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트루가니니(Truganini)의 애가-- 뒷얘기

[徐凡錫]

트루가니니(Truganini)의 애가-- 뒷얘기


류시화의 ‘대지를 지키는 사람들’을 나눔의 방에 옮기고 있던 중, 너무나 상반된 역사 왜곡 앞에 혼돈을 넘어 가슴 찡한 비애 속에 며칠을 지내다가 트루가니니의 애가를 읽은 독자들에게 알려야 하겠기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몇 개월 전 ‘트루가니니의 애가’에서 타스마니아의 마지막 여인에 대해 이런 글을 썼었다

타스마니아 원주민의 마지막 비운의 여인 트루가니니 는 백인이 처음 상륙하던 해에 태어나 17세가 되는 해,
눈앞에서 어머니 아저씨 그리고 미래의 신랑감이 영국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깊은 산속으로 피해 가서 쫓기는 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계모와 자매까지도 죽임을 당하는 불행을 겪게 되었다.
트루가니니는 영어를 할 줄 알아 친하게 지냈던 죠지 로봇손(George Rovertson)집으로 피해서 목슴을 건졌으나, 언제 자기도 죽임을 당할지 몰라 정정긍긍하며 살때
로봇손 이
“ 이러다가는 너희 종족이 멸종을 할지 모르니 영국인과 타협할 기회를 만들어 줄테니, 너희 종족을 데리고 타스마니아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휠랜더(Flinder)섬으로 너희 종족을 이주 시키라” 리는
궈유를 받아 들여 영국인들과 타협을 벌렸다.

이주 할 때 까지 살생을 하지 않으면, 숨어서 지내는 자기 종족들을 설득하여 휠랜더섬으로 떠나겠다고 하니 좋다고 하여 종족을 찾아 다녔는데 영국인들은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숨어서 사는 은신처를 알아내게 되고, 뒤따라 다니면서 죽이게 되니 오히려 종족을 죽이는데 앞장 서는 결과를 만들게 되었다

마지막에 남은 트루가니니만은 영국인이 살려 주자,
자기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숨어 있는 자기 종족의 남자를 찾아 하루도 쉬지 않고 산속을 헤매고 다녔지만 한명도 찾을 수가 없어 종족 보존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한 많은 일생을 마쳤던 것이다

영국인들은 멸종된 원주민의 모습을 보존해야 한다고 박재로 만들어 박물관에 전시를 해 놓아 분노를 자아내게 해 주었다
그후 1976년 양식있는 사람들과 세계 여론에 밀려 화장을 시켜 주었던 것이다
지금도 타스마니아에 가면 그녀에 대한 슬픈 기록이 남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적셔 주고 있다
몇 년 전 타스마니아 관광을 갔을 때 그녀의 슬픈 애기를 듣고, 종족 보존을 위해 마지막 몸부림 치는 모습이 눈에 선해 잠 못 이루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자기 종족의 씨를 받아 남겨야 하겠다는 일념으로 일생동안 산속을 헤매고 다니는 여인의 한을 생각했으며 얼마나 울부짖으며 하늘에 빌었을까 하는 애전함이 지금도 가끔 떠 오를때는 가슴이 저려온다,

