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을 지금 당장 그만 둬야 할 이유는 수 없이 많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음 두 가지일 것입니다.
첫째는 한번의 사소한 사고로도 회복 불가능한 재앙을 초래할 위험한 발전 방식이고
둘째는 아주 더러운, 다시 말하면 치명적인 독성 물질로 지구를 오염 시키는, 지금 현재로는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두 가지 중에 두 번째 문제인 더러운 핵발전의 문제점과 이번 정부의 이 문제에 대한 처리 방식을 예측(?)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1978년 고리 1호기의 상업운전 시작으로 고리, 월성,울진,영광 네 곳에 23기가 있습니다.
이중 월성1~4호기는 중수로형이고 , 나머지는 모두 경수로형 입니다.
(여기서 잠깐 경수로와 중수로에 대해 알아보고 가죠.
먼저 보통 물은 수소 원자 두개와 산소 원자 한개가 결합한 형태로 화학식으로는 H2O로 씁니다.
그런데 자연계에는 동위원소란 것이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와 같은 양성자를 가지고 있지만 중성자수가 달라서 전기적인 성질은 같지만 질량이 다른 원소들을 동위원소라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기에 중성자가 하나 더 ,또는 두개 더 있는 수소의 동위원소가 존재합니다. 중성자 한개짜리를 중수소, 중성자 두개짜리를 삼중수소라고 합니다.
앞으로 필요하니까 예를 하나만 더 들죠.
자연계에 우라늄은 U238이 99.275%, U235이 0.720% 그리고 U234이 0.0055%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U238은 양성자92와 중성자146개, U235는 92개와 143개,U234는 92와 142인 동위원소들이죠.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서 경수란 보통의 물 H2O를 말하고 중수란 중수소 2개와 산소 한개가 결합한 물을 말합니다. D2O로 씁니다.
자연계에서 수소는 흔하지만 중수소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경수 또는 중수는 원자로에서 어떤 일을 할까요.?
현재이용되고 있는 핵발전의 원리는 U235에 저속의 중성자를 쏘아서 핵분열을 일으키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핵분열이 일어나면 계속해서 중성자들이 튀어나오고 이들이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연쇄반응을 적절이 조절해 주지 않으면 과잉반응이 일어나 통제가 불가능해져 멜트다운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그 속도를 조절해 줄 감속재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물`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냉각재로도 사용합니다.
핵핵 ~~~ 아이고 더워라
공부한 김에 한가지만 더
자연계에 존재하는 U은 U238이 대부분인데 왜 풍부한 U238을 사용하지 않고 U235를 연료로 사용할까요?
그 이유는 U235는 저속의 중성자로도 핵분열을 잘 일으키지만 U238은 고속의 중성자로 때려야 분열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점은 재처리 문제에서 다시 나오니 꼭 기억해 둬야 합니다.)
현재 연료 교체 주기는
중수로의 경우 천연 U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거의 1년에 한번 꼴로 하고
경수로는 U235의 농도를 높인 농축U을 사용하는데 전기출력 100만kw 발전소의 경우 1년에 20t 정도를 소비합니다. 현재 국내 경수로는 18개월 마다 돌아오는 정기검사시에 연료의 1/3을 교체합니다. 즉 100kw 발전소라면 노안에 핵연료가 60t 정도가 항상 있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연료 교체주기가 짧은 중수로가 폐기물이 4~5배 많게 됩니다.
경수로의 경우 연료가 완전히 교체 되는데 3~5년이 걸리게 되겠지요.
2010년 9월 사용후 핵연료 10880t을 발전소 부지내에 보관하고 있는데 매년 700t씩 증가하고 있습니다.(2012년 말에 이미 12000t을 초과한 걸로 짐작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용후 핵연료의 독성은 7시버트 정도로 1m 거리에서 단 17초만 노출되어도 한달 안에 100% 사망할 정도입니다.
이런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사용후 핵연료(앞으로 후 연료로 표기)를 처리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발전소 부지내의 수조에 최소 5년 정도 냉각 후 공냉식(건식) 중간 저장으로 전환하거나 수조(습식)속에서 충분히 냉각시키고 나서 300~500m 이상의 지하에 최종 처리장을 마련해 영구 보관하는 직접처분방식이고
두번째는 화학적, 전기적 공정을 통해 일부를 재활용하고 나머지를 최종 처분장에 영구보관햐는 방식입니다.
각국의 처리방법은 <한국원자력 환경공단> 홈페이지에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람니다.
현재 어떤 처리 방법이건 최종 처분장이 확정,확보된 나라는 핀란드 뿐입니다.
국내의 경우 발전소내의 저장시설 특히 수조가 2016년이 되면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2011년을 기준으로 전체 저장용량의 71%를 넘어섰습니다. 그렇게 되면 후연료의 저장고가 없어 새로운 연료를 넣지 못해 더 이상 발전을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정부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핵발전을 옹호할 뿐 대책을 다음 정부에 미뤄 왔습니다. 아니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해야겠지요.
이제는 그 방사능의 세기가 천연U 광석 정도로 낮아지는데는 최소 10만년은 걸릴 이 쓰레기를 처리할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국내에만 이미 아무런 처리 방법도 없는 12000t 이상의 독극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핵발전은 자신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병들게 하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후쿠시마의 예를 봐도 방사능의 영향은 국지적으로 머물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행보는 심상치 않습니다.
정부 출범 후에 가장 먼저 추진한 일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었습니다.
"우리의 숙원인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또 무산됐습니다. 핵연료 재처리에 여전히 미국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대신 현행 협정 시한을 2년 연장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마련했습니다."
이것은 4월 19일 MBC 권재홍 앵커의 맨트 입니다.
