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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임대아파트 계약금(48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을 기도했던 김종기씨(오른쪽)와 부인. |
金씨의 부인 崔順德(최순덕·44)씨는 열흘 가까운 남편의 간호에 피곤한 모습이었다. 남편의 자살 기도에 매우 흥분해 있을 줄 짐작했는데 崔씨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임대아파트 이런 건 잘 몰라요. 남편이 집에 대한 집착이 강했어요. 너무 없이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아직 내 집이라고 할 만한 번듯한 집을 가진 적이 없었으니까요. 남편에게는 이번 임대 아파트가 자기의 모든 것을 걸 만큼 소중했던 것 같아요』
金씨 부부는 현재 신용불량 상태다. 2~3년 전부터 카드대출을 이용한 것이 현재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6000여만원 가까운 빚으로 쌓였다. 그는 『남편의 치료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임대아파트 계약을 포기하면서 지금의 제 심정같이 앞이 캄캄했을 것』이라고 했다.
金씨 부부는 1983년 전남 순천에서 경기도 성남시로 올라와 판교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판교개발지구가 된 성남시 삼평동 「아래마을 굴다리」(183번지)라고 불리던 곳이 이들 부부가 지난 5월 초까지 23년간 살아온 곳이다.
이곳에서 부부는 보증금 없이 월세 10만원짜리 셋집에 살았다. 판교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이주민에게 지원되는 전세자금을 대출받아 지금은 성남시 수진동으로 이주해 살고 있다.
崔씨는 『원래 아무것도 없이 他地(타지)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힘들게 살 수밖에 없었다』며 『남편은 콘크리트 공장에서, 나는 집 근처의 공사장에서 막일을 하거나 하우스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살아왔다』고 했다. 이렇게 일해서 버는 수입이 한 달에 100만원 정도였다.
崔씨는 『2001년엔가 주변에서 판교개발 이야기가 나오자 「세입자들이 쫓겨나게 된다」는 말이 나돌았다』고 했다.
『남편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들어가 살 곳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투쟁」이라는 것도 하고, 높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어요. 그렇게 해서 얻어 낸 것이 이번에 계약을 포기한 임대아파트예요』
「우리가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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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개발구역 전경 (출처 판교시 홈페이지). |
崔씨는 철거 세입자 집회에 따라 다니던 남편에게 핀잔을 줬던 것을 후회했다.
『남편한테 「정부와 성남시가 어련히 알아서 해줄까. 왜들 그렇게 나서나. 좀 진득하게 지켜봐요」 했죠. 정부나 성남시가 당연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아갈 길을 만들어 줄 거라 생각했어요. 「시위하고 집회하는 사람들이 너무 심하니 당신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말을 한 내가 참 바보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냥 「우리가 속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부부는 철거 세입자에게 나온 민간 임대아파트 32평형(전용면적 25.7평)을 배정받았다. 그녀는 『「임대보증금이 2억4000만원에 월세가 60만원에 이른다」는 얘기를 듣고, 이것마저 내 몫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崔씨는 민간임대와 주공임대의 가격차이가 많아야 2000만~3000만원 정도 일 거라 생각했었다.
『정확히 가격이 얼마인지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남편이 임대아파트에 매달리고 있을 때 저는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거든요. 새벽 5시에 일 나가서 밤 8시가 넘어야 들어오는데 아파트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있겠어요. 「계약금 4800만원을 당장 내야 한다」는 말에 말문이 막히더군요. 판교에서 수진동으로 이주하면서 전세금 대출 4000만원을 받았는데, 어디서 4000만원을 또 마련합니까』
崔씨는 2억4000만원의 임대보증금과, 4800만원의 계약금 이야기가 나오자 언성이 높아졌다.
『철거 세입자를 떨어내기 위한 작전』
옆에서 崔씨와 기자의 대화를 듣고 있던 崔씨의 동생 최성국씨는 『성남시가 일부러 일을 이렇게 만들었다』며 흥분했다.
『보증금 1000만원이 없어서 보증금 없이 월 10만원짜리 사글셋방 사는 사람들에게 임대보증금 2억4000만원짜리 집을 주면 뻔한 것 아닙니까. 성남시가 판교 철거 세입자들을 드러내 놓고 못 들어오게 하면 큰일나겠죠. 그러니 일부러 큰 평수의 민간 임대아파트를 배정하고 「우리는 너희가 달라는 대로 임대아파트 줬다. 그런데 그것도 못 갖냐」 하는 것 아닙니까. 일종의 「작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네요』
분당차병원에 「판교세입자참모임」 위원장 文明植(문명식·52)씨가 함께 있었다.
