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공부의 시작은 '듣기'입니다. 언어 습득은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의 순서로 진행되고, 그게 언어 공부의 순서이기도 합니다.
청각 장애인이 말을 못하는 건 듣기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읽지를 못하면 쓰지도 못합니다. 언어학자는 아니지만 그 정도는 압니다.
어제의 영수 회담에 대해 대통령실의 이도운 홍보수석은 깊고 솔직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그런가요? 세간의 민심을 들어보겠다며 야당 대표를 불러놓고는 불통 대통령답게 상대의 말은 건성으로 듣고 '59분 대통령'답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았나요?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고 했다구요? 의사 수가 부족하고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건 오래전부터 있어 온 사회적 합의입니다.
이 대표는 그것에 동의한 것이고, 얼마나 늘리고 어떻게 실행에 옮길 건가에 대해서는 공론의 장에서 논의하자고 했습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을 철회하고 의사들은 즉시 환자 곁으로 돌아가라, 이재명 대표가 진작부터 해온 말입니다.
소통을 하려거든 듣기 공부부터 다시 하세요. 듣기 공부는 남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겁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했습니다. 아라고 했는데 어라고 들었다면, 듣기 공부가 안 돼 있는 겁니다.
국어는 재미없었고 우리말을 뭣하러 또 배우냐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권합니다. 소통하겠다는 게 진심이라면, 듣기 공부부터 다시 하세요. 지록위마로 국민을 속이지 마세요.
4.10 총선 다음 날, 대통령은 출근하지 않았다. 화가 나서 그랬는지, 면목이 없어서 그랬는지, 좌우간 출근하지 않았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은 사직하겠다고 탈출을 고했다.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통령은 56자로 총선 참패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짧아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국민이 매를 들었는데도 반성을 모르는 오만한 대통령, 민심은 더 악화되었다.
국민이 화가 단단히 났으니 뭐라고 하긴 해야겠는데 기자회견은 싫고 대국민 담화는 약효가 떨어졌고, 국무회의 발언을 생중계하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꼼수로 대통령은 총선 참패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런 얘기였다.
나는 옳은데 국민이 이해하지 못해서 선거에서 진 거다. 소통이 문제다. 장관들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라.
대통령이 교지를 내릴 때마다 지지율은 뚝뚝 떨어졌고, 집권당 내부에서도 원성이 높아만 갔다. 이게 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때문이라고.
4월 19일, 대통령은 국가행사인 4.19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아침 일찍 ‘조조 참배’를 하는 잔꾀를 부렸다. 이재명과 조국을 동시에 만나는 게 너무도 싫어서 그랬을 것이다. 속이 뻔히 보이는 용렬한 행태에 대통령은 또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그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고 만남을 제안했다. 이 대표가 만나자고 해도 여론이 만나라고 해도 이재명은 피의자라는 등의 야비한 이유를 들이대며 한사코 거부하더니 이번에는 대통령이 먼저 만나자고 했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고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법이다.
만나면 이재명 대표의 말을 많이 듣겠다, 대통령이 말은 그렇게 했으니 진심이 느껴지진 않았다. 진심이었다면, 한 시간을 만나면 59분 동안 혼자 떠드는 대통령이 아니라 59분 동안 경청하는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 것이다. 진심이었다면, 상대는 답답했다는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든가 상대의 말을 왜곡하여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고 했다는 따위의 발표는 대통령실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쉬 달라지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더욱 그렇다. 자아비대증에 중독된 사람은 매사를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자기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길길이 날뛰며 격노하지만, 남의 자존심은 하찮고 깃털처럼 가벼워 업신여기고 개무시한다.
역대급 참패를 당해도 국민이 쇠몽둥이를 들어도 대통령 윤석열은 요지부동이다.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뭐 대단하다고 겁이 너무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던 호기로운 대선후보 윤석열도 그대로이고, 탄핵 그까이꺼 할 테면 해보라고 오기를 부리던 대통령 윤석열도 그대로이다.
