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바닷가. 철석이는 파도소리, 은빛 모래밭에 그대와 있는 시간을 상상해 보았는
지요? 지금 부산에서 (제9회)국제영화제가 계속되고 있답니다. 오늘 해운대 야외무대에
서는 ‘미치고 싶을 때’가 상영되었고 폐막작품으로 변혁 감독의 ‘주홍글씨’가 선정되었
다고 합니다. 아!~ 영롱한 별빛이여! 깊은 밤에는 당신이 주연 배우입니다.
09시. 반여3동에서 장산체육공원 샘터에 올라 바위에 앉는다.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햇
살이 시작되는 아침이다. 지난밤 Servas회의(세계여행자클럽)와 해운대 바닷가에서 마
신 술이 아직 깨이지 않은 상태. 뱃속이 편하지 않고 머리가 띵-하다. 빈속에 샘물을
마구 마셔도 머리는 계속하여 띵-이다.
09시50분. 소나무 숲길을 걸어 오르면서 한차례 땀을 흠뻑 흘리니 능선으로 이어지는
철탑이 나온다. 풀잎들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씨앗을 달고 있다. 사연 많은 쑥부쟁이,
희여서 고결한 구절초, 보랏빛의 용담 꽃 그리고 까치수영의 긴-꽃대들이 여름보다 더
여유롭게 이곳저곳에 피어있다. 모든 것이 퇴조하는 시간속의 유혹이다.
정상으로 가기위해서는 산정 부위를 빙- 돌아야 하는데, 그것은 군부대가 주둔한 시설
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지뢰 매설지역으로 DANGER! (PAST MINE ZONE)이다. 도심의
산에 철조망을 둘레둘레 쳐놓고 통제해야하는 아픔은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10시40분. 희고 노란 꽃을 피운 억새풀이 바람에 흔들리는 오늘의 정상(산정은 레이다
기지)이다. 반여동에서 준비한 행동식으로 아침을 먹는다. 아직도 뜨거운 찰떡과 우유
그리고 과일로 배를 채워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 일이다.
젊음과 의욕의 동백꽃. 시민의 기상을 나타내는 갈매기는 다시 찾고 싶은 부산의 상징
이다. 서북쪽으로 중구지산, 구월산 그리고 범어사가 있는 금정산이 겹겹이 조망된다.
남쪽으로 황령산이고 북쪽으로 계좌산이다. 광안리와 해운대사이에 흐르는 수영강은
회동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이다.
11시20분. 선바위, 장산 8부 능선 길을 따라 가을의 억새밭이다. 크고 곧게 자란 억새
풀에 보송보송한 꽃송이가 끝없이 너울대는 산 능선이다. 풀 섶에 서면 억새꽃이 되고
풀 섶에 누우면 사랑이다. 바람이 일면서 하느작거린 꽃길을 따라 사랑하는 아랑이가
달려오는 느낌이다. 감색 벙거지 모자를 눌러쓰고 빨간 손수건을 목에 두른 아랑! ~
평소 말이 없고 생글생글한 아랑은 어제 (서울)신촌에서 개업을 했다. ‘鳳梧’란 이름을
나무판에 작게 세긴 카페이다. 자운의 말에 따라 판소리, 민요가 흐르는 고전풍의 장식
은 절제된 분위기다. 아랑의 친구들, 근무했던 한산건설, 한백산악회 등에서 축하 화분
이 들어와 있었다. 달포형은 등산복을 입고 있었고 호수동생은 조금 늦게 왔었다.
“야! 너 송추 오철민이 아니야?” 자운은 앉았다 일어서면서 깜짝 놀라 손을 내민다.”
“예. 형님! 살이 좀 빠진 것 같습니다.”
“임마, 네가 안보여서 그렇지! 여름에 오봉산장에 없던데 어데 갔다 왔어?”
“명예 퇴직했습니다. 누님이 일 좀 도와달라고 해서 오늘 왔습니다.” 스물여섯 살이다.
“짜식, 술이나 좀 가져 와라!”
“네!” 머리에 무스를 바른 오철민이는 뛸 듯이 주방으로 간다.
한복으로 차려 입은 아랑은 우아했다. 오는 손님으로 바쁜가 싶어 자운은 자리를 빠져
나와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와 Servas회의를 마치고 해운대 유스호텔에서 하룻밤
자고 장산에 올랐다. 아랑은 어떻게 오철민이를 그 자리에 부르게 되었는지 물어 볼
시간이 없었다. 지난 8月, 오봉산장 노랑머리 총각에게서 ‘바람들어 식당에서 나갔다’는
말만 기억이 있다.
