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란 '거리에서의 방황이 위주가 되며, 주인공들이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늘 어느 거리를 향해 떠나는 이야기'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우리나라 로드 무비의 걸작으로 세 작품을 꼽고 싶다, 그것은 바로 70년대의 <삼포가는 길> (75년, 이만희감독) 80년대의 <고래사냥> (84년, 배창호 감독)과 함께, 90년대의 대표하는 로드무비는 바로 이 <세상밖으로>다.
이 세 편의 로드무비는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두남자와 한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고, 또한 이 가운데 나이가 많은 남성이 세 사람의 가야할 길과 정신적인 것을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영화 <세상밖으로>의 주인공은 문성근 이경영, 그리고 심혜진, 영화속에서 이들은 성근과 경영, 그리고 혜진, 모두 실명(實名)을 쓰고 있다. 성근과 경영은 사회에서 격리된 범죄자, 이들은 전주교도소에서 대전교도소로 이감 도중, 같이 탔던 다른 죄수들이 탈주를 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탈옥을 하게 된 것으로 오인을 받게 되고, 도망을 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심혜진과 합류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블랙코메디'의 형식을 따른 로드무비가 전개 된다.
이 영화속에는 이 세명의 눈에 비친 90년대의 한국사회의 풍속도가 펼쳐지는데, 쌀 수입을 개방하는 농민들의 시위도 보게 되고, 또 도로를 질주하는 폭주족들을 세사람은 멋지게 해치우기도 하고. 또한 미군 트럭을 몰래 훔쳐 달아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대전교도소를 찾기 위해, 나중에는 다시 한 번 가보고픈 서울을 찾아가는 이들의 여정이, TV뉴스속에서는 이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런 장면은 바로 뉴스의 왜곡보도에 대한 감독의 조소가 담겨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려움 속에 서울을 왔지만 이들은 반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세사람은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처럼 은행을 털려고 한다. 은행털이 장면은 블랙코메디의 압권인데, 영화 속에서의 이들 세사람은 총 한자루를 들고 은행에 들어가지만, 다른 영화에서처럼 누구를 죽인다거나 하는 장면은 전혀 없다.
은행털이에 실패한 이들은 청량리 쪽으로 도주를 하고 그렇게 먹고 싶었던 짜장면을 먹으며 뉴스를 듣게 되고, 다시 텔리비젼 뉴스에서는 이들이 북한으로 도망을 하는 것이 추측하는 기사가 나오게 됩다.
세사람은 북쪽으로 올라가는 화물열차에 몸을 싣게 됩다. 이런 장면들은 이 <세상 밖으로>라는 90년대의 로드무비가 앞선 <삼포가는길>이나 <고래사냥>을 다르게 만드는 것인데, <삼포가는길>이나 <고래사냥>의 두 영화에서는 모두 '고향'이라는 목적지가 있는 로드 무비였다면, <세상 밖에서>는 실제 이 들이 가야할 종착지가 없다는 점이다.
북쪽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는 장면은, 영화의 앞장면에서 북쪽으로 가겠다고 외치는, 실성한 실향민 할머니의 모습과 연결되는데, 감독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인의 우리의 비애를 영화속에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 같은 것을 알아채릴 수 있다.
세사람은 탄광촌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세사람만의 평화로운 하루밤을 지낸다. 그리고 성근과 경영은, 혜진이 잠든 사이, 그녀가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탄광촌에 남겨두고 떠난다.
성근과 경영이 이른 아침 동해 바닷가를 걷는 장면에서 영화는 종반부에 다다르게 되고.
이들은 군사지역인 이곳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오인을 받게 되고, '경영'은 군인의 총에 맞아 그만 죽게 된다. 그리고 영화 속의 마지막 장면은 해안 경비초소 앞의 긴 철책선이 보이고 멀리 평화롭게 보이는 바닷가에서 총소리가 울리는 것데, ... 이것은 '경영'을 따라서 '성근'이 자살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영화 <세상밖으로>는 사회에서 소외된 세 사람을 통해서 90년대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 같은 것을 실랄하고 또 재미있게 드러내준 로드무비다.
또한 '통일'이라는 또하나의 주제를 담고 있는데, 영화속에 얼마나 농익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 대답이 자신없어지지만, 전주에서 시작된 이들의 여정을 휴전선 근처까지 끌고 가면서 로드무비의 형식을 통해 통일문제를 다루었다는 것은 분명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자신있게 확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영화의 제목과 연관되어 이 세 사람이 '세상밖으로' 내 몰리게 된 것은 무엇인가를 한 번쯤 생각하게 만들게 하고 있다.
영화 <세상밖으로>의 영화음악은 김종서가 맡았다. 김종서가 부르는 <세상밖으로>가 주제곡이고, 그리고 심혜진이 부르는 <삶을 향해>란 노래가 메인테마가 되었다. 또한 폭주족을 추격하는 장면에서는, 70대에 크게 유행했던 이장희의 <그건 너>라는 노래를 락 그룹 '블랙 신드롬'이 새롭게 편곡해서 부르는 <그건 너>가, 로드 무비의 여정을 더욱 흥미진진하고 긴박감있게 만들어 준다.
이 영화속에서는 또는 <삶을 향해>라는 심혜진이 부르는 주제 테마가 여러차례 연주되는데, 그것은 마치 영화속에서 세 주인공들이 '탈 것'을 바꾸어 가면서 계속되는 여정과 함께 하고 있는 느낌이다. <삶을 향해>..... 그리고....... 세상 밖으로.......... . . 감성
첫댓글 해설 기가 막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