우리의 숙원이라고 절규하는 이 멘트 안에 이번 정부의 조급함과 집착이 묻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정부를 포함 핵발전에 우호적인 이들이 협정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는 후연료의 재처리에 관한 미국의 승인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후연료의 재처리를 원할까요.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다음 네 가지입니다.
1)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방법의 일종인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을 통해서 사용 후 핵연료를 감량(減量)하여 고준위 핵폐기물의 최종 처리장의 규모와 관리 기간을 줄일 수 있다.
2) 핵연료의 제공 및 재처리가 가능하면 핵발전소의 수출 계약이 더욱더 늘어나 핵 산업을 성장 동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3) 우리도 핵 주권을 가져야 한다.
4) 핵공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핵연료 재처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는 다른 데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을 강행한 것과 똑같은 이유로 사용 후 재처리 시설과 같은 엄청난 비용이 드는 거대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함으로써,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확대하고 부를 축적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즉 핵마피아는 건설마피아의 한 패밀리입니다.
또 한 가지는 재처리 후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이 정부 안과 밖에는 핵무장을 주장하고도 남을 꼴통들이 한 둘이 아니어서 핵마피아와 이 꼴통들의 속내가 맞아 떨어져 이 일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재처리 사업이 얼마나 허구적인가 그리고 이명박처럼 덜컥 시작부터 하고나면 그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 구체적으로 따져 봐야합니다.
이들이 후연료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1997년 무렵부터 연구를 해 왔던 `파이로-프로세싱(pyrp-processing) 입니다.
어쩌면 이 정권 내내 귀에 딱지 얹도록 들어야 할 말이 파이로- 프로세싱 일지 모르겠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파이로-프로세싱(이후 파이로로 표기)의 장점은
1) 94~96퍼센트의 높은 재활용률
2) 핵연료 가격의 상승에 대처하는 경제성
3) 재처리 공장의 안전성
4) 환경 친화성(감량화로 최종 처리장의 규모와 관리 기간의 단축)
5) 핵확산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파이로의 효휼성을 높이려면 `소듐(나트륨) 냉각 고속로(sodium cooled fast reactor, SFR)`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말에 뜻은 핵연료 주기의 완성을 위해서는 재처리 공장,고속로,연료 가공 공장이 세트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핵단지와 시설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미 몇 년전부터 경상북도에서는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트`사업이라고 군불을 지피고 있는 데 그들이 표면적으로 추진하는 것들은 포항에 원자력 전문대학원, 에너지부품 산업단지 경주에 원자력산업진흥원과 원자력병원, 영덕에 원자력 테마파크와 원자력 안전문화센터, 울진에 제2원자력연구원과 스마트 원자로 실증플랜트 등을 유치 또는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주 환경운동연합에서 행한 2011.9.7. - 경상북도 도지사 원자력클러스터 유치 철회 요구 기자회견의 내용을 보면
“원자력 클러스터 사업은 포장만 그럴싸할 뿐 실제로는 고준위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시설과 고속증식로, 중소형 원자로 건설 등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핵시설을 한 곳에 집중하는 사업입니다.
경상북도는 전국에서 핵발전소(원전)가 가장 많은 곳이고,
경주에 있는 월성원전 옆에는 중저준위 핵폐기장까지 건설 중에 있는 방사능 최고위험 지역입니다.
이런 상황에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과 고속증식로 건설 사업이 포함된 원자력 클러스트 계획이 추진된다면 동해안 일대는 세계 최대의 핵단지화가 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핵시설을 유치해서 발전한 지역은 한 곳도 없습니다.
핵발전과 관련한 모든 시설을 집중시키는 핵단지화 계획은 지역발전은커녕 핵사고 위험과 불안감만 가중시키게 될 것입니다.
이에 환경연합과 울진, 영덕, 경주 월성 등 지역의 대책위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원자력클러스터 유치운동을 규탄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되는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7월18일 오후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 토론회'가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 패널에는 (아래 사진의 왼쪽부터)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 국민대 행정학과 목진휴 교수, 김영주 전 산업부 장관 산자부, 강성천 원전산업정책관, 한국경제신문 안현실 논설위원,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정범진 교수가 참가 했다.이날 토론 사회는 김 전 산업부 장관이 맡았다.- 오마이 뉴스에서
이 기사에서 강성천 원전산업정책관이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어려운 문제지만, 임기 내에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전 소재지 5개 중 4개 지역이 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이미 정부의 공론화 추진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고 말한 것은 지자체의 군불을 등에 업고 추진을 하겠다는 뜻이겠지요.
저들은 항상 그러듯 찬성하는 패널만 참석한 그들만의 토론 자리였습니다.
여기서도 저들은 포화 상태에 이른 임시 수조 문제 해결을 위한 중간 저장시설 건립을 말하지만 사업이 시작되는 순간 거대 핵단지 사업이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비록 파이로나 고속로와 같은 재처리시설의 경우 한미 원자력 협정이 개정 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제 나라의 중요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한심하고 씁쓸합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계획은 저들이 목메고 있는 파이로와 고속로의 문제까지 자세히 다루려고 했는데 너무 전문적이고 어려울 것 같아 그냥 결론만 쓰겠습니다.
사용후 핵연료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그 양과 독성을 얼마나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 입니다. 그 외의 문제는 부차적일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 현재 그런 기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후연료 처리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깊은 지하에 묻거나 지구 밖에 버리는 방법 뿐입니다. 두 방법 다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현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관리일 뿐입니다.
결론은 미래에 개발될 처리기술에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이 쓰레기들을 만들어내는 핵발전을 계속할 것이냐 아니면 여기서 잠시 멈추든 아주 멈추든지 선택할 때라는 것입니다.
이 글은 일본 마쓰야먀대 장정욱 교수의 2013년 3월15일 “사용 후 핵연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강연 내용을 많이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