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사들의 로스쿨 진학과 관련하여

[김인현]

해기사들의 로스쿨 진학과 관련하여

김인현 교수 (선장/법학박사, 고려대 로스쿨)

로스쿨이 출범한지 10년이 되어갑니다. 2009년에 1기가 입학하여 이제 9기가 입학하였습니다. 로스쿨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법과대학졸업생의 3%정도가 사법시험에 합격하던 것이 50% 이상은 합격하는 시험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초시생은 70%-75% 정도). 학교를 졸업하고도 몇 년을 혼자서 추가로 공부하던 시험에서 학교공부만 하면 변호사가 되는 예측가능한 과정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특성화과목에 대한 외면, 학문후속세대의 단절 등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된 것도 사실입니다.

논의를 해기사에게 한정하여보겠습니다. 로스쿨체제에서 해기사출신은 15명이 입학하였습니다. 이 자체로만 보면 상당한 약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45년부터 로스쿨 출범까지 해기사 출신 변호사는 3-4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로스쿨 출범 후 10년 사이에 변호사의 수가 15명이 된 것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산고등법원의 로클럭으로 한 분이 진출한 것, 법무법인 충정, Korea P&I, 부산의 중소형 법률사무소 이런 곳에 진출한 것은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해기사출신 변호사들이 소위 최고의 로펌이나 대형선박회사의 사내변호사로 진출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쉬운 점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기사출신 법조인이 많아진다는 것은 해운계 전체로 보아서 아주 잘 된 일입니다. 우리나라 해상변호사는 20년, 10년 전 40명 선에서 금년에 파악을 해보니 100명선으로 늘어났습니다. 산업의 발전에 따라 수요가 늘어난 측면도 있고, 해운회사 등에서 사내변호사를 많이 찾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변호사 취업시장은 밝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외에도 로스쿨을 마치고, 박사과정에서 공부를 하여 학계로 진출할 수도 있고, 공무원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홍콩, 중국 등에 외국에 변호사로 나갈 기회도 많을 것입니다.

이즈음에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왜 3년동안 해기사출신들이 한명도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 하였는가 입니다. 이는 준비하는 해기사 숫자가 줄어들어서 일수도 있을 것이고, 응시는 하였지만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하기도 할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변호사 시험의 합격도 점차 어려워지고, 취업시장도 어렵고 선배들이 별달리 좋은 로펌에도 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예 로스쿨에 대한 관심을 후배들이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로스쿨제도는 우리 같이 확실한 산업분야가 있는 경우에는 아주 도움이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로스쿨에 진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가지 후배해기사분들에게 부탁 및 당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개인 사업을 할 수 있는 변호사자격증을 취득하여 언제나 사무실을 오픈하고 자기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요? 항해사 출신들의 꿈인 도선사가 되는 것에 비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상사건 중에서도 웨트사건(선박충돌, 유류오염, 전복사고 등)에는 해기경험이 있다면 항상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전공이 없는 변호사에 비하여 월등이 유리합니다. 그리고 해운산업분야라는 친정이 있기 때문에 해기사들에게 로스쿨은 더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뜻을 세우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둘째, 해기사출신들이 해운의 주력부대를 이루면서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발전하였는데, 항상 부족한 점은 법률이나 경영에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국가적 정책결정에 해운은 소외되고 잘못된 결정으로 손해를 보게 됩니다. 해기사출신 변호사는 이러한 법률분야를 보강해주는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필자를 비롯한 많은 선배 해운인들이 후배 해기사들이 많이 로스쿨에 진학하여 법조인이 되길 바라고 있고 장학금을 마련하여 환영하는 것입니다.

셋째, 지금 아직 학교에 있는 재학생들은 학교 공부를 열심히 잘 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가장 중요합니다. 로스쿨입시에서는 학교성적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학부에서 성적이 좋은 학생은 일단 성실한 학생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승선이 싫어서 도피의 수단으로 로스쿨에 진학한다는 생각보다는 분명한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있고 로스쿨에 진학의 꿈을 키우시기 바랍니다. 그 꿈은 열정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어떤 일에 열정이 있는 사람은 그 일을 성취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로스쿨 입시에서도 자기소개서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것입니다. 로스쿨 입시에서는 내가 왜 꼭 해상변호사가 되려고 하는지를 잘 보여 줄 필요가 있습니다. 리트(법학적성시험)과 영어성적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비중이 학교성적이나 자기소개서보다 낮다고 생각됩니다.

넷째, 진학할 학교는 다양하게 있습니다만, 해상법과목이 이수되는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고려대학교, 부산대학교, 인하대학교가 그러한 학교입니다. 저희 고려대에는 해상법 전문인증과정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전문적이고 맞춤형 해상변호사 양성이 이루어지고 있고 현재 9명이 해상변호사로 취업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울대학에도 해상법강좌가 개설되어있습니다. 최상위 로스쿨들이기는 하지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기를 권합니다. 해상법을 로스쿨에서 전공하지 못하신 분들은 박사과정 등에서 추가하면 될 것입니다. 어느 로스쿨이던지 졸업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좋은 것은 물론입니다.

다섯째, 해상변호사가 되는데 승선경력이 필요한데 어느 직까지 승선을 하여야하는지 문제가 됩니다. 물론 선장까지 마치고 나면 좋지만 공부하기에 너무 나이가 많아지기 때문에 1등 항해사 2년을 하고 선장면허를 발급받을 정도가 되면 족하다고 생각합니다. 30대 초반이 넘어서면 입학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뜻있는 후배님들이 법률분야에 많이 진출할 것을 다시 한번 강하게 권합니다. 물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해운·조선·물류 산업에서 꼭 필요한 법률분야의 인력이 필요한데, 이 분야를 잘 아는 여러분들이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미 유명 로스쿨에 선배가 교수로 있고 15명의 선배들이 직접 로스쿨에 입학하여 변호사가 되었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됩니다. 영국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업계의 법률분쟁과 자문업무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처리되도록 선배들은 노력하고 있습니다. 해사법원의 설치, 한국형 용선계약서의 활용, 한국해사판례의 영문화 작업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해운산업의 하드웨어의 발달과 함께 해상법이라는 소프트웨어가 함께 발달해 나아갈 때 우리 산업이 탄탄하게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해기사출신 변호사들은 이러한 소프트웨어로서 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후배 해기사들의 건투를 빕니다(석사 박사후 해상법 관련 연구직이나 교수직으로 진출이나, 해기사아닌 분들의 해상변호사 진출 또한 여전히 꼭 필요합니다. 이는 다른 기회에 또 적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5.7.)

[바다가족]

좋은 말씀과 정보 감사합니다. 공무원 진출도 그렇고 항해쪽이 길이 많네요.

[김인현]

로스쿨에도 기관출신도 가능합니다. 기관은 한국선급이나 엔지니어링쪽으로 오히려 더 나갈 길이 많습니다. 기술이 있으니까요. 육상에도 기관쪽의 전기, 전자, 보일러, 계측등이 많이 사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