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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5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315월] 냄비에 물 끓듯 경솔한 '사형 집행' 주장
부산 여학생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수감중인 흉악범에 대한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주장이 거세다. 인간의 짓 이라기에는 너무나 잔악한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배경이다. 그러나 흉악범죄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정부ㆍ여당이 여론에 편승해 거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으로 비친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독방을 쓰는 흉악범 1명에게 1년에 2,000만원이 들어가는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최고위원 회의에서"사형이 확정된 성폭행범이나 연쇄살인범은 신속히 형을 집행하는 것이 정의와 법치주의에 맞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사법제도개선특위 위원장도 거들었다. 반면 안 대표가 법치와 인권의 본질을 왜곡하고 포퓰리즘에 치우친 것임을 지적한 발언은 없었다.
정부도 강경론에 호응하는 듯한 분위기이다. 법무부는 57명의 사형수 가운데 대상자를 선별해 사형 집행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진정성을 믿기 어렵지만, 마냥 예사롭게 들어 넘길 수 없다.
부산 사건과 유영철ㆍ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 등이 안긴 충격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러나 숱한 흉악범죄에도 불구하고 1997년 이래 사형 집행을 유보해온 국가 정책을 섣불리 바꾸는 것은 경솔한 선택이기 십상이다. 역대 정부가 사형 집행을 유보한 것은 사형제도에 관한 국내외의 인식 변화와 국가 이미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한 결과이다.
한국은 이를 통해'실질적 사형폐지 국가'로 분류돼 국제사회에서 문명국가 이미지를 높였다. 그 사이 사형제도에 관한 국민적 인식과 헌법적 판단도 많이 달라졌다. 지난 달 헌법재판소가 96년에 이어 다시 사형제를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합헌 의견이 재판관 7명에서 5명으로 줄고, 보충의견 등을 통해 사형제 폐지 또는 대체 입법을 권고한 것은 상징적이다.
대법관을 지낸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국가 형벌권 행사는 냄비에 물 끓듯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은 아주 명쾌하고 적절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315월] 일본은 일제 피해자에 대한 책임 인정해야
일본이 1965년 한일협정 체결 당시 군대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단을 하고 있었음이 일본 외무성 문서로 확인됐다. 현재 일본에서 이뤄지는 징용 피해자의 소송 등에 이런 사실이 반영돼야 하는 것은 물론, 일본 정부가 일제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개인 청구권이란 일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피해 당사자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본 정부는 한일협정 2조를 거론하며 이 청구권의 유효성을 부정해왔다. 이 조항에는 ‘양국 및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협정으로 소멸한 것은 국가의 외교보호권일 뿐 개인의 권리까지 국가가 포기할 수는 없음을 지적해왔다. 이번에 발견된 문서는 일본 스스로 당시부터 이런 판단을 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다른 소리를 해온 것이다.
이번 문서가 아니더라도 일본 쪽의 개인 청구권 소멸 주장은 근거가 취약했다. 백번 양보해 개인 청구권 문제와 관련한 당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일정 부분 인정하더라도,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등 일제의 인권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과 국제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안부 문제는 일본 쪽이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함으로써 협정에 포함되지 못했다가 1990년대가 돼서야 본격 제기됐다. 청구권 소멸을 주장할 최소한의 근거조차 없는 셈이다.
이번 일은 일제 피해자에 대한 책임 문제를 깨끗하게 푸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 우선 한일협정과 관련한 모든 문서가 빨리 공개돼야 한다. 일본은 우리 정부가 2005년 협정 문서를 공개하고 나서 3년 뒤인 2008년에 문서의 일부를 공개했으며, 이번 문서도 이들 문서 가운데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다. 이번 문서도 “개인 청구권은 조약 체결국의 국내 조처에 의해 처분될 것”이라고 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먼저 책임을 인정해야 근본적인 사태 해결이 가능하다.
지금의 일본 정부는 과거사 문제를 푸는 데 비교적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과거 위안부 관련 법안 발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젠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동아일보 사설-20100315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무엇을 담아야 하나
정부가 2008년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으로 발표했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주 건립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회는 2013년 2월로 예정됐던 개관 날짜를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해주면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통합에 기여할 박물관 건립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건립위원회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자라나는 세대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 엄청난 땀과 눈물, 희생의 결과임을 분명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면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민족의 자존심을 심어주는 대한민국 발전사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의 말 속에는 우리 선조들이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전쟁을 겪으며 대한민국을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를 미래 세대에게 생생히 가르쳐주는 학습장이 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건립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 박물관은 1953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극빈(極貧)국가로부터 세계 10위권의 경제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로 도약하는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 이를 위해 1만여 점의 전시자료를 수집하고 각종 기록 영상자료 구술자료를 담은 ‘대한민국 현대사 아카이브(기록보관소)’를 구축하기로 했다. 장소는 서울의 간판 거리인 세종로의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자리로 결정됐다.
