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현행 민법 위헌"
동물권단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 현행법이 위헌이라는 법적 문제제기가 처음으로 나왔다.
동물권단체 케어(대표 박소연)는 24일 서울 중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려동물의 생명권과 반려동물 가족의 권리 보호를 위해 민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규정이 명시된 민법 제98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케어는 이 조항이 물건을 '생명이 있는 동물'과 '그 밖의 다른 물건'으로 따로 구분하지 않아 동물을 물건 취급하도록 만들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우리 법은 아직 반려동물을 물건 취급해 누군가 반려동물을 죽여도 그 가치는 동물의 교환가치만큼만 인정되는데 반해 해외에서는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보는 법 개정이 늘어나고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낼 것"이라고 했다.
이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이형찬(35·변호사시험 3회) 법무법인 수호 변호사는 "반려동물의 법적지위가 물건이 아니라는 국민의 합의가 일어나는만큼 해당 조항에 법을 잘못 만든 부진정 입법부작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케어는 일명 '해탈이 사건'을 심리 중인 광주지방법원에 23일 이같은 내용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해탈이는 2005년 태어난 반려견으로 2015년 2월 이웃집 남성 A씨가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다친 뒤 한 달 후 숨졌다.
이에 광주지법은 2015년 재물손괴죄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해탈이의 주인 B씨와 케어는 A씨를 상대로 반려견 해탈이의 죽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반려동물 인식표에 주인 이름·전화번호 안쓰면
법제처 "인식표 겉면에 소유자 정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바코드·NFC 이용한 신종 인식표만으로는 부족
애완견 등 반려동물의 인식표를 바코드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해 스마트 폰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신기술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인식표를 달았다고 할 수 있을까?
정답은 'NO(아니다)'다. '인식표'라는 것은 한글이나 숫자 등을 통해 누구나 곧바로 그 반려동물의 소유자가 누군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라는 법령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법제처(처장 제정부)는 1일 '동물보호법'에 따라 등록을 해야 하는 반려동물에게 다는 '인식표'는 겉면에 소유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동물등록번호가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반드시 표기돼야 한다는 법령해석을 내놓았다.
동물보호법 제13조 등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소유자 등은 동물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경우 이같은 정보를 표시한 인식표를 동물에게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인식표에 대한 명문으로 된 정의 규정이 없어 해당 정보가 인식표 겉면에 시각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형태로 드러나 있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마트 폰 등 별도의 장치를 통해 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형태이면 충분한 것인지 논란이 됐다.
법제처 관계자는 "동물보호법 제13조의 입법취지는 소유자와 동반하고 있지 않은 반려동물을 발견하는 즉시 인식표를 통해 소유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인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기견 등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인체위해사고를 방지하는 등 대중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같이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강아지 꼬리 절단' 사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6고정763 -
집에서 강아지들을 키우던 피고인은 2016. 4. 경 작두를 사용하여 강아지 3마리의 꼬리를 잘라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혐의로 동물보호법위반죄로 기소되었다.
피고인은 강아지의 건강한 성장을 돕기 위한 것일 뿐 학대 성향으로 인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고향에는 꼬리가 짧거나 없는 개가 있었으므로 그와 같은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오인한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법원은 ①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은 학대 성향의 발현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바, 꼬리를 자르는 것이 강아지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다는 어떠한 수의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그 방법이 수의학적 처치에 의한 아니라 자신의 작두로 거칠게 자른 것인 점 등에 비추어 학대행위의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며, ② 꼬리를 자르는 것이 위법한 것은 아닌지를 더 살펴보았어야 할 텐데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으므로 법률의 착오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벌금 300,000원을 선고하였다.
민법 해석상 동물을 재물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으므로, 만일 타인 소유의 강아지 꼬리를 절단하였다면 이는 재물손괴죄도 성립하게 된다. 동물보호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각각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3자가 반려동물을 해쳤을 경우 형량이 높은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되기도 한다.
