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중시계를 보니 숨이 차도록 달렸는데도 어느새 사분이 초과되어 있었다.
젠장,
낮게 읊조리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화살처럼 내게 꽂히는 시선들에
나는 죄인이 되어 바닥에 깔린 흑녹색 융단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늦었구나, 스네이프.」
「죄송합니다, 교수님.」
부디 감점하지만 않기를 바라며 나는 헉헉거리는 숨을 골랐다.
「처음이니 감점 없이 가벼운 경고로 넘어가기로 하마.
하지만 다음부터는 늦지 말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교수님.」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몇 달이 지난 지금 나의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동쪽 창가의 구석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올려져 있던 것은 분명,
5분전까지만 해도 계속 내가 찾고 있었던
「마법의 약―그 기원과 종류」였다.
발을 건다거나 깃펜을 부러뜨리는 식의 유치한 장난에는
반응하지 않기로 다짐한 나였지만
이번만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히 책장에 꽂혀있던 책이 보이지 않아
무려 30분을 책을 찾는다고 허둥대지 않았던가!
그 때문에 수업 시간에 사분이나 늦어 버렸다.
그래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이렇게 되돌려 준 것을 보면
그다지 악의는 없었던 모양이군.
그러나 역시 장난에 휘둘렸다는 것은 그렇게 좋은 기분만은 아니라서
소년은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린다.
「자, 모두들 책을 펴서
재료의 취급하는 데 있어 유의사항을
주의 깊게 읽어보도록 합니다.」
디크티오타 교수가 구슬모자반과 구멍불레기말을 이용해서
식물용 영양제를 만드는 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교수의 말에 소년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더니
마지못해 책을 펼쳤다.
「아……?」
아무 생각 없이 넘겼던 곳에는
딱지 모양으로 접어놓은 쪽지가 꽂혀 있었다.
마치 새로 태어난 첫눈처럼
아무 티 없이 깨끗하고 서늘한 느낌까지 주는 하얀 종이였다.
이게 무엇인가.
설마 책을 훔치는 장난을 했던 녀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 이름을 남겨놓았을 리는 없다.
하긴, 그러고 보니 책을 너무 쉽게 되찾지 않았던가.
마치 다시 들고 가세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책상에 곱게 올려놓았더랬다.
그렇게 노려보면 쪽지의 내용이 다 보이기라도 한다는 듯
소년은 가만히 그것을 쏘아보았다.
협박인가, 혹은 저주인가…….
어쩌면 기분 나쁜 마법을 걸어놓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가만히 당해줄 생각은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대로 소년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이다.
오랜 심사숙고 끝에 마침내 소년은 쪽지를 펴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만약 여기에 상급의 어둠의 마법이라도 걸려있다면
아직 미숙한 마법사 예비생에 지나지 않는 나로서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다소의 소동을 감안하고
지금 교수가 있는 이 자리에서 펴보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깊게 심호흡을 내뱉은 그는
마치 더없이 사랑스러운 아기의 볼을 쓰다듬는 것처럼
나지막하고 조심스럽게 쪽지를 펴나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쪽지에는 그 어떤 사악한 기운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저 단정한 글씨체로 두 문장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당신을 언제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6월 2일 시계종이 열두 번 울릴 때
달빛과 붉은 벽돌을 따라 키스티스 나무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쪽지에 적혀 있는 것은 명백한……
얼굴이 화끈거리며 살짝 달아올랐다.
당황하며 쪽지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었다.
그리고 길을 가다 넘어진 사람처럼
주위에 본 사람이 없는지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살폈다.
다행히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교수의 말에 따라
구슬모자반을 조심스레 물에 헹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그리핀도르 쪽을 살폈을 때,
제임스…… 포터?
그리핀도르의 수색꾼이자
호그와트의 유명한 악동이기도 한
제임스 포터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그것은 길을 걷다 어쩌다보니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그런 우연에 의지한 마주침이 아니었다.
포터의 녹색 눈은 정확히 소년의 검은 눈을 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난스런 웃음을 짓는 것도 비웃는 것도 아닌
그 서늘한 얼굴은 소년에게 묻고 있는 듯 했다.
첫댓글 꺄... 레인님~ 오랜만의 소설이에요~~^^ 헤헤..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소설 계속 기대하고 있을께요~~^^ 잘 읽었어요오~
에, 에 =_ㅠ 너무 세베루스님이 세베루스다워서 말이 안 나오는 소설 [!] 감동이에요 =_ㅠ 정말 잘 쓰시네요, 부러워요! 참, 졸업 축하드려요! >_< 다음 편 기다릴게요!
소설 이렇게 멋드러지게 잘쓰면서 이때까지 뭐 하고 계신고예욧?!!-ㅛ-++(어쩌면 내가 못본건지도..;)정말 끝내줍미다!! 이런 설정의 제스네를 사모합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