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계십니까?"
하루 하루를 넘기면 어느새 한 주가 지나가고, 그렇게 익숙한 월요일을 몇 번 지나치면 한 달이 가고, 누군가에게는 벌써 임대료와 각종 결제와 생활비를 걱정하는 날이 오고, 누군가에게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급날이 옵니다. 임대료와 결제는 순식간에 다가오고 월급날은 더디게 오는 것이 진리이죠. 이번 달도 무사히 임대료와 각종 결제와 생활비를 넘겼으니 자~알 살고 있습니다.
네 살에게 일 년은 인생의 사분의 일이지만 마흔을 넘기면 일 년은 사십분의 일도 되지 않으니 일 년도 같은 날이 몇 번 지나간 것처럼 후딱 갑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부쩍 부쩍 커가며 반항이란 것을 배우고...아빠는 소심을 배웁니다...아니 요즘 여섯 살된 막내의 반항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물론 그래도 이쁘다고 뽀뽀해줬더니 자기를 공격했다고 더 난리...ㅠㅠ...어쨌든 사랑하는 마눌님과 함께 아이들과 지내고 있으니 자~알 살고 있습니다.
뭔가 하나를 넘기면 다시 하나가 시작되는 생활. 일도 그렇고 아이들 키우는 것도 그렇고 공부도 그렇죠. 사람이 나이가 들면 해보지 않았던 일, 할 줄 몰랐던 일에 도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제가 공부한 내용을 한글 프로그램으로 정리해서 처음으로 책처럼 엮어낸 것이 95년의 일입니다. 할 줄 아는 것은 키보드 자판을 외우고 있는 것과 한글 프로그램에서 표 만드는 방법 뿐이었죠. 그래서 그림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깨알만한 글자로 글을 써서 표를 채웠습니다. 안과학이란 책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두 번째로 책처럼 만들어낸 것이 2003년인가 2004년인가...아무튼 그때는 그림을 넣을 줄 알게 되었습니다. 방법은 단순하고 무식하게 윈도우에 깔려있는 그림판이란 프로그램으로 점을 찍거나 선을 그렸죠.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면서 그림을 일일이 찍고 칠했습니다. 2000년대가 끝나갈 무렵에 포토샵으로 그림을 작업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서 배운 것이 아니니까 그냥 하나씩 하다가 기능을 조금씩 알아가는 정도였죠. 그런 와중에 한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방법도 조금 늘었습니다.
근래 새로운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일러스트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역시 그냥 막무가내로 찍어보고 눌러보며 기능을 알아가는 중입니다. 하루 종일 안경원에서 있으면 자신이 할 줄 몰랐던 일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경사가 아닌 작가이며 편집자이자 교열자로서의 삶, 그리고 그래픽 디자이너의 삶도 살아볼 수 있는 책 만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안경원 일을 10년, 20년을 반복하면 이 일에서 할 줄 몰랐던 것(공부가 아니라 일!)을 찾는 것도 일이죠. 저는 책 만들기를 하면서 적어도 몇 달은 자~알 살고 있습니다.
요 며칠간은 그동안 누진렌즈에 대해 집필하며 정말 미루고 미뤘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다뤄야 하는 고위수차 때문에 짜증과 기쁨을 동시에 느낍니다. 짜증은 제르니케 다항식에서 코마와 트레포일 수차의 합산으로 삼차 파면수차에서 구현해낸 누진면 계산을 이해하는 것 때문이고, 기쁨은 지금 집필하는 부분에 넣을 이미지들이 일러스트와 포토샵에서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책에서 그림은 읽는 사람의 이해를 도와주고 선명한 이미지를 보면 기분이 탁 트인 느낌이랄까...뭐 그렇잖아요. 또한 크기와 비율이 제각각이라 비교가 힘들던 이미지가 정리되어 정렬되면 생각이 막혔던 부분도 보다 잘 뚫리죠...덕분에 여전히 모니터에 코를 박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선과 비율을 맞추는 일, 그리고 편집은 아직 아마추어인 저한테는 단순 노동입니다. 심지어 모니터에 30cm 자를 대고 위치를 잡는 아날로그적 인간이라...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안경원 책상에 앉아서 모니터에 자와 얼굴을 들이대고 있는 저를 보면 "뭐냐? 재는?"...이렇게 생각하겠죠...
조만간 안경사공부모임의 내부 학회인 검안광학회에서 [검안광학]이란 이름의 두 번째 학회지가 나오게 됩니다. 물론 여러 선생님들께서 기고할 글을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아닌가?...^^;;;). 참고로 저는 이번에 편집자나 교열자로 참여하지 않습니다(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지난 번에는 김정현 선생님께서 편집했고 따로 교열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형수 선생님과 황의석 선생님께서 각각 편집과 교열을 맡으셨습니다...^^
칼자이스의 줌(ZOOM) 기술은 에실로의 웨이브 2(W.A.V.E 2)처럼 모양을 꾸며놓은 로고가 없어서 일러스트로 직접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위와 같은 이미지를 인쇄할 때 만약 실제 해상도가 낮으면 인쇄된 그림이 깨지고 조잡해집니다. 그래서 인쇄용 그림은 아주 크고 해상도를 높여서 작업합니다. 그래야지만 실제 인쇄에서 작지만 세밀한 그림이 되죠. 검안광학회에 글을 기고하실 분들은 특히 GIF 파일은 피하세요. 웹용이기 때문에 인쇄할 때 이미지가 깨지거나 색상이 이상하게 나옵니다. 그건 그냥 모니터용일 뿐입니다. 되도록 jpg 파일로 해상도 300 이상으로 작업하세요...그렇게 하면 아주 작은 글자까지 읽을 수 있는 세밀한 그림이 됩니다. 그림이 세밀하고 해상도가 높으면 아래처럼 그림이 작아도 세세한 숫자까지 볼 수 있게 됩니다(아래 이미지를 모두 GIF 파일이므로 확대해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집필 중인 '누진렌즈'에서...)
첫댓글 오갱끼 데스까아~
그래서 일단 블로그에 글을 올려볼까 합니다.
어짜피 블로그 글이야 늘 쓰고 있는거.....
그걸 모아서 살붙이면.....
그림은 황샘이 만들어 주시겠죠^^
이번주제가 고위수차인데..박샘이 손을 대시면 내글은 사람들이 읽어보지도 않겠네요..
무슨 그런 말을...그리고 저는 누진렌즈를 설명하다가 그냥 겉만 살짝 더듬는 수준으로...고위수차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아요...그러니 괜한 걱정하지 마세요...흠...누진렌즈에 대한 책이 시기적으로 나중에 나오게 되니까 일단 추샘의 글을 미리 읽어볼 수 있겠군요...잘 되었어요..................베껴야지...^^
전 아주 깊지 않게 다룰 생각이니깐 베낄건 없을꺼예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