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국골의 추억, 추성~국골사거리~쑥밭재~광점동...

[도필락26山學童子]

국골의 추억 (지리산 251차 - 블로그 기록 기준)

1. 일자: 2022. 11. 05(토) / 10:00 ~ 17:25 / 22-39차

2. 날씨: 맑음

3. 대상: 지리산 북동부 일원 / 경남 함양군 마천면 소재

4. 코스: 추성~염소농막~국골(890m)~국골사거리~쑥밭재~독가~광점동~추성

5. 주요지점 통과 시각​​ (도상 13.4㎞)

    10:00 추성 주차장 - 산행시작

    10:10 합수점(칠선계곡·국골) 건넘

    10:31 등산로 진입 - 국골 본류 건너서(우→좌) 계곡 따라 조금 오른 뒤

    11:06 국골 본류 건넘(좌→우) - 휴식

    11:20 국골 본류 건넘(우→좌)

    11:38 좌측 지계곡 건넘(890m) - 국골 본류 벗어나 지능선으로 진행

    12:20 고도 1,150m - 점심 40분 후 13:00 출발

    14:12 국골사거리 - 두류능선 암봉(1,542m)에서 조망 후 14:30 떠남

    14:55 쑥밭재

    15:28 허공달골 우측 지계곡 건넘 - 휴식

    15:41 부도(승탑) & 공터

    15:49 의병장 석상용 묘소

    16:25 어름터 독가 - 휴식, 타 코스로 진행한 <강티> 대장 일행 2명 합류

    17:00 광점동

    17:25 추성 주차장 - 산행종료

  ☞ 교통편 : [토요산속] 동행

  ☞ 뒤풀이 : 화계 주암식당 어탕국수

6.​​ 궤적​

도상 13.4㎞ / 추성 기준 반 시계 방향 진행

​축척 : 1/5만

국골 중, 상단부 지형도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

축척 : 1/2.5만

7.​​ 트랙​​​

국골-국골사거리-쑥밭재-추성.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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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골(國谷)

추성동 염소농장 바로 아래서 칠선계곡에 합해지는 국골은 하봉과 두류봉 사이에서 흘러 나온다. 가락국 마지막 임금 구형왕의 피난처였다는 전설 때문에 이름이 붙었다. 무당들이 굿판을 많이 벌여 굿골로 잘못 알려지기도 하였으나 가야시대 왕이 피난 차 들어와서 일시적으로 나라를 세웠다는 데서 국골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피난 당시 두지터는 가야국의 식량창고였고 광점동 얼음터는 석빙고가 있었다. 구형왕은 이곳에서 50리쯤 떨어진 왕산(王山) 기슭에 별궁인 수정궁(水晶宮)을 짓고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이 사실과 관련 지어 고(故) 김경렬옹도 국골의 천연요새를 막다른 최후의 피난처로 삼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또 달궁에 도성을 쌓고 72년간 명맥을 유지했던 마한(馬韓) 최후의 왕조가 달궁을 버리고 40리 거리인 국골로 옮겨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옛 왕조의 파천설이 있을 만큼 추성 일대는 천연요새임에 틀림없다.

국골 폭포 오름짓 / 2015. 8. 23 필자 촬영

​​국골은 초암능선을 사이에 두고 칠선계곡과 이웃해있다. 추성산장에서 시작한 등산로는 본류를 두 번 건넌 다음 상기 지도 상의 A 지점(890m)에서 좌측 지계곡을 건너 지능선과 사면을 거쳐 국골사거리로 이어진다. 이 길을 따른다면 아쉽게도 국골의 진면목을 볼 수 없다. 상기 지도상의 C 지점인 고도 1,050m 이상에서 국골의 본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A 지점에서 국골사거리로 향하는 등산로를 버리고 계속해서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B 지점(1,000m)에 또 하나의 좌측 지계곡이 나타난다. 이곳이 첫 번째 독도 주의지점이다. 고도계가 없거나 고도에 확신이 없으면 여기서 좌측 지계곡이 본류인 좌골인 줄 알고 올라가기 쉽다. 이 지계곡은 국골사거리에서 빨치로 한 번 내려온 적이 있는데 두세 개의 건폭포가 눈길을 끌었었다. 2009년 6월 하순의 일이다.

