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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를 이야기하다'
#1. 총선 불출마 선언 후 미래 연구의 길 모색하는 홍성국 의원
대전환 골든타임 임박...장기 혼란, 여의도 정치에서 개인 한계 절실
길 잃은 정치...법조 정치인 역할 인정해도 '현실안주' 한계 우려
우왕좌왕 윤석열정부...여당, 오랜 집권 경험에도 미래 고민 없다
민주당이 분배만? 시장 정책 고민해도 누군가는 해야 할 복지에 가려져
우리가 알던 자본주의, 더는 없다...제로섬 게임시대 유권자도 답해야
“얼굴이 폈어요. 여의도 징역 4년 살다가 자기 발로 나오기를 작심해서 그런가.”(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 “그런가요? (웃음) 속은 여전히 썩고 있습니다.”(홍성국 민주당 국회의원)
지난 12월 21일, 신년대담 인터뷰를 위해 메디치미디어 사옥을 방문한 홍성국 의원(민주당)의 낯빛은 맑았다. 홍 의원은 메디치미디어의 핵심 저자다. 《미래설계의 정석》, 《세계가 일본된다》, 《인재 vs.인재》, 《수축사회》 등 그의 중요 저작들이 메디치에서 나왔다.
《수축사회》가 인연이 돼 정치권으로 간 홍성국 의원이 4년 임기의 마지막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남들은 한번 더 국회에 들어가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는 때에 자진 퇴사(여의도도 회사라면 말이다)라니!
‘4년간 우리 사회는 한발짝도 미래로 가지 못했다’, ‘대전환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세계는 지금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대전환에 접어들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A4 용지 한 장에 단문으로 작성된 불출마 선언은 세계와 한국을 넘나드는 문제의식 속에 묵직했다. 관성과 한계에 대한 답답함도 담겨 있지만 말미에 미래라는 키워드가 남아 있었다. 그 미래를 피하지 않고 한 사람의 미래(학) 연구자가 되겠다고 했다.
미래를 말하는 그에게서 위기의식과 초조함이 함께 읽혔다.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가 끔찍한 현실이 될 거라 했다. 그의 위기의식은 국회의원으로서인가, 미래학자로서인가.
시간이 되면 말미의 불출마 선언문도 한번 읽어봐주시길.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한 지식인이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쓴, 명문이다. [편집자 주]
'피렌체의식탁' 신년대담 중인 홍성국 민주당 의원(왼쪽), 신혜선 메디치미디어 미디어본부장(가운데),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오른쪽). 홍 의원은 202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세상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경고와 미래를 대비하자는 발언마저 "당리당략에 근거한 민주당 국회의원의 발언"으로 치부돼 무시되고 정치투쟁의 가운데에서 휘발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 사진=백범선 메디치미디어 영상팀장
진행 = 신혜선 메디치미디어 미디어본부장/ 김현종 메디치미디어 대표
대담 = 홍성국 국회의원(민주당)
신혜선(이하 신) = 불출마 선언에서 ‘대전환을 경고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정치를 하는 목적이자 소임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치를 시작할 당시 역할을 부연했다. 좀더 잘 해보겠다는 각오가 아닌 왜 중단인가.
홍성국(이하 홍) =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여러 사안들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저출산도 문제지만, 고령화도 심각하다. 아이보다 많아진 어르신 숫자를 어떻게 할 건가. 좋은 제품 만들면 수출 길이 열렸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안 된다.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개인의 삶에 집착하며 공동체를 외면하는 사회가 됐다. 재난이 발생해도 남의 일로 여긴다. 정치인들은 이런 분위기를 이용한다.
금융위기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지난 경제개발 60년간 우리는 성장률에서 일본에 밀린 적이 없지만, 이젠 아무 일 없이 밀리고 있다. 《수축사회》에서도 경고했지만, 지난 60년 대체로 이어오던 우상향 곡선은 여기서 꺾일 듯하다. 내가 정치권에 들어간 이유는 세상의 심각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나도 틀릴 수 있지만, 지금의 진단은 지난 20년을 추적한 결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치의 영역엔 ‘내가 항상 옳다’라는 생각이 강한 이들이 모여 있더라. 무슨 이야기를 해도 정치권은 물론 언론은 당리당략에 근거한 민주당 국회의원의 발언으로 본다. 이럴 바엔 정치인이 아닌 자연인 신분으로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김현종(이하 김) = 몇몇 경제통 의원들이 있었지만 스스로 그만두고 미래학을 연구하겠다는 역할을 밝힌 사람은 없었던 거 같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함께 위협받고 있다’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홍 = 자본주의, 우리가 아는 시장 경제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현 정부만큼 시장에 많이 개입하는 정부도 없는 듯하다. 은행장들 모아놓고 대출금리 낮추라고 압박하고, 안 하면 압수수색 위협 분위기다. 논란이 됐던 R&D(기술개발) 예산만 해도 그렇다.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인데, 통상 R&D는 7대 3으로 기업이 정부보다 더 투자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핵심 R&D 투자의 경우 정부 비중이 훨씬 높아지고 있다. 핵심 기술을 정부가 주도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부는 늘려도 시원찮지 않을 판에 전년 대비 예산을 크게 깎았다. 국회가 증액했다지만 한번 잘못 든 길은 여전히 미진하다. 총액은 20% 이상 줄어들었다. )
요새 자유무역이라는 단어 들어봤나? 분명 자본주의인데, 우리가 알던 자본주의가 존재하나 싶을 정도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 안 한다는 개념의 신자유주의가 이제는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입으로는) 시장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변칙이다.