계속 헬기장까지 억새풀꽃으로 장관이다. 가까운 부산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
께 휴일을 보내는 모습이 좋다. 萇山을 산행하는 코스는 많다. 힘들이지 않고 산책하는
마음으로 쉬엄쉬엄 다니다가 시간에 맞춰서 내려설 수 있는 길이다.
12시35분. 장산진충종합훈련장 쪽으로 하산하여 장산마을과 폭포사로 가는 삼거리이다.
다시 푸른 솔밭 길로 접어들어 매일교회 수양관 아래로 내려오면서, 바위들이 무더기로
흘러내린 너덜지대를 만난다. 8부 능선에서 보았던 너덜지대와 한 맥이 아닌가 싶다.
오후1시10분. 신나는 체육공원이다. 평행봉, 철봉, 허리돌리기, 외나무다리건너기, 오금
펴기등으로 사람들이 가득이다. 때죽나무, 오리나무에는 단풍이 들어가고 사철이 푸른
사스레피나무와 노간주나무는 겨울을 지낼 생각으로 새들과 가을을 맞고 있다.
오후1시20분. 이 골짜기, 저 골짜기 물이 모아져 폭포를 이룬 폭포사이다. 입구에 굵은
대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대나무 매듭을 뚫어 개울에서 이어지는 물을 받아 연못으로
떨어지게 하여 붕어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죽어 하늘로 올라가면 처마 밑에 풍경
소리가 될 것이다.
산림욕장도 자랑거리다. 숲속의 나무들이 피톤치드(Phy-ton cide)라는 물질을 뿜어내
어 내는데 이를 마시거나 접촉하게 되는 장소로 꾸민 것이다. 숲속의 산책을 통하여
심신을 맑게 하여 마음을 안정시키고 피로를 푸는 일이다. 명상의 숲이다.
오후2시15분. 느티나무가 단풍으로 물드는 대천공원은 호수가 크게 조성되어 좋은 분
위기이다. 고무풍선을 띠운 ‘해오름유치원가족운동회’는 청백으로 나누어서 더욱 재미
있다. 작은 경쟁이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은 사람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다. 살아있는 모
든 생물의 힘의 근원이요, 자연의 질서이다.
여기에서 해운대 신시가지 동국아파트와 양운고등학교를 지나서 장산 전철역으로 가는
데는 걸어서 25분쯤 걸리는 거리다. 어제 개업을 한 아랑과 Servas회의로 동분서주 한
엄회장, 지금 설악산에 있을 한백산악회 회원들은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가 궁금하다.
첫댓글님이 쓰신 후기를 읽다보면 흰 장삼에 큰 갓을 쓰고 울퉁 불퉁한 지팡이를 짚고서 구름과함께 산등성이를 흘러가는 도인의 모습이 그려지곤 해요. 늘 한백님들의 울타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신촌에 개업을 한 아랑은 뉘신지? 암튼 소식이 감감한 똑소리가 모처럼 아는 척하고 갑니다.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염려덕분에..우린 한사람도 낙오 없이 잘 다녀왔어요..^^* 여수님은 부산 장산에 다녀오셨네요...^^* 늘 산을 사랑하시는 모습이 좋아요..이렇게 기록에 남기니 이다음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거예요...^^* 사실은 설악산행때 여수님이 없어서 섭섭했어요..^^* 다음 산행때는 함께하길 기대합니다..건강하세요...^&^
첫댓글 님이 쓰신 후기를 읽다보면 흰 장삼에 큰 갓을 쓰고 울퉁 불퉁한 지팡이를 짚고서 구름과함께 산등성이를 흘러가는 도인의 모습이 그려지곤 해요. 늘 한백님들의 울타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신촌에 개업을 한 아랑은 뉘신지? 암튼 소식이 감감한 똑소리가 모처럼 아는 척하고 갑니다.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염려덕분에..우린 한사람도 낙오 없이 잘 다녀왔어요..^^* 여수님은 부산 장산에 다녀오셨네요...^^* 늘 산을 사랑하시는 모습이 좋아요..이렇게 기록에 남기니 이다음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될거예요...^^* 사실은 설악산행때 여수님이 없어서 섭섭했어요..^^* 다음 산행때는 함께하길 기대합니다..건강하세요...^&^
신촌에누가 개업떡돌렸나요,건강하세요,,,,
왕 똑 딱
행 소 부
수 리 리
님 님 님
!... !... !...
아 보
!...고
가 싶
을 어
!...요
잠시형님의 장산후기를 봅니다.그저 자신에게 충실하신 모습은 항상 본받아야겠다고 글을 읽을때만(?^^*)느낍니다.넘오랜만입니다.건강하시죠.부산이 제 고향인디..산행때 뵙겠습니다.^^*
분위기맨 여시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