『판교가 「철거 세입자」와는 이미지가 맞지 않잖아요. 한 달에 100만~130만원 버는 사람들이 「서울의 강남처럼 만들겠다」고 하는 판교에 산다는 게 그 사람들(성남시)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았겠죠.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판교에 넣기 싫었던 겁니다. 판교는 돈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우리가 그런 사람들이 들어올 자리를 차지한다고 여겼을지 모르죠. 그래서 이번처럼 高價의 민간 임대아파트를 동원해 철거 세입자들을 떨어내려던 거죠』
왜 철거 세입자에 대한 민간 임대아파트 특별공급이 성남시의 「작전」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는지 文씨에게 물었다.
『근거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드는데 어떻게 합니까. 정부나 성남시가 결코 예상하지 못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랬다면 정부와 성남시가 우리에게 이곳에 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줬어야죠. 세입자들의 사정을 다 알면서 들어가지도 못할 2억4000만원짜리를 주면 우릴 놀리는 것밖에 더 됩니까. 이건 사기예요』
최성국씨와 文明植씨뿐 아니라 판교 세입자들은 정부의 임대 주택정책과 성남시에 대해 극단적인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 잡는 개발
월수입 100만원 안팎의 김종기·崔順德 부부는 판교 임대아파트에 어떤 방법으로 입주하려고 했을까?
崔順德씨의 이야기다.
『주공임대의 작은 평수가 보증금 5600만원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친척들과 아는 사람한테 무릎이라도 꿇어 어떻게든 계약금을 마련하려고 했죠.
3년 후 입주할 때까지 한 4000만원, 남편하고 둘이서 벌면 「다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崔씨는 남편의 병원비로 나온 2200만원을 자신의 능력으로는 구할 길이 없다고 했다. 崔씨는 『독한 마음먹고 청와대든 성남시청이든 찾아가 애아빠 눕혀 놓고 시위라도 하겠다』고 했다.
文明植씨는 『민간 임대아파트 때문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김종기씨뿐만이 아니다』라고 했다.
『철거 세입자 몫으로 특별공급된 민간 임대아파트 500여 세대 중 청약 단계에서 120여 명이 포기했습니다. 계약을 하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이 사람들 대부분이 매일 술만 먹고 있어요. 2001년부터 5년 넘게 임대아파트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들인데 심정이 어떻겠어요』
오후 6시를 넘겨 병원을 나설 때 崔씨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건냈다.
『이렇게 사람 잡는 개발이면 하지 않으니만 못한 것 아닙니까. 판교뿐만 아니라 다른 데서도 이렇게 할 텐데 돈 없는 사람들 몸 비빌 곳은 만들어 주고 개발이든 뭐든 했으면 합니다』
지난 6월29일 분당 차병원으로 김종기씨를 다시 찾았다. 金씨는 3층의 중환자실에서 9층의 일반병실로 옮긴 상태였다. 짧지만 몇 마디 말을 할 수 있었다.
『판교 철거될 때 용역깡패에게 얻어 맞고, 高價의 민간 임대아파트로 정부와 성남시 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얻어맞았어요. 더 이상 임대아파트는 생각하기 싫습니다』
분당 전세보다 비싼 임대아파트 보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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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세입자 公共 임대아파트 특별공급을 알리는 1차, 2차 안내서와 신청서. 금액과 임대조건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
지난 6월26일 성남 판교개발지구에서 「판교세입자참모임」 활동을 하고 있는 朴鶴鉉(박학현·50)씨를 만났다. 그는 터다지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판교개발지구(A16-1지구, 이지건설 공사현장) 안에서 컨테이너를 이어 붙여 만든 집에 살고 있었다.
그는 『주공 임대아파트와 민간 임대아파트 간의 임대보증금 차이가 평형에 따라 많게는 3배나 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주공 임대아파트와 민간 임대아파트의 평형과 임대보증금·계약금·월 임대료가 정리된 종이를 꺼내 보였다.
그는 『처음 나온 민간 임대아파트 가격을 보고 믿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하도 기가 막혀서 판교와 가장 가까운 분당 야탑지역의 아파트 임대료를 알아 봤다』며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 임대보증금이 그쪽(야탑지역) 전세가격보다 3000만원 이상 높다』고 했다.
