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노벨 물리학상 아토초, 아직 가보지 못한 자연의 영역 속으로
- 김동언 POSTECH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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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명예교수, 페렌츠 크러우스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장, 안륄리에 스웨덴 룬드대학교 교수 ⓒ 스웨덴 왕립과학원 |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이 아토초(attosecond) 펄스의 발생 원리 규명과 그 구현에 기여한 과학자에게 주어졌다. 이 수상자들과 함께 연구해온 사람으로서 기쁨과 흥분을 감출 수 없다. 이 글을 통해서 아토초 과학기술의 의미와 배경을 공유하고, 단일 아토초 광 펄스를 어떻게 발생 및 측정하는지, 그리고 거시세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자 현상인 전자 터널링을 실시간으로 어떻게 관측하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로써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전자 동역학의 실시간 관측 및 조작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음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 전자 조작의 시대
전자와 빛의 공생 관계는 생명 현상을 비롯한 삼라만상 현상의 기본이다. 지구에 생명 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태양 에너지를 공급하는 빛은 전자의 미시적인 움직임으로 발생한다. 전자는 이런 빛을 흡수해 생물학적 에너지(광합성)나 주위를 감지하는 생물학적 신호로 전환한다. 원자 사이에서의 움직임을 통해 전자는 빛을 방출하고 생물학적 조직체와 인공 장치 내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한다. 전자는 분자를 생성·소멸·변형시키고 생물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에서, 그리고 정보, 산업, 의학 기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원자와 분자 내에서 전자와 관련된 양자 현상을 이해하고 조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20세기 기초 연구의 큰 줄기는 평형 상태에서의 양자 현상에 대한 이해였다.
21세기 과학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가? 21세기에 접어들며, 이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미국 에너지성(DOE) 산하 기초에너지과학자문회의(BESAC) 보고서이다. BESAC 보고서는 21세기에는 양자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양자 시스템이 원하는 대로 동작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제어 시대(Control Age)’라는 새로운 과학적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예견하며, 아토초 시간대에 진행되는 원자 내 전자의 운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제어하는 새로운 도구가 필요하다고 BESAC 보고서는 역설하고 있다. 이러한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사실 1930년대 양자역학이 확립될 때부터 원자 내 전자의 실시간 관측 및 제어가 논의되어왔다.
1960년 레이저 개발과 더불어 광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실현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1990년대 펨토초 레이저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피코초 또는 수백 펨토초 대에서 일어나는 극고속 현상을 관측하게 되었다. 1,000배 정도 더 짧은 아토초 시간대에 일어나는 전자 극고속 현상은 수 주기 레이저(few-cyclefs laser) 기술이 개발된 후인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실시간 관측이 가능하게 되었다. 수 주기 광파(few cycle light wave)를 제어할수 있게 됨에 따라, 전자에 가하는 힘을 아토초 시간대에서 조작할 수 있게 되어 단일 아토초광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아토초 광 펄스 발생과 관련 물리 현상의 기본 이해를 제공한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크러우스, 안 륄리에 교수에게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이 주어지게 되었다.
아토초 광 펄스를 성공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게 되면서 이제 인류는 극고속 전자 동역학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속담처럼 직접보니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면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화학반응은 쉽게 일어나는데, 다른 반응은 왜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탐구로 우리는 자연을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하게 되고, 한 차원 높은 상태에서 자연을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연 속에만 존재했던 빛과 전자의 공존이 기술로까지 확장되는 것으로,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며, 이것이 노벨상이 주어진 의미이다.
