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흐리고 비가 조금 왔다.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의 단벌뿐인데 좀 걱정이다.
일행도 없는 여행인데 길모르는 어느 곳에선가 떨고 있게되진 않을지..
하지만 이게 얼마만의 여행이냐
게다가 혼자서 떠나는..
암튼 이제 시작이다! 앗싸~
* 광주 고속버스터미널 14:00 도착 (4시간 30분 소요)
일단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혼자 다닐 수록 먹는 건 칼같이 챙겨야 한다.
하지만 점심때도 지났고, 혼자라 뭐 챙겨먹을 마땅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밥심으로 다니는 나, 밥을 먹어야지!
터미널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갔다.
만만한 '유부초밥'을 시켰다. (3,000원)
드뎌 나왔다.
그.런.데!!
국은 완전히 간장국에, 밥은 꼬슬꼬슬해야하는데 질어서 다 뭉개져 있다.
게다가 밥도 어찌나 짠지 와사비를 풀은 간장을 찍어먹었다간 물을 몇 컵을 마셔야 했다.
결국 그 짠 맛에 압도당한 난 밥을 남기고 나왔다.
그 좋아하는 유부초밥을 말이다.ㅠ.ㅠ
거기 식당명이라도 적어갔고 올 껄.
여기저기 가지말라구 알려놓게..
담양의 소쇄원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탔다.
터미널에서 탄 버스를 서방시장에서 내린다.
그리고 그 내린 자리에서 또 다른 버스로 갈아탄다.
몇 년 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란 책을 읽은 후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단지 정자만 있다는데도 그냥 그 곳이 가보고 싶었다.
'소쇄원'은 작은 정원이다.
그저 좋은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기에 좋은 그런 작은 정원이다.
이 '소쇄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쫙 뻗은 시원스런 대나무가 즐비해있다. 역시 이 곳은 담양이다.
출발할 때의 내 기우와는 달리, 이곳은 남쪽이라 한 낮에 걸아다니기엔 아직은 더웠다. 하지만 쫙 뻗은 대나무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소쇄원'엔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의 '제월당'과 '비온 뒤에 해가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뜻의 '광풍각'이 자리잡고 있다. 정말 풍류를 아는 조선시대 선인답게 이름또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자는 문을 위로 모조리 오픈시켜 쉬어가기에 알맞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고, 정자 아래로는 작은 계곡과 작은 폭포를 볼 수 있다.
감은 농익어 떨어지고, 바람에 댓잎 부딪끼는 소리가 들리고..
정자에 누워있다보면 스르르 잠이 들 것만 같았다.
하.지.만! 절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보이지는 않으면서 어디선가 나타나 무섭게 물고가는 모기!!
얼마나 강력한지, 어느 순간 빨갛게 부어오른다.
(아직도 매일같이 벌레물린데 바르는 약을 바르면서 잔다. ㅠ.ㅠ)
* 소쇄원 -> 가사문학관 (도보 15분 / 입장료 800원)
담양은 대나무만 유명한게 아니라 가사문학의 산실이다.
우암 송시열, 송강 정철... (생각나는 사람이 더 없네..^^;;)
이들이 이 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가사문학을 지었더랬다.
'소쇄원'도, 앞으로 갈 '식영정', '환벽당'.. 도 모두 이들의 거처였으며, 이 곳에서 수많은 가사문학이 만들어졌다.
'가사문학관'은 사실 별로 볼 거리는 없다. 쭉 돌아봐도 1~20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다. 이건 아마도 가사문학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암만 돌아봐도 '불우헌집'과 송강 정철의 4대 가사 (사미인곡, 성산별곡, 속미인곡, 속 사미인곡.. 맞나 ^^a)정도이다.
암튼, '담양이 가사문학의 산실이구나'를 느끼고나선 '환벽당'과 '식영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 가사문학관 -> 환벽당 (도보 10분)
'환벽당'은 '가사문학관'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맞은 편 다리를 건너 좌측으로 돌아 쭉 들어가면 작은 쪽문이 나온다.
그 문을 통과해 올라가면 거기가 '환벽당'이다.
'푸르름을 사방에 둘렀다'는 이름의 '환벽당'.
예전엔 자연과 더불어 시를 즐겼다는데 지금은 어디선가 들리는 공사소리가 한창이다. 지금의 '환벽당'에 앉으면 시야가 좀 가린다. 광주천도 잘 보이질 않고 앞의 풍광도 좀 어수선하다.
