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 훈화
연중 제14주간(7월 7-13일)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루카 1,28)
루카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이야기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끔찍이 사랑하시는지를 생생하게 그려서 보여 주는 한편의 성화입니다.
‘은총’은 우리의 정신과 마음을 치유해 주고, 우리 마음에 믿음을 샘솟게 하며, 우리를 진리에 공감하게 하여, 우리의 마음으로부터 참된 사랑의 표현이 저절로 우러나오도록 이끄시는 하느님의 권능입니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께로부터 샘솟아 지상에서 꽃을 피우는 결실을 은총이라고 부릅니다(이사 45,8; 시편 85,11). 마리아는 진정 은총을 가득히 입은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아버지로부터 태어나시는 것처럼, 마리아로부터도 태어나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마리아가 구원 사업에서 각별한 역할을 한다고 믿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인류를 당신의 모상대로 회복시키기 위해 미리 안배해 두신 놀라운 결실입니다.
은총 안에 사는 사람들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기쁨을 누립니다. 하느님과 함께할 때 그분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사랑이 우리의 정신과 영을 채워 기쁨이 충만하게 됩니다. 교부 베드로 크리솔로고 성인은 천사의 인사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전령을 망설이는 눈으로 바라보던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하늘의 심판관을 몸에 받아 모시고 있음을 곧 알아차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어루만지는 손길과 거룩한 애정으로 한 처녀를 당신의 어머니로 바꿔 놓으셨고, 당신의 여종을 어머니로 삼으셨습니다. 온 세상도 하느님을 품지 못하건만 하느님은 온전히 그녀 품에 들어오시어 사람이 되셨습니다.”
하느님을 믿고 사는 사람들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이루어 가시는 일에 대한 신뢰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은 은총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이 처녀의 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을 잉태하신 것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뜻을 잉태하고 그 뜻을 낳아 기르는 은총의 삶을 살아가도록 부르십니다.
전주교구 김영수 헨리코 신부
성모님의 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