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 개최‥ '빈대 습성과 퇴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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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목) '사계절 출몰하는 빈대 습성과 퇴치 방법‘을 주제로 제16회 국민과학생활 토크라운지를 개최하였다. (왼쪽부터) 손미현 무학중학교 교사, 성건묵 충남대 응용생물학과 교수, 김주현 서울대 의대 교수 |
최근 국내에서 거의 사라진 것으로 여겨졌던 빈대가 자주 출몰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빈대를 관리대상 해충으로 아직 지정하지 않고 있으며 방역에 대한 대안책도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14일 '사계절 출몰하는 빈대 습성과 퇴치 방법'을 주제로 제16회 국민생활과학 토크라운지를 열고 빈대의 특성과 확산 요인, 물렸을 때의 증상과 치료법, 물리적‧화학적 방제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곤충, 빈대의 특성과 확산 요인
먼저 성건묵 충남대 농생대 응용생물학과 교수가 '곤충, 빈대의 특성과 확산 요인'을 주제로 강연했다. 성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고 있는 빈대는 두 종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시멕스 렉툴라리우스(Cimex lectularius)라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빈대와 다른 하나는 시멕스 헤미프테루스(Cimex hemipterus)라는 반날개빈대"라며 "빈대는 일반적인 실내 온도에서 최대한 9개월에서 최대한 18개월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특히 흡혈하지 않아도 대략 3개월 이상 생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빈대 성충의 사이즈는 3~5mm로 진한 갈색이며, 매우 납작한 형태로 좀 오랜 시간을 지속해서 흡혈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성 교수는 “매우 납작한 빈대는 흡혈을 하면 할수록 몸 전체가 피로 가득 차고 부풀어서 체중의 2~6배까지 흡혈할 수 있다. 빈대는 옮겨 다니면서 여러 군데를 흡혈을 하기 때문에 지그재그, 또는 일직선으로 여러 군데 흡혈 자국을 보인다”며 “빈대는 여러 가지 감각기관을 이용해서 인간이 내는 열을 감지하고 흡혈할 기주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빈대의 서식지는 집안 어디일까. 성 교수는 “빈대는 좁은 틈을 좋아한다. 매트리스나 카펫, 또는 벽지나 벽의 크랙 사이에 들어가서 산다”며 “빈대가 흡혈을 하면 배설을 하기 때문에 매트리스나 벽지 등에 거뭇거뭇한 자국이 보이면 빈대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다가 “빈대는 암컷 한 마리가 굉장히 많은 알을 낳기 때문에 빈대를 방제 없이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왜 요즘 갑자기 빈대 문제가 심각해진 것일까. 성 교수는 “코로나 이후 국가 간 이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전 세계적으로 살충제 저항성을 가진 빈대가 급격히 늘어났다. 즉 국가 간 이동 증가로 빈대가 국내로 침입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가 유입된 빈대가 살충제 저항성을 가진 개체이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 것이다. 게다가 2024년 올림픽을 앞둔 프랑스에서 빈대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면서 그것이 많이 위험한 것으로 체감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빈대가 많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빈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앞으로 빈대를 방제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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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건묵 충남대 응용생물학과 교수가 ‘곤충, 빈대의 특성과 확산요인’을 주제로 발제 중이다. |
빈대의 살충제 저항성, 어떻게 해야 할까
이어 김주현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교수가 ‘빈대의 살충제 저항성,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과거 빈대를 없애는데 가장 좋았던 무기가 DDT였다. 1930년 군대에서 이를 잡기 위해 처음 사용했고, 1942년부터 빈대 살충용으로 확대해서 사용했으며 3년 후 민간에도 보급 됐다. 문제는 당시 DDT 사용에 있어서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어 마구잡이로 뿌려댔다. 결국 2년 만에 DDT의 저항성에 대한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고, DDT를 뿌려도 곤충들이 죽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 대체제로 1963년 피레스로이드계 약제가 도입됐다. 국화의 한 종류인 제충국에서 추출한 성분이 피렌스린인데, 이것에 곤충을 잘 죽이는 살충 성분이 있으나 수분이나 빛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단점도 있어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화학적으로 바꿔서 합성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다. 이것은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을 하는데 장점은 곤충은 너무 잘 죽이는데 포유동물에게는 독성이 매우 낮다는 것. 그래서 바퀴벌레나 모기, 빈대 등 다양한 위생해충을 죽이는데 사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가 흔히 집에서 사용하는 살충제가 모두 피레스로이드계다. 이것이 효과도 좋고 사람에게도 안전하니까 빈대를 방제하는데도 굉장히 오랜 기간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까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대해 전 세계의 많은 빈대가 저항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저항성이 생기고, 국가 간 이동과 중고가구 거래도 증가 등으로 인해 줄어들었던 빈대의 밀도가 다시 전 세계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살충제 저항성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곤충의 신경계에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가 결합하는 중요한 단백질이 있다. 