돈 있는 자가 돈을 써서 기대되는 낙수효과? 그 역시 작동하지 않는다. 모두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쓰는데, 무슨 낙수 효과가 있겠나. 물론 백화점 1층 명품샵은 잘 돌아간다. 백화점 매출이 늘지 모르나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은 없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자본주의가 흔들리는 꼴이다. 이런 현상은 모든 국가에서 벌어지는 공통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심각성을 더 모르는 거 같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침범당하고 있다. 민주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 폭도들이 국회의사당을 때려 부수고, 프랑스에서는 노조 운동하는 사람들이 개선문을 때려 부순다. 양극화로 인해 자본주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고, 고령화됐음에도 누가 도와주지 않으니 모두 정치적 편향성을 갖는다. 자기가 살기 좋았고 편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기본적인 욕망, ‘향수 이데올로기’가 강화되고 있다.
홍 의원은 미디어의 발달이 이런 상황을 부추기는 톡톡한 역할을 한다고 봤다. 스타 정치인의 24시간을 확인하면서 종교화되는 현상. “합리적인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뒤죽박죽이다.” 자본주의가 달라지고, 민주주의가 달라지는 데 따른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하지만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홍 의원은 이 혼란의 시기가 2030년까진 계속될 거로 봤다.
“중국은 춘추전국 시대를 지나 철기 시대를 맞았지만, 전쟁이 심화했다. 500년 넘게 싸웠다. 그 혼란기에 공자, 맹자, 한비자, 손자, 노자 등 여러 사상이 나와 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혼란스러워진 결과 진시황의 통일이 가능했던 거다. 더는 못 참게 될 때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인다. 이걸 단축하기 위해서라도 ‘세상은 이런 거다’라고 말하는 게 나의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신 = 위기감이 굉장히 큰 것 같다. 주요 정책을 혁명적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쉽지 않을 텐데.
홍 = 우선 전제 조건이 지금은 제로섬 사회라는 거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혼란이 가중되니 사람들의 모든 관점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쏠리고 있다. 수축사회에서 나만 잘된다는 건 결국 남의 것을 뺏어온다는 거다.
지역 균형 발전을 예로 들자. 모두가 하자고 하지만, 안 되고 있지 않나. 세종시 국회의원으로 서울의 정책을 보니 서울과 지방은 이미 제로섬 관계다. 10년 전 강준만 교수가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라고 한 게 실제다. 이것을 어떻게 바꿀까? 혁명적으로 바꾸는 방법은 뭘까? 대통령이 내려가는 길밖에 없다고 본다. 국회도 간다. 이젠 환도하듯 대통령실이 내려가야 한다. 이제는 그럴 수밖에 없다.
김 = 연금문제도 지적했다. 역시 만만치 않다.
홍 = 20년 전부터 제기했던 문제다. 첫 번째 책에서 연금 큰일 났다고 썼는데, 거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갔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은퇴한 선배들 보면, 국민연금 받아서 건강보험료 내고 나면 여윳돈이 없다. 연금 개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부모와 자녀 세대 갈등을 뭐로 풀거냐. 의료개혁은 어떻게 할 거냐. 요만큼 바꿔서는 안 된다. 혁명적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경제는 보수가 잘한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지금의 위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민주당 정권일 때 오히려 한국 경제는 발전하고 성장했다. 지난 가을, 민주당은 홍성국 의원 등을 중심으로 위기의 한국 경제를 주제로 경제토크쇼를 기획 진행했다. / 사진=홍성국 의원 페이스북
홍 의원은 아무도 안 하는 이야기 중 하나로 ‘산업구조 재편’을 꼬집었다. “우리는 제조업 강국인데, 이젠 중국에 밀렸다. 베트남에도 밀릴 수 있다. 세계 경제 흐름에 연동되는 ‘시황산업’이 한국 산업의 장점이자 존립구조인데, 지금의 노력으로는 앞설 수 없다. 문제는 사회 리더, 집권당, 관료들이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는데 아무도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없다.”
