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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축구선수 김현, 최진혁, 정완기, 강주호(왼쪽부터) ⓒ안기희 |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63) 감독은 ‘교수(The Professor)’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 세계 6개국 언어를 구사하고 거기에 경제학 석사 학위까지 보유했기 때문이다. 여기 한국 축구계의 아르센 벵거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김현(20, 경희고 졸업), 정완기(19, 현대고 졸업), 강주호(19, 보인고 졸업), 최진혁(19, 풍생고 졸업). 네 사람 모두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축구 선수로 대한축구협회(KFA) 고등리그를 경험했고, 현재 서울대 체육교육과 학생이라는 점이 바로 그 것이다. 대학에서 축구를 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꾸준히 땀을 흘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조금 더 시선이 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서울대가 한국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로 손꼽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들은 축구와 공부 두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 선수가 축구만 잘하면 되지!’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완벽히 깨뜨린 셈이다. 훈련도, ‘야자’도 열심히! 축구와 공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훈련을 하고, 거기에 ‘야자(야간자율학습)’까지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율적으로 새벽 개인 운동을 하고,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다 들었어요. 7교시까지 듣고 나오면 3시 30분에서 4시 사이가 되는데 이 때부터 훈련이 시작됐죠. 훈련이 6시 조금 넘어서 끝나면 씻고 저녁 식사를 해요. 그리고 쉴 틈도 없이 바로 야자가 이어졌죠. 야자는 10시에 끝났지만 저희 축구부원들은 감독님이 숙소에 마련해준 공부방에서 12시까지 자율학습을 했어요.” – 김현 힘든 생활이었지만 열매는 달콤했다. “서울대 입학이 확정됐을 때 부모님하고 할아버지 생각이 제일 많이 났어요. 특히 할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셨는데, 제가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말씀을 드리니 정말 좋아하셨어요. 가문의 영광이라면서 기뻐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눈물이 날 뻔 했었죠.” – 정완기 “부모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원래는 운동을 안 시키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약속을 했어요.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하겠다고요. 사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공부에 대한 반감이 있었어요. 운동을 못하니 공부를 하는 거라는 시선 때문이죠. 그런데 부모님의 응원 덕분에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었어요.” – 강주호 꿈을 향해 달린다 노력으로 아무나 설 수 없는 자리를 당당히 꿰찬 네 사람은 이제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공부와 축구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 그 시작은 바로 U리그다. “최소 목표는 3승입니다. 물론 그 이상이면 더 좋고요. 이번 시즌 (강)주호랑 스트라이커로 뛸 것 같은데 주호도 골을 많이 넣으면 좋겠지만 저도 많이 넣어서 U리그 득점 랭킹에 오르고 싶어요.” – 최진혁 U리그에 충실하면 언젠가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은 분명했다. “제 꿈인 프로 무대에 나가려면 탁월한 기량을 갖춰야 하잖아요. U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면 많은 사람들이 경기를 보러 오겠죠. 그만큼 제가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해요. 물론 공부도 더 열심히 할 겁니다. 공부와 축구 둘 다 지고 싶지 않아요.” – 김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 네 젊은이들의 열정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의 아르센 벵거, 아니 그 이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무한 질주를 지켜보자. 글=안기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