이때 적용되는 형량은 재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하므로 벌금형 역시 가벼울 수밖에 없는데, 반려동물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형량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르고 동물학대 이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일제히 가족공동체의 일부가 된 반려동물에 대해 급식소와 놀이터 공약 및 진료비 부가세 폐지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동물보호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높아지고 생명존중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일 뿐 아니라, 동물 학대가 동물만으로 그치지 않고 사람에 대한 강력범죄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도 있으므로 향후 동물학대 범죄에 대해 보다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고, 관련 법령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목줄 안 채운 반려견 교통사고… "운전자 책임 없다
키우던 강아지가 도로에서 차에 치였더라도 주인에게 목줄 등을 채우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면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6년 7월 24일 오후 3시께 강원도 춘천의 한 도로변에서 반려견인 요크셔테리어에 참외를 주려고 이름을 부르며 손짓했다. 주인의 부름을 들은 강아지는 주인 쪽으로 가기 위해 도로를 건너다 B씨가 운전하던 LF소나타 승용차에 치여 골반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 일로 강아지 치료비와 수술비로 180만원을 쓴 A씨는 사고 차량의 운전자인 B씨의 보험사를 상대로 진료비 등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사고 발생과정에서 운전자 과실이 없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A씨는 2016년 10월 "치료비와 수술비 등 18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춘천지법 민사3단독 지창구 판사는 A씨가 동부화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6가소5501)에서 최근 원고패소 판결했다.
지 판사는 "동물보호법상 소유자가 반려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목줄 등 안전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A씨는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더군다나 A씨는 다가오는 자동차를 보지 못하고 참외를 주기위해 길 건너편에 있던 강아지를 불러 사고를 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당시 B씨가 저속으로 서행중이었지만 크기가 작은 요크셔테리어 강아지가 갑자기 뛰어나와 이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완견은 법적으로 물건… 위자료 청구 주체 안돼"
2년간 300만원 주고 애완견 맡겼는데 유기견 오인 안락사 시키자
주인과 동물애호단체 "죽은 개에게도 위자료 청구권 있다" 소송냈지만
대법원, "동물에게 권리능력 인정하는 법률규정이나 관습법 없어
애완견은 법적으로 물건에 불과하므로 위자료 청구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평소 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김모(26·여)씨는 개인 사정으로 2년간 남에게 개들을 맡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김씨는 애완견을 믿고 맡길만한 곳을 물색하던 중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곳을 찾았다. 평소 동물 권익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였기 때문에, 김씨는 안심하고 2년간 300여만원을 내고 개 2마리를 맡기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2011년 3월 김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했다. 협회가 김씨의 애완견들을 유기견으로 오인해 안락사시킨 것이다.
법적으로 애완견은 김씨 소유의 물건이므로, 김씨는 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자신과 동고동락했던 개들이 법적으로 '물건'취급 받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김씨는 협회를 상대로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과 위자료 청구 외에 "애완견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1마리당 200만원씩을 별도로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죽은 애완견들에게도 위자료 청구권이 있고, 그 청구권을 주인인 자신이 상속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김씨에 대한 위자료 600만원만 인정하고 안락사한 개들의 위자료를 인정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5일 김씨와 동물 애호단체 '유기견에게 사랑을 주세요'가 동물사랑실천협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12다118594)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 이바지한다는 동물보호법의 입법 취지나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민법이나 그밖의 법률에 동물에 대해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고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동물 자체가 위자료 청구권의 귀속주체가 된다고 할 수 없다"며 "그 동물이 애완견 등 이른바 반려동물이라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려견 때린 남성과 몸싸움 60대 여성
법원 '정당행위 해당, 무죄'
자신의 반려견을 때리고 괴롭힌 30대 남성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자신과 반려견의 안전을 지키려는 소극적 방어행위로써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은 정당행위에 해당돼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취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남수진 판사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오모(61·여)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2015고정402).