신 = (정치권은) 해야 할 이야기 대신 싸움만 부추긴다.
홍 = 맞다. 갈등을 부추긴다. 10년 전과 수출 물량이 똑같다는 심각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환율만 달라졌다.) 하반기 반도체 가격 올라간 것, 전기차도 아닌 일반 자동차 수출 조금 늘어난 것 가지고 문제없다고, 잘된다고 얘기한다.
김 = 중국 외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검사 출신이 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있다. 정의사회 구현하려는 건지. (*실제로 며칠 후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취임했다.)
홍 = 1등하면서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듣지 않은 이들이, 사회를 모르는 이들이 정치 하는 세상이 됐다. 법은 현재의 질서와 시스템을 지키려는 속성이 있다. 정치를 한다는 건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꾸는 건데, 법(조인)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로 그게 가능할까.
홍 의원은 높아진 시민 의식을 정치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권자들의 인식은 이미 앞섰다. 새로 재배할 농작물로 무얼 선택할까 고민하는 농부들은 유가부터 살핀다. 딸기 농사 짓는 농부가 난방비가 올라가면 원가가 올라갈 걸 염두에 두고 판단하는 식이다. 이런 시민들에게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면 되겠는가.”
김 = 정치인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법조인도 그렇고, 학력 엘리트가 미래를 만드는 데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할 것인가, 질문을 던지는 것같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본 사람이나 국민의 어려움을 아는 사람들이 정치를 주도해야 하는데.
홍 = 국회 하는 일이 법 만드는 일이니 법조인 출신들의 역할도 필요할 거다. 하지만, 비중이 너무 높다. 세계적으로 정치가 길을 잃고 있다고 본다.
신 = 현실 정치의 벽이 그렇게 높았나. 그간 보인 뚝심도 그렇고,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 같은데.
홍 = 올해 환갑이다. 머리가 좀 더 선명할 때 공부도 하고 더 활동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야당 의원 신분으로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혼란상은 2030년 이후까지, 훨씬 더 오랜 기간 지속될 건데 지금 정치에서는 내가 실제 무엇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신에 대한 효용가치. 직장생활 37년차 홍성국의 스스로에 대한 판단은 그렇게 현실적이다. 공천받고, 당선되면? 다시 배지를 달고 재선 의원이 된 ‘국회의원 홍성국’의 역할에 대해 그는 매우 비관적이었다.
“CEO가 목표인 신입사원이 대견한 게 아니라 CEO가 돼서 무엇을 할 건가를 고민하고 답할 줄 아는 신입사원이 훌륭한 거다.” 그의 이런 생각은 정치나 관료의 영역에도 마찬가지다. 그가 생각하는 훌륭한 정치인은 지역 발전 공약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이런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이다.
김 = 아픈 얘기다. 대우증권이라는 큰 증권회사에서 평사원으로 시작해 사장까지 된 경험이 있다. 국회 4년간 발버둥 쳤지만 한계를 느꼈다는 말씀 같다.
홍 = 나는 (우리가 잘하면) 2030년대 초반, 독일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비전을 세우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다. 제로섬 구조를 이용하는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모두) 적대적 공범 관계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고 본다.
신 = 집권여당에 대한 역량 평가가 궁금하다. 생각이 다르지만, 그들은 한국을 오래 운영해온 이들이다.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홍 = 여당이 집권했던 과거 시절은 온화하고 평온했던 시기다. 한국이 고성장하던 시기이도 했다. 잠재성장률이 4~5% 이상 되는 시기에 주로 집권했다. 또 한 면에서 여당 의원 다수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주로 있다. 자리에 대한, 권력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여당의 갈라치기 태도에 실망이 크다. 장애인들이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지하철 탑승 시위할 때 국민의힘은 시민들의 불편함을 장애인의 권리와 대비시켜 선택하게끔 했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 나온 김포 서울 편입도 서울 선거 전략의 하나뿐이다. 주식투자 양도세 기준 완화는 어떤가. 야당과 협의해 고치겠다고 하고 어느날 일방적으로 50억 원으로 완화했다. 나는 민주투사가 아니지만 (국민의힘의) 행태를 보면 미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김 = 경제 전문가의 관점이라 새롭다. 민주당에 대한 문제의식도 클 거 같다. 특정 세대, 특정 집단 출신이 너무 강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누가 이긴들 현재의 카오스 상태가 계속될 것 같다.