국골사거리에서 지계곡을 따라 B 지점으로 내려오면서 만난 마른 폭포들 / 2009. 6. 26 필자 촬영

두 번째 주의할 곳은 좌, 우골 합수부(1,050m)인 C 지점이다. 국골은 중, 상단인 C 지점에서 좌골과 우골로 갈라진다. 우측 골짜기인 선골은 바로 위 고도 1,080미터 부근에 뚜렷한 합수점이 있고 거기서 좌측 골짝으로 오르면 초암능선 촛대바위 아래 안부에 올라서게 된다. 거의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어 오르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골이 곧추 섰다고 선골이란 이름이 붙었다. 1/25000 지형도에는 본류인 좌골이 분명 더 뚜렷하게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는 우골이 본류 형세를 하고 있다. 때문에 국골을 오르면 우골이 본류인 양 뚜렷하여 그쪽으로 오를 가능성이 십중팔구로 높다.

​한편 호리병처럼 숨어 있는 듯한 좌측 골은 초입에서 조금만 오르면 본류답게 폭이 넓고 수량도 많아진다. D 지점(1,350m)인 최 상류 마지막 합수부를 만날 때까지 다양한 폭포가 연이어 나타나면서 폭포의 향연이 시작되는데, 혹자는 지리산의 마지막 숨은 비경이라고 극찬한다. 동부능선으로 오르는 날머리에 산막이 있었다고 ‘날끝산막골’로 부른다.

C 지점, 본류는 좌측 숲 속으로 열려 있다. / 2015. 8. 23 필자 촬영

그리고 마지막 합수부에서는 계곡이 세 갈래로 나누어지는데 좌측부터 각각 사태골(가칭), 국골본류인 날끝산막골, 그리고 하봉굴로 이어지는 지계곡이다. 사태골은 사태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붙은 이름이다.

마지막 합수부인 D 지점에서 좌측 사태골 풍경 / 2016. 10. 29 필자 촬영

마지막 합수부인 D 지점에서 중간 날끝산막골 풍경 / 2016. 10. 29 필자 촬영

마지막 합수부인 D 지점에서 하봉굴 쪽으로 열린 지계곡 / 2015. 8. 23 필자 촬영

하봉굴 위쪽 문으로 빠져나오는 필자 / 2015. 8. 23 <슬기난>님 촬영

따라서 본류인 날끝산막골을 끝까지 올라가려면 좌, 우골 합수부인 C 지점에서 좌측 계곡으로 들어가야 한다. 국골사거리로 이어진 산길은 A 지점에서 국골을 벗어난다. 좌측 지계곡을 건너 된비알을 한 피치 가량 쳐올리면 지능선에 선다. 이어 뚜렷한 등산로를 얼마간 오르다 능선을 버리고 제법 까다로운 사면과 급한 경사 구간을 통과하여 국골사거리에 닿게 된다. 이 길을 따르면 국골의 비경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상기 지도상의 C ~ D 구간에 국골의 비경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날끝산막골 우측 지류 천상폭포에서 <영랑> 아우 / 2016. 10. 29 필자 촬영