아토초 광 펄스의 발생 원리
아토초 광 펄스 발생은 1990년대에 급격히 발전된 테라와트급 펨토초 레이저를 활용한 기초연구의 결과에서 자연스레 도출되기 시작했다. 수 테라와트, 수십 펨토초 레이저 펄스를 헬륨, 네온, 아르곤 등 불활성 기체에 집속해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측정한 극진공 자외선 스펙트럼(EUV spectrum)이 심하게 변조되는 것을(그림 1a) 발견하고 되고, 이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아토초 펄스가 발생하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 발생 기작은 준(準)고전적인 모델인 3단계 모델(그림 1b)로 설명될 수 있다. 원자 내 전자는 쿨롱 퍼텐셜(원자가 공간에 만든 전위)에 의해서 구속되어 있는데, 강력 레이저장이 걸리면 그 쿨롱 퍼텐셜이 왜곡되어 전자는 터널링을 통해서 원자를 빠져나와 자유 전자가 된다. 이 자유 전자는 외부 레이저 전기장의 영향을 받아 가속되고, 감속되고, 역전되어, 특정 운동 에너지를 가지고 원래 원자와 충돌하게 된다. 이 충돌과정에서 연속 스펙트럼의 빛이 방출된다(최대 광자 에너지는 전자의 최대 운동 에너지 수준).
이러한 과정이 레이저 전기장의 반 주기마다 발생하며(그림 1c), 따라서 방사선도 레이저 전기장의 반 주기마다 생성된다. 즉, 테라와트급 수십 펨토초 레이저를 네온 원자에 집속시키면 아토초 펄스 열(train of attosecond pulses)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단일 아토초 펄스를 발생시키기 위해서 수 주기 펨토초 펄스를 사용한다. 발생된 EUV 빛 중에서 파장이 가장 짧은 쪽에 형성되는 연속 스펙트럼 부분의 빛만을 선택함으로써(spectral fitlering) 단일 아토초 광 펄스를 얻게 된다(그림 2).
아토초 광 펄스를 정확히 측정하는 방법
이전에는 아토초 광 펄스를 측정해본 적이 없으므로, 새로운 측정 방법이 개발되어야 했다. 이 방법은 아토초 줄무늬(attosecond streaking)라고 불리며, 레이저 전기장하에서 아토초 EUV 광펄스에 의해 원자에서 발생하는 광전자를 이용한다. 아토초 줄무늬 방식은 실제 공간이 아닌 전자 운동량 또는 에너지 공간에서 전개된다. 그림 3a와 같이 레이저 전기장의 중간에서 시간 ti에 생성된 전자를 생각해 보자. 레이저 펄스가 지나간 후 전자의 최종 운동량 또는 에너지는 얼마일까? (그림 3a)의 수식대로, 전자의 최종 운동량은 생성 시각 ti 때의 레이저 전기장의 벡터 전위이다. 아래 그림 3b와 같이 레이저 전기장과 아토초 EUV광 펄스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아토초 광 펄스는 근처 가스와의 상호 작용으로인해 아토초 전자 펄스를 생성한다. 이 전자 펄스의 최종 운동량은 생성 당시 레이저장의 벡터 전위가 된다. 이 전자 펄스의 폭은 아토초 EUV 광 펄스의 실제 펄스 폭과 관련된 시간적으로 유한한 대역폭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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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아토초 펄스 측정 방법인 아토초 스트리킹 (a) 전지장하 전자의 최종 운동량 (b) 전자 펄스의 생성 시간 변화에 따른 최종 전자 운동량 변화 (c) 줄무늬(streaking) 이미지 ⓒ 아토그램 |
이제 아토초 EUV 광 펄스를 레이저 전기장에 대해서 시간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생각해보자. 매 순간의 전자 펄스의 최종 운동량은 그 순간의 벡터 전위에 해당하는 값이므로, 전자 에너지를 스위핑 시간에 대해서 시각화하면 그림 3c와 같이 진동하며, 이는 기본적으로 레이저 전기장의 벡터 전위를 나타낸다. 이런 그림을 아토그램(atto-gram)이라고 하며, FROG CRAB 알고리즘을 사용해 레이저 전기장과 아토초 광 펄스의 시간적 변화 정보를 올바르게 추출하게 된다. 현재 측정된 가장 짧은 아토초 펄스의 폭은 수십 아토초이며, 광자 에너지는 ~100 eV 정도이다.
과학사 최초로 전자 터널링 실시간 관측
원자의 쿨롱 전위 장벽을 통과하는 전자 터널링은 거시적인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양자역학 세계의 독특한 대표적인 양자 현상이다. 이 현상이 아토초 시간대에 진행되므로, 단일 아토초 광 펄스를 이용해서 터널링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원자 내의 전자 동역학 실시간 관측 및 후속적인 조작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었다고 할 수 있다.
