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디오니소스 극장은 5천여 명이 관람할 수 있는 야외극장이다. 마이크가 없어도 무대 중앙에서 전하는 말이 들릴 정도로 소리의 공명이 잘 전달된다.
헤로데스 아티쿠스 음악당은 기원전 160년에 세워졌다. 음악당의 벽은 옛 모양 그대로이지만 관람석은 새롭게 복원된 것이다. 이곳에서 정명훈 지휘자와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공연했다.
이 많은 유적지를 둘러보려면 아테네에 며칠은 머물러야 할 것이다. 2500여 년 전에 아테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서 이룬 민주정치와 철학의 발상지를 둘러보는 감회가 깊다.
저녁 식사 후 파르테논 신전 길을 산책한다. 화씨 65도의 시원한 초여름 날씨이다. 아테네에는 7개의 언덕이 도심지에 자리하고 있다. 인적이 뜸한 이 시간은 고대 아테네와 교감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필로파포스 언덕 위의 신전 건물들은 밤에 조명을 비추고 있어서 도시 사방에서 바라보인다. 아크로폴리스 아래에 위치한 플라크 지역에는 고대 아고라(로만 포럼)가 자리한 아탈로스 스토아가 있다. 플라크에서는 늦은 밤까지 술과 음악과 식사를 즐기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플라크 지역을 걷다가 음악 소리에 걸음을 멈춘다. Vasilis Paslidis Youtuba라는 밴드가 연주한다. 그리스의 대중가요 멜로디는 낯설지 않다. 7명으로 구성된 밴드는 어쿠스틱acoustic 선율을 연주하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행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4월12일(금)- Mykonos
아테네에서 한 시간가량 달려서 크루즈 항구 Lavrion에 도착한다.
오후 1시에 출발한 크루즈선 Celestyal은 68마일의 바닷길을 따라 오후 6시에 미코노스섬에 도착한다. 크루즈선이 제공하는 미코노스 walking tour는 개인당 29유로 Eur다. 대다수의 항구에는 항구 도시 근처에 구시가지 old town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미리 여행지에 대한 역사를 공부하면 굳이 가이드가 인도하는 투어 tour를 신청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항구에 도착해서 보니 Old town까지는 가파른 언덕을 지그재그로 돌아서 오르고 내려가야 한다.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크루즈선에서 내려다본 주차장에는 택시도 없고 대중교통도 보이지 않는다. 미코노스 구시가지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주차장으로 내려가 보자는 생각으로 투어를 신청한 사람들을 싣고 갈 버스가 있는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투어를 신청하지 않은 승객들이 구시가지까지 갈 수 있도록 크루즈 회사에서 무료 탑승 버스를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투어 상품을 팔아야 하는 크루즈 측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가 인도하는 투어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여행객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단점도 있다. 단체로 행동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리스에는 섬이 대략 1천200개~ 6천개 정도 있다. 섬의 숫자는 밀물일 때와 썰물일 때마다 다르다. 그 많은 섬 중에 유인도는 227개 정도이다. 에게해에 위치한 섬들은 1830년에 오스만 튀르크로부터 독립한 이후, 모두 그리스에 속해 있다. 미코노스는 그리스 키클라데스 제도에 속한 섬으로 인구는 만 여 명이다. 미코노스섬은 그리스의 코스모플리탄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많은 예술가와 지성인들이 살고 있는 섬이다. 미코노스섬의 수도는 Chora다. 미코노스의 베네치아라고 불리는 Alefkandra는 18세기 중반에 건설되었다. 리틀 베니스 Little Venice는 가게와 집들의 앞마당으로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바람의 섬이라도 불리는 미코노스섬의 카 토 밀리 언덕에는 6개의 독특한 모양의 풍차가 서 있다. 파라 포르 티 아니 교회는 이 섬은 랜드마크이다. 타운의 건물들은 흰색으로 단장되어 있다. 마을에는 멋진 카페와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이 섬의 물가는 그리스에서도 비싼 편이다.
심갑섭 시인 (서북미문인협회이사장)
제3회 『뿌리문학』 신인상 시부문 당선. 제21회 재외동포문학상 시 대상 수상. 현 서북미문인협회 이사장. 뿌리문학 동인 현재 미국 와싱턴주 뉴캐슬시에 거주 저서 『시인의 팡세』 『하나님의 눈물』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