리더로서의 자질과 능력은 제로에 수렴하지만 자아비대증의 자존심 하나만큼은 킹왕짱인 대통령으로 인하여 나라는 점점 위기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분노 조절이 안 되어 격노가 잦다는 그는 오늘도 반성 대신 술친구를 찾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재명 대표의 모두발언 전문입니다. 읽어보시고 깊고 솔직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대통령실의 발표, 언론의 보도와 비교해 보십시오.>
저희가 오는 데 한 20분정도 걸리는데 실제로 여기 오는데 한 700일이 걸렸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약간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또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얘기도 있어서 오늘 이 자리에, 이 만남이 우리 국민들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드리는 그런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대통령 취임하실 때 이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저는 정말로 대통령님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개인적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성공, 정부의 성공이 국가와 국민에게 유익하기 때문이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정치의 성공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은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의 뜻을 잘 따르는 데서 시작된다, 이렇게 생각됩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제1야당의 대표로서 이 나라의 국정을 총책임지시는 최고 국정책임자이신 대통령님께 이번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국민들의 뜻을 전달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저의 입을 빌린 우리 국민들의 뜻이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습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안보, 모든 영역에서 많은 위기들이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합니다.
최근에 많은 우려가 있습니다만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서 중징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보도를 이유로 기자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께서도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서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 중이다,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합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보면 소위 말 폭탄이 진짜 폭탄되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도 많이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이번 총선 이후에 우리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하셨다고 제가 보도를 봤습니다. 혹여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이 거북하실 수 있을 텐데, 그것이 야당과 국민들이 가지는 이 정부 2년에 대한 평가의 일면이다 이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희는 이번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이 잘못된 국정을 바로잡으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께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또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평화와 안전을 지키라고 명하셨다라고 생각합니다.
민생의 어려움,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는 유능한 국정,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한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정, 편 가르기나 탄압이 아닌 소통과 통합의 국정을 대통령과 여당에게 주문하셨다라고 생각합니다.
2년 만에 처음 성사된 오늘 회담이 이러한 국민의 뜻을 받드는 소중한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국민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국민들께서는 정치의 복원, 민생과 국민을 중심으로 하는 국정을 요구하셨습니다. 이제 국정 동력을 민생 위기 극복에 집중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께서도 20여 차례의 민생토론회를 통해서 파악하셨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참으로 민생경제가 어렵습니다. 가뭄이 들면은 얕은 웅덩이부터 말라가는 것처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이 중에서도 서민들, 소상공인, 자영업자, 골목이나 지방이 더 어렵습니다.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 회복 지원금은 꼭 수용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대통령님께서도 말씀하셨던 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세사기특별법이라든지 다른 화급한 민생 입법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시작한 의료 개혁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입니다. 그런데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습니다. 두 달째 이어진 의정 갈등 때문에 의료현장이 혼란을 겪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합니다. 다행히 정부도 이미 증원 규모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드렸던 국회 공론화 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드립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주제가 연금 개혁인 것 같습니다. 연금 개혁은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인데,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기도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과감하게 연금 개혁을 약속하시고 추진한 점에 대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최근에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로 하는 개혁안 마련됐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정부, 여당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기를 바라고,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드립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대통령님께서도 법률가이시고 하니까 너무 당연하게 알고 계시겠지만 삼권분립 국가입니다.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국정 업무 수행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대통령께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부터 정치를 하시겠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을 제가 언론에서 봤고, 또 저를 이 자리에 이렇게 불러 주신 것이 그 출발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노력을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사실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습니다. 특히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서 우리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거부권 행사, 또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이런 조치들은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견제와 균형 속에 국정을 함께 이끄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습니다.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라는 약속을 해 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또 정중하게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입니다. 국가가 곧 국민입니다.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나 또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미래 의제들이 중요한 것들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인기 위기나 기후 위기, 국제질서 재편이라고 하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라도 대처에 실패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습니다. 저출생의 핵심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고, 따라서 그 대책은 불안의 해소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파편적이고 부분적인 저출생 대책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서 결혼, 출산, 양육, 교육, 취업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기후 위기, 그리고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해서 재생에너지 정책의 일대 변화가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 부족 때문에 수출 기업들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산업 경쟁력 추락이 매우 걱정됩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제품만 구매하겠다는 이런 세계적 추세에 맞춰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불황기인 지금이 바로 에너지 고속도로와 같은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 확충에 대대적으로 투자할 적기라고 생각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또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강력한 안보 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 열심히 하고 계신 것 압니다. 그에 대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에도 조금 더 관심 가져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가치 중심의 진영 외교만으로는 국익도 국가도 지킬 수가 없습니다.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로 전환을 검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독도, 과거사, 핵오염수 같은 이런 대(對)일관계 문제에서 국민의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님,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념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서 국정을 운영하겠다,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 당연히 기억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우리 대통령님께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에서 하신 말씀이십니다. 이 같은 초심을 잊지 않고 잘 실행하시면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님과 정부를 전적으로 믿고 따를 것입니다. 당연히 대통령도 정부도 성공할 것입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신다면 대통령님과 이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서 저희가 돕겠습니다. 주장이나 정책은 서로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논쟁하며 합일점을 찾아가되 최종 판단은 결국 국민들의 몫일 것입니다.
