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관한 시모음 43)
오월은 /문장우
오월은 푸르다
마음의 심연에서
오월을 맞이하니
사랑의 빛깔이다
푸른 오월아
나와 함께 가자
정녕 너는
나의 가슴에
파란색으로
붉게 물들이고 있다
나는 너에게
응석부리고 싶고
너의 심장에
나를 깊이 적셔다오
오월의 향기는
내 생의 최고 절정이며
연옥빛 잎새보다
싱그러운 바람 빛
너의 눈빛이 나의 심장 안에
자리잡고 있다
슬픈 5월 /김정래
5월엔 당신 꼭 만나려 했는데
당신도 못 만나고
무심한 시간은 이렇게 가 버리니
5월은 나에게 슬픔의 달이네요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지금 내 가슴에 멍이 되어 있으니
당신 만나면 멍이 사그러 질려는지요
정말로 당신 만나는 것이
왜 이다지도 어렵고 힘드는지
물안개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그리움 때문에
오늘도 새벽잠을 설치고 있답니다
그리운 내 당신
5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
우리 만나 사랑할 수 있겠는지요
당신보고 싶어 눈물 날 것 같은데……
오월의 봄 /임정일
아직도 기억의 그늘에선
겨울이 차갑게 못 박혀 걸려 있습니다
핏빛 꽃잎 아우성쳐 떨어지던 신작로에는
빌딩 무성히 들어서고
형제여
그대의 찢겨진 운동화에
밤새 소주를 부어 마시고서
끊겨진 필름처럼 깡그리
잊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누이가 병명도 없이 열병을 앓고
가슴 녹아 내려 문등병자가 되어버린
어미를 버리고
카드바닥 긁어 폭탄주 빚어 마신 한 선배가
음주 운전에 값없이 목숨 지운 날
동승하지 못한 버스를 떠밀어 보내고
밤꽃 하얗게 피어든 거리에서
나는 형제보다 여인을 더 사랑했습니다
그 차갑던 겨울
그 해 오월의 한파
형제여
그대 단번에 쏟아낸 심장의 피를
한 방울 한 방울씩 흘리며
저 골고다의 언덕을 향해 가고 있는
십자가의 행렬
가시옷 위에 걸친 황금빛 비로도에도
끝내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오월 엽서 /허광빈
나의 가슴은 어느 덧
자목련 외로움 홍조(紅潮)로 우려내고
연보라 라일락향이 오월의 코끝을 애무하면
그리움은 넝쿨장미로 흐드러져
파아란 하늘에 눈물로 젖어 있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것은
영산홍(映山紅) 山河에 붉게 설운데
가지 끝에 매달린 동정 같은
움트는 새순마다
파르르 눈물로 촉촉한 속눈썹엔
그대 긴 기다림의 절규가
오월의 희망 위로 가슴처럼 부푼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 부재처럼 잃었던 자리에
찬란한 오월의 꽃으로 피어나
그 꽃 옆에서 나의 사연을 쓰고
꽃을 가꾸는 주인 같은 다정함으로
봄풀 같은 삶의 언저리에
아스라한 추억도 情인 듯 보고지고 싶다.
5월의 노래 /정연복
겨울 찬바람에
온몸 잔뜩 움츠리고서
손꼽아 기다렸던
밝고 따스한 계절
지금 바로 눈앞에 있어
좋다 참 좋다.
한 꽃이 지면
또 한 꽃이 피어나고
꽃이 떠나간 자리마다
무성한 초록 이파리
싱그러운 바람결에 기뻐
춤추며 날로 짙푸르다.
머잖아 새빨간
장미까지 피어나면
내 가슴에도
그 불꽃 옮겨 붙어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으리.
오월 띄운 연서 /정심 김덕성
삶의 언저리를
맨 돌며 치솟아 오르는 듯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
그런 그리움인가
저물러가는 길목
나뭇잎 흔들이는 소리에
님의 음성인 듯 설레는 가슴
봄비 구슬프게 내린다
밤새 내 사랑
내 모습 그대로 담아
봄비에 띄워 님께 보내려니
그리움만 더 피어나고
마음속 깊이까지
적시며 스며드는 사랑 비에
애타게 부르짖는
한없이 그리운 내 님아
5월에 지는 꽃 /박동수
금방
천국을 실어온 듯
펼쳐놓은 화사함들이
5월의 날개를 퍼덕이는 날
저리도 허망하게
지고 마는가
지는 꽃들은 봄같이 왔지만
돌아감은
흙으로 바람으로 가고
그리움으로
이름 모를 산새는
목이 아프게 우네
시절 좋아
화사함과 정직으로 왔더니
부정부패로 어지러워 지는 세상
가슴 아팠을까
웃음 하나 떨어놓고
미련없이 가버리는
허망함은
그 많던 화려한 꽃 대궐이
이제 또
어제와 그제처럼 쓸ㅆ르해
산새는 슬프게 우네
가네
가네
5월에 지는 꽃
오월의 햇살 푸른 날엔 /박현희
따사로이
내리쬐는 봄 햇살에
한껏 부풀어 오른 연둣빛 꽃망울로
싱그러움이 넘쳐나는
오월의 햇살 푸른 날엔
문득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이 있습니다.
보이지않는 믿음과 신뢰로
견고한 사람의성을 쌓아
몸은 비록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 가까운 사람
눈을 감아도 그려지는
화사한 봄의 향기 같은 사람이
왠지 더욱 보고 싶습니다.
빨간 장미 꽃길 깔아놓아
우리만을 위한 사랑의 낙원으로
손잡고 함께 가자는 사람
오늘도 그 사람의 깔아놓은
사랑의 꽃길을 따라
마음이 먼저 앞장섭니다.