오씨는 2014년 11월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반려견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같은 아파트 주민 있던 김모(39)씨로부터 "왜 개를 풀어놓느냐"는 항의를 들었다.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였고 화를 참지 못한 김씨가 오씨 품에 안겨 있던 반려견을 때렸다. 오씨도 "왜 강아지를 때리느냐"고 항의하며 저항했다. 양측은 상대방에게 서로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두 사람 모두에게 상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김씨는 벌금 100만원, 오씨는 벌금 7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오씨는 "김씨의 폭행에 저항했을 뿐"이라며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남 판사는 "김씨는 오씨에게 맞아 전치 2주의 목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상황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는 김씨가 오씨의 강아지를 때리고 오씨를 밀치는 것은 확인이 되지만 오씨가 김씨의 얼굴을 때리는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영상을 보면 오씨의 오른손이 김씨의 얼굴에 근접한 직후 김씨의 얼굴이 움직이거나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으므로 단지 오른손이 얼굴 쪽에 근접한 것만으로 오씨가 김씨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오씨가 김씨의 얼굴을 한 차례 민것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오씨는 밀폐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건장한 30대 남성인 김씨가 자신은 물론 자신이 안고 있는 개를 수차례 때리고 위협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말리기위해 방어행위를 한 것에 불과해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반려견 사망 사건,수의사 권유 응하지 않았다면 `동물병원 책임 없다` 판결
단순 엑스레이 촬영만으로 확진이 어려운 질병에 대해 수의사가 MRI 촬영을 권유했고, 그것에 대해 보호자가 응하지 않아 반려견이 사망했다면, 그 반려견 사망에 대해 동물병원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최근 서울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 K씨를 상대로 1956만원(치료비 336만원, 반려견 입양비 120만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500만원)의 청구 소송을 제기한 보호자 C씨의 항소심(2심)에 대해 “이 사건 애완견에 나타난 신경 증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MRI 검사를 권유하면서 내과적 치료조치를 계속한 피고의 조치는 적절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권유에 따라 MRI 검사를 받지 아니한 이상, 피고가 이 사건 질병을 진단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C씨의 반려견 ‘영심이(가명)’는 2014년 6월부터 10월 까지 K씨의 동물병원에 총 18차례 내원해 진료를 받았다. 수의사 K씨는 영심이를 진료하면서 틱장애 소견을 보인 2014년 8월 28일, MRI 촬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사지마비, 기립불능, 호흡곤란 등의 신경 증상을 보인 10월 27일에도 호흡마비로 인한 돌연사를 막기 위해 약물을 처방하면서 “통증으로 인하여 방사선 검사가 불가능하니 확진을 위해 MRI 촬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유했다. 당시 영심히는 약물 처방을 통해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법원은 K씨의 내과적 처치가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C씨는 10월 28일, 29일, 30일에 K씨의 동물병원에 연이어 방문하며 진료를 받았으며, 이 때에도 수의사 K씨는 영심이에게 MRI검사가 필요하다고 권유했으나 보호자는 이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영심이는 같은 해 11월 1일 서울의 한 동물의료센터에서 진료를 받았고, 11월 11일 해당 동물의료센터로부터 MRI 촬영 결과 AAI(atlantoaxial instability, 환축추 아탈구)로 진단받았다. 이후 AAI에 대한 수술이 진행됐으나 수술 중 영심이는 사망했다.
영심이가 사망하자 C씨는 수의사 K씨를 상대로 “여러차례 치료를 하면서 질환을 발견하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게 한 과실로 애완견을 죽게했다”며 소송을 진행했고, 이에 대해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까지 청구를 기각했다. 피고의 소송비용까지 원고들이 부담하는 완전 승소(피고 입장에서) 판결이었다.
수의사 권유에 보호자가 응하지 않았다면 동물병원에 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이번 사건은 환축추 아탈구와 같은 질병에 대해 확진을 위해 MRI 촬영을 권유하였는데, 그것에 보호자가 응하지 않았다면 이로 인해 반려견이 사망하였어도 동물병원에 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가 판결문에 명시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피고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소명의 김민주 변호사(서울시수의사회 자문변호사)는 “모든 동물병원에 MRI 장비 같은 고급 장비를 갖출 수 없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판결문이 없다면, 보호자들이 치료에 응하지 않은 채 반려견이 사망했을 때 그 책임 여부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그것이 보호자의 책임인지, 아니면 끝까지 확진하지 않은 수의사의 과실인지 여부가 불분명해진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이번 사건 2심 판례를 통해 그 이유가 설시되었으니 이 부분이 조금 명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원고들이 이러한 권유에 따라 MRI 검사를 받지 아니한 이상, 피고가 이 사건 질병을 진단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피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명시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려견 양육권, 상속권…법의 판결은
2012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로버트 모니악과 엘리자베스 모니악 부부는 당시 8살이었던 닥스훈트 잡종견 롤라와 관절염이 있는 또 다른 반려견 캘리를 반려견 위탁업체에 맡기고 프랑스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평소 매우 건강했던 롤라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했다. 애틀랜타 뿐만 아니라 플로리다까지 가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9개월 뒤 롤라는 신부전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부부는 위탁업체가 캘리에게 먹여야 할 관절염 약을 롤라에게 잘못 먹여 목숨을 잃게 했고, 이는 업무상 주의 태만, 사기, 기만 등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롤라의 병원 진료비 등 비용 6만 7000달러(약 7500만원)는 물론, 반려견을 잃은 정서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위탁업체 측은 롤라를 돌보는 과정에서 과실이 없었으며, 애초에 유기견이었던 롤라의 ‘재산적 가치’는 ‘0원’이라는 점을 들며 배상 자체를 거부했다.
