스템으로 마지막 요격을 한다. 안용복함에는 램과 골키퍼 시스템이 각 1기씩 실려 있다.
전투함은 적 잠수함의 위협을 받으므로 먼저 적 잠수함을 탐지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 잠수함에서 나온 음파를 잡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잠수함에서 나온 음파는 멀리 갈수록 파장이 커지면서 미약해진다. 크고 약해진 음파를 잡으려면 소나의 수신기가 함정보다 커야 한다. 함정보다 큰 소나는 긴 줄에 수신기를 설치한 ‘견인 소나’다. 견인 소나를 끌고 다니는 전투함은 함체에 소나를 붙이고 다니는 전투함보다 잠수함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과 미국 일본 이지스함에는 견인 소나가 탑재되므로 세 나라 이지스함의 잠수함 탐지 능력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적 잠수함은 대잠헬기를 띄워 추적할 수도 있다. 대잠헬기는 소나를 단 부이를 바다 곳곳에 떨어뜨려 적 잠수함을 추적한다. ‘플라이트(Flight) 1’으로 불리는 구형 알레이버크와 일본의 곤고급에는 헬기 격납고가 없다. 이지스 레이더의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격납고를 만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이콘데로가급과 ‘플라이트 2’로 불리는 신형 알레이버크급, 그리고 안용복급과 아타고급에는 2대의 헬기를 싣는 격납고가 있다. 안용복함의 대잠 탐지능력은 아타고급 및 신형 알레이버크와 함께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최신 이지스 체계 탑재
함정의 위력은 ‘시력’으로도 비교해볼 수 있다. 많은 무장을 탑재한 전투함도 시력이 나쁘면 적에게 먼저 탐지돼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수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스 체계는 ‘베이스 라인’으로 구분한다. 1983년 실전 배치된 최초의 이지스함인 타이콘데로가함에는 ‘베이스 라인 1’의 이지스 체계가 실렸다. 수직발사대를 채택한 ‘베이스 라인 2’는 여섯 번째 이지스 순양함인 ‘벙커힐함’에 최초로 채택되었고, 13번째 이지스 순양함인 ‘프린스턴 함’부터는 대공방어 능력을 강화한 ‘베이스 라인 3’이 실렸다. ‘베이스 라인 4’를 처음 실은 것이 알레이버크 구축함이다. 일본의 곤고급은 알레이버크함을 모방한 것이라 베이스 라인 4가 실렸다.
통합 전술통제 네트워크가 강화된 ‘베이스 라인 5’는 미 해군의 일곱 번째 이지스 구축함인 ‘밋처함’에 실렸고, 슈퍼컴퓨터를 결합시킨 ‘베이스 라인 6’은 미국의 28번째 구축함인 ‘오스카 오스틴 함’에, 그리고 SPY-1D 레이더를 탑재함으로써 미사일방어 체계와 연동할 수 있는 ‘베이스 라인 7’은 미국의 41번째 구축함인 ‘핀크니함’부터 올리게 되었다.
안용복함은 아타고급과 함께 베이스 라인 7을 발전시킨 ‘베이스 라인 7.1’을 실었다. 그러나 한국은 탄도탄을 요격하는 스탠더드 미사일-3을 구입하지 않았으므로, 안용복함은 탄도미사일을 추적만 할 뿐 요격하지 못한다. 이러한 안용복함의 약세는 스탠더드 미사일-3을 구입해 탑재하는 순간 바로 만회할 수 있다.
베이스 라인 1~3이 실렸다고 해서 타이콘데로가급을 우습게 볼 수는 없다. 타이콘데로가급은 수리나 정비를 할 때마다 새로 개발한 이지스 체계로 개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개량해도 원판 자체가 구형인지라 타이콘데로가급의 이지스는 베이스 라인 7.1로 나온 안용복이나 아타고급의 이지스를 능가하기는 어렵다.
종합하면 안용복함은 덩치와 시력, 대함전 대잠전에서는 최고이고 대지전과 대공전에서는 2위다. 네 분야에서 1위이고 대지전과 대공전 분야에서만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했으니, 종합점수로 따지면 안용복함은 1위일 수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전투함을 갖게 됐다는 것은 뒤집을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이 차기 이지스 구축함인 DDX를 내놓기 전까지 안용복함은 절대 강자로 군림할 수 있다.
그러나 안용복함의 세계 1위는 조만간 거센 도전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은 안용복급보다 크고 스텔스 기능이 좋은 DDX 줌왈트급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도 올해 8월과 2009년 진수를 목표로 최대 만재 t수가 1만8000t에 이르는 헬기구축함 2척을 건조하고 있다. 일본은 대외적으로는 이 배의 만재t수를 1만3000t으로 발표했다.
