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상주의 21세기 비전을 고민하는, 전국 출향 상주인들의 이야기
병풍산(屛風山)366 인터뷰⑫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동대문플라자(DDP)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한옥공모전' 에서 한 해 최고의 한옥건축물을 선정하는 준공부문에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한경헌(翰耕軒)이 영예의 대상작으로 뽑혔다.
한경헌이 현대 재료와 기술을 한옥에 접목, 서울의 중심부인 북촌 한옥단지 끝자락에 있는 중앙고등학교 정문 왼쪽 작은 터에 치밀하고 세심한 공간 구성으로 '누구나 즐겁고 편안하게 누리는 한옥'을 창출해 낸 공로이다.
현대건축가, 북촌에 ‘한옥 갤러리 카페'를 열다
▶ 전공이 현대건축인데, 한옥을 짓게된 동기는?
- 평생을 교직에서 함께 살아온 아내가 바라던 갤러리의 터를 찾으면서 전원보다는 사람의 왕래가 많은 도심의 작은 땅 북촌에서 2층 건축이 가능한 경사진 대지를 매입하게 되었어요. 아내 신인숙 교수는 가회동, 소격동, 계동에서 유년기를 보냈었는데, 아내는 <翰耕軒> 창립전 ‘우리동네’에서 도시의 얼개와 유년기에 갖고 있던 이야기와 풍경을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지역의 보존과 전통에 대한 향수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실은 장모님이 송영자 전통자수작가인데, 아내가 결혼 후 전공을 바꿔 이화여대 대학원 섬유예술학과에 진학하여 잠재된 어머니의 그 솜씨를 이어받았지요. 파리 뒤뻬레 응용미술학교 자수학과에 유학, 서양의 현대적 기법에다 작가의 고유한 독창성이 더해져 새로운 경지의 섬유예술 창작기법으로 발전하였습니다. 1992년 문예진흥원에서 열린 특별전을 시작으로 많은 전시회를 열었고, 북촌의 도시구조와 골목길, 전통한옥 모퉁이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꽃들을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형상화한 개관 특별전을 2013년 10월 18일 <翰耕軒>에서 열었습니다.
▶ 현대건축의 기술과 전통한옥의 어우러짐이 쉽지는 않을 텐데?
-<한경헌>의 대지는 역사문화지구의 한옥권장지역입니다. 1988년 대한민국 건축대상 수상자로서 전통적인 재료와 공간감을 살린 설계를 했고, 심의과정에서 한옥을 짓도록 권고 받아서 이를 수용, 신공법의 현대한옥을 실험한 공로가 인정을 받아 <올해의 한옥건축 대상>을 수상의 명예를 더한 것입니다.
"한옥이 대중화하려면, 문화재급 한옥은 전통 방식대로 짓더라도 일반 사람이 거주하는 한옥은 생활 편의성을 고려해 다양한 재료와 건축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창의적이면서 실험적인 시도’가 이뤄진 셈이지요. 즉 현대인 삶을 담아낸 한옥을 지어야 해요. 우리가 선조들의 ‘한옥의 멋’을 살리면서 동시에 생활이 편리해야 더 많은 사람이 한옥에 관심을 갖고 전통이 이어가지 않겠어요?.
▶ 고향의 학창생활로 돌아가 보면!
- 상주중학교(19회) 상주고등학교(14호) 미술반의 궂은일은 모두 김형우 담당이었어요. 중학교 땐 김진호 선생님 댁에서 포스터 공모전 준비를 하며 겨울철 까치밥으로 남았던 홍시를 따먹던 기억이 새롭네요. 스케치를 하기위해 깡통 안에 버드나무 가지를 넣고 태워 만든 ‘목탄’으로 숯검댕이가 되는 것은 물론, 행사 때마다 현수막이랑 입간판은 으레 내 차지였어요. 최돈정 선생님의 상주고등학교(14회) 미술반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최선생님과 최초의 시화전을 준비하였고 그후 <상맥회> 시화전 단골 게스트였죠. 상주고 1학년 때 시화전에서 최고상을 받았죠. 그후 홍익대학교에 진학하니까 김양묵 선배가 떡하니 계신 거예요. 김선배는 대학원 조교, 나는 건축공학과 조교로서 상주고의 존재감이 대단했어요. 아무튼 내 전공과 교직의 터전은 상주사람들에게서 비롯된 거예요.
▶ 홍익대학교 건축과는 한국 현대건축 인맥의 둥지인데?
초등학교 미술반에서부터 나의 적성이 맞았는지 자유분방한 학풍의 홍익대 건축과 1학년부터 35명중 한사람 몫인 장학금을 받았고, 이후부터는 전액 정수장학금 혜택을 누렸어요. 2학년 때 문예전 시부에 당선되었으나 절필하고 전공에 몰두, <홍익대 건축도시연구원>으로서 세종문화회관 현상설계에 2등으로 입상하였고, 외환은행 설계경기와 하와이대학 동서문화센터 한옥 설계에 참여하였어요. 군 복무 후 곧장 홍익전문대학 건축과 전임강사로 교직을 시작하였구요.
▶ 해외 유학의 기회는?
- 1981년 모교에서 건축학 강의를 하면서 홍익대 문화체육관, 와우관을 설계, 졸업설계와 건축대전 공모전에서 홍대의 명성을 날리는 데 일조를 하였지요. 1984년 프랑스 연수에 이어 1985년부터 3년간 프랑스에서 파리 벨빌건축대학, 그레테이유대학 박사준비과정, 쥬시유대학 박사과정, 그리고 라데팡스 건축대학 올리비에 건축도시연구소 등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귀국하였습니다.
▶ 김형우 교수는 홍익대 조치원캠퍼스의 ‘모퉁이돌’이라던데?.