대한민국 건국의 시점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재연됐다. 건립위원회 측은 당초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의 기점으로 잡기로 했으나 올해 1월 일부 단체와 학자들이 ‘그렇게 되면 1919년에 세워진 임시정부의 역사와 단절이 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반발했다. 결국 1948년의 성격을 ‘대한민국 수립’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으로 바꾸는 것으로 절충됐으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김진현 위원장을 비롯한 건립위원회 측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대한민국의 정통성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일부 좌파 학자는 대한민국 건국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과 구소련이 도발한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힘들게 지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뤄낸 피와 땀과 눈물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통해 우리 역사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을 높이고, 이를 미래의 지속적인 발전과 번영을 이끄는 동력으로 승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역사를 객관적이고 실증적으로 보여주되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폄훼하려는 시도는 단호히 차단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315월] 교육감후보, 정당에 어필 생각 말고 교육 소신 내놔야
역대(歷代) 교육감 선거 가운데 이번 교육감 선거만큼 국민 관심이 높았던 적이 없다. 6월 2일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질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에 관한 보도가 연일 줄을 잇고 있다. 현재까지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이 64명, 출마설이 나도는 인사까지 합치면 1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관심 자체는 나쁠 게 없다. 2007년 2월 첫 직선(直選)으로 치러진 부산교육감 선거 때 투표율이 15.3%, 2008년 7월 서울교육감 선거 15.4%, 작년 4월 경기교육감 선거 때는 12.3%에 불과했다. 2007년 12월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충북·경남·울산·제주 교육감 선거 때는 투표율이 60%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네 곳 교육감 선거에선 모두 기호 2번이 당선됐다. 많은 유권자들이 기호 2번을 특정정당 후보로 혼동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교육감은 막중한 자리다. 서울교육감의 경우 141만명의 유·초·중·고생 교육과 7만7000명 교원의 인사, 6조3000억원의 예산권을 갖고 있다. 교육감은 국민 관심이 높은 고교 평준화, 특목고·자사고 설립, 학군 조정 같은 교육정책도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자리다.
문제는 교육감 선거를 둘러싼 관심이 교육 현안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교육 현안은 무상급식(無償給食) 정도다. 그것도 교육감이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지금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교육감 선거가 시·도지사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생긴 관심일 뿐이다. 지방교육자치법은 정당이 교육감 후보를 공천하거나 선거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당들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 선거에서 자기 당 시·도지사 후보와 사실상의 러닝메이트로 움직일 교육감 후보를 고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직 장관, 전 청와대 수석,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 인지도가 높은 명망가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들은 자기 측 표가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밑에서 단일화까지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렇게 되면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 간 세(勢)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은 게 좋다. 정당의 교육감 선거 관여 금지에 대해서도 현행법을 개정해 아예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제(制)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교육감 선거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교육 현안(懸案)에 대한 토론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부모들이 교육감 후보들에게서 진짜 듣고 싶은 말은 사교육을 어떻게 줄여줄 것인지, 교육비리를 막을 무슨 복안(腹案)이 있는지, 전국 단위 학력평가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특목고와 국제중학교는 더 늘릴 것인지, 뒤처지는 아이의 학력은 어떻게 끌어올리고 수월성 교육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하는 것들이다. 정상적인 교육감 선거라면 후보들이 이런 진짜 교육문제를 놓고 활발하게 자기주장을 펴면서 유권자를 설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315월] 여야 교육감 선거 보이지 않는 손 걷어야
교육감 선거가 정치선거로 변질될 조짐을 보여 걱정이 앞선다. 6·2 지방선거의 또 다른 한 축으로 여야 정치권과 무관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분위기다. 여야가 은근히, 혹은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뻗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종전의 교육감 선거에서 보여준 행태를 이번에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선거판은 정치권의 이해 관계와 맞물리면서 교육정책이 아닌 이념 대결의 장으로 전개될 공산이 커졌다.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 자치가 훼손당할 위기에 또다시 놓였다.