이 단백질에 살충제가 결합을 하면 곤충의 신경계를 교란시켜 죽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항성이 생겼다는 건 살충제와 잘 결합하는 단백질의 어느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기고 구조가 변하면서 살충제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9년 국내에서 채집된 빈대들의 살충제 저항성을 조사했더니 그 당시에 벌써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100% 다 갖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빈대의 방제가 더욱 어렵다는 것. 그래서 김 교수는 “집에서 저밀도의 빈대가 발생했다면 세탁, 청소, 고열, 스팀 등 다양한 물리적 방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고밀도일 때는 적절한 화학 살충제와 물리적 방제의 혼용 없이는 실내에서의 빈대 박멸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작용 기작이 다른 대체약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를 도입해야 한다. 저항성이 있는 빈대에게도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것을 도입하고 빨리 시장에 유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개인이 사용할 수 없다. 방역전문가가 용법과 용량, 안전성을 지켜서 처리를 해야 된다. 살충제는 집안에 뿌리는 것이므로 사람에 대한 안전성이 담보되어야 하므로 빠른 실내 가정용 살충제 보급은 어렵지만, 빈대 박멸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있는 건 분명하다. 따라서 최근 언론에서 ‘무적 빈대 나타났다’라고 하는 표현은 맞지 않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런데 무엇이든 계속 사용을 하다보면 저항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 화학살충제의 한계이기 때문에 김 교수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저항성을 모니터링하여 증가여부를 파악하고 저항성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빈대는 사람이 이동할 때 같이 이동하고 사람의 거주지에 같이 서식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일단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경로를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집에서 빈대 한 마리가 발견됐거나 혹은 물린 자국이 발견됐을 때는 빈대가 추가적으로 나오는지, 물린 자국이 밤마다 늘어나는지를 잘 관찰해야 한다. 그래서 번식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면 고온과 흡입이 가능한 가전제품을 활용해서 세탁과 청소를 세심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빈대가 번식하기 시작했다면 무조건 방역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눈앞에서 발견한 빈대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김 교수는 “빈대를 변기에 버리거나 가정용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은 절대 하면 안 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빈대를 터뜨려 죽이는 것이고, 일주일 이상 얼리는 것도 괜찮다. 빈대를 익사를 시키려면 그냥 물은 소용이 없고, 주방세제를 푼 물이어야 한다. 그래야 빈대가 숨을 쉬는 기관지 같은 관에 주방세제 성분이 들어가서 익사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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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서울대 의대 교수가 ‘빈대의 살충제 저항성,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주제로 발제 중이다. |
‘빈대에 대한 모든 것’ 질의응답 시간 가져
강연 후에는 손미현 무학중학교 교사의 사회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빈대에 잘 물리지 않기 위한 생활 습관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성건묵 교수는 “모기와 달리 빈대에 잘 물리는 체질에 관한 연구가 아직 없다. 하지만 빈대가 흡혈할 사람을 체취와 이산화탄소, 열 등으로 찾기 때문에 땀을 흘렸다면 자기 전에 샤워하고 청결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빈대에 물릴 확률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빈대의 출몰이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김주현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가뭄, 홍수, 허리케인 등 돌발 기후 상황을 기후 위기라고 한다. 이런 문제의 기후 조건들은 곤충이 살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모기나 진드기 등이 잘 번식한다. 하지만 빈대는 사람의 거주지 안에서 서식을 하기 때문에 기후보다는 사람의 이동에 영향을 더 받는다. 그리고 집안은 어느 경우든 사람이 살기 좋은 온도로 유지가 되기 때문에 기후위기가 빈대의 출몰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크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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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손미현 무학중학교 교사, 성건묵 충남대 응용생물학과 교수, 김주현 서울대 의대 교수 |
빈대로부터 고통받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한 한 마디를 묻자 성 교수는 “국내 대학과 많은 연구소에서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빈대뿐만 아니라 매번 새로운 해충들이 나와서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곤충 연구자들이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며 “빈대에 대한 해결책도 곧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김 교수는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기 때문에 빈대에 대해서 유사한 형태의 공포감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이 빈대 사태도 해결책을 찾을 것이기 때문에 너무 과도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