- 1988년 귀국 후 제7회 대한민국건축전에서 ‘유럽문화원’ 설계로 대상을 수상하였고 이어 1989년 신설된 홍익대 세종캠퍼스 건립 책임과 초대 건축공학과장으로 정년을 마쳤고, 요즈음도 초빙교수로 일주일 한번 강의를 하고 있지요. 지도교수이자 대상수상자로서 6년 동안 연구실을 지키며 제자들과 전국대학 공모전 수상1위를 이뤄냈고, 세종캠퍼스에서 박사12명, 석사68명, 서울캠퍼스 및 대학원에서 석사35명을 배출하였답니다.
▶ 가족 이야기를 좀 해주시죠..
- 군대생활 후 줄곧 학교에서만 살았습니다. 아내 신인숙 교수와는 상청회(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의 인연으로 만났고, 장모님의 적극 지원으로 결혼했어요. 가정보다 학교가 우선인 이 사람을 아내와 장모님이 생활을 맡아주시고 이해해 준 덕에 개척자정신으로 학교생활을 했어요. 건축설계와 섬유예술가인 아내와는 각자의 분야에서 더불어 하는 기회가 많아 자유롭게 소통을 하는 셈이예요. 딸은 홍대 후배로 건축을 전공, 설계사무소 3년을 거쳐 현재 프랑스 발드센느 건축대학에 유학 중이며 아들은 그림을 그립니다.
▶ 고향에는 자주 가시는지?
- 프랑스 유학 직전에 부모님이 사고로 같이 돌아가셨고, 귀국 후에도 세종대캠퍼스 건설 책임자로 눈코뜰새 없다보니 자연 고향에 발길이 소원했었는데, 얼마 전 아우 김형배의 살림집 건축설계(공간지 2015년 1월호 게재)로 열달 동안 매주 내려갔지요. 허지만 시간이 쫒겨 친구들과는 못만났어요. 냉림동 기존 주택가 두필지에 상주 다례원과 같이 주위경관과 어울리도록 노력했는데, 주변은 철지붕으로 경관이 망가지고 있더군요. 전문가적 관점에서 보면 고향 옥상 위 겹지붕은 건축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시의원을 지내신 큰 형님(김형구)과 동생이 가업인 전기공사업을 이어와 이제 조카들이 현업에 뛰고 있습니다.
▶ 상주사람들과 교류는 어떤지, 상주인의 긍지를 느낄 때는 언제였나?
- 초등학교 동기들과는 가끔 만났지만, 객지에서 학교생활 위주로 평생 살아오다 보니 상주사람들 만날 기회가 드물었고, 늦은 수업과 연구생활은 결코 녹녹치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주 동문들이 한국전력공사, 토지주택공사, 현대건설, 성균관대 총장등을 역임하고 류우익 선배가 지난 정부의 핵심실세일 때 주위에서 김교수의 고향 ‘상주는 인재가 참 많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상주인으로서 긍지가 더욱 높았습니다.
▶ 친구들 간에는 어렸을 때부터 김교수의 근실함은 소문이 나있다. 자주 만나지 못한데 대해 한마디.
- 학교 때난 군대 직장 등 고향분들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먼 통근거리, 늦은 시간까지 공모전 지도, 설계와 현장 방문 등으로 심야 퇴근일 때가 비일비재하였고, 좀 행동이 굼뜬 편이라 모두들 자주 못만 난 점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들께서 서울 북촌 가회동 11-61(창덕궁로170) 한경원으로 오시면 따뜻한 차 한잔 나누겠습니다.
▶ 김교수가 고향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 제가 건교부 중앙건설심의위 건축사위원, 서울시 건축위 위원, 도시공원위원, 정책위원회 위원, 등 서울시 공공건축가로서 청계천 복원화사업, 광화문광장, 지하철9호선, 한강 르네상스 공공 건축부분 자문과 설계에 참여한 경험을 활용해 고향 상주시의 도시재생과 정비 공공건축 등에 지적 기부를 하고 싶습니다. 또 나주시와 함께하는 조선시대 감영복원화, 성곽복원, 사대문 복원 등 도시 정체성을 되찾고 관광자원화를 위한 연구 및 포럼운동을 전개해 볼 참입니다.
▶ 요즈음 맡으신 일은 무엇인지요.
- 국토교통부에서 작년 <올해의 한옥> 대상을 받은 후 서울시 은평한옥마을 한옥건축소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한옥의 현대화 및 공공건축화 실험적 도전을 위한 설계작품을 남기려고 합니다.
▶ 김교수는 상주의 병풍이 된다면 무슨 역할을, 어떻게?
- 건축 미술 조형예술분야의 상주인 시니어 모임을 만들고 시정 자문과 상주읍성 복우너화 학술 포럼 등의 지속적 사업이 추진되도록 협력하며 이분야의 후학들이 성장하는 데 일조를 할까합니다.
▶ 병풍산 릴레이 다음 순서를 추천하신다면.
- 상주 출신의 김양묵(부산대 미대 학장 역임, 현 명예교수) 선배의 회화 작품과 창작 생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형우 프로필/ 1949년생/상주고등/홍익대 건축학과/동 대학원 건축학(공학박사)/프랑스 폰텐블로 미술건축대 해양건축 연구/빌멩건축대학 대학원 졸업(CEAA)/홍익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건축 설계교수회 회장 역임/제7회 건축대전 대상(1988년)/대한건축학회 작품상(2011년) 건축의 날 국무총리상(2012)/ 주요작품 : 홍익대 문화체육관, 인우헌, 소연헌, 적십자간호대학 / 현재 서울시공공건축가, 은평한옥소위원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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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헌에서 <왼쪽부타> 석민영, 오병훈 종로문인협회장, 김형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