날끝산막골 최 상단과 날머리인 동부능선 안부 / 2016.10. 29 필자 촬영

계획은 계획일 뿐

오랜만에 [토산]에 참여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7월 하순 웅석봉 악대실골에서 우연히 만난 <강티> 대장과의 약속 때문이다. [토산]은 '토요산속'의 줄임이다. '토끼자 산으로'란 듯도 담고 있다. 나는 한 때 가끔 동참하였지만 우한 코로나 이후로는 처음일 성싶다. 이 산악회는 자율산행이 매력이다. 일종의 '방목(放牧)산행'인 셈인데 염소농장의 염소들처럼 일정 공간에 풀어 놓았다가 시간이 되면 불러 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상원사 폐사지와 그 위쪽 성터를 찾아보고자 계획을 세웠다. 칠선계곡 좌측 한 지류인 상원사골 상류 기슭에 폐사지와 성터가 있다. 가는 도중 허상옥 사장님을 만나보고 용소와 문바위를 지나 초암능선에 붙을 것이다. 그리고 목적한 곳들을 살펴보고 상원사골을 따라 하산할 참이었다. 하산 시 여유가 있다면 안오리 마을 터는 덤이다. 상원사터는 2013년 4월 중순에 들렀던 적이 있다. 당시 초암능선을 타고 들어가 거기서 아우들과 오찬을 하고 하산했는데, 이번엔 그때 못 간 위쪽의 박회성과 남대문호매기 등 성터 일대를 둘러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국골 팀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하고 그들을 따라 가다 상기 지도상의 A 지점에서 지능선과 사면으로 난 묵은 옛길을 뒤적거리며 국골사거리로 올라가고 말았다. 회장님과 <영태>님이 동행하였다. 당연히 본 팀은 국골행. 나는 이 구간 오름짓이 세 번째인 반면 두 분은 초행이었다. 사면 구간부터는 길이 묵혀져 운행이 쉽지 않았다. 그만큼 찾는 이들이 없다는 증거다. 나 때문에 이쪽으로 이탈한 두 분께 미안하다고 하니, 또 하나의 새로운 선을 그었다며 이해해주었다.

나는 2014년 1월 하순 이 구간을 처음 올랐는데, 당시 눈 덮인 사면 너덜에서 러셀하느라 엄청 고생했다. 두 번째 오른 것은 동 년 7월이었다. 한여름 피서 차 칠선계곡을 찾은 양산 사계절산악회 회원들 중 다섯을 이끌고 들어갔다. 오후 6시까지 하산하라는 산대장의 명령에 충실하느라 끝까지 계곡을 고수하지 못 하고 국골사거리로 이탈한 것이다.

한겨울(20144. 1. 26) 점심 후 영신 아우가 먼저 오르고 있다. 한여름(2014. 7. 19) 점심터에 이르러 / 필자 촬영

6년 만의 국골 산행

기록을 보니 이번 산행이 6년 만의 국골 행차다. 2016년 10월 하순 '영랑재(永郞齋)' 식구들과 박짐을 지고 오른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벌써 세월이 그만큼 가버린 것이다. 당시 추성 허 사장님 댁에서 하룻밤 묵고 국골 본류를 오롯이 타고 올라 두류봉(1,617m)에서 야영하였다. 다음은 당시 산행 기록의 일부다.

2016년 10월 국골 폭포 구간에서 <한작> 아우와 나

이번 산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우리끼리 나눈 대화 가운데 <한작> 아우의 말을 다음과 같이 옮겨본다. “등산은 더욱더 깊은 나의 내면의 세계로 침잠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가장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세계가 등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유산객 정도의 산행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이겠지만. 자신과 민 낯으로 대면해서 자신의 맨 얼굴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이 산을 대함에 있어서도 있는 그대로의 산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각색되거나 첨삭되지 않은 그대로의 산. 산은 때론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눈에 비춰지지만 실상의 산은 아름답다거나 힘들다거나 한 것과는 거리가 먼 그냥 자연 그대로 일 뿐입니다.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산행은 상당히 위험한 산행이라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전 또한 교만한 마음에서 시작된 것은 옳은 산악인의 마음 자세가 아니라고 봅니다. 겸손히 겸허히 자연 속에 나를 던져 자연과 내가 하나될 수 있는 경지에 오르는 것이 진정한 도전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이겨내겠다는 생각은 산에서는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제가 암벽등반을 하면서 쓴 글귀가 생각납니다. 바위에 붙어있는 내 모습이 아주 자연스럽게 보였으면 좋겠다.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오르고자 악을 쓰는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닌, 처음부터 거기에 있던 것 같은 모습이면 좋겠다. 산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살고자 하는 것이 산악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작> 아우의 이 말이 우리 <영랑재> 식구들의 현재 모습이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가야 할 길이 아닌가 싶다. 나도 하나 덧붙여본다. "등산은 처음에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과 이에 따른 모험적 요소가 컸다. 그러던 등산이 20세기에 들어와 모험 아닌 탈출 의식이 강해지고 근자에는 특수 스포츠나 레저 개념으로까지 발달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등산의 기조를 철학 정신에 둔다. 언제나 산 속에 자기를 자기 속에 산을 의식한다." <나는 이렇게 살아 왔다/김영도>에서 발췌.​​

