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가계대출 억제 부작용 속출] 새아파트 잔금대출...

[유승범]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P씨는 최근 분양대금 중 마지막 잔금을 대출받아 내려고 은행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잔금 대출이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대출받은 중도금도 일부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새로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당장 모든 돈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P씨는 그런 조치가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은행 직원은 "정부 조치이기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만 되풀이했다.

정부의 고강도 압력으로 은행들이 가계대출 규모를 억지로 줄이기 시작하면서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정부가 너무 갑작스럽게 가계대출 억제책을 강요하고 있다"며 "적어도 기존 대출자에 대해서는 신규 조치를 적용하지않는 경과조치는 뒀어야 했다"고 말했다.

당장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부분은 P씨와 같이 입주를 앞둔 아파트분양자들의 경우다.

정부 지시로 은행들은 신규대출에 대해 담보가치의 60% 이상을 대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이미 집행한 중도금 대출은 통상 아파트 분양가의 70% 수준이기 때문에 분양가 2억원의 아파트에 입주하기로 된 사람은잔금을 대출받는 것은 고사하고 중도금 1억4000만원 중 2000만원을오히려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담보대출 만기 연장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K씨도 최근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가 돌아왔으므로 돈을 갚으라는 통보를 은행측에서 받았다.

K씨는 지난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8000만원을 빌렸다. 당시담보 대출을 5년 간 받겠다고 은행에 갔다가 만기 1년으로 대출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어차피 만기 때까지 이자를 꼬박꼬박 내기만 하면 자동으로 연장되고변동금리는 동일하기 때문에 5년 만기로 대출받는 것과 똑같다는 설명이었다. 더구나 중간에 돈이 생겨서 갚게 되더라도 중도상환수수료없이 1년 단위로 갚을 수 있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은행은 전액 만기연장은 어렵다고 통보해 왔다.

아파트 시세가 1억10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최근 담보비율 축소에따라 6000만원 이상은 신규 대출이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지난해 초 은행들이 CD(양도성예금증서) 유통수익률에 연동한 변동금리 대출을 선보이면서 대부분 만기를 1년으로 취급했다.

그러나 아파트 시세의 60% 이상을 빌린 사람들은 이제 만기 연장이불가능하다. 대출고객은 단순히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지만 은행측에서는 기존 대출을 신규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므로 역시 담보가치의 60% 이상은 대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소득이 없는 부인 또는 자녀 명의로 아파트를 분양받았거나 대출받은 사람들은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는 대출하지 말라는 정부 조치에 따라 이미 빌린 돈을 갚아야 할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