이 글은 호주 역사와 타스마니아섬에 대한 기록에 나와 있는 것을 발취해서 썼던 글인데, 하나의 소설이지만
‘대지를 지키는 사람들’은 호주 원주민 반조 클라크의 이야기를 그의 친구였던 분이 받아 적은 글로. 호주 원주민의 삶과 사상을 기록한 것인데 그 중에서 트루가니니에 관계된 기록만을 옮기는 것은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버지는 우리를 데리고 멜버른 박물관을 구경하러 갔다.
박물관에는 나의 고조 외할머니인 트루가니니 여왕의 해골을 모사한 전시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얼굴 흰 사람들의 주장으로는 트루가니니 여왕이 큰 섬나라인 타즈메니아에서 죽은 마지막 원주민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말했다.
“저 분이 분명히 너희 외가 쪽 고조할머니이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박물관 측에서 아무 존경의 표시도 없이 우리의 위대한 조상을 취급하는 것에 어머니가 분노를 터뜨린 일이다.
트루가니니는 마치 한 마리 동물처럼 그 박물관에 볼품없이 전시되어 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그것이 정말로 트루가니니 여왕의 두개골인가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이어 오고 있었다.
트루가니니의 두개골은 쉽게 알아볼 수가 있다. 그녀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투르가니니에게는 자식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의 증조할머니인 루이자 할머니는 자신이 트루가니니의 딸이라고 평생에 걸쳐 맹세했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이렇게 반문하곤 했다.
“루이자 할머니가 뭣하러 그런 거짓말을 하시겠니? 그분은 착한 성품으로 소문이 자자했어. 평생 두려움 없이 원주민들을 위해 싸운 참된 분이셨다. 그분의 남편인 존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유명한 조상의 두개골을 보고 돌아온 날 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셨다. 어머니가 말했다.
“2만 년 전, 바닷물이 불어나면서 타즈메니아 섬이 호주 본토로부터 분리되었단다.
그 바다는 늘 폭풍우가 거세 섬에 사는 원주민들은 해협을 건널 수가 없었어. 그래서 우리 부족은 본토의 다른 부족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게 되었지.
그러다가 1800년대 중반에야 비로소 해협을 건너왔단다.
내 외가 쪽 고조할아버지는 누에논 부족의 망가나 추장이셨다.
그분 부족의 영토는 타즈메니아 남동쪽 해안에 있는 브루니 섬이 중심지였어.
망가나 추장은 조상으로부터 강하고 부드러운 성품을 물려받았어.
또한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닌 가정적인 분이셨지.
그러던 어느 날 밤, 너희들의 조상인 망가나 추장이 가족들과 함께 작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총과 칼로 무장한 얼굴 흰 사람들이 배를 타고 해안가에 소리 없이 내려와 나무 사이를 헤치고 사람들을 덮쳤어.
얼굴 흰 자들은 어린 트루가니니의 엄마이며 망가나 추장의 아내인 원주민 여인을 붙들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칼을 휘둘렀단다.
그 가련한 여인은 숨을 몰아쉬며 쓰러졌지. 그리고 잠시 후 숨이 끊어지고 말았어.

상상이 가겠지만, 너희들의 조상 망가나 추장은 심한 충격으로 몹시 고통스러워했단다.
추장은 밤이면 혼자서 해변으로 나가 모닥불을 피우곤 했어. 그렇게 해서라도 아내의 영혼을 느끼려고 했던 것이지. 추장의 어린 딸 트루가니니는 예쁘게 성장했고, 키도 다른 처녀들보다 컸어. 트루가니니는 차츰 부르니 섬의 미인으로 알려지게 되었어.
외가 쪽으로 너희들의 고조할머니가 되는 그분은 언제나 원주민들과 얼굴 흰 사람들 사이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것 때문에 때로 곤란에 빠지기도 했고 배신도 여러 번 당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어.
무엇보다 그분은 내면 깊은 곳에서 미래를 느낄 줄 아는 분이셨어.
너희들이 그걸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그분 안의 깊이를 말야. 트루가니니는 부족을 위해 헌신하고 일생을 바쳤지.

트루가니니는 자신의 시간이 다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부족의 어느 누구보다도 멀리 내다볼 수가 있었지. 그리고 우리가 에뮤를 잡기 전에 유인책을 쓰는 것처럼 사람들을 끄는 힘이 있었어. 트루가니니는 사냥꾼의 기술을 이용한 거야.
그분은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히 맞서 싸웠어. 남에게 고개를 숙인 것은 평생 두세 번뿐이었다.
여왕이라는 칭호도 그래서 생긴 것이지. 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분이셨어. 내가 남을 너그러이 용서할 줄 알게 된 것도 그분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이 땅에 온 얼굴 흰 사람들은 우리 원주민들을 모욕하고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어.
그들은 우리 부족의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어. 우리 불쌍한 여자들을 자기들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지.
하지만 나는 그들을 용서하려고 노력했고, 무엇보다 트루가니니 할머니 앞에서 자랑스런 손녀가 되고 싶었어. 트루가니니는 원주민 여자들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행위를 보고 머지않아 부족이 거의 전멸되리라는 걸 내다보았어.