이제 산 속으로

버스가 종착지인 추성 주차장에 도착하여 나 포함 여섯을 토해 낸다. 부산, 진영 등에서 총 열일곱 명이 탑승하였는데 용유담에서 하나, 추성교 직전 광점동 갈림길에서 열 명이 먼저 내렸다. 먼저 토해진 이들은 출발점이 달라도 방장문이 있는 동부 구롱길이 공통 목적지였다. 나는 아직까지 상원사 폐사지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었다.

추성 주차장

10시 정각, 버스를 뒤로 하고 주차장을 나서는데 옛 기억 하나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15년 전의 일이다. 2007년 9월 하순 2박 3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종주하기 위해 함양군내 버스에서 네 명이 내렸는데 우리 행색을 보고 달려온 공단원의 어이없는 행동이 그것이다. 당시 칠선계곡 등산로는 선녀탕까지만 개방돼 있었다. 때문에 그는 우리를 칠선계곡 선녀탕이 아닌 어느 비탐구역에서 야영할 것으로 짐작하고 원천봉쇄한 것이다. 여차 저차 실랑이가 길어져 잠시 휴전하면서 그는 사무실로 들어갔고, 우리는 전열을 가다듬은 후 나 혼자 그를 찾아 갔다. 이후 지난한 과정이 있었지만 우리는 계획대로 초암능선으로 올라 성삼재까지 종주를 마무리하였다.

추성 마을 칠선교 주변 풍경

칠선교를 건너기 전, 외롭게 혼자 가지 말고 우리와 같이 국골로 들자는 한 일행의 제안에 회장님이 나를 끝까지 챙겨 준다면이란 조건을 달았다. 때문에 3대째 추성을 지키고 있는 허 사장님 얼굴도 못 보았다. 그의 집에서 하룻밤 묵을 때면 지리산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곤 했었다. 해유령(蟹逾嶺), 즉 하봉 헬기장 옆 선암(船巖)으로 알려진 바위를 그와 이곳 사람들은 어머니가 자식을 안고 있는 모자상(母子像)으로 불렀다. 그동안 신세진 일도 많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칠선교를 뒤로 한다.

칠선계곡과 국골 합수부

가지 못 하는 칠선계곡 용소 쪽을 한 번 바라보고 합수부를 건너면서 한 화가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상원사터를 찾아 갈 때였다. 그때도 이곳을 지났다. 당시 칠선교에서 계곡치기로 올라오니 캔버스를 펼쳐놓고 합수부를 바라보며 '그림 삼매경'에 빠졌있던 한 화가의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9년 전의 일이다.

화가와 합수부 / 2013. 4. 13 필자 촬영

염소농막

국골 명품 소나무

염소떼들이 모여 있는 농장을 지나 국골로 들어가서 조금 오르자 '명품송'이 반긴다. 아직 국골 하단은 가을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국골 하단 풍경1

국골 하단 풍경2

국골 하단 풍경3

10:31 등산로 진입 지점

잠시 계곡을 따라 오르다 옛 경작지를 가로질러 등산로에 진입한다. 앞선 셋은 흔적도 없이 가버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준족들임에 틀림없다. 나의 늦은 걸음이 민폐가 안 될런지 오직 회장님만 믿고 따라 가는데 내 몸이 "주인님 미쳤어요!" 하는 것 같다. 그동안 먹고 노는 산행만 일삼은 탓에 '빠른 걸음'에 적응하지 못 하는 것이다.

