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신석초문학상, 최문자 시인의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가 선정되어 지난달 9월 27일 오후 2시 서천문화원 2층 강당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등단 10년 이상의 기성시인을 대상으로 최근 2년 이내 출간된 창작시집을 공모하여 이근배(대한민국예술원 부원장)과 이숭원(평론가), 김백겸(시인)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였다.
■ 제4회 신석초문학상 수상자 최문자 시인
서천문화원(원장 이관우)이 주최하고 신석초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나태주)가 주관하는 제 4회 신석초문학상에 최문자 시인의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출판사 : 민음사)가 최종 선정되어 지난달 9월 27일 오후 2시 서천문화원 2층 강당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서천 출신 신석초 시인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작가의 창작 활동 고취 및 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개최된 ‘제4회 신석초문학상’은 등단 10년 이상의 기성시인을 대상으로 최근 2년 이내 출간된 창작시집을 공모하여 이근배(대한민국예술원 부원장), 이숭원(평론가), 김백겸(시인)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였다.
최문자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198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무고아원』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사과 사이사이 새』가 있고, 시선집 『닿고 싶은 곳』이 있다. 또한 한성기문학상, 박두진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 한국시협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협성대학교 문창과 교수, 동대학 총장, 배재대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수상작:
최문자 시집『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대표시:
시인들
시는 천의 고원에 있는 쥐뼘만 한 점
고원으로 점을 찾으러 간다
천의 고원에서는 뭉게구름이 만져진다지 오, 가여운 곳 올라갈 길이 없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걷다가도 북극여우처럼 문득문득 발을 멈추고 서야만 했어 이 높은 고원에 있는 것이란 써야만 하는 실패와 주정뱅이 같은 피로와 가끔 발을 만지는 따가운 가시덤불뿐 점은 평면에 서서 볼 수 없었어 이것이 풀인지 점인지 스라소니인지 춤추는 사물인지 쓰러지니까 보였어 고원에서 시를 이끼라고 불러도 좋아 우리는 날마다 미끄러지면서 찾고 쓰러지면서 쓰는 이끼의 연인이니까
가여운 것들
잠들지 못하고 밤새 써도 평평해지는 무시무시한 시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어 점들은 파미르 고원으로 가고 나는 꿈을 꾸었어 자작나무 밑동을 톱으로 자르니까 히드라처럼 희고 단단한 점들이 쏟아졌어 열 손가락으로 움켜쥔 점들이 머리카락이 나고 얼굴이 자라 뭉게뭉게 시가 되는 그 황홀의 구름, 우린 때로 사람이 아닌 것처럼 행복해
세상의 부추와 마늘로 만든 행복과 아주 다른
old한 연애
그해 겨울
우리는 검정색 만년필을 나눠 가졌다 그리고 선물을 기다리듯 작은 엽서, 한줄의 글을 기다렸다 쓰고 지운 글들이 흙처럼 쌓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포크레인으로 아무것도 파내지 않았다 책상에 엎드려 잠든 밤 이럴 때 푸른 잉크는 노골적이다 엽총을 겨눠도 어떤 감정을 죽이지 않고 썼다 그대로 푸르다가 아슬아슬하게 위험한 국경을 넘고 곧 피로 번졌다 잉크가 마르고 낯선 병이 찾아오고 아파서 엽서를 구기고 슬픈 시 몇 편 쓰고 나니 또 겨울이 왔다 나무들은 초겨울에 실신하면 새봄이 되어서 야 깨어났다 혼절해도 깨어나도 우리는 여전히 만년필을 사랑했고 선물을 받지 못했다 서로 다른 창밖으로 봄눈이 내리고 몇십 번씩 꽃이 떨어져도 우리는 돌아서서 열심히 그리워했다 머리카락이 희게 변하고 있었다
(심사의 말씀)
예심을 거쳐 심사자들에게 넘어온 시집은 약 20개의 시집이었다. 심사자들은 어떤 방법과 기준으로 시집을 평가해야 하는 지를 먼저 논의 했다. 신석초 문학상의 성격상 시집의 시적 성취도와 함께 신석초 선생님의 고결한 문학적 삶에 비추어 후보 시인들의 삶도 시인으로서의 품위를 해치지 않은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런 느슨한 기준을 염두에 두고 심사위원장이 제안한 방법대로 심사자들이 각자 세권을 추천해서 다득표 시집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투표결과는 최문자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3표, 윤석산 『절개지』2표, 김왕노 『시집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1표, 이명수 『카뮈에게』 1표, 윤효 『배꼽』1표, 공광규 『담장을 허물다』1표 이었다. 심사자 모두의 추천을 받은 최문자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최문자 시인은 시간의 경과 할수록 현대시의 모던한 흐름에 부합한 시편들을 치열하게 써오고 있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시세계를 갱신하지 않고 과거의 창작 형식에 안주하는 것과는 달리 최문자 시인은 시간이 갈수록 더 치열한 작품성을 시의 형식과 내용에 실험하고 있다.
수상 시집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에는 시인이 자신이 마주한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어떻게 진지함으로 담아내느냐의 문제의식과 더불어 모던한 형식으로 실험하고자 하는 시어의 고투가 있다. 심사자들은 이런 시적 성취를 높이 평가하고 또한 수상자가 신석초 시인의 고결한 시적 인생에 비추어 부끄러움이 없는 시인의 삶과 시단의 활동에도 주목했다.
수상 시인에게 축하드린다
심사자: 이근배(시인, 심사위원장), 이숭원(평론가), 김백겸(시인, 대표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