16개 시·도 교육청의 수장인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 정당은 관여하지 못한다. 막강한 권한의 교육감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며 소신껏 교육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한 게 법 취지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며 후보 내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권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곳을 최대 승부처로 보고 난립 후보들을 교통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는 아예 진보단체들이 대리인 격으로 나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 중이다. 중앙선관위가 칼날을 더 세워야 할 때다.
교육감 선거에 정치색 입히기는 악어와 악어새의 형국이다. 지난번 선거를 통해 서울에선 보수성향, 경기도에선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선출됐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교육정책을 놓고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번번이 충돌했다. 한나라당은 이번만큼은 제2의 김상곤을 막으려고 내심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후보들이 워낙 난립해 있고, 이들이 순순히 응할 기색이 아니어서 부작용만 낳을 소지가 다분하다. 반대로 야당들은 김상곤 교육감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자 진보 후보 단일화에 더 집착한다. 후보들로서는 정당들이 보유한 선거 노하우와 광범위한 조직을 뿌리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정당과 후보들은 공생관계를 뿌리치지 못하고 있지만 온당치 않다.
교육감 후보와 정책연대를 하면 광역단체장 지지율에 크게는 5%포인트 정도가 차이가 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치권이 개입 유혹을 버리기 더 어려운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권은 교육 백년대계라는 인식을 갖고 교육감 선거에서 한 발짝 떨어져야 한다. 정치권이 과욕을 보일수록 이념적 대결이 심화되고, 교육 현장의 혼선은 더 가중될 우려가 있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대표 선수들만으로 치러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315월] 제 2 IT혁명 주도 나선 미국의 새전략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초고속 인터넷망을 대폭 확충해 전화,방송을 뛰어넘는 '지배적 통신수단'으로 키우겠다고 나섰다. FCC가 16일 의회에 제출할 브로드밴드 10개년 계획에는 인터넷망 확충 보조금 지급, 방송사의 미사용 주파수 경매를 통한 이동통신 활용 촉진, 인터넷과 케이블 서비스에 접속하는 보편적 셋톱박스 개발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새로운 IT 흐름을 주도(主導)하겠다는 의지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계획은 미 전역에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야심에서 나왔다. 지난달 줄리어스 제나코프스키 FCC 위원장은 2020년까지 1억 가구의 인터넷 평균속도를 지금보다 10배 빠른 100메가비트(Mbps)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보다 넓고, 더 빠른 인터넷이 일자리도 만들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사실 미국의 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뒤떨어지고, 속도도 느리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폭증하고 있는 트래픽과 주파수 부족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이 예산문제나 방송사 및 기존 통신사와의 이해관계 등을 극복하고 이런 한계를 해결한다면 그 폭발력은 상당할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IT응용이나 서비스 개발에서 뛰어나다. IBM MS에 이어 구글 애플 등이 IT 흐름을 주도하고 있고,무선 인터넷망 개방도 무섭게 진행되고 있다. 정책도 혁신적이다. 3세대(3G) 망에서 인터넷전화도 허용했다. 한마디로 '오픈 디바이스, 오픈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망 개방과 중립성이 원칙이고, 이게 미국 IT혁신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보급률, 속도 등에서 미국보다 앞서 있음에도 IT 응용이나 서비스에서는 뒤처지고 있다. 망이 폐쇄적이고,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왔다는 방증이다. 이런 수준으로는 모바일 등 제2의 IT 혁명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망 고도화와 함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특단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315월] 산업인력 고령화 대책 강구해야
산업현장의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앞으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신규인력의 수혈이 안 돼 발생하는 산업인력의 고령화는 세대 간 기술이전을 차단하고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현장의 연령별 구성을 보면 40대 이상이 55%를 차지해 기형을 이룬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조선ㆍ철강 등의 경우 평균연령이 45세에 이른다. 전반적인 노령화와 저출산 추세로 산업인력의 세대교체가 어느 정도 부진한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노령화를 방치할 경우 산업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산업현장 인력의 신규채용을 늘려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강력한 노조가 버티고 있어 고령인력의 퇴직유도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생산성에 기초한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통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나갈 경우 신규채용 여력이 커질 것이다. 노조도 기득권 보호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일자리는 유지하되 생산성에 기초해 임금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협력해야 한다.