11:06 국골 본류 건너는 곳(좌→우)

상원사 폐사지 진입 루트 가운데 하나로 염두에 두었던 가마차골 들머리를 지나 잠시 후 계곡을 건넌다. 국골 등산로를 따르면 이곳이 본류를 처음 건너는 지점이다. 여기서 첫 쉼을 갖는다. 추성 주차장을 나선 지 1시간 6분 만이다. 신기록이다. 첫 걸음부터 첫 쉼터까지 1시간 이상 배낭을 내리지 않았다는 기록이다.

무엇보다 물이 고팠다. 나는 지리산 물에 대한 갈증이 심한 편이라, 일상에서도 지리산 물 생각이 날 때가 더러 있다. 배낭에는 물(?)이 세 통이나 있다. 뜨거운 물과 정수된 찬물, 그리고 화요(火堯)가 그것이다. 화요는 본 모습 그대로다. 찬물을 버리고 계곡수를 담아 목을 축였다. 끓인 물을 가져온 것은 점심을 비화식으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토브와 쿡셋 등 취사도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산에서는 언제든 무엇을 끓이거나 굽거나 찌질 준비가 돼있다. 즉, 유비쿼터스 타입이랄까. 만일 조난을 당하더라도 '수거 대상'이 아닌 '구조 대상'으로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같은 장비는 배낭 속에 있어야 한다.

국골 본류 건너는 곳(우→좌)

산길이 계곡 본류를 두 번째 건너는 곳이다. 햇빛을 받은 단풍이 아름답다.

국골사거리 갈림목(해발 고도 890m)

상기 지도 상의 A 지점에 도착한다. 앞선 셋은 보이지 않고 후미만 여기서 걸음을 멈추었다. 회장님과 <영태>님, 나 이렇게 셋이다. <영태>님은 초면이고 성암도 모르는데 회장님이 그렇게 불렀다. 회장님이 뭔가 생각을 하는 듯해 내가 여기서 국골사거리로 올라가자고 제안을 하니 동의하였다. 안 그래도 더딘 걸음에다 등산화까지 부실해 계곡치기가 부담스러웠다. 당일 계곡치기 땐 주로 '캠프라인'을 신지만 이번엔 상원사터를 가려고 '비브람'을 달고 왔다. 회장님이 흔쾌히 응해주어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좌측 지계곡 건너면서

지능선으로 올라 붙는 사면 길

회장님이 국골사거리를 향해 앞서서 길을 잡고 있다. 나는 이 산길이 세 번째인 반면 두 분은 초행이라고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2014년 한겨울과 한여름에 올랐었다.

지능선에 올라서서 본 초암능선과 1461.3봉

가운데 좌측 나무 이파리들이 영랑대를 가리고 있다.

죽어 가는 산죽

산죽(조릿대) 수명은 25~60년 정도이며, 딱 한 번 꽃을 피우고 죽는다고 한다. 1610년 9월, 감수재 박여량 선생이 지리산을 유람하고 쓴 <두류산일록>에 삼필사설이 나오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시 암자로 돌아와 혜보에게 청해 이 암자의 벽에 이름을 썼는데 모두 8명이었다. 박여승은 불가(佛가)의 책 한 권을 보고 있었다. 그 책에는 ‘삼필사설’(三必死設)이 있었는데, 대나무는 열매를 맺으면 반드시 죽고, 소라는 새끼를 가지면 반드시 죽고, 사람은 병이 있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하였다.

암자는 상류암을 일컫는다. 조개골 상류암터는 영영 잊지 못 할 것 같다. 그곳을 찾느라 고생도 고생이었지만 추억담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곳을 찾았기에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유두류록> 동부 구롱길도 되살아난 것이다.

12:20 점심 터(1150m)

적당한 시점에 점심 터가 나온다. 능선 반대편에서 약한 바람이 불었지만 햇빛이 잘 드는 아늑한 장소다. 점심은 각자 준비한 도시락과 화요 한 병이 전부다. 술은 남겼고,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씩 하고 일어서니 1시 정각이다. 평소보다 절반도 안 걸린 셈이다. 오늘은 추성에서 18시까지 버스를 타야 하는 특별한 날이지 않은가. 일백이십 초 때문에 차를 놓친 적도 있다. 2013년 7월 초순 생이바위골 산행 때였다. 다음은 당시 기록의 끝부분이다.