'옛 선인들은 나무 한 그루를 보기 위해서라도 정자를 지었을 거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달래며 돌아왔다.
여기서 난 바로 '식영정'으로 향했지만
'환벽당' 쪽문을 나와 오른쪽으로 좀 만 더 들어가면 '취가정'이 있다.
거기 있는 줄 모르고 나왔다가 나중에 시간이 없어서 가질 못 했다.
가사문학관 관리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요즘 '취가정'이 좀 심란하다고 한단다. '심란하다(?)' 대체 어떻길래..
집에 돌아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다시 읽어봤더니
'취가정'을 복원한다고 색을 칠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옛 정취를 잃어버렸단다.
아마도 그래서 '심란하다'고 했나보다.
'환벽당'을 보면서 느낀, '나무 한 그루를 보기 위해서라도 정자를 지었을 거다'라는 그 생각이 딱 들어맞는 곳이 '취가정'이란다.
다른 볼 것은 없어도 그 앞의 노송이 정말 멋지다던데..
아마도 그 노송을 보고자 '취가정'을 지은 듯 하다는데..
사실 좀 아쉽긴 했다.
* 환벽당 -> 식영정 (도보 10분)
'환벽당'을 나와 다시 다리를 건너 길 건너로 돌아가면
'가사문학관' 좀 아래로 '식영정'이 있다.
'그림자도 쉬어가는 곳'이라는 '식영정'은 풍광이 가장 뛰어나다.
약간 높이 위치해 있어서 바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정자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광주천의 노을이 정말 아름다웠다.
마루에 대자로 누워 잠시 쉴 수 있었다.
내겐 긴(?) 여행의 휴식처가 되어 준 셈이다.
정말이지 여기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혼자하는 여행이라.. 게다가 휴가철이 아닌 시기에 한 여행이라
정말 사람이 없었다.
가사문학관 맞은편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광주로 향했다.
얼른 서둘러야 보성에 갈 수 있었다.
내가 탄 버스는 600원을 내는 시내버스였다.
근데 노선은 완전 관광버스 수준이었다.
산 굽이굽이 돌아돌아 광주로 향하는, 관광버스 뺨치는 경관을 보여주었다.
* 광주 -> 보성
: 광주 시외버스 터미널 18:40 출발 (1시간 50분 소요 / 4,800원)
광주는 고속버스, 시외버스 터미널이 붙어 있다.
광주에 도착해 바로 보성으로 향했다.
율포해수욕장에서 민박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보성 다원에 가야했다.
시골이라 그런지 금방 어두워졌다.
게다가 시내버스도 산을 굽이굽이 도는데, 시외버스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이제 막 7시인데 어둠속을 뚫고 보성으로 향했다.
보성에 내리자마자 바로 군내버스 막차를 탔다.
아슬아슬했다. 막 출발하려고 문 닫는 버스에 뛰어가서 탔다.
역시나 여기도 사방이 어둠뿐이다.
분명 차밭을 지나고 있을텐데 도통 보이질 않는다.
작은 어촌 율포에 도착했다.
몇몇의 번듯한(?) 민박집을 뒤로 한채
거리에서 만난 삐끼(?^^) 할머니를 쫓아 민박집을 잡았다. (15,000원)
말 그대로 정말 예전의 민박집이다. 마당을 중심으로 삥둘러 방이 있고 공동 화장실과 공동 세면장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여기도 이제 휴가철이 아니라 사람이 없다. 온통 내 세상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제대로 식사를 못 했다.
벌써 9시가 넘어섰다.
보성 녹차먹인 돼지를 먹으러 식당엘 갔다. (1인분 6,000원)
서울에서도 먹어보긴 했지만, 여기가 본고장 아닌가..
근데, 1인분은 안된단다.
하긴 6,000원 받으려고 판 꺼내야지 반찬 깔아야지.. 일손이 더 들겠다.
일면 이해도 가지만 아쉬워하며 대신 '녹차수제비'를 먹었다. (5,000원)
밀가루에 녹차가루를 좀 섞은 수제비인 것 같다.
약간 푸르스름한 면의 수제비가 나왔는데, 흐흑.. 역시나 짜다.
내가 싱겁게 먹는건지, 이 지방이 짠건지 모르겠다.
배고파서 먹긴 먹었는데 짠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오면서 앞 슈퍼에서 캔맥주를 샀다.
이걸로 달래야겠다.
내일 아침 8시에 차밭에 가기 위해
얼른 정리를 했다.
간만의 여행에 술까지.. 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