이공계 기피현상과 함께 어렵고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는 풍조 때문에 신규 기술 및 기능인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각종 기능인력 양성 및 훈련제도를 산업수요에 맞게 개선하고 새로 도입된 마이스터고를 이른 시일 안에 활성화해 기능인력 공급을 최대한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인력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한 분야에 대해서는 외국인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가령 현재 중소기업에만 허용되는 외국인력 활용을 조선ㆍ철강 등 대기업에도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선ㆍ철강 등 주력산업의 경우도 산업인력 고령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될 경우 몇 년 안 가 인력부족 또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경쟁력을 잃거나 해외로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국내 산업기반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인력 활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산업의 사양화는 산업인력 공급과 밀접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끊임없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우리 경제의 발전단계에 비춰 조선ㆍ철강ㆍ자동차 등 중공업은 상당 기간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산업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주력산업이 현장인력의 고령화 때문에 경쟁력이 약화되고 조로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기선민(문화스포츠 부문 기자)-20100315월] 야후(yahoo)
인간 앞에 ‘짐승만도 못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을 일찌감치 내다본 사람은 조너선 스위프트(1667∼1745)였다. 그가 1726년 발표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 걸리버는 소인국과 거인국, 천공의 섬 라퓨타 등을 거쳐 말들의 나라 휴이넘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걸리버는 야수처럼 추악하게 생긴 야후들을 목격한다. 말들의 다스림을 받는 이들은 외모만 추한 게 아니라 하는 짓도 비열하고 잔인했다. 툭하면 서로 싸우고 죽였다. 오죽하면 이 나라에서 ‘야후 같은’이라는 단어가 쓰였을까. “그들(휴이넘)은 하인의 어리석음, 자식의 게으름, 다리를 다치게 한 돌, 나쁜 날씨를 표현할 때 ‘야후 같은’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야후는 인간의 악한 본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모습에 대한 풍자다. 도덕과 양심, 이성을 포기하고 짐승이 되길 선택한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들은 그런 점에서 ‘현대판 야후’라 불릴 만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세기의 범죄’라고 이름 붙인 윌리엄 하이렌스도 그중 하나다. 그는 1946년 미국 시카고에서 세 명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마지막 범행은 여섯 살 소녀를 유괴해 목 졸라 죽인 후 시체를 토막내 하수구에 버린 엽기 행각이었다. 당시 그는 열일곱 소년이었다. 언론은 그를 ‘립스틱 킬러’라 불렀다. 그가 두 번째 범행 현장 벽에 피해자의 립스틱으로 휘갈겨 쓴 메모 때문이었다. “더 죽이기 전에 제발 날 말려줘. 난 통제불능이야.”
한 인간이 통제불능의 야수로 변하는 요인은 뭘까. 범죄심리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충격, 이로 인한 자기모멸감과 무력감 등이 커지면서 범죄에 대한 환상을 키우게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야수는 홀로 크지 않는다. “결함이 있는 가정과 사회는 범죄를 키우는 온실 같은 환경을 만들어내 결국 무시무시한 비극을 불러온다.”(로버트 K 레슬러,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얘기다.
최근 여중생 납치살인범 김길태가 잡혔다. 다들 그를 ‘짐승’ ‘괴물’이라 욕한다. 전자발찌법 소급 적용, 사형집행 재개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논의의 순서가 바뀐 느낌이다. 이보다는 가정과 사회의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성범죄자에 대한 교화·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전자발찌 고리를 강철로 바꾸는 일보다 전자발찌를 찰 미래의 ‘야후’ 숫자를 줄이는 근본적 대책이 더 급한 일일 거라 믿는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서배원(논설위원)-20100315월] ‘제2의 SSM’ MRO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LG그룹 본사 앞에서 한국산업용재공구상협회가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LG계열 구매대행회사인 서브원이 경남 창원에 대형 공구판매시설을 열려는 것을 규탄하기 위해 공구상 400여명이 상경시위를 벌였다. 서브원 판매시설은 연면적 3200평으로 소형 공구상이 밀집한 기존 공구상가단지와 300m 떨어져 있다고 한다. 공구상들은 “서브원 판매시설이 문을 열면 창원 시내 600여 공구상의 매출 중 80% 이상이 잠식당해 공구상이 초토화되고 3000여 종업원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며 개점 철회를 요구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잠식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구매대행업(MRO)이 ‘제2의 SSM’으로 떠오르고 있다. MRO는 유지(Maintenance), 보수(Repair), 운영(Operation)의 약자로 기업에 필요한 살림을 대행하는 개념이다. 사무·청소용품은 물론 전기·기계부품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소모성 자재의 구매를 대행해주는 것이 MRO회사의 주요 업무다. 기업은 소모성 자재의 구매·관리를 위한 인력·시간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점을 내세워 삼성, LG 등 주요 그룹이 몇해 전 MRO회사를 세웠다. 애초 계열사 구매대행으로 시작했지만 일반기업으로까지 영업이 확대되고, 구매대행 품목 수도 급증하면서 납품처를 잃은 소규모 상인들과의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상위 6개 MRO회사 매출액이 2005년 1조9000억원에서 2008년에는 3조8000억원으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는 추세여서 새로 시장진입을 검토 중인 대기업도 있다고 한다.