그는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 특별공급자 500세대는 아파트 가격도 모르고 신청했다』며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그는 성남시가 보냈다는 신청서와 안내서를 보여 주었다. 그의 얘기대로 그 어디에도 가격에 대한 부분은 없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 성남시에 문의했다. 문책을 당할 우려가 있다며 익명을 요구한 성남시 관계자는 『특별공급자의 경우 1차와 2차 임대아파트 신청 안내서와 신청서가 나갔고, 1, 2차 모두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 가격은 서류에 기재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2차의 경우 신청일인 3월27일에서 4월4일 사이인 3월29일에 가격이 공고됐기 때문에 민간 임대아파트 특별공급대상자들이 당연히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써브」 리서치센터 孫智鈴(손지령·32) 실장은 『임대 보증금과 월세, 임대 조건이 기재되지 않은 임대아파트 신청안내서와 신청서는 처음 본다』며 『성남시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건국大 부동산 대학원 曺周鉉 원장에게 朴鶴鉉씨와 성남시 관계자에게 받은 신청안내서와 신청서를 보여 주었다. 曺원장은 『가격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이 안내문과 신청서에 기재되지 않아 피해자가 생겼다면 안내문과 신청서를 발송한 사업주관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朴鶴鉉씨는 『일반청약으로 임대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 가운데 임대보증금과 월세가 너무 비싸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철거 세입자」 자격으로 임대아파트를 배정받은 세대가 1190세대였다. 이 중 685세대가 주공 임대아파트를, 505세대가 민간 임대아파트를 배정받았다고 한다.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 전체 당첨자 1962가구 중 절반이 넘는 867가구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바람」에 동참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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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세입자참모임」의 박학현씨 |
일반청약을 통해 민간 임대아파트를 배정받은 사람들도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지난 6월2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야탑역 인근의 카페에서 민간 임대아파트를 분양받은 金明基(김명기·가명·36) 씨와 李美姃(이미정·가명·36)씨를 만났다.
金明基씨는 『나는 꼼꼼히 알아보지 않고 사람들이 「판교, 판교」 해서 덩달아 판교바람에 휩쓸려 청약한 경우』라고 했다. 분당 야탑지역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그는 『판교 가격을 보니 전세자금을 빼면 임대에서 가장 싼 평형은 될 것 같아 청약했다』며 『주공을 하고 싶었지만 청약자격 조건이 민영에만 청약할 수 있어 민영에 넣어 24평에 당첨됐지만 지금은 후회한다』고 했다.
32평형 민간 임대아파트에 당첨된 李美姃씨는 『말이 임대지 서민을 위한 임대 아파트는 아니다』라고 했다.
『10년 후에 분양전환이 되면 「제 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보증금 내고 월세 꼬박꼬박 내면 10년 후 내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임대의 경우는 계약 후 10년이 아니라 입주 후 10년이 돼야 내 집이 돼요. 지금부터 13년 정도 기다려야 해요.
임대기간 중 매년 5% 범위 내에서 월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 월세가 60만원이 넘는데 그럼 더 비싸지는 거잖아요. 나중에 들으니. 판교 임대아파트 분양가격은 우리 같은 서민들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일 거라고 사람들이 말하더군요』
두 사람에게 임대보증금과 월세는 「이미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공고가 된 사항들인데 몰랐냐」고 물었다. 金씨는 『그걸 다 꼼꼼히 보지 못했고, 내용도 어려웠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월세만이라도 낮춰 달라』
李씨는 『임대보증금의 조정이 불가능하다면 월세만이라도 낮아졌으면 좋겠다』며 『월세 60만원에 세금과 관리비 내면 월 80만원 이상인데 남편 월급으로 생활이 벅차다』고 했다. 李씨는 『가장 불안한 것이 13년 후의 분양가』라고 했다.
『주변에서 「분양시점에 인근 시세의 90% 정도가 분양가가 될 거다」라고 하데요. 그렇게 되면 제 평수의 경우 적어도 7억~9억원 정도가 분양가일 텐데, 그럼 보증금 빼고 4억6000만원에서 6억6000만원이 더 필요하게 되죠.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한 모으기 힘든 돈이에요.
내 집 마련하겠다고 판교 임대아파트에 들어왔는데 10년 살다가 그 돈 없으면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하잖아요 이게 제일 무서워요』
金明基씨는 처음 임대아파트에 당첨됐을 때 주변에서 『바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요즘엔 스스로 정말 「바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요즘 미달된 민간 임대아파트를 청약권도 사용하지 않고 선착순으로 분양받은 有주택자를 보면 억울하다고 했다.