순양함급인 日 16DDH
일본도 배 이름은 진수할 때 공개하므로 이 배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일본 왕의 연호는 헤이세이(平成) 19년인데, 일본은 제1번 헬기구축함 사업을 헤이세이 16년에 시작했다. 구축함(Destroyer)을 뜻하는 영문 약호는 DD이고 헬기 약호는 H이므로, 일본은 잠정적으로 이 배를 16DDH로, 2번함은 18DDH로 부르고 있다. 16DDH급은 아타고급 이지스 구축함과 더불어 일본 해상자위대 전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 해군은 ‘8·8함대’를 자주 구성했다. 전함 8척에 순양함 8척으로 함대를 만드는 것인데, 해상자위대는 전투함 8척에 항공기 8기인 8함8기(八艦八機) 체제로 8·8함대란 이름을 부활시켰다.
해상자위대는 근해를 지키는 5개의 해역함대(일본식 표현은 地方隊)와 먼 바다에 나가 작전하는 1개의 호위함대를 갖고 있다. 한국식 표현으로는 기동함대에 해당하는 것이 호위함대인데, 호위함대는 다시 4개의 호위대군(護衛隊群)으로 나뉜다. 이 호위대군이 바로 8·8함대로 편성돼 있다.
일본이 갖고 있는 4개의 8·8함대는, 2대의 헬기를 싣는 5000t급 일반 구축함 1척에, 헬기를 싣지 않은 곤고급 이지스 구축함 1척, 그리고 1대의 헬기를 싣는 3000~4000t 일반 구축함 6척으로 구성돼 있다. 8척의 배 가운데 지휘함은 곤고급 이지스 구축함이 아니라 ‘시라네(白根) 급’으로 불리는 2대의 헬기를 싣는 5000t급의 일반 구축함이다.
일본은 16DDH급을 네 척 건조해 시라네급을 대체한다. 그리고 1대의 헬기를 싣는 일반 구축함 1척을 2대의 헬기를 싣는 아타고급 이지스 구축함으로 교체한다. 이러한 교체가 마무리되면 호위대군은 1만8000t급 헬기구축함 1척에, 이지스 구축함 2척, 그리고 일반 구축함 5척으로 바뀌게 된다. 배 척수는 8척으로 동일하나 헬기는 10기가 늘어나 18기가 된다. ‘8·18함대’가 탄생하는 것이다.
8·18함대는 미 해군의 7함대와 견줄 수 있다. 미 7함대의 전력은 대단한 것 같지만 수상전단의 평시 전력은 해상자위대보다 압도적으로 크지 않다. 평시 미 7함대 수상전단은 지휘함을 맡은 1만9000t급의 대형 상륙함(LCC) 1척에, 10만t급 항공모함 1척,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2척,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5척, 그리고 4100t급의 이지스 호위함 2척 등 11척으로 구성돼 있다.
대형상륙함과 항공모함을 제외하면 전부 이지스 체계를 올린 전투함이고, 10만 t급의 항공모함은 헬기가 아닌 고정익기를 80여 대 싣고 있는 것이 대단하지만, 7함대의 함정 수는 일본 호위대군에 비하면 그리 많다고 볼 수 없다. 네 개의 호위대군을 더한 호위함대는 현재 전력만으로도 4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포함한 32척의 전투함에 32기의 헬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독도함의 라이벌인 일본의 16DDH는 호위대군의 지휘함이 된다. 안용복함과 비슷한 시기에 진수하기 위해 막바지 작업이 한창인 이 배는 11대의 헬기를 싣고 30노트로 달릴 수 있다. |
미일 함대 차이는 해상자위대의 새로운 호위대군 편성이 완료되면 더욱 좁혀질 것이다. 8·18함대 4개를 가진 해상자위대가 16DDH급 4척에 곤고급 4척, 아타고급 4척만 뽑아내 12척으로 특별 함대를 만든다면, 이 특별 함대는 12의 정예 함정에 52기의 헬기(11기를 싣는 16DDH급이 4척이니 44기, 2기를 싣는 아타고급이 4척이니 8기로 도합 52기)를 실은 강력한 함대가 된다.
7함대는 미 해군의 5개 함대 가운데 중간 정도의 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와이를 모항으로 한 3함대나 버지니아 주 노퍽을 모항으로 한 2함대 전력은 7함대보다 3배 이상 강력하다. 따라서 일본 호위함대가 7함대에 필적한다고 해서 미 해군력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 해군력이 7함대에 필적하다보니 미국은 일본 위에 군림하지 않고 일본을 인정하며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태평양의 제해권을 놓고 미 해군과 일합을 겨룬 일본 해군은 아타고급과 16DDH를 갖춤으로써 동북아의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아타고급에 대해 안용복급으로 대응한다면 16DDH급은 어떤 배로 대응할 것인가. 그 대답은 2005년 진수해 올해 실전 배치할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 해군은 독도함의 만재 t수를 16DDH보다 약간 큰 1만3500t으로 발표했으나, 독도함의 최대 만재 t수는 1만9000t 정도라고 한다.
