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택시의 세계] 전남 곡성서 타보니 기사가 명소 곳곳 친절하게 소개. 낯선 관광객 가족처럼 잘 챙겨줘. 레일바이크 등 놀거리 할인은 덤. 지역색 물씬 기념품도 받아 감동.
곡성관광택시 기사인고병무씨가 심청한옥마을을 소개하고 있다.
먼 곳을 여행하려는데 운전하기는 싫고 현지에서 공유차량을 빌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런 사람에겐 ‘관광택시’가 딱이다. 의외로 저렴한 편이고 동네 이곳저곳을 훤히 아는 기사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데려다주는 것뿐 아니라 즐거운 여행 동반자도 돼줘서다. 2016년부터 관광택시 제도를 안착시킨 전남 곡성군을 찾아 1일 택시 승객으로 농촌 관광지 구석구석을 느긋하게 둘러봤다.
관광택시에서 바라본 풍경.
●동네 구석구석 안내하는 관광택시
“어서 와요. 멀리서 오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소.” 14일 오전 11시40분 곡성군의 옛 역인 ‘곡성 기차역’ 입구에서 하늘색 조끼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한 중년 신사가 기자를 맞았다. 이날 관광택시 여행을 책임져줄 고병무 기사(60)다. 곡성 토박이인 데다 기사 경력만 39년이라고 소개한 그에게 왠지 믿음이 갔다.
점심때가 가까워진 터라 고 기사에게 괜찮은 식당과 카페를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가 추천한 식당 ‘메란명가’에서는 특산물인 멜론을 기본양념으로 해 달콤한 돼지갈비가 식욕을 북돋았다. 20∼30대가 많이 찾는다는 카페 ‘단편’에서는 동서양의 맛이 조화를 이룬 ‘인절미 케이크’가 감미로웠다.
택시로 수십년간 이곳을 누볐다는 그에게 나머지 일정도 온전히 맡기기로 했다.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곡성 메타세쿼이아길’, 구전설화가 살아 숨 쉬는 ‘심청한옥마을’ 모두 ‘여름 곡성 녹음’을 만끽하기 안성맞춤이었다. 남도의 젖줄 섬진강 속내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침실습지’의 퐁퐁다리도 마음에 고스란히 담겼다. 기사·사진사·여행가이드 영역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낯선 이방인을 살뜰하게 챙겨준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연방 전했다.
예약도 비교적 쉽다. 곡성관광택시 공식 누리집에 접속해 ‘관광택시 예약하기’ 탭에서 이름·전화번호·탑승자수·날짜·시간·장소를 기재하면 끝이다.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고령자는 전화로 예약하면 금방 택시기사와 연결해준다.
침실습지에 있는 퐁퐁다리에서 고 기사가 기념사진을 찍어주고 있다.
메란명가 식당의 깨비정식.
●기사 역량 강화로 고객 감동 이끈다
곡성군 내 관광택시 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세밀한 관리에서 시작한다. 군은 관광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6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관광객의 교통 편의성이 커지면서 이용자도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그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총 771대(누적) 택시가 관광객 2273명을 태웠다.
진주연 군 지역성장팀 주무관은 “유명 관광지인 기차마을에만 사람이 몰리는 상황에서 관광택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고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군은 제도 홍보 외에도 기사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이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관광객 만족도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선준 지역성장팀장은 “분기마다 관광택시협의회 소속 기사에게 ‘고객 사진 잘 찍어주는 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법’ ‘지역 관광지와 역사’ 등을 주제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실제 누리집에 기사의 빼어난 역량을 칭찬하는 후기가 다수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차량 공유서비스보다 장점 더 많아
관광택시 기본 이용요금은 3시간에 6만원이다. ‘쏘카’ 같은 공유차량 요금과 비교해도 결코 비싸지 않다. 고 기사가 끄는 준대형 세단을 기준으로 하면 ‘쏘카’의 주중 일일 대여요금은 8만4000∼10만4000원선. 물론 여기에다 1㎞당 주행 요금을 더해야 한다.
편의성 측면에서도 장점은 두드러진다. 이용자는 상당 시간 운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지역 여행 정보에 정통한 기사의 도움도 마음껏 받을 수 있다. 관광택시를 이용했을 때 쏟아지는 할인 혜택은 덤이다. 곡성에선
▲섬진강 레일바이크(20% 할인)
▲짚라인(20% 〃)
▲패러글라이딩(30% 〃)
▲곡성스테이 숙박(10% 〃)이 대표적이다.
지자체별로 고객에게 지역색이 묻어나는 선물을 증정하기도 한다. 관광택시 이용을 마친 기자는 지역명이 큼지막하게 찍힌 예쁜 컵과 여행 가방용 태그를 기념품으로 받았다.
관광택시가 있는 지역이라면 그곳이 농촌이든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든 차 없이도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서울에서 280㎞가량 떨어진 곡성이지만 뚜벅이 기자처럼 KTX와 관광택시만으로 당일치기나 1박2일 일정을 짜는 게 얼마든지 가능해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일정을 자유롭게 짤 수 있고 역·고속버스터미널·숙소 등에 접근하기도 수월하니 이만한 교통수단이 또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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