다시 투르가니니가 어린 소녀였던 시절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우리의 조상 망가나 추장은 결국 부족의 관습에 따라 새 아내를 얻었지. 그런데 영국인들의 죄수 호송선인 사이프러스 호에서 반란을 일으킨 18명의 죄수들이 해안가를 습격해 그 새 신부마저도 배에 태워 끌고 갔어. > 그리고 다시는 그 신부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없었어.
망가나 추장은 말할 수 없는 슬픔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지.
자부심이 강한 우리 부족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추장은 직접 밧줄로 나무껍질을 엮어 뗏목을 만들었어.
그리고 그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큰 폭풍우에 휩쓸리고 말았어.
내 생각에는 어쩌면 그의 안의 모든 것이 폭풍우와 하나가 되기를 원했던 것 같아. 그 가련한 추장은 부족 사람들에게 구출되어 생명은 건졌지만 그때부터 미치광이가 되었어.
믿을 수 없이 힘든 나날이었지! 이제 추장에게는 트루가니니 외에는 남은 가족이 아무도 없었어. 추장의 가족 모두가 죽거나 납치되었거든.

그러나 그것은 슬픔의 시작에 불과했어. 너의 고조할머니 트루가니니는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름다운 처녀였지. 어느 날 그녀는 갓 결혼한 파라위나와 함께 배를 얻어 타고 브루니 섬의 집으로 가고 있었어.
배에는 파라위나의 원주민 친구도 타고 있었어.
그런데 배를 태워 주겠다고 제안한 얼굴 흰 벌목꾼들이 바다 한가운데 이르자 갑자기 그 두 원주민 남자에게 덤벼들어 배 밖으로 밀어냈어.
그 불쌍한 원주민들은 헤엄치며 배에 매달렸지만, 얼굴 흰 자들이 그때 무슨 짓은 했는지 아니? 그들은 도끼로 두 남자의 손을 잘라서 물에 빠져 죽게 했어. 그리고 은밀한 곳으로 노를 저어가 불쌍한 트루가니니에게 온갖 못된 짓을 저질렀단다.

그 얼굴 흰 남자들은 자신들이 한 짓에 대해 틀림없이 천벌을 받았을 거야!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니까. 우린 복수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 하늘이 대신 벌을 내리지.
트루가니니는 죽은 남편의 딸을 낳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자식을 살리고 싶었기 때문에지. 그 무렵에는 이미 타즈메니아 섬의 순수 원주민들도 얼굴 흰 사람들에 의해 거의 전멸된 상태였거든. 아주 극소수만 살아남았다.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
그러다가 얼굴 흰 남자가 빅토리아(호주 남동부의 주)에서 무역을 하기 위해 타즈메니아 섬에 남은 원주민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어.
그 남자와 동행한 원주민 무리 가운데 섞여 있던 트루가니니는 자신의 딸을 몰래 바다 건너 육지로 보낼 기회를 엿보게 되었어. 바스 해협의 폭풍우치는 바다를 건너게 하려던 거였지.
부족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건너지 못한 바다였어
그 얼굴 흰 무역상과 동행하면서 트루가니니는 원주민과 얼굴 흰 사람들 사이에 평화를 실현하는 데 생을 바치기로 결심했어.
트루가니니의 불쌍한 딸 루이자는 처음 몇 년 간을 빅토리아 해안에 있는 어느 원주민 가정의 품에서 자라게 되었어. 하지만 그녀의 앞길이 순탄하지는 않았어.
루이자는 자신을 돌보던 마르조리라는 이름의 원주민 여자와 함께 백인 물개잡이에게 납치되었어. 그 물개잡이 남자는 바스 해협의 작은 보호섬으로 그들을 유괴해 갔지. 이 사건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 당시에는 그런 식으로 끌려가 노예가 된 원주민이 숱하게 많았지만, 지금까지도 얼굴 흰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송두리째 부인하고 있어.
어린 루이자는 그곳에서 자랐어.
그분이 바로 너희의 외가 쪽 증조할머니이시다.

