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두 딸아이 모두 편식이 참 심했었지요.
그것도 발달장애의 특징중에 하나라는데...
아무튼 편식이 참 심한 편이었어요.
게다가...연년생으로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거의 6년간을 친정어머니가 한국에서 이곳으로 아예 옮겨 오셔서
전적으로 아이 둘을 다 키우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답니다.
큰 아이 낳기 한달전쯤 이곳에 오셔서 둘째가 태어나고도 5살이 될때까지.....친정 어머님이 제 딸들의 실질적인 엄마였던거죠.
저는 일을 했었구요 게다가 친정엄마가 너무 알아서 다 해줘 버리시니, 저는 할일이 없기도 했었구요 ㅜㅜ
저는 제 아이들의 엄마라기 보다는 그저...이모 정도 ?? ^^;;;;( 전 낳기만 했어요 ㅎㅎ)
어머니가 아이들의 양육에 절대적인 결정권과 막강한 권리를 갖고 계시는 바람에..저는...아이들 옷을 사도 저희 친정어머니의
취향대로 사서 입혀야 했죠 ㅎㅎ 안그러면 어머니가 계속 잔소리 하세요 뭐 저런걸 옷이라고 사왔냐며 ㅠㅠ
그리고 식생활 또한...물론 저희 아이들이 많이 늦돼서 이것저것 막 먹질 못했던 상황이 근본적인 원인이긴 했지만
어머니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유아식을 너무 오랫동안 아이들이 먹어왔지요.
어머니의 특별 이유식은 정말 그 자체만으로도 영양 덩어리고 훌륭하지요...오죽하면 그것만 먹었어도 아이들이 잘 자라고
건강했으니까요.
거의 죽 형태였어요 모든 야채와 고기는 그냥 삼켜도 될만큼 갈아서 넣고, 거기다 진하게 우려낸 닭육수까지 섞인 죽...
호두도 같이 갈아 넣으시고...
그런 형태의 죽밥은 아이들이 그리 오래 씹거나 힘들게 먹지 않아도 되니까 애들도 익숙하게 잘 먹었고, 연년생 두 아이를 케어하시는 어머니께도 좀더 수월한 방법이기도 했지요, 물론 그 죽밥을 준비하려면 손이 참 많이 가긴 했지만요.
근데 언제까지 그렇게 먹을수도 없는 일이고...식당에 가서 외식을 해도, 애들이 먹을수 있는게 없는거예요.
큰 아이는 감자 튀김 매니아라 그것만 먹고 있고...작은 녀석은 그냥 우유나 마시고 있고...ㅡㅡ
유치원에 가서도 문제는 계속 될수 밖에 없었구요.
그래서 한동안 저녁에 퇴근하면 부랴부랴 간단한 반찬 준비해서... 애들 식사 습관 한번 바꿔 보겠다고 ,애들이랑 같이 노력도 해봤었지요
하지만 당연히 아이들은 익숙한 할머니의 죽밥에 적응돼 있다가, 다른 반찬이나 밥을 주니 먹을리가 없었죠
구역질 하고 토하고 울고....ㅡㅡ;;;
이 광경을 시니컬하게 팔짱끼며 지켜 보고 계시던 어머니 왈...
애들이 뭐 평생 죽 먹겠느냐...애들이 늦는데 괜히 무리하게 몰아 부치지 말고 그냥 놔둬라 그러다 괜한 애들 탈나고 병난다...
시간이 약이다 때되면 다 한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마라...
제가 뭔 힘이 있었겠습니까....어머니한테 연년생 두 아이 맡기는 죄인인데요 ㅜㅜ
제가 조심스럽게 어머니한테, 아이들에겐 이러이런게 더 좋지 않겠느냐 라고 말만 꺼내도, 어머니께선 서운해하고 노여워 하시며
그렇게 잘 알면 니가 직접 키워라....이러셨죠
써놓고 보니 마치 어머니를 살짝 원망하는 글이 된듯한데...그때 상황이 그러했다는 걸 표현하다보니....^^;;;
연년생 두 아이를 낳고도, 전혀 잠이 부족하거나 힘들어 보지 않은건, 전적으로 고생하신 어머니 덕분이라는걸 다시 한번 강조하며....^^
아무튼...제가 저희 아이들을 제 힘으로만 온전히 키워보게 된건...3~4년전쯤 어머니께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시고 난 후에야 가능했답니다.
그리고 더 본격적일 수 있었던건 제 일을 완전히 그만둔 1년반 전 부터입니다.
큰아이는 2006년생 작은 아이는 2007년생....
근데 아무도 녀석들을 연년생으로 안보네요 ㅎㅎ
그 이유는 큰 아이가 작은 아이에 비해 워낙 월등하게 크고 체격이 좋습니다.
적어도 2~3년 정도 차이가 나 보이죠.
큰 녀석이 좋아하는 음식은 살찌기 쉬운것들입니다.
감자 튀김, 프라이드 치킨, 햄버거, 쵸컬릿, 아이스 크림, 과자 .....그나마 다행인건 찐감자와 옥수수도 무척 좋아한다는점...
