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수필의 특성과 갈래
․수필의 개념을 안다.
․수필의 특성과 갈래를 안다.
․수필 작품을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
우리는 하루의 생활을 정리하고 자기 반성의 기회를 가지고 싶을 때 혹은 자신만의 비밀을 깊이 간직하고 싶을 때 일기를 쓴다. 또 친구에게 직접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을 때에는 편지를 쓴다. 해묵은 일기장이나 책갈피에 끼워 두었던 옛 친구의 편지를 다시 읽어 볼 때, 우리는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감회에 젖기도 한다. 일기나 편지는 수필의 한 갈래이다. 이렇듯 수필은 바로 우리의 생활 속에 있고,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감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수필은 생활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 곧 삶의 모든 체험을 자유롭고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 교술(敎述)1) 갈래의 산문 문학이다. 교술 갈래는 사실성(事實性)을 중시한다. 시, 소설, 희곡 등은 일정한 형식에 맞추어 꾸며 내지만 수필은 그렇지 않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꾸며 내면 그것은 이미 교술이 아니다. 가령 한 초등학생이 달나라에 가서 토끼 임금님을 만나고 왔다는 내용의 일기를 썼다면, 일기장 검사를 하시던 선생님께서는 과연 뭐라고 하실까? 아마도 일기는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하실 것이다. 선생님의 이 말씀 속에는 일기는 교술 갈래에 속하고, 교술은 사실성을 바탕으로 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만약 그 학생이 “동화를 지은 건데요.” 하고 말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1. 수필의 특성
수필은 글자 그대로 붓 가는 대로 쓴 글 이다. 그래서 흔히 수필을 무형식의 문학 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수필의 형식이 그만큼 자유롭다는 뜻이지,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수필도 예술 작품이기 때문에 형상과 인식의 복합체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대상에 대한 지은이의 독특한 시각이나 해석과 함께 개성적인 표현이 필요하다. 지은이의 독특한 시각이나 해석은 깊이 있는 사고와 분석력을 밑바탕으로 한다. 수필을 사색(思索)과 예지(叡智)의 문학 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필은 자유로운 마음의 산책이다. 산책은 뒷산 오솔길로 갈 수도 있고, 공원의 호숫가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수필의 제재는 매우 다양하다. 자연, 사회, 인간은 물론, 지은이의 인생관도 수필의 제재가 될 수 있다. 수필 제재가 지니는 이러한 다양성은 자유로운 형식과 어울려 다양한 수필 작품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이 된다.
수필은 지은이의 개성과 인생관이 가장 잘 드러나는 문학이다. 수필은 자유로운 제재에 자유로운 형식으로 된 문학이기 때문에 그만큼 지은이의 개성과 인생관을 드러내기에 적합하다. 수필을 흔히 개성의 문학 , 또는 자기 고백(告白)의 문학 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수필은 유머(humor)2)와 위트(wit)3)의 문학이기도 하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되, 유머와 위트를 적절하게 가미하여 문학적 향취와 여유와 멋을 얻는 것이 수필이다. 수필이 섬광(閃光)처럼 번득이는 지성의 문학, 독자에게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멋의 문학으로 자리잡는 데에는 유머와 위트가 기여하는 바 크다.
수필은 수필가라는 전문가에 의해 창작되기도 하지만, 굳이 수필가가 아니라도 비교적 쉽게 쓸 수 있는 글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기와 편지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점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수필이 특정한 형식의 제약을 받지 않는 갈래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수필이 개성적이며 유머와 위트가 있는 문학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접근하자. | 개인 활동 | 다음 글을 통해 수필의 특성이 무엇인지 말하여 보자.
겨울이 오니 땔나무가 있을 리 만무하다. 동지 설상(雪上) 삼척 냉돌에 변변치도 못한 이부자리를 깔고 누웠으니, 사뭇 뼈가 저려 올라오고 다리 팔 마디에서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온몸이 곧아오는 판에 사지를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안간힘을 꽁꽁 쓰면서 이를 악물다못해 박박 갈면서 하는 말이, “요놈,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마는,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 하고 벼르더란 이야기가 전하지마는 이것이 옛날 남산골 딸깍발이 의 성격을 단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이야기다. 사실로 졌지마는 마음으로 안 졌다는 앙큼한 자존심, 꼬장꼬장한 고지식,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을 안 쬔다는 지조, 이 몇 가지가 그들의 생활 신조였다. - 이희승, 「딸깍발이」 중에서 |
2. 수필의 갈래
수필은 형식이 자유롭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된다. 감상문, 기행문, 편지, 일기, 수상(隨想) 등은 각기 그 형식이 다르지만, 문학적으로는 모두 수필에 속한다. 수필의 형식은 실로 다양하고, 이 다양성이야말로 수필 갈래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따라서 수필은 그 분류 기준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내용에 따라 경수필(輕隨筆)과 중수필(重隨筆)로, 갈래의 성격에 따라 서정적 수필, 서사적 수필, 희곡적 수필, 교술적 수필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며, 특히 우리 문학에서는 그 창작 시기에 따라 고대(古代) 수필과 현대(現代) 수필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
경수필(informal essay, miscellany)은 비격식(非格式) 수필이라고도 한다. 일정한 격식 없이 지은이의 체험을 개인적, 주관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수필이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부분의 수필이 여기에 속하는데, 일상생활 주변에서 제재를 택하기 때문에 신변잡기적(身邊雜記的)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지성보다는 정서에 호소하는 경향이 