산죽 속으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능선임이 실감난다. 소금쟁이능선과 비슷한 분위기다. 우측 오공능선에 눈길도 주고, 아름드리 고목 두 그루도 안아주면서 내려가다가 사거리 안부에서 좌측 우수청골로 떨어진다. 우수청골 역시 비 내린 뒤의 기운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암반이 깔린 ‘알탕소’에 풍덩했다가 휴양림에 도착하니 차는 이미 떠나고 없다. 오후 6시 2분이다. 데드라인을 넘긴 것이다. 아! 일백이십 초, 누굴 탓할까. 아스팔트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간다. 차는 양정교 입구에 있을 테니까. 옥에 티가 있었지만 비 내린 뒤 적기의 계곡산행은 참 좋았다.

생이바위골 <오시리스> 아우 / 2013. 7. 6 필자 촬영

오후 1시 정각, 오후 산행에 나선다. 고도 900미터 지점에서 시작하는 이 능선 길은 고도 1,220미터 부근에서 우측 사면으로 트래버스하여 국골사거리로 연결된다. 능선 길은 뚜렷한 반면 너덜이 많은 사면 구간은 길이 묵혀져 진행하기가 까다롭다. 때문에 초행자는 길 잇기가 쉽지 않다. 두 번의 경험이 있는 나로서도 힘들고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사면 길1

사면 길2

국골사거리

국골사거리2

점심 터를 떠난 지 1시간 12분 만에 국골사거리에 올라선다. 동부능선과 두류능선이 만나는 곳이다. 잠시 쉬었다가 탁 트인 조망을 보려고 지근에 있는 암봉(1,542m)을 다녀오기로 한다.

암봉 오름길과 암봉에 자리 잡은 소나무

영랑대~천왕봉~제석봉~촛대봉~영신봉 순

하봉과 중봉은 영랑대에 가렸고, 촛대봉은 뽁족한 봉우리가 고개를 내밀 듯하고 있다.

제석봉에서 반야봉까지 주능선

북편 지능선들이 헌걸차다. 앞에서부터 영랑대에서 뻗어 나온 초암능선, 제석봉에서 분기한 창암능선, 덕평봉과 벽소령 사이 바른재에서 솔가한 오공능선, 삼각고지에서 흘러 내린 삼정산능선(중북부능성), 반야봉에서 시작하는 심마니능선 순이다. 

만복대와 서북능선

맨 뒤는 만복대와 서북능선이다.

두류능선

창암산 금대산 백운산 삼봉산 법화산이 두류능선을 감싸고 있는 듯한 형국이다. 맨 오른쪽 뒤는 백두대간 상의 백운산이다.

덕유산군

함양 대봉산(옛 괘관산) 뒤로 덕유산군이 또렷하게 보인다. 서봉, 남덕유산, 사갓봉, 무룡산, 향적봉 등이 가늠 된다.

동부능선

쑥밭재, 옹암인 진주독바위, 새봉, 왕등재 깃대봉 등을 거쳐 웅석봉으로 뻗어 간다. 뒤쪽으로는 황매산, 정수산, 자굴산 등이 포진하고 있다.

영랑대

<산바람> 회장님

필자 모습 / 회장님 촬영

이 조망을 끝으로, 국골사거리로 되돌아가서 사과 한 쪽씩 먹은 뒤 동부능선으로 갈아 타고 쑥밭재로 향한다.

