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과 에너지장(場)
이언 김동수
(시인. 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原子)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작은 입자들인데 그 원자의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을 수없이 많은 전자(-)들이 돌아다니면서 빛(전자파)을 방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전자파의 빛이 파동인지 입자인지에 대한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빛이 파동으로 동작한다는 것은, 빛이 전파와 같은 형태로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빛이 입자로 동작한다는 것은, 빛이 작은 알갱이의 입자로서 전달되며, 일정한 운동량과 에너지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
20세기 초, 빛이 파동 즉, 에너지로서의 성질과 입자 즉, 물질로서의 성질을 모두 가졌다는 새로운 이론이 제시되어 이를 양자역학(量子力學)이라 한다. 이는 양자역학에서 중요한 개념인 파동-입자 이중성(duality of wave-particle)으로 알려져 이후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매우 짧은 시간에 강한 충격을 주면 빛은 양자화 된 알갱이, 곧 입자성으로 변한다. 반대로 매우 긴 시간에 아주 약한 충격을 주면 빛의 파동성이 보인다. 빛이 관찰되기 이전에는 존재와 비존재의 중간 상태에 놓여 있다가, 전자가 빛을 흡수하게 되면 원자핵에서 먼 궤도로 점핑(up)했다가, 빛이 방출되(사라지)면 다시 원자핵 가까운 곳으로 다운(down)된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빛은 불연속적인 빛알갱이의 흐름이라 하고, 이 빛알갱이를 광양자(光子)라 하였다. 빛(전자파)이 파동이라면 물결처럼 연속적으로 퍼져 나가야 하는데 막상 실험을 해 보니 실제로 빛은 불연속적인 입자로 띄엄띄엄 방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중 슬릿(가느다란 틈)에 빛을 발사해 보았다. 결과는 왼쪽 그림처럼 여러 줄무늬(간섭무늬)가 물결처럼 생겨 전자는 파동성을 띄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엔 전자가 어떻게 파동의 형태로 통과를 하는 것인지 그 과정을 관측해 보고자 검출기 카메라를 놔두었더니, 갑자기 두 줄이 나타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입자가 통과를 어디로 하는지 사진을 찍으려고 물리적 측정 행위를 하는 순간 파동성이 사라지지고 입자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립자(에너지)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으로 우주 공간에 존재하다가 관찰자가 어떤 의도를 품고 바라보는 순간(빛을 만나), 돌연 입자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바라보지 않을 경우엔 사라지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양자 물리학에서는 ‘관찰자 효과(observer effect)’라 부르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파장을 가지고 있고, 또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생각에도 파장이 있고 에너지가 있다. 여기서 “마음 에너지(mind energy)”라는 개념이 등장하여 ‘비물질적인 것이 물질의 구조를 변화시키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 그대로가 일체의 존재(色)’라는 색즉공(色卽空), 공즉색(空卽色)의 초월적 사유도, 노자(老子)가 말한 ‘있음은 없음에서 나온다’는 유생어무(有生於無)도, 우주에 가득 차 있는 파장(空)이 입자(色)로 전환되는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세계요, 1905년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발표한 ‘질량-에너지 등가법칙(E=mc²)’과도 같은 양자역학의 세계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법에 동조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있다. 실재(實在)란 관찰 행위와 관계없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지, 관찰에 의하여 실재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리학자 봄(Bohm)도, 우주 자체가 불확정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에너지장(場)
이러한 논쟁 속에서도 1982년 아스펙트는 두 개의 광자(빛)가 우주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도 ‘에너지장(場)’에 의하여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의 에너지장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비국소성 원리”를 주장하였다. 이를 ‘양자 얽힘’ 곧 ‘결맞음 상태(cohered state)’라 하여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모든 파동이 동일한 위상으로 반응한다고 주장하였다. (TV채널이나 라디오 주파수처럼)
우주 만물은 자기 복제의 순환성을 갖고 무한히 반복되고 있다. 나의 생각과 감정들도 하나의 에너지장을 이루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기에 우주의 허공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수많은 양자역학, 즉 미시의 세계에서 보면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비결정적 상태의 에너지장이다.
가시광선(可視光線)
태양과 별들은 파장에 따라 우리 눈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과 자외선, 적외선, X선, 감마선 등과 같이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많은 종류의 빛(전자기파)을 방출한다. 그 중에서 사람의 눈에 대략 보이는 보라, 남색,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빨강 일곱 가지 색 중에서 보라색으로부터 빨강색으로 갈수록 파장이 커지고 에너지는 작아지고, 보라색으로 갈수록 파장은 짧아지고 에너지는 커진다는 것이다.
紫外線←보라 빨강→赤外線
[에너지(大), 파장(短) ↔ 파장(長), 에너지(少)]
나의 몸과 우주는 텅텅 비어 있다
마음의 본질은 무엇인가? 컴퓨터가 인간의 마음이 하는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마음에는 결코 기계로 구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일까? 이러한 점에서 양자(量子) 역학은 인간의 의식을 이해하는데도 중요하다.
인간의 감정은 거리와 상관없이 우리 몸의 세포에 영향을 준다. 그러기에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에 자신을 맡겨 그 느낌이 현실이 되도록 우주의 양자(量子)와 같은 의식의 패턴(파장)을 맞춰야 한다. 내 마음 속에 자비와 사랑의 나무를 심어 그 사랑과 자비의 나무가 자라 우주 자연과 결[波]이 맞을 때 비로소 우리가 염원하는 긍정적 느낌과 소망들이 현실의 공간으로 안내해 주게 될 것이다.
인생사는 더 이상 우연의 연속이 아니고 상상 그 자체이다. 짧게 보면 우연인 것 같지만 길게 보면 필연의 결과들이다.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는 치유, 평화, 풍요, 창조, 사랑의 열쇠는 우리가 그것들과 얼마나 깊이 참여되어 있는지를 깨닫는 데에 있다. 그러한 성취는 '우연히' 생기기보다는 ‘간절히 원하고 참여’할 때 일어난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창조자들이다. 이러한 우리의 의식과 인식의 힘이 결국 그 '무엇'을 창조한다. 이것이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응답이다. 우리의 몸은 무한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만물의 에너지장, 이 에너지장이 우리 몸의 치유에서부터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의 청사진이 담겨 있는 미시적이고도 강력한 우주 자연의 신비한 메커니즘이다.
양자 얽힘의 비국소성
2004년 참새목에 속하는 울새가 ‘양자 얽힘’의 비국소성을 이용해서 길을 찾는다는 논문이 네이처에 실리면서 양자생물학이 시작되었다. 울새는 사람처럼 지형지물을 보고 방향을 결정하거나 다른 철새처럼 밤하늘 별의 모양을 추적하지도 않는다. 체내에 내장된 방향감각을 이용해서 지구 자기장을 감지하는 방법으로 방향정보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울새는 일종의 생화학적 나침판이라 하겠다.
우주의 모든 것이 입자이며 동시에 파동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양자 얽힘은 시공의 경계를 초월하면서 동일한 결속의 힘으로 기적을 이룬다. 인간은 자신의 무한한 의식의 힘으로 미래의 꿈을 현실의 사실로 만드는 창조자들이다. 내가 바라보고 느끼는 주관적 감정이 객관적 현실로 변화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과 마음이 우주에 가득한 에너지와 행동 방식을 결정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람의 마음과 느낌이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그 물질이 또한 세상을 바꾸어 간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양자역학의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