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崔致遠)과
쌍녀분(雙女墳)
2007년 10월 중국은
양저우항에 있는 장쑤현에 <최치원 기념관>을 세우고, 그와 로맨스가 얽힌 쌍녀분도 복구 작업을 하여 중요 문화유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최치원 기념관은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허가한 외국인 기념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양저우시는 1단계 기념관 건립에 이어서
전시관, 연구센터, 계원(정원) 등 2단계 공사를 2008년 착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념관 개관식에는
왕옌원(王燕文) 양저우시장 등 정부 관계자와 한국 측 김양 주상하이 총영사, 부산 해운대구 최치원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및 해운대구 관계자 등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최치원 기념관
준공식>
최치원이 12세에 당나라에 들어가
과거에 급제한 뒤 율수현의 현위(縣尉)가 되었는데, 항상 난징(南京)에서 남쪽으로 약100Km 떨어진 장쑤현 초현관(招賢館)에 가서 놀았다.
초현관 앞에는 쌍녀분(雙女墳)이라는 오래된 무덤이 있었는데, 예로부터 많은 명현들이 노는 곳이었다.
어느 날 최치원이 쌍녀분을 돌아보고 나서 시 한 수를 지었더니, 홀연히 취금(翠襟)이라는 시녀가
나타나 쌍녀분의 주인공인 팔낭자(八娘子)와 구낭자(九娘子)가 최치원의 시에 대해 화답하는 시를 가져왔다면서 글이 담긴 붉은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화답 시를 읽고 감동한 최치원이 다시 두 여인을 만나고자 하는 시를
지어 보내고 초조히 기다리노라니, 얼마 뒤 이상한 향기가 진동하면서 아름다운 두 여인이 손에 연꽃을 들고 나타났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에
최치원이 두 여인의 사연을 듣고자 하였다.
<기념관의 최치원
동상>
"저희들은 원래 율수현 마양리라는 곳에 살던 장씨(張氏)의 두
딸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인물이 탁월하고 또한 문필(文筆)의 재주가 있어서 서로 장래의 행복을 자신하고 지냈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저희들의
장래보다는 재물에 더욱 욕심을 부려, 언니가 18세, 동생이 16세 되던 해 그곳 소금장수에게서 몇 푼의 돈을 받고, 출가하도록 정혼을
하였습니다. 저희 두 자매는 이를 따를 수 없어 고민하다가 마침내 분한 마음을 품고 함께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이곳에 장사지내서
묻혀 있었습니다만, 한을 품고 죽은 저희들은 분한 마음을 알아줄 사람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항상 고적(孤寂)하게 지냈습니다. 여태까지 무덤
가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한낱 비부(鄙夫)뿐이었는데, 오늘 다행히 선생 같은 수재를 만나 이토록 좋은 시로 저희 자매의 영혼을 위로하여 주시니
참으로 감사하고 기이한 인연입니다."
말을 마치고 크게 절한 다음 곧
술자리를 베풀고 시로써 화답하여 즐기다가 흥취가 절정에 이르자, 최치원이 서로 인연을 맺고자 청하니 두 연인 또한 쾌히 승낙하였다. 화촉동방을
마련하고 세 사람이 베개를 나란히 하여 정을 나누니 그 기쁨이 한량없었다.
이렇게 즐기다가 달이 지고 닭이 울자 두 여인은 천년의 한을 풀었다고 사례한 후에, 죽은 자와 산
사람이 만나 오래 정을 나눌 수는 없으므로 이제 작별할 시간이 되었다면서 작별의 시를 지어 바치고는 사라져버렸다.
최치원은 그 다음날 지난밤 일을 회상하며 쌍녀분에 이르러 가여운 자매들의 혼백을 위로하기 위해서
비석을 세우고 그 주위를 배회하면서 쌍녀분기(雙女墳記)라는 장가(長歌)를 지어 불렀다.
<중국 장쑤현에 있는
쌍녀분비>
기이한 인연을 담은 설화는 고려 때
박인랑이 지은 한국 최초의 설화집인 <수이전(殊異傳)>에 기록되어 있고, 당나라의 <육조사적(六朝事蹟)>에 기록되어 있다.
당나라에서는 최치원이 지은 쌍녀분가(雙 정도로 유명한 설화이다.
최치원(崔致遠) : 신라시대 학자. 본관 경주(慶州). 자 고운(孤雲)·해운(海雲). 경주최씨 시조.
879년 황소(黃巢)의 난 때 고변(高騈)의 종사관(從事官)으로서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초하여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글씨에 <대숭복사비(大崇福寺碑)>, <진감국사비(眞鑑國師碑)>, <지증대사적조탑비(智證大師寂照塔碑)>,
<난랑비서문(鸞郞碑序文)>등이 있는데, 남랑비서문은 화랑도(花郞道)를 말해주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저서에는
<계원필경(桂苑筆耕)>, <중산복궤집(中山覆軌集)>, <석순응전(釋順應傳)>,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