무려 4년간 계속된 법정 공방 끝에 현지 법원은 모니악 부부의 손을 ‘절반 쯤’만 들어줬다.
지난해 6월, 조지아주 대법원은 반려견 위탁업체가 모니악 부부의 반려견을 죽게 한 과실이 인정되며, 이들 부부가 요구한 치료비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특히 논란이 됐던 반려견의 재산적 가치와 관련해 휴 톰슨 조지아주 대법원장은 “혈통이나 나이, 기질 등 반려견의 가치를 매기는 질적, 양적 기준이 다른 개인 재산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보다 덜 인정받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기견이기 때문에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인간과 동물의 특별한 유대감은 소중히 여겨지지만, 법적 측면의 밖에 있다”며서 모니악 부부의 피해보상이 정서적 가치에 근거를 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 즉 재산으로서의 보상 가치는 있지만 ‘물건’ 이상의 가치를 두고 정서적 상실감까지 보상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위 사건은 1인 가구와 함께 반려동물울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는 반면, 이와 관련한 법적 장치는 아직 미비한 현실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국 일부 주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는 법적으로 여전히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한다. 특히 예기치 못한 사고 혹은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거나 소유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논쟁은 더욱 심각해진다.
법정 드라마 뺨친 반려견 양육권, 상속권 다툼
지난해 4월, 16년의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이혼하기로 한 캐나다 부부가 반려견 두 마리를 둘러싼 양육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지 고등법원의 판사는 이 소송을 각하하며 “개는 어떤 이들에게 가족과도 같은 존재”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개는 개일 뿐이다. 법에서 개는 재산이자 소유하는 가축이기 때문에 가족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부가 계속 법적 다툼을 이어간다면 법적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개를 팔아 수익금을 양쪽이 나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개와 자녀를 동일시할 수는 없으므로 판사의 판결이 옳았다는 의견과 자녀 없이 반려견을 키우는 부부들에게 있어 반려견이 자녀와 동일한 정서적 가치를 지녔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반려동물이 동물 그 이상의 존재가 되면서 재산권을 둘러싼 소송도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재벌 리오나 헴슬리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그의 손주와 반려견 사이에 상속 분쟁이 벌어졌다. 그는 사망하며 반려견 ‘트러블’(말티즈 종 암컷)에게 1200만 달러(약 134억원)의 유산을 남겼다. 그에게는 남동생과 손주 4명이 있었는데, 남동생에게는 반려견이 죽을 때까지 돌봐주는 조건으로 1500만 달러(약 168억원)를 남겼다.
문제는 손주 4명 중 헴슬리로부터 단 한푼도 상속받지 못한 손주 2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유언장이 공개되자마자 뉴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치열한 법정 공방을 거친 끝에 현지 법원은 트러블의 유산을 200만 달러(약 22억원)로 대폭 줄이는 대신 손주 2명에게 총 600만 달러(약 67억원)를 상속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어쨌든 우리 돈으로 20억 원이 넘는 돈을 상속받은 트러블은 2010년까지 연 평균 6만 달러 이상을 쓰며 호화롭게 살다 세상을 떠났다.
◆‘법적 가족’에 점점 가까워지는 반려동물
법적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사회 통념상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경향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반려동물 관련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한 보험회사는 사원이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증명 가능한 서류를 회사에 제출할 경우, 최대 3일 동안 장례휴가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에서도 같은 내용의 ‘펫 로스’(pet loss) 제도를 도입한 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미국 연방법이나 주법 모두 반려동물 사망으로 인한 직원의 휴가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도를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물고기와 설치류 등에까지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데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에게는 부당한 제도라는 지적도 쏟아낸다.
국적을 막론하고 반려동물 관련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