발목 잡기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편안함과 희망을 만들어 드리면 좋겠습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이 추한 전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일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비공개 자리에서도 더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화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일방적인 말씀인데, 긴 시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했는데도 대통령 윤석열은 반성도 안하고 바뀌지도 않을 거라는 게 절대 다수의 진단이고 예측이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을 끼고도는 김대중 전 조선일보 주필조차도 기명 칼럼에서 그럴 거라고 했다.
역시나 다수의 공통된 견해는 옳다. 과학이다. 오늘 윤석열-이재명 영수회담이 그러하다.
선거에서 참패했어도 애초에 윤 대통령은 소통에 관심이 없었다. 이재명 대표의 얘기를 많이 들어보겠다고 했지만, 그건 그냥 하는 말이고 윤 대통령이 원한 건 ‘소통쇼’였다. 눈 오는 날의 ‘봉합쇼’로 국민의 눈을 속인 것처럼.
의제 문제로 옥신각신하다가 회담을 결렬시키려 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민생 문제를 풀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여 회담을 제안했지만 거대 야당 민주당의 비협조로 회담이 결렬되어 유감이라며 책임을 민주당에게 떠넘겼을 것이다.
민주당이 민생이나 협치에는 관심이 없고 김건희 특검법 등 정치 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정쟁 프레임’을 씌웠을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다. 보수 정파와 보수 언론의 그러한 행태를 무수히 봐왔다.
오늘 회담에서 비공개로 전환하기 전에 이재명 대표가 선제적인 모두발언으로 할 말을 하지 않았다면, 첫 영수회담은 ‘59분 대통령’이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원맨쇼로 끝났을 거다. 그걸 대통령실은 민생 안정을 위해 거대 야당을 설득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고 미화했을 거다.
그래도 명색이 대통령인데 말이 길다고 중간에 끊기도 곤란했을 것이고, 김건희 특검 등 껄끄럽거나 불편하거나 불리한 얘기가 나오면 대충 둘러대고 민생이 어쩌고 북한의 위협이 어쩌고 하며 딴 얘기를 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할 말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고, 여론의 비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할 것이다. 그럴 영수회담을 왜 받아들였냐고. 회담에 배석한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발언 시간이 이재명 15 대 윤석열 85의 비율이었다고 했다. 경청할 자세가 아니었다는 거다.
오늘 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가 준비한 공개 발언을 마치자 그런 말을 할 걸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답변은 준비하지 않았다는 거다.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눈속임용 ‘소통쇼’였다는 거다.
그럴 거라는 걸 알고 그랬는지, 이재명 대표는 공개된 발언에서 총선 민의를 충실히 전했고 할 말을 다 했다. 그건 민주당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라는 예고나 마찬가지이고 민주당은 그걸 실행에 옮기면 된다.
다수 국민이 절실하게 기다리는 건, 오만과 불통과 독선의 대통령이 개과천선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투표를 잘했다는 정치 효능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