지난 6월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야탑역 바로 앞에 위치한 장미마을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를 둘러보았다. 장미마을은 판교와는 차로 5분 정도면 왕래가 가능한 거리다. 야탑역과 장미마을 사이의 한 중개업소(프랜즈 부동산)를 들렀다.
대표 孟漢在(맹한재·36)씨에게 장미마을 아파트 30~33평형의 전세가와 월세가를 물어보았다.
『전세의 경우 비싼 것은 2억1000만원 정도입니다. 싼 것은 1억90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세는 보증금 5000만원에 100만~120만원 정도, 보증금 1억원에 50만~70만원 정도입니다』
그에게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 32평형의 「임대보증금 2억4000만원, 월 임대료 60만원」이 야탑지역의 전세가와 비교하면 어느 수준이냐」고 물었다.
『이곳 전세 시세보다 비싼데요. 물론 판교라는 상징성이 있고, 새 아파트라는 프리미엄이 있지만 그래도 이건 말이 안 되는 가격이죠. 이런 임대보증금이면 야탑지역 48평형 전세 가격입니다』
그는 『처음 판교바람이 불 때 임대라도 들어가면 「땡 잡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있었다』고 했다.
『전세로 환산하면 3억원』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에 대해 문의한 분들에게 먼저 임대 가격과 조건을 말해 주죠. 그럼 그분들의 반응이 달라져요. 바로 「분양에 대해 알려 달라」고 하죠. 「임대보증금에 1억6000만원 정도 더하면 분양받을 수 있는데 미쳤다고 그런 조건의 임대를 청약합니까」라고 말하죠. 그 말이 맞습니다. 대출받고 조금 더 자금 융통하면 분양받는데 왜 임대를 권합니까. 그거 결국은 미달됐잖아요. 1순위 청약한 사람들만 피보는 거죠』
현재 나온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 가격을 전세로 환산하면 얼마쯤 될까? 부동산써브의 리서치센터 孫지령 실장은 『건설사마다 가격 차이가 나지만 임대보증금 2억4000만원에 월 임대료 60만원을 환산하면 전세 3억원 정도』라고 했다.
아름마을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찾았다.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金永國(김영국·35)씨는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 30평형에 살려면 월 급여가 400만원은 돼야 한다』고 했다.
『월세와 관리비, 세금을 합하면 80만원 정도 할 것이고, 여기에 생활비와 아이들 교육비까지 더하면 월수입 400만원도 힘들 수 있습니다. 400만원 정도 버는 사람이면 중산층 이상인데 이런 사람들이 집이 없어 임대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가 이렇게 비싼 임대아파트에 들어와 살겠다고 계약했는지 궁금하네요』
왜 公共임대로 개발된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가 이렇게 높게 형성된 것일까?
A건설사 관계자는 『임대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을 법에 정해진 만큼 받았다』고 했다.
『수도권의 경우 공사원가의 90%까지 임대보증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대로 받은 것뿐입니다. 그것도 성남시와 협상하면서 낮춘 가격입니다』
그는 『회사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말한다면 놀랄 수밖에 없는 금액』이라고 했다.
『2억원이 넘는 임대보증금에 60만원씩 10년을 부담할 수 있는 서민이 있겠습니까. 제가 분양상담을 했지만 지금 같은 조건에 저보고 들어가 살라고 하면 못 들어가지요. 여기에 분양 신청해서 들어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저도 궁금합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가격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성남시와 협의에 의한 것입니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임대 사업에 민간 참여시킨 게 잘못』
성남시청 주택과를 찾았다. 성남시는 이번 판교개발에 사업승인권을 가진 기관이다. 주택사업팀장 金炯奭(김형석·46)씨는 『우리도 놀랐다』고 했다.
『민간 임대아파트가 비싸진 건 건설업체들이 「국민주택기금」을 사용하지 않았고, 토지비가 다른 지방보다 비쌌기 때문입니다. 민간기업에 주공 수준으로 임대보증금 가격을 낮추라고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주공이 100원에 공급하니 너희는 한 110원 정도에 내놓아라」 할 수 없는 겁니다. 민간 건설사는 수익이 나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그는 『원래 公共개발이면 정부가 주공이든 토공이든 시켜 전부 개발했어야 했다』며 『민간업체를 참여시킨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했다.
그는 『성남시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했다』며 『토지비용과 표준건축비가 정해져 있어, 추가건축비와 잡비로 불리는 가산항목에서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썼다』고 했다.
