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지난 8월8일 저희 어머니께서
갑자기 87세(1936.2.14陰)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셨기에
당혹감과 황망함 중에 장례를 치루다보니
조금객에 대한 예의가 어긋남이 많았을 줄 압니다.
바쁘신 일상을 접고 문상을 오신 분들과
참석을 못하셨지만 후의를 베플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추후 귀댁의 대소사시 연락을 주시면
금번 베푸신 감사를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喪主 이광호
子婦 김정화 拜上
동문님들!
위 인사는 공식적인 인사 글이고
이미 전달된 글이기도 합니다.
오늘 몇몇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참석한 동문님들의 정성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어찌 다 보답하고 살까 하는 생각으로 가슴이 먹먹합니다.
동문님들의 심적, 물질적인 위로 덕분에 어머니 장례절차를 잘 마쳤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마음이야 어찌 다 말로 할 수가 있겠습니까 마는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다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위로삼습니다.
최근래로 前총문회 회장 권오현 친구가
어머니를 여의었을 때의 그 마음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얼마나 황망하고 기가 막혔을까가 짐작됩니다.
그 슬픔이 이제 내게로 와서 나의 가슴을 찢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세상이 모두 공허함으로 꽉 찹니다.
가시밭 길과 모난 자갈밭 길 두 군데를 놓고
맨발로 한 길을 선택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허나 이 모든 일은 우리 인생들이 피해 갈 수 없는 길임을 알기에,
또 시간이 말해준다는 말의 의미를 알기에 그저 묵묵히 받아드립니다.
지금의 이 심정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점차 흐려지고 잊혀진다는 하늘의 이치를 가슴에 담고 가려합니다.
엊그제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천길 만길 낭떠러지에
몸을 던져지는 심정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빈방이 왜 그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어느 하나 어머니의 손길과 체취가 묻어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방 한 가운데 앉아 멍하니 둘러봅니다.
마른 눈물샘이 또 터져나옵니다.
아무리 눈을 깜빡여도 멈추질 않습니다.
머리 속에는 온갖 내 잘못됨만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왜, 왜,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허나 그것도 한없이 갈 수는 없어서 어느새 몸은 옆으로 기울어집니다.
그리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오늘 대충 정리를 마치고 가족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곧바로 천안으로 달려갔습니다.
천안추모공원. 시설 좋다는 소문이 있다고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그런 것도 같습니다.
어머니를 모신 납골당이라 일컫는 그곳.
별 것 아닙니다.
그 작은 도자 항아리에 유골분을 담아 가로 세로 25cm 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 놓고 문을 닫습니다.
그렇게 15년을 지낸다 합니다.
그 후 또 두 번의 연장 기간을 갖을 수 있다합니다.
그것이 88년을 치열하게 살아오신 어머니의 생의 다입니다.
그 정신이야 살아 후손들에게 남겨준다지만
너무나 허망한 마음이 들더군요.
엊그제의 가슴 아픔이 오늘은 벌써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사그라졌는지
눈물샘이 잠깐 열렸다가 닫히더라구요.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동문님들!
어떤 분은 3시간을 넘어서는 전철을 타고,
어떤 친구는 차가 막히는 빗속을 수시간씩 달려서,
그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장례식장을 찾아주신 것을
잘 압니다.
어떤 분은 특별한 사정으로 마음만 전달된 것도 잘 압니다.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그저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인사로
대신합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일일이 다 찾아보지 못하고
이렇게 장황한 글로 인사를 대신하는 것을
이해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동문님들이 베푼 후의를 잊지 않겠습니다.
죄스런 동문 광호가 동문님들의 정성스런 마음에
감사하면서 끄적였습니다.
-2023년 8월 14일
첫댓글 ㆍ
무슨 말을 하리까...
그저 바라보아줄까
할 말이 없습니다.
나같은 사람도 이리 생각나는데
내 살과 피를 나누어 낳아 주신
어머니이신데
그 허망함을 어찌 말로 하리까.
생자필멸이란
어르신들의 말로
마음 추스러봅니다.
그동안 참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대감님의 자상한 보살핌은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제 영면의 시간으로
어머님을 보내드립시다.
늘
건강하세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목표를 잃고 달리는 마라톤 선수처럼
인생은 허망을 향해
걷고 달려갑니다.
사구의 깃발은 보이지 않고
모래 바람만 불더이다.
나는 보이지 않는 깃발을 향해
무릎을 딛고 일어납니다.
인생은 그렇게 자전과 공전을 합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이 당연이라 여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