작은 녀석은 두부 , 계란, 고기(불고기, 갈비, 스테이크)를 좋아합니다.
공통점은 과일과 야채를 싫어한다는점....
그런건 먹으면 절대 안되는줄 알지요
거의 1년반이라는 시간동안...식사 습관을 바꿔 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습니다.
물론 지금도 계속 노력중이구요.
그 결과...학교에서 나오는 급식도...처음에는 아예 손도 안대던 녀석들인데...그래서 제가 그 바쁜 아침에 두 녀석..식성도 입맛도 다른 두 녀석의 각각 다른 메뉴의 도시락 까지 싸야 했던게 불과 얼마전이었는데....
이젠 학교에서 나오는 낯설고 뭔가 부족한 메뉴도 먹게 됐구요...좀 덜 익은듯한 현미밥도 먹고...관심없는 샌드위치도 먹습니다.
제가 좀 많이 독하게 굴었습니다.
두 녀석 모두 도시락을 싸주다가...큰 녀석부터 도시락을 안줘서 보내봤습니다.
다행히 지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올땐 맛있게 먹지만...그렇지 않을땐 굶게 되죠.
선생님들께 부탁 했습니다 절대 스낵이나 다른걸 주지 말라고...
그렇게 배고픈 채로 집에 와서도 지가 원하는 음식을 주진 않았습니다.
거래를 하죠...그걸 먹고 싶으면 이것도 먹어야 한다. 안그러면 아무것도 안줄거다....
저는 카레밥을 자주 만들어 줍니다...야채를 이것저것 같이 먹일수 있어서 좋기도 하고, 카레 자체도 몸에 좋으니까요.
그런식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너겟이나 햄반찬을 줄때면 꼭 그 조건으로 싫어하고 피하는 반찬을 함께 줍니다.
그럼 싫어하는걸 꾸역꾸역 먼저 먹고난 후 지가 좋아하는걸 편한 마음으로 먹더라구요 ㅎㅎ
과정은 순탄치 않았죠
특히 잘 씹지 않던 큰 아이는..김밥도 대충 씹고 삼키려다가 꽥꽥 거리고 ㅡㅡ
작은 녀석은 구역질하고 울고...ㅡㅡ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독하게 밀어 부쳤어요
니들...이거 안먹으면 아무것도 없다며 계속 주입 시키고 때로는 무척 엄하게 다그치기도 하구요
그리고 식탁에서 아빠엄마가 솔선 수범해서 맛있는척 오버 하며 같이 먹었구요, 아이가 눈꼽만큼이라도
싫어하는 음식을 먹었을땐 마치 나라를 구한듯 쌩오버를 하며 완전 칭찬해주고 난리를 쳤지요
동기부여 차원에서 가고싶은 곳 하고 싶은걸 거래 조건으로 걸고 다 먹으면 소원을 들어 주기도 하구요.
아무튼 별의별 짓을 다하더라도, 절대 그만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두 녀석들이...
아침에 일어나면....사과, 바나나, 토마토, 키위, 파프리카를 넣고 갈아서 아주 걸쭉하게 만든 생과일 야채 쥬스를
각자 큰컵으로 원샷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구요.
저녁 시간엔 뭘 먹든 항상 각자 접시에 데친 브로콜리와 당근 오이, 파프리카를 생으로 놔주고... 두 녀석은 이젠 그저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고 숙명인가 보다 하며, 제 눈치 한번 슬쩍 보고는 아작아작 씹어 먹습니다.
그리고 늘 식사와 열량 관리를 해줍니다. 특히나 큰 녀석을 위해서요.
풍만한 몸매를 가진 아빠를 닮아 ^^ 제법 살집이 있고 토실토실한 큰 녀석이 비만이 되는걸 신경 써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아예 안먹일수도 없고...평생 건강식만 먹고 살수도 없는 일이기에
조절을 잘 하자고 생각한거죠.
예를 들어 점심에 아이가 좋아하는 햄버거나 피자를 먹었다면....저녁은 아주 간단하게 야채와 찐 옥수수 정도만 줍니다.
저녁을 많이 먹었을 경우엔, 그다음날 점심때까지 씨리얼 약간과 생과일 쥬스 한컵만 주구요.
그리고 집에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나 음료수를 사놓지 않습니다.
오늘도 저는 마켓에서 노랑 빨강 파프리카와 브로콜리, 각종 야채들을 사왔네요.
그렇게 먹는게 더 비용이 많이 드는것 같네요 ㅎㅎ
자 이제, 저 야채들을 깨끗이 씻고 데치고 잘라서...락앤락 통에 넣어 냉장 보관하러 가야겠습니다.
그래야 2~3일 정도는 좀 편하거든요 ^^
저는...매일 야채를 씻고 다듬는 엄마입니다.
아이들도 왔다갔다 놀면서, 제가 야채 다듬는걸 늘 보고 있구요 ^^
그러다 저한테 물어봅니다
"엄마, 그거 아빠꺼죠?"