임대주택제도와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건교부 공공주택과 이재평 사무관은 『임대 보증금과 월 임대료의 승인권은 성남시에 있다』며 『성남시가 결정한 내용을 건교부가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특별공급세대(철거 세입자)를 제외한 일반청약 신청자들은 이미 가격을 알고 있었습니다. 2억원 이상을 투자하는데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5년 후 시세차익을 감안하고 들어온 사람들이 임대기간이 10년으로 길어지면서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왔다」, 「왜 이렇게 비싸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기존 公共 임대아파트에 적용되던 5년 임대기간이 판교 임대아파트에서는 10년으로 늘어났다. 이것이 임대사업자의 금융부담을 증가시켜 임대가격이 높아진 또 다른 요인이 됐다.
건교부 공공주택과 이재평 사무관은 『5년 임대기간이 적용됐던 아파트는 일반적으로 2.5년이 지나면 임차인과 임대 사업자 간의 합의에 의해 분양이 가능했다』며 『인기 지역에서는 분양아파트와 임대아파트가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임대아파트가 2.5년 후 분양아파트로 전환되면서 원래의 임대아파트 건설 목적인 「서민과 영세민의 생활안정과 주거복지」가 그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의 피해자는 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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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현 건국大 부동산대학원 원장 |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줄이고 임대아파트의 원래 목적을 강화시키기 위해 10년 임대를 도입했고, 이 기간 동안 분양 전환이나 전대(임차인이 임의로 매매하거나 再임대하는 것)를 금지시켰다. 이것이 영세한 임대아파트 사업자들에게는 자금 흐름에 압박이 됐다.
2.5년 만에 분양을 통해 건설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던 업체들이 10년(실제 입주 후 10년이므로 13년)이라는 기간 동안 현금 회수가 안 돼 자금 흐름에 어려움을 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임대보증금을 높이는 방법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하는 길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건국大 부동산 대학원의 曺周鉉 교수는 『5년 임대보다 10년 임대제도가 임대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훨씬 잘 정비된 제도』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10년이라는 기간이 영세한 민간 임대아파트 건설업체에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10년 임대아파트 정책처럼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이 나왔다면 그것이 왜곡되지 않을 후속대책이 함께 나와야 했는데 그것이 부족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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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령 부동산써브 리서치센터 실장 |
부동산써브의 孫智鈴 실장은 『2002년 판교개발 공청회에 참석했을 때 이미 高價로 책정될 임대아파트 가격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며 『4년이라는 기간 동안 보완책을 만들지 못하고 서울 강남과 같은 특정 지역 부동산 과열에만 모든 정책을 올인한 정부의 과실이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제한이나 생애최초자금 지원 조건의 잦은 변경 등이 결국 서민들에게 가장 큰 아픔을 주었다』며 『정부의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曺周鉉 교수는 포괄적인 대책마련이 어렵다면, 응급처방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약권 부활 등 신중한 정책 결정 필요
『청약권의 부활 같은 것이죠. 임대아파트가 실제 10년 후 분양받기 전까지는 남의 집 아닙니까. 그런데도 청약권을 사용할 수 없다면 남에 집에 살면서도 無주택자가 가지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모순이죠. 이것은 다른 문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령 A지역에서 살다가 사정이 생겨 B지역으로 이사하게 되면 청약권을 써버린 상태에서 임차인은 B지역에서는 주거안정에 대한 대책이 없습니다.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던 서민이라면, 이사하는 B지역에도 A지역과 유사한 주거환경을 지원할 방법을 마련해야죠』
주택산업연구원의 權柱顔(권주안·45) 박사는 『임대아파트 정책은 복지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며 『건교부만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분배」를 외치고 있는 現 정부가 「서민 주거안정」을 말하지만 임대아파트에 관한한 대책이 없어 보입니다』
취재가 끝날 무렵 건교부가 기자에게 이메일을 한 통 보냈다. 「서민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 임대보증금 산정체계와 임대보증금, 임대료의 전환조건에 대해 심층적 검토를 거쳐 필요한 사항은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판교 민간 임대아파트 홍역이 지나간 후에도 수도권 개발은 계속될 것이다. 하자만 자살을 기도한 김종기씨 같은 서민을 위한 대책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서울 강남 부동산 죽이기에 온 신경을 쏟는 동안 「지상의 내 집 한 칸」을 원하는 제2, 제3의 김종기씨가 쏟아져 나올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