루이자의 납치범은 어린 루이자가 그 섬에 끌려오기 전부터 머튼새잡이로 큰 이득을 올린 사람이었어.
머튼새의 기름과 지방은 연료와 식용으로 쓰였지. 그리고 깃털은 베개나 침대매트리스용으로 비싸게 팔렸어.
원주민 여자 노예들은 한 번 바다에 나갈 때마다 양 어깨에 걸친 장대에 머듵새를 잔뜩 매달고 돌아왔어.
그런데 루이자의 어머니인 투루가니니 여왕은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겠지?
당연히 너희들의 존경하는 조상인 그분의 소식이 궁금할 거다. 그들 부족의 땅은 타즈메니아 섬 남쪽 아래에 있었어. 투르가니니와 그녀의 부족 사람들은 대대로 내려온 부족의 땅 브루니 섬에서 정치범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결국 그곳에서 추방당해 부근의 이 섬 저 섬으로 옮겨다녔어.
그들은 해변에 앉아 바다 건너 신성한 고향 땅이 있는 곳을 안타깝게 바라보곤 했어.
하나둘씩 죽고, 생존자들은 남부 타즈메니아 섬으로 다시 이송되었지.

타즈메니아 섬의 얼굴 흰 사람들은 자신들이 마침내 원주민을 모두 지배하게 되었다고 여기기 시작했어.
나무 한 그루 없고 바람만 불어대는 꽁꽁 얼어붙은 무인도에 한데 몰아넣은 결과 원주민들은 결핵, 폐렴,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갔어. 이때가 1830년대였을 거다.
얼굴 흰 사람들은 우리 부족 사람들을 아예 애완동물의 먹이로 만들 작정이었어. 그러나 부족 사람들이 모두 붙잡힌 것은 아니야. 도시에 사는 얼굴 흰 사람들은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멀리 남쪽 섬의 야수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어.
그 야수 같은 남자들은 자신들이 납치해 온 여자 노예들이 있는 곳으로 와서매년 여섯 달을 보냈어.
폭풍우 거센 바스 해협의 이 섬 저 섬에서 실어온 여자들이었어.
이 무법자들은 해적이고 물개잡이들이며 고래 사양꾼들이었어.”

어머니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
“차 한 잔 마시며 좀 쉬어야겠다.”
우리 꼬마들은 입을 꼭 다물고 앉아 있었다. 우리는 부모님이 저녁에 들려주는 이야기를 언제나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그것 말고는 밤에 다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밤중까지 거리를 돌아다니기는 싫었다.
게다가 우리는 이것이 매우 특별한 이야기이며, 아마도 평생 두 번 다시 들을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일지 모른다고 느꼈다.
타즈메니아 주변의 섬들이 서로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지는 미처 몰랐었다.
잠시 후, 어머니가 다시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제 최근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말해 주마.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타즈메니아 부근의 섬들에서는 온갖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단다.
얼굴 흰 물개잡이들 중 한 사람은 너희들의 조상이기도 하다.
얼굴이 붉고 옅은 갈색 눈을 한 조지 브릭스는 영웅이야.
우리에겐 특별한 사람이지. 그가 무슨 짓을 했든 말야. 신은 그 백인 남자를 통해 우리 부족에게 은혜를 베풀었어. 그 남자 덕분에 우리는 호주 본토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역사는 끔찍한 폭력으로 시작되었단다. 조지 브릭스가 한 원주민 처녀를 납치한 거야.
북부 타즈메니아의 레테레마이fp너 부족의 라마나분가라 추장의 순수 원주민 딸이지.
그녀 역시 너의 고조할머니가 되는 웨레테르모테에너란다. 조지 부릭스는 딸을 납치해 간 뒤에도 그 추장을 만나곤 했어.
그리고 그의 딸이 잘 있다고 말해 주었어.
그러자 추장은 딸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대답했어. 섬의 외로운 오두막에 살고 있는 딸이 아버지에게 날마다 연기로 신호를 보냈거든.

