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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칼럼-제도인의 만남제(김옥선)】
지난 10월 3일, 폐교된 삼광초등학교에서 제도인의 만남제가 열렸다. 제도는 부산시로 편입되기 전에는 경남 김해군 가락면 제도리였다.
제도리에는 상곡, 중곡, 대부동, 평위도, 수봉도, 전양, 천자도, 송백도 이렇게 8개 마을이 있었다. 그런데 이젠 에코델타시티 조성으로 중곡과 상곡, 두 개 마을만 달랑 남았다.
나머지 6개 마을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정든 삶터를 잃고 뿔뿔 흩어졌다.
올해는 흩어졌던 그리운 고향 사람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제도체육회 반재하 회장이 정든 옛 이웃을 만남제에 적극 초대했던 것이다.
이 만남제는 원래 광복절 행사로 매년 열리던 체육대회였다. 그랬는데 올해는‘제도인의 만남제’로 명칭을 바꿔 개천절에 열었다.
주민들이 매년 해왔던 체육대회는 물론 흥겨운 노래자랑도 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을의 숨은 예술인의 사진, 시화, 그림 등도 전시했다.
교실 한쪽에 마련된 전시회에서 제도의 옛 풍경을 담은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문득 뽕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다는‘상전벽해’란 말이 생각났다.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으면 제도는 천지개벽이 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우뚝 설 것이다.
황금빛 벼가 넘실대던 넓디넓은 논도 싹 없어지고 탐스런 배추밭도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마을 한쪽의 당산나무 등은 그대로 보존할 것이라고 하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이날 전시회와 함께 시낭송회도 열렸다. 강서문인협회 시인들의 시낭송은 모든 제도인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시는 꽃이고 시낭송은 그 꽃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말이 새삼 와 닿았다.
모처럼 모인 마을 사람들은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줄다리기도 하고 큰 물통에 물을 퍼다 나르는 게임도 했다. 한쪽에선 신나는 응원전이 펼쳤고, 실수라도 나오면 참가자들은 박장대소했다. 70여 년의 긴 역사에도 폐교가 된 이날 삼광초등학교 운동장은 오랜만에 활기로 넘쳐났다.
예전에 우리 아이들이 이 학교에 다닐 때 열렸던 운동회는 그야말로 동네잔치였다. 바쁜 농사일에도 우리는, 이날 하루만은 일손을 잠시 접고 모여 도타운 정을 나누었다.
부모는 물론이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심지어 친척들까지 와서 음식을 나눠먹고 하하호호 즐거워했다. 문득 엄마들이 1학년 아이를 업고 뛰던 경기 때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그 시절이 그립고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너나없이 아이스께끼와 엿을 사먹고 남자 어른들은 막걸리를 마시고 호탕하게 웃으며 한시름을 놓던 즐거운 운동회였다.
또 여자애들은 아름다운 매스게임을 하고 남자애들은 기마전을 해 구경거리였다. 요즘은 공부에 밀려 이런 것은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만남제의 막바지에는 마을마다 2명의 노래꾼들이 나와 실력을 뽐냈다. 사람들은 덩달아 신명난 음악에 맞춰 몸짓을 해대며 즐거워했다.
행운권 추첨 때는 혹시 자신이 뽑힐까 몰라 행운권을 꼭 쥐고 기다리다 희비가 엇갈리는 사람들. 제도인의 만남제는 이렇게 다함께 박수와 환호로 아쉬운 막을 내렸다.
앞으로도 서로 회포도 풀고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 있는 제도인들의 만남제가 계속됐으면 좋겠다. 제도인들도 어디서 살든지 고향을 잊지 말고 이런 행사에 애정을 가졌으면 고맙겠다.
세월이 흘러도 고향은 늘 그리운 곳이다. 몸은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늘 정을 나누며 함께 살았던 고향에 있을 것이다. 내년 초가을 개천절에 또 다시 만남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