내 안에 꿈 같은 사랑의 집을 짓고
늘 그리움으로 가슴 설레게 하여
나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아름다운 그 사람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5월에는 /박옥화
푸르고
푸른 오월
꿈과
희망이 샘솟는
가정의 달
아카시아 향기
한 아름 안고
붉은 장미꽃처럼
5월에는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행복한 오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오월의 봄 /김덕성
겨우내 웅크리고 떨던 겨울 가고
기다리던 봄이 오고
만상이 기지개를 켜
심술궂은 꽃샘마저 살아지니
오월은 꽃 세상이 되었다
화려한 봄을 꾸민 오월
떠나려 하는 봄
가는 세월 어쩔 수 없는 것
순리로 살아가는 인생
늘 5월의 봄으로
언제나 계절의 여왕으로
살고 싶다
오월 햇살이 너무 밝다 /김광선
아무리 먹어도 태(態)도 안 나는 저 햇빛을 하얀 설탕에
꼭 꼭 찍어 가래떡 먹는다 쫄깃한 입맛이 좋은 오후
한 시의 느긋함, 내가 예배당 커튼 젖히고 내려다보는
저 오월의 푸른 가로수 포도 위에 햇살이 한결 밝다.
손수레에 생필품 바리바리 챙겨들고 빗속을 지날 때
연식이 오래 된 내 낡은 그레이스까지 비가 내렸다.
한껏 부풀어 오른 아내의 어깨 위에 사랑처럼
내 손을 얹고 우리는 새로 생긴 대형 마트에서 몇
달만에 최소한의 삶을 꿈꾸며 생의 퍼즐 많이도 샀다.
내 어깨를 쉽게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웃자란 세월처럼 키 큰 나무 위에도 내렸다.
경품 추첨함에 쌓여 가는 삶의 요행들
아내의 지친 손길마저 기대감으로 부풀게 했다.
씹을수록 담백한 세상이 추첨함 속으로 던져 졌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쇠고기가 꿀 엿에 절어 달콤하다
노란 참외 하나 깎아 먹고 우유한잔 마시고 하얀
가래떡 한 입 베어먹고 모로 누워 잠든 아내의 잔등이
베이지 색 잠의 물결 출렁이며 선명하게 그려지는 오후
둘이서 지켜 가는 삶의 둥지에 오월 햇살이 너무 밝다.
신록의 오월은 /김영수
오월은 희망이 꿈을 꾼다
사랑의 초록색 물감을 준비하고
모두가 잠이 든 고요한 시간
산과 들에 요술봉을 흔들어
샤르르 샤르르르 색칠을 하고
날마다 조금씩 키를 키워 간다
어제는 연초록색 칠을 하고
오늘은 좀 더 짙은 초록으로
신록의 가슴을 넓혀 가고 있다
청춘이야 항상 푸르러 좋다지만
신록은 비로소 숲이 무성해지고서야
모든 이의 마음을 품을 수 있나 보다
무성한 신록을 바라보고 있으면
샘물이 솟아나듯 가슴이 벅차오르고
마음엔 평화가 강물처럼 흘러 간다
오월의 메타포 /손한옥
잠이 오지 않는 오월 밤
아카시아 피지 않았는데
꽃냄새 진동한다 향기따라 가보니
비녀 꽂은 어머니
내 동생 욱이 안고 찐 감자 껍질 벗기고 있는 일기장 부근이다
미끌한 돌멩이 들면 청푸른 고둥이 입을 오므리는 수통미 부근이다
살색 긴 양말로 내복을 둘둘 말아 넣은 남루한 치마 입은 봄은 왜 그리도 산란한지
보리밭은 왜 그리도 일렁이던지 종횡무진 달리던 오월 부근이다
뚤뚤이 감나무 아래 오줌추무리를 향해 머슴아처럼 오줌 누던 가시내의 생가 부근이다
앉으나 서나 웃거나 울거나 살아서 가장 많이 함께 살아, 죽어서도 함께 살아 쓸쓸하지
않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언니 부근이다
장기기증으로 보관된 두견새 오빠처럼
고기 잡던 통발이 아직도 걸려있는 오빠의 침침한 헛간 부근이다
꿈길에도 푸른 미리벌 동녘
단장면 미촌리 사촌구미 부근 씨 뿌리 듯
열 평짜리 박달산 부근 땅 따 먹는다
바람 부는 오월 밤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부근에
거친 열 손가락 마디마디 지질게 일어나고
새앙쥐 한 마리 발가락을 건드린다.
오월 그리고 시월 /김낙필
지난 오월은 꿈이였다.
가슴곳곳 꽃이터지고 향기 날던 날
그 향기에 숨이막혀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슴터질듯 차오르는 희열..
충만함으로 마치 절명할것 같았다.
시월에는
武裝무장해도 춥다.
마음구석 얼음이 언다.
속으로 성긴 성에가 칼끝을 세우고
살가죽으로 스며 얼어붙기 시작했다.
손톱에 서리 끼고
입술에 하얀눈 내리고
가슴이 얼음벌판이 되고
눈동자마져 얼어붙어 나는 죽는다.
오월에 피어나서
시월에 凍死동사하고
그렇게 피고 죽기를
나는 나무의 둥그런 나이테로 그려간다.
오월 꿈이였듯
내 시월은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 드리우고
해빙의 날..
나이테 만한 몸집으로 다시 태어나겠지..
지난 오월은 벅찬 꿈이여서
시월 지금은
추운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