물개잡이인 이 조지 브릭스란 사람은 얼마 안 가 그 섬 전역에서 널리 이름을 떨쳤어.
날씨에 따라 변덕스런 사람이기는 했지만, 책임감 있고 능력이 뛰어난 선언이었지.
그와 웨레테르모테에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존 부릭스는 나중에 자라서 키가 크고 용감하고 잘 생긴 남자가 되었어. 얼굴은 햇볕에 타서 그을렸지.
나의 할아버지인 존은 트루가니니 여왕의 딸 루이자와 결혼했단다.
몇 년 전 납치되어 보호섬으로 끌려간 루이자와 말야.

모든 영의 세계가 우리 원주민 여자들과 그 자식들에게 일어난 일들로 통곡하고 있단다.
하지만 타즈메니아 섬의 원주민 여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열심히 일했어. 물개잡이들을 위해서 여자들이 하는 일은 물개와 캥거루를 죽이는 일, 그 가죽을 말려서 다듬는 일, 오두막을 짓고, 땔감을 모으고, 조개와 해초를 따고 바구니와 목걸이를 만드는 등 끝이 없었다.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물개 역시 유인을 해서 잡을 수가 있었어. 물개를 유인하는 일은 이제 여자들이 도맡아 했지.
근방에 원주민 남자들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야. 여자들은 온몸을 축축하게 만들어서 물개인 척했어.
여자들은 물개로 위장하는 것을 무척 재미있어 했단다.
그때가 여자들에게는 좋은 시절이었지. 여자들은 물개들의 무리 속에 누워 물개들이 몸을 긁으면 따라서 긁고 두리번거리면 같이 두리번거려서 물개들을 안심시켰어.
그러면 물개들은 여자들도 물개라고 확신을 했어. 그때 갑자기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벌떡 일어나 감추어 두었던 막대기로 물개 머리를 후려쳐 한 사람당 두 마리씩 잡았지.

바스 해협 부근에서 무역을 하는 얼굴 흰 남자들은 이런 식으로 여러 섬에 원주민 여자들을 가둬 놓고 자신들을 위해 계속 일하게 했어.
그러다가 아이를 낳으면 대개 바다에 던져 버렸지.
강간의 결과였지만 어떤 아이들은 낳아서 키우기도 했어. 얼굴 흰 남자들은 원주민 여자들에게 ‘갑판장’ 같은 거친 이름을 붙였어. 그리고 어떤 남자들은 물개 가죽을 충분히 마련해 놓지 않는다고 여자 노예들을 거꾸로 매달아 때리곤 했지.”