1990년대 이후 재벌 계열의 유통회사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대형마트를 세워 재래시장을 크게 잠식했다. 대형마트의 성장이 한계에 부닥치자 이들 유통회사는 SSM을 돌파구로 삼아 골목상권을 파고 들기 시작했다. 동네슈퍼들의 비명에 정부가 뒤늦게 이런저런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규제완화·자유경쟁 등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 빈곤층 증가 억제 등의 큰 시각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영역 침범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힘센 대기업의 무한확장 본능은 스스로 제어되기 어렵다. 기업윤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매일경제신문 칼럼-월요아침/성철환(논설위원)-20100315월] 구글같은 기업 왜 못 나오나
"삼성전자ㆍ현대차 등 활약 눈부시지만 미래의 대기업 재목인 혁신기업 태동·성장할 우호적인 여건 아쉬워"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얼마전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삼성전자가 42위에 랭크됐다. 종합순위로는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50위 안에 들었지만 업종별로는 몇몇 기업이 더 눈에 띈다. 자동차와 철강 부문에서도 현대자동차와 포스코가 각각 5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포천이 기업 규모(매출)로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 드는 한국 기업도 여럿이다. 지난해에도 14개사가 포함됐다. 특히 삼성전자(40위) LG(69위) SK홀딩스(72위) 현대자동차(87위) 등 4곳은 100위 안이었고 포스코는 199위였다.
이들 간판급 기업이 고용 창출과 양질의 제품 공급으로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크게 기여하는지는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시킴으로써 국가 브랜드 를 높이는 데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군함의 수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의 수가 국력을 가리는데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에서 이들 기업의 역할은 더욱 빛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기업 명단에 오랫동안 새 이름을 찾기가 어려운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내 상장기업 중 공기업과 재벌기업 계열사를 빼고 지난 10년 동안 창업 후 자력으로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2개사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들 중 매출 1조원을 넘겨 기업 순위 200위권까지 오른 곳은 1999년에 설립된 NHN 단 한 곳 뿐이다. 경제의 신진대사가 그만큼 활발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한창 승승장구하던 1998년 한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 회장은 `가장 두려운 존재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애플이나 오라클 같은 막강한 적수의 이름이 답으로 나옴직한 물음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뜸을 들인 게이츠 회장은 달랐다. "누군가 차고에서 개발하고 있을 전혀 새로운 뭔가가 두렵다"는 게 그의 답이었다(켄 올레타저 `구글드`). 게이츠는 자신이 1975년 그랬듯 혁신 기업의 예상치 못한 등장이야말로 가장 두려워할 대상임을 지적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스탠퍼드대학원 동창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차고에서 구글을 창업한 것이 바로 그해였다. 구글은 강력한 검색엔진을 무기로 세계 검색시장 중 70%를 점유하며 인터넷의 제왕으로 무섭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니 게이츠의 악몽이 실현된 셈이다. 창업 12년 만에 미국 100대 기업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구글이 없었더라면 미국 경제가 그나마 지금과 같은 위상과 지도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의 역할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이들 기업과 함께 경제를 떠받칠 또 다른 기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위기에 휘말리면서 일본 경제에 던지고 있는 충격파도 시사하는 바 크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올린 뛰어난 성적은 김연아 선수와 같은 강력한 유망주뿐 아니라 묵묵히 기량을 닦아온 모태범ㆍ이승훈ㆍ이상화 등 신인 선수가 펼친 의외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경제에도 이런 존재가 있어야 한다.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대기업에 집중된 한국에서) 지금이야말로 중소기업이 탄탄한 허리를 만들어 줄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소기업 중 규모가 있는 중견기업이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뛰어난 기술이나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환경 탓에 제대로 꿈을 펼칠 수 없다면 큰 문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생성ㆍ성장ㆍ소멸하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하는 일이 절실하다.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 중소기업 규모보다 커지면 오히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불합리한 제도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대기업 반열에 오르는 신생 혁신기업이 늘어날 때 우리 경제는 한층 탄탄한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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