1965년에 레이저 전기장에 의해 원자의 쿨롱 전위가 왜곡되고 억제되면 전자가 터널링을 통해 탈출할 수 있다고 제안되었다(그림 4a). 이 경우, 레이저 전기장의 반 주기 내에 이온화가 될 것으로 예측되었다(그림 4b). 아토초 EUV 광 펄스로 여기 상태의 이온을 생성하고, 이 상태의 전자가 지연된 근적외선 수주기 펄스에 의해서 터널링해 이온화되는 상황을(그림 4c) 생각하면, 이온화 과정이 레이저 전기장 반 주기 이하의 폭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계단 모양을 나타날 것이 이론적으로 예측된다(그림 4d).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의 크라우츠 그룹은 Ne 가스를 사용해(그림 5a), 아토초 EUV 광 펄스를 가지고 실험해 이온화 과정이 계단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그림5b). 이는 터널링 이온화에 대한 켈디시 이론을 사용한 시뮬레이션(그림 5c)과 매우 잘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미국의 아폴로 우주선이 달 착륙을 성공하며 우주 탐험의 새로운 문을 연 것처럼, 인간이 가보지 못했던 양자 현상의 실시간 측정 및 조작의 문을 여는 큰 획을 그은 것이라 하겠다.
응용 분야와 미래 전망
아토초 EUV 광 펄스를 처음으로 발생시킨 이후 20여 년 동안 기술적 관점(아토초 계측학)뿐만 아니라 과학적 관점(아토초 과학)에서도 발전하며, 원자 내 전자의 내각 전이, 쿨롱 벽을 관통하는 전자 터널링, 고체 시료에서의 전자 이동 등을 관찰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 외에도 아직 탐구해야 할 현상들이 수없이 많다. 자연 현상에서 전자와 전자의 상호작용은 매우 중요한데, 지금까지 전자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관측한 바가 없다.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기존 화학반응 연구도 아토초 광 펄스의 도움으로 새로운 차원의 연구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펨토초 기술은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궤도에 있는 전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여기 상태 전자가 화학반응에 참여하게 되므로, 여기 상태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탐구함으로써 왜 어떤 화학반응은 잘 일어나고, 어떤 화학반응은 잘 일어나지 않는지 등의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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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플랑크 한국POSTECH연구소 아토초과학센터에 있는 아토초 광 펄스 발생, 측정 장치 전체 모습. 광전자 측정 장치, EUV 광 측정 장치 등이 보인다. ⓒ 막스플랑크 한국POSTECH연구소 아토초과학센터 |
이런 통찰력을 제공하는 ‘아토화학’이라는 분야가 새로이 열리고 있다. 또한 아토초는 나노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발전한 플라스몬(plasmon)과 관련된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 나노 구조와 전자의 집단 운동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탐구는 시간/공간 면에서의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광전자 전자 현미경과 아토초 펄스를 결합하면 나노미터 공간 분해능, 아토초 시간 분해능을 가지고 그런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실험을 지금까지 진행된 바 없다. 레이저 기반 아토초 광은 광자 에너지가 100 eV 수준인데, 연구 대상의 확장을 위해서는 X선 영역에서의 아토초 펄스 발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아토초 XFEL(X-ray Free Electron Laser)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성공적인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경 X선 영역(~10keV)에서의 아토초 펄스의 개발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펄스는 BESAC 보고서에서 요구하는 아토초 해상도와 원자 해상도를 갖춘 진정한 도구로 사용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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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토초 광측정 장치 내부 사진 ⓒ 막스플랑크 한국POSTECH연구소 아토초과학센터 |
이번 노벨 물리학상을 통해 아토초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공로가 인정된 만큼, 추가적인 노력과 투자를 통해 X선 영역에의 아토초 펄스가 개발되고, 더 넓은 영역에서 전자 동역학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전자 수준에서 과정을제어하고 평형에서 멀리 떨어진 상태를 이해하게 되고, 이는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와 복합체를 포함한 많은 문제의 내부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를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남은 21세기에는 이러한 발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측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다시 내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