어머니는 자시 말을 멈추고 우리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기 위해 우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말을 이었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부족의 식량인 물개들을 다 잡아갔어. 여자들과 함께 말야. 그리고는 마침내 돈을 벌 물개가 바닥나자 원주민 여자들과 가정을 꾸리고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지. 바스 해협의 섬 주민들은 그 끔직한 시절이 하루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그들은 얼굴 흰 남자들과 작은 공동체를 세우게 되었어.
뜰과 밭이 딸린 깨끗한 집을 갖게 되고,튼튼한 고래잡이배도 있고, 건강한 아이들이 뛰어놀았지.
원주민 여자들은 그 공동체 내에서조언자가 되었고, 얼굴 흰 남자들에게 머튼새잡이에 대해 생각하라고 말했어.
내 고향의 해안가 부근에서 머튼새를 본 적이 있을 거다. 회색깃털을 한 작은 새들이지. 길고 날렵한 날개를 갖고 있고, 통통한 바다갈매기처럼 생겼어.
상어가 코앞으로 다가와도 그 새들은 머리를 물속에 담그고 한참을 들여다본 뒤, 겁도 없이 상어의 꼬리 바로 위에서 날개를 치곤 한단다.
그리고 용감하게 배 주위에서 헤엄을 치는 거야. 자기들을 잡으려는 미끼가 잔뜩 널려 있는데도 말야. 그 새들은 세상 반대편에 있다가 매년 10월이면 바스 해협으로 날아와 바다 위 높은 절벽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단다.
일단 새끼들이 알을 까고 부화하면 어미새들은 하루 종일 바다에서 열심히 먹이를 구해 해질 무렵 둥지 옆에 내려앉는다.
둥지 옆에 누가 서 있어도 곧장 날아오거든. 그 새들은 해마다 2월경에 부화를 해. 새끼들은 9주가 지나면 살이 오르고, 기름기가 돌고, 크기도 두 배로 커지고, 몸무게도 어미새처럼 묵직해지지.
그때가 되면 어미새들은 새끼를 버리고 날아간단다.
이때가 어린 새들을 접을 적기야. 새끼들은 둥지에 남아 어미 없이 굶주리지.아무것도 먹지 않고도 새끼들은 최대 8주까지 살아남을 수가 있어.
아직 날아오르기에는 날개가 약하고 몸이 너무 무거운 거야.
그러다 솜털이 차츰 비행을 할 수 있는 깃털로 바뀌면,결국 살아남은 새들은 어미새의 항로를 따라 일제히 날아가지.
이건 내가 루이자 할머니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란다. 이제 너희에게 전해 주는 거야.
너희은 평생 동안 지금 들은 이야기를 잘 기억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줄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 루이자 할머니의 부족 사람들에게 끔직한 학살 사건이 일어난 것이 바로 이 무렵이었어.
루이자는 그 당시 머튼새잡이를 하느라 밖에 나와 있었지. 자식들과 다른 여자들과 함께였어.
그런데 수많은 원주민들이 얼굴 흰 선원들에 의해 바닷가 절벽으로 무리지어 끌려가고 있었어.
얼굴 희 선원들이 소리쳤지.
“뛰어. 안 그러면 쏜다!”
많은 배들이 절벽 아래 바다에 정박해 있었어. 모두가 계획된 일이었어. 소풍이라도 온 듯이 웃고 떠들었지.
한편에서는 자신들이 데리고 살던 여자들과 어린 자녀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말야.
평소처럼 부족 사람들은 헤엄쳐 가서 배에 매달리며 살려달라고 애원했어.
그러나 선원들은 그들의 손을 자르고 물에 빠뜨려 죽였어. 바닷물이 온통 피로 붉게 물들었지.

그때 우리의 조상 조지 브릭스는 아들 존과 함께 근처에서 일하고 있었어.
그러다가 학살에 참여하기를 원치 않은 백인들을 통해 이 소식을 듣게 되었어. 그들은 한 명이라도 구하려고 재빨리 고래잡이배에 올라탔어.
그리고 배를 저어 이곳저곳을 돌며 풍랑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을 꺼내 주었지.
그 덕분에 루이자 할머니를 비롯해 가까스로 견디고 있던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다.
조지 브릭스는 뱃머리를 돌려 곧장 호주 본토 해안으로 쉼 없이 노를 저었어.
그곳이 바로 빅토리아 주이지. 이렇게 해서 우리 외가는 그곳에서 다시 혈통을 이어가기 시작했단다.
루이자 할머니와 존 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딸 폴리로부터 말이다.”

그날 밤 어머니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이야기를 다 마친 뒤 어머니는 무척 피곤해 보였다.
어머니는 타즈메니아 섬의 트루가니니 여왕의 증손녀라는 사실을 늘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평생 동안 이 이야기를 비밀로 간직했다. 지금에야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이다.
(원주민이 학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학살에 대해서는 늘 비밀을 지켜 왔다.)
트루가니니 여왕의 딸 루이자는 깊고 반짝이는 눈과 강인한 심성의 소유자로, 부지런하고 남을 잘 돌보았다.
어머니는 거실 벽에 루이자의 딸인 폴리 할머니의 사진을 늘 걸어 두었다.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인 폴리 할머니는 내가 10대였을 때 이미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
쿠메라군자 원주민 보호 구역의 오래된 베란다에 앉아 점토로 만든 담배 파이프를 입에 물고 계셨던 할머니 모습이 생각난다. 내게 다정하게 인사말을 건네시던 할머니의 음성과, 내 손을 잡던 주름진 손의 감촉이 지금도 느껴진다.

역사왜곡--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국가로 중국역사에 속해야 한다고 집요하게 증거를 만들어 가면서 여론화 하는 거나, 트루가니니가 타스마니아원주민의 마지막 여인이냐 아니냐를 내세우는 것이 결국은 침략자들의 만행이며, 자기 합리화의 수단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