저는 웃으며 대답하죠
"아니~~ 아빠 엄마 니네들..우리 가족 모두 같이 먹을거야 알았지? 그래야 튼튼해 지고 날씬해진다"
큰 녀석이 부쩍 외모에 관심이 많아져서...뚱뚱해지는걸 굉장히 신경쓰거든요.
먹기 싫은 야채를 꾸역꾸역 먹는 이유도 날씬하고 작아지기 위해서 먹는답니다 ㅎㅎ
우리 모두 힘내서 화이팅 해요 ^^
첫댓글 대단하세요~ 저희 둘째도 야채 잘 안먹어서 볶음밥, 계란찜, 꼬불이 파스타 이런거 자주 해주는데.. 생야채 잘 먹으니 뿌듯하시겠어요!
처음엔 저희 아이들도 볶음밥 계란말이 같은 음식에 잘게 썰은 야채를 넣어서 먹이는것 부터 시작했어요 조금씩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말이죠. 아직도 고치고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점점 좋아지는게 보여서 보람을 느낍니다.
어머님과 할머님의 노력과 애정이 느껴지네요. 엄하든, 다정하든 어떤 방법이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아이들은 따라 오더라구요. 그게 익숙해져서 그런거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이 제대로 표현하지 않을 뿐 엄마의 노력과 사랑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을 거에요.
네 정말 그런것 같아요. 결과를 얻는 과정까지가 다른 아이들 보다 오래 걸리고 너무 힘들어서...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나 변화가 없어서 그걸 인내하고 계속 노력해 나가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어떤 경우에도 엄마가 포기하거나 그만두지 않고 계속 노력하고 밀어 부치면, 결국은 반드시 좋은 결과와 변화가 보인다는걸 새삼 깨닫고 있는 요즘입니다.
어머님 존경합니다♡.
독하게란 표현을 많이 쓰셨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맘이 없으면
절대 독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랑때문에
아이들도 힘든 시간을 견뎠을거라 믿습니다~
앗! 존경이라뇨 ㅠㅠ. 너무 부끄럽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넘어야할 산이 많아서. 가끔은....과연. 내가 언제까지 할수 있을까...가능하긴 한걸까...이런 회의가 들때도 많고 한없이 가라앉기도 합니다.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아래, 내가 너무 애들을 몰아부치는게 아닌가...자책도 많이 하구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전 제 아이들을 사랑하고 절대 포기할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래서 또다시. 매일 반복되는 전쟁을 치른답니다. 용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나름 독하게 하고 있다 생각했었는데..쓰신글 보니 저는 좀 많이 게으른듯도 하고..좀 관대한듯도 하다는 자각이 드네요..(제가 사회에 나오기전까지 편식이 넘 심했던지라..육식을 아예 안먹었음) 그래도 울아들..지금은 카레나 잡채, 된장등에 들어가는 야채들은 웬만하면 먹으니..저도 한번 더 쉼호흡후에 조만간 생야채에 도전해봐야겠네요..둘째랑 저희 큰애랑 동갑네기라 그런지 올려주시는 글들이 넘넘 공감이 많이 가는 1人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이들마다 성향이나 성격이 다르니..어떤 아이는 좀 몰아부쳐야 하는 아이도 있고, 또 어떤 아이는
다독 거려주고 기를 살려줘야 효과가 있는 아이도 있고...또 어떤 녀석은 당근과 채찍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그건 엄마만이 판단하고 알아낼 수 잇다고 봅니다 ^^ 우선...음식에 들어간 야채에 큰 거부반응이 없다면 아마 다음 단계도 그리 어렵진 않을것 같네요 아무래도 신선한 생야채가 가장 건강에 좋은건 사실이니까요 ^^ 같이 힘내서 화이팅해요 ^^
저도 아이 편식때문에 골머리를 쌓고 있네요...최근에 야채 잘게 썰어 넣은 고기 먹었어요. 학교 가기 전에 식습관 고쳐야 할텐데 옆에서 거들어줘야 먹으니 걱정입니다. 우리 애는 잘 먹다가도 다른 거 먹어보라 그러면 그나마 먹던 것도 안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늘 밥먹일 때마다 긴장의 연속이네요.
에혀...저도 두 녀석들 각기 다른 식성과 심한 편식때문에 정말 속 많이 썩었어요. 하지만 중요한건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강하게 계속 끌고 나가야 한다는것 같아요. 일관성 없이 하다말다 하거나, 맘 약해져서 적당히 봐주면서 하다보면, 아이들이 참 기가 막히게 그걸 눈치 채더라구요. 엄마의 의지가 확고하고 강하다는걸 애들에게 보여주시고 느끼게 해 주는게 참 중요한것 같아요. 본능적으로 우리 아이들도 그걸 느끼거든요.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는 말이 있죠. 엄마를 꺾는게 도저히 불가능해 보여야만...엄마가 절대 포기 안할것 같은 느낌을 알아야만 애들이 스스로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면서 조금씩 따라오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