홍 = 민주당에 대한 비판 중 오해가 있다고 본다. 세대론, 이념 과잉을 말하는데, 나는 같은 세대로 그들과 경쟁관계였다. 그들은 그때부터 정치했고. 그런데, 시장 중심의 경제에 대해 그들이 더 전향적으로 생각한다. 보수 언론이 그들을 때리지만,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아니다. 다만, 민주당의 정책이 성장보다는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가. 사회적 약자 분들이 실제 우리 당을 찾아온다. 그러니 성장 정책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민주당은 성장, 복지, 분배 정책을 모두 고민하는데 한 부분만 비춰지고 있다. 어쨌든 민주당도 성장 정책을 강화해야 하고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미국이 한 예다. 미국은 (심지어) 다른 나라 팔목 비틀어 미국 중심으로 성장하려고 한다. 보수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성장 정책이 중요한 때다.
신 =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 남은 기간 헌신하겠다고 했다.
홍 = 부문별 정책수립에 힘을 보탤 생각이다. 세종시 의석 둘 다 민주당 의원이다. 이걸 지키는 게 마지막 책무라고 생각한다.
김 = 선거가 가까워지고 있다. 유권자들한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거 같다.
홍 = 이 또한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가 개인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스마트폰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거 같다. 혼자 있어도 행복한 상황이 됐다. 모든 게 배달된다.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전환되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한 말 중에 ‘극장화’란 개념이 있다. 모든 현상을 구경하듯 바라본다는 의미다. 사회 현상을 극장 구경하듯이 보면 바꿀 수 없다. 이번 총선도 마찬가지다. 누가 더 잘 싸우네, 그렇게만 보지 말고 이 사람이 되면 우리 지역은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으로 투표하길 바란다.
신 = 미래학, 어떤 쪽으로 활동을 계획하나.
홍 = 과거 대기업 신입사원 대상으로 신문 읽는 법을 강의한 적 있다. 수십 년째 아침마다 (신문을) 1시간씩 보면서 업데이트했다. 단순 업데이트가 아니라 새로운 어떤 변화를 그 다음과 연결지어 살폈다. 예를 들어 아침 일간지에서 미국 간호사(로 한국 간호사들이 많이 진출한다는 보도) 기사를 봤다. 우리도 어르신들이 많아지니 간병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 관련 정책을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까, 해결 솔루션을 같이 고민할 것이다.
김 = 시장을 중심으로 미래학을 연구해왔다. 여의도 경험을 했으니 새로운 미래학이 나올 것 같다.
홍 = (당분간은) 힘들 것 같다. 함께 할 이들의 사고의 폭도 그렇고, 고단한 시절을 각오한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물었다. 홍 의원은 짧게 평가했다. “국가의 장기 비전에 대한 개념이 없이 출발했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는 정권만 쳐다보지 말고 “미래가 이렇게 바뀔 거니까 선제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는 태도가 각 분야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대응한 국가와 하지 않은 국가, 그렇게 대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지고, 새로운 형태의 격차 사회가 도래한다는 전망이다.
그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여의도에서의 경험과 교류를 바탕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미래학자로 현실 또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을까? 정치경제의 통합적 사고, 통합적 대안을 만드는 일에 있어 그만한 유경험자는 별로 없다.
여의도는 그간 갈등과 문제의 출발점이면서 그 종말처리장, 최종 해결사였다. 요즘은 전자의 기능만 보이고 후자의 기능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가 여의도를 나온 이유같다. 잘 갈 수 있을까? 일단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정리=신혜선)
2023년 12월 13일,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이 국회에서 "국회의원보다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우리나라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민주당원으로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우리 당과 사회에 제안하는 1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등의 내용을 담은 2024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종갑 국회의원 홍성국 불출마 선언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세종시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세종갑 국회의원 홍성국입니다.
저는 오랜 고민 끝에 다가오는 제22대 총선에 불출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세계는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대전환의 시대를 맞았습니다.
한국 사회에도 양극화 해소, 저출생·고령화, 기후변화, 국토균형발전, 산업구조전환, 국민연금·건강보험 개혁 등과 같은 혁명 수준으로 바꿔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대전환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우리 사회는 한발짝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제로섬 정치는 오히려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80년대 낡은 이념으로 우리나라를 후진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4년간 국회의원으로서 나름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바꿔보려 노력했습니다. 대전환을 경고하고 대안을 만드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목적이자 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후진적인 정치 구조가 가지고 있는 한계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때로는 객관적인 주장마저도 당리당략을 이유로 폄하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한계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한 저는 국회의원보다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우리나라의 미래 비전을 만드는 ‘미래학 연구자’로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민주당원으로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우리 당과 사회에 제안하는 1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국가를 위하는 더 나은 길이라 생각합니다.
세종시민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그동안 부족한 저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사명을 이어가지 못한 데 대해서는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남은 임기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12월 13일
국회의원 홍성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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