쑥밭재

이 일대는 지근에 계곡이 있어 태극종주하는 이들에게 오아시스로 불린다. 또 쑥밭재는 지근에 청이당이 있었다고 청이당고개로도 알려져 있다. 다음은 1472년 음력 8월에 지리산을 유람하고 쓴 점필재 선생의 <유두류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청이당(淸伊堂)에 도착하였는데, 판자로 지은 집이었다. 네 사람이 당 앞의 시냇가 바위를 차지하고 앉아 조금 쉬었다. 이곳에서 영랑재(永朗岾)까지는 길이 매우 가팔라, 『봉선의기』(封禪儀記)에 '뒷사람은 앞사람의 발 밑만 보고, 앞사람은 뒷사람의 이마만 본다'고 한 것처럼 나무뿌리를 부여잡고서 겨우 오르내릴 수 있었다. 정오를 지나서야 영랑재에 올랐다. 함양에서 바라보면 이 봉우리가 가장 우뚝하였는데, 이곳에 올라보니 다시 천왕봉이 우러러보였다.

☞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 '유두류록' - 28쪽 최석기 외

☞ 영랑재 : 영랑대를 일컬음

허공달골 우측 지계곡 건너는 곳

방장문 일대 여러 갈래의 지류를 모아 흘러온 계곡이다. 배낭을 내리고 목을 축인다.

부도

<영태>님

의병장 석상용 묘소

우측 싸립재골 합수부 바로 위쪽 풍경

허공달골 본류 처음 건너는 곳

어름터 독가까지 가려면 본류를 네 번 건너야 한다.

허공달골

작은 언덕

야트막한 언덕을 넘는다.

독가

벌써 개짓는 소리가 들린다. 두 놈이 밥 값을 제대로 하는 모양이다.

제대로 하는 모양이다.

독가 앞 계곡 풍경

어름터 독가

배낭을 내리고 주인장과 잠시 환담을 나누는데, 두어 시간 전에 <도솔산인>님이 내려 갔다고 알려 준다. 박짐 지고 왔다가 일행이 다리 상태가 안 좋아서 하산하였다고 한다. 광점동에서 <도솔산인>님과 통화를 했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개가 계속해서 짓는 바람에 잠시 쉬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아래 계곡에서 <강티> 대장을 따라 갔던 총무님과 남자 한 분이 올라와서 조금 머물다 함께 일어섰다. 코스가 짧아 독가로 내려오던 도중 좌측(내림길 기준) 지류인 대판골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영태>님

가을 속으로 들어 가는 일행들

지산대는 임도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계속 내려간다.

허공달골

벽송사 능선

광점동 주차장 부근 계곡 풍경

추성교

칠선계곡과 허공달골

칠선계곡 하류 풍경

칠선계곡이 국골과 허공달골을 받아들여 의탄천이란 새 이름으로 갈아 타고 엄천(임천)을 향해 흘러간다.

17:25 추성 주차장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알탕소에서 산행 흔적을 지우고 '국골의 추억'을 갈무리한다. 아울러 나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해준 회장님과 <영태>님께 이 글로써 심심한(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강티> 대장을 비롯에 환대해준 [토산]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끝]

[박성섭(40기)]

여기서 토산 산행기를 보게 되는군요.
자주 가던 영랑대도 새롭게 보입니다~
허공달골 주변 단풍이 참좋은데~
선배님 덕분에 사진으로나마 흔적을 따라가봅니다~^^

[도필락26山學童子]

그렇게 되는군요. ㅎㅎ
정말 오랜만에 [토산]에 참석했답니다.
여러 어려운 여권에도 운영진이 잘 이끌어 가더군요.
매주 지리산만 찾는 산악회는 유일무이하지 싶습니다.

계곡 하단에는 아직 단풍이 볼만하도군요.
건강 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40기 김병제(청련거사)]

몇년전 Ace산악회에 따라간적이 있는데 당시 기진맥진할정도로 지쳐있어 곰취밭을 옆에두고도 손도안대고 왔던기억이있습니다.
글을 읽고 국골의유래와 산죽들이 어느곳에 가면 떼로 죽어있어서 의아했는데 자기들나름으로 생의주기가있네요~
잘읽고 사진감상 잘하고갑니다~^^

[도필락26山學童子]

산악회에서 단체로 갈 정도면 이제 국골도 '보편화된 계곡'으로 봐야겠습니다.
숲의 생태계도 200년 주기라고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