덩치가 큰 만큼 독도함은 16DDH보다 많은 헬기를 싣는다. 독도함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비행갑판 밑의 격납고에 4대, 갑판에 7대, 도합 13대의 중형 헬기를 탑재한다. 독도함과 16DDH는 비슷한 수준의 관제 시설과 근접방어무기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독도함은 대형 상륙함으로 건조됐기에 최대 속도가 23노트로, 30노트인 16DDH에 비해 느리다. 또 16DDH는 수직발사기를 갖추었고 어뢰도 탑재하나 독도함은 이러한 무장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독도함에는 1개 대대의 해병대와 2척의 공기부양정을 탑재하므로 상륙전을 펼치는 데는 유리하다.
한국 해군은 독도급 3척을 보유할 계획인데 독도급은 각 기동전단의 지휘함이 된다. 한국 해군은 독도급과 안용복급 건조가 완료될 무렵 기동함대 구성을 고민한다. 일반적인 예상은 독도급 1척에 안용복급 1~2척, ‘충무공 이순신급’으로 불리는 2차 한국형 구축함(KD-Ⅱ) 4~5척, 그리고 ‘천지(天池)급’ 한국형 군수지원함 1척 등 도합 8척으로 된 기동전단 세 개를 만들어 이것으로 기동함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각각의 기동전단에는 20~22기의 헬기가 실린다(독도급 13기+안용복급 2~4기+5척인 충무공 이순신급에 5기=20~22기). 8·20 또는 8·22 함대가 구성되는 것이다. 이 함대 3개로 기동함대를 구성하니, 기동함대 전체는 24·60 또는 24·66 함대가 된다. 이 기동함대에서 독도급 3척과 안용복급 3척, 천지급 군수지원함 1척을 뽑아내 특별 함대를 만든다면, 이 특별 함대는 7척의 함정에 45대의 헬기를 가진 강력한 수상 전투단이 된다.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독도함급과 안용복급, 16DDH와 아타고급을 양 날개로 삼아 항진하고 있다. 이러한 두 나라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국 해군이다. 일반인은 중국 해군력이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보다 앞설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냉전 시절 구 소련의 해군력이 미 해군력을 앞선 것으로 잘못 알려졌던 것과 같은 현상이 중국과 한일 해군이 맞선 지금의 동북아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중국의 응전
중국 해군력이 약하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중국 당국이다. 중국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도입한, 구 소련 시절 건조하다 만 중형 항모 ‘바략’을 토대로 항모를 만들자는 등 여러 방안이 논의돼왔다. 3월6일 중국 언론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한 인민해방군 대표가 “2010년 항모 건조가 완료될 것이다. 2016년까지 러시아와 공동으로 3척의 항모를 짓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발언은 한국의 독도함과 안용복함, 일본의 16DDH와 아타고급 도입에 자극 받은 것일 수 있다.
지금 한국 해군은 충무공 이순신 이후 가장 강력한 힘을 갖추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약은 뜻밖의 ‘복병’을 만나 주춤하고 있다. 안용복함과 독도함을 주축으로 한 기동전단이 만들어진다면, 이 전단은 연료와 식량을 보급받고 수리도 받는 ‘둥지’를 가져야 한다. 기동전단은 한국의 해양수송로 방어를 주 임무로 하므로 원양(遠洋) 출동이 편리한 제주도를 모항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기동함대(또는 기동전단)의 제주 모항 건설은 제주도민의 이해관계와 제주 지도층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꽉 막혀 있다.
일부 제주도민과 사회단체들은 “제주도에 기동전대나 기동전단용 항구를 짓는 것은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도를 망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미 해군과 공군기지가 있는 하와이와 괌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전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일부 사회단체는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제주도의 관광산업이 망한다”며 제주도민을 선동해왔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해보면 제주도민의 반수 이상인 ‘침묵 하는 다수’가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독도함의 실전 배치와 안용복함 건조 추세로 본다면 제주기지 건설은 3~4월 중에 결정되어야 한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은 제주도지사다. 그러나 제주도지사는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상고한 상태라, 이 문제 해결에 대해 큰 관심을 쏟지 않고 있다. 세계 최강의 전투함을 만들어놓고도 모항을 짓지 못하는 답답한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전략가들은 “이순신이 통탄할 일이다”라며 안타까워한다.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첫댓글 언론에 부풀리기군요 KDX-3 는 러시아의 전투순양함 키로프에 상대도 되지않습니다. 그리고 KDX-3 는 러시아의 전투 순양함에 많이 밀립니다... 이상 잡소리 였습니다
미국의 이지스 순양함한테도 밀립니다.
미국은 동북아가 아니니 .. 제외하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