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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일정한 30여 개의 긴 참나무 널빤지를 연결해 오크 통 하나를 만듭니다. 못이나 접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크 통 밑단과 상단에 쇠 띠를 걸어 단단히 고정합니다. 둥그런 원형을 구현하기 위해 인위적인 압력을 가하기보다 나무판을 불로 그슬리거나 스팀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곡선을 주죠. 망치 등 기본 목공 기구 외에 인위적인 도구나 가공을 최소화 하고 있습니다.”1887년부터 스코틀랜드 하일랜드Highland의 골짜기, 피딕 강The River of Fiddich에 자리를 잡고 128년간 위스키를 제조해온 글렌피딕. 이곳에서 가장 오랜 시간 오크 통을 제작해온 45년 경력의 이언 맥도널드Ian McDonald의 말이다. 그는 “위스키 맛은 40%가 보리 원료와 물, 증류과정에서, 60%는 오크 통 안에서 결정된다”고 강조한다.
오크 통은 제작 후 최소 3년의 ‘숙성’ 기간을 거쳐야만 위스키 원액을 담을 수 있다. 위스키뿐만 아니라 위스키 통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것. 주로 셰리 와인을 숙성했거나, 옥수수 증류주인 버번을 담았던 통을 재사용한다. 오크 통에 밴 셰리 와인과 버번 위스키는 위스키의 향과 맛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증류기에서 갓 나온 순수한 증류주는 알코올 도수가 70%에 달하는 무색의 액체입니다. 하지만 같은 원액이라도 숙성 기간과 정도에 따라 풍미와 색이 달라져요. 일반적으로 버번 위스키를 담은 오크 통에 원액을 숙성시키면 황금빛을 띠고 코코넛과 바닐라 향이 강한 위스키가 탄생합니다. 셰리 와인 오크 통에 숙성한 경우 진한 진홍빛으로 말린 과일과 초콜릿 풍미를 내고요.”나무 작업이 좋아 15세부터 오크 통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쿠퍼cooper의 길에 들어선 이언맥도널드는 1~2년 동안 심부름을 도맡아 하다 5년의 정식 견습 기간을 거쳤다. 이후 스코틀랜드 내 ‘쿠퍼 연합회’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오크 통 제작자 테스트를 통과했다. 테스트는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나뭇조각을 다시 조립하는 ‘리-빌딩’과 잘못된 조각을 구별해내는 ‘리-페어링’, 얼마나 정교하게 오크통의 뚜껑을 마무리했는지 판단하는 ‘리-앤드’로 구성돼 있다. 현재 그는 스코틀랜드 쿠퍼 연합회 테스트에서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글렌피딕 증류소에는 7명의 장인과 2명의 견습생이 상주하며 오크 통 제작에만 몰두하는데, 하루에 25개의 오크 통을 수리・보수한다. “증류소에 ‘숙성된’ 오크 통들이 도착하면 먼저 적절한 통을 선별하고, 분해한 뒤 재조립합니다. 뒤틀린 나뭇조각은 스팀이나 열을 이용해 형태를 바로잡기도 하고요. 가장 까다로운 점은 30여 개의 나뭇 조각이 단 1mm의 틈도 없이 완벽히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죠. 나뭇조각을 일일이 맞춘 뒤 망치로 다시 쇠 띠를 박아 틀을 고정합니다. 위스키가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 쓰죠. 유일한 접착제는 작은 틈새를 메우는 갈대 줄기입니다. 높이를 완벽하게 맞추기 위해 일일이 망치로 쳐서 높이를 맞춥니다. 마지막 작업은 나무 표면을 다듬는 것입니다. 같은 과정의 반복 작업이지만 한 번 오크 통에 위스키를 담으면 기본 12년, 길게는 50년까지 뚜껑을 열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장인 정신으로 완벽하게 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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