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의 문제점과 그 대안
가. 일반적으로 공리주의에 대한 비판은 다음과 같다.
⑴ 공리주의는 인간의 행복을 최대로 도모하는 것으로, 어떤 사람의 행복도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부모나 형제, 민족 등과 같이 우리와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가지는 특정한 도덕적 의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⑵ 우리의 행위가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 선거에 있어서 나의 한 표는 선거 결과에 있어서 그 영향을 무시할 수 있다. 따라서 ‘투표하는 것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한다’는 이유로 투표를 강요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⑶ 공리주의적 입장은 우리의 도덕 규칙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예외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즉 규칙을 ‘어기는 것’이 ‘지키는 것’보다 전체 행복에 보탬이 된다면 미련 없이 규칙을 어기라고 한다.
⑷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이익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나. 공리주의의 대안 : 규칙공리주의
⑴ 규칙 공리주의는 “어떤 행위의 옳고 그름이 그 개별 행위의 결과에 의해서 평가될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보편적으로 수행된 결과, 즉 그 행위와 관련된 규칙이 모든 사람에게 통용된 결과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의무론자인 칸트의 보편성을 공리주의가 받아들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⑵ 예를 들어, 수돗물이 부족해서 정원에 물주는 일을 삼가라는 지침이 공표되었을 때, 한 시민이 그 규칙을 어겼다고 할지라도 그리 나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적인 수돗물 사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의 정원은 수목이 물을 듬뿍 머금어 푸르고 싱싱해져서 보는 이로 하여금 즐겁게 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에 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므로, 그가 그러한 행위를 삼가야 할 별다른 이유가 없게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정원에 물을 줄 때 그 도시의 사람들은 먹을 물조차 귀하게 될 것이다. 정원에 물을 뿌리는 나의 행위는 그것만의 결과로 인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나와 동일한 행위를 하는 결과에 의해 그릇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규칙 공리주의의 주장이다. 잔디를 밟는 일이나 투표일에 기권을 하는 일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그릇된 행위가 된다. 개별 행위만을 두고 생각한다면 그 영향력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사소한 것이지만, 그러한 행위가 보편화될 때 잔디는 황폐해지고, 유능한 후보자가 낙선하게 되는 불행이 초래할 것이다.
⑶ 예외 문제에 있어서도, 사소한 행복을 위해서 약속을 쉽사리 어기게 되는 문제를 생각해 보자. 모든 사람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게 되면, 사회의 안녕과 행복을 위해 세워진 약속이라는 관행은 무너지게 될 것이므로 불행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약속을 어기지 않는 것이 모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약속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는 일반 규칙을 택하게 된다. 보다 중대한 문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약속을 어겨야 할 경우는 아주 드물며, 또 이렇게 제한된 경우에 한해서 약속을 어기는 일을 허용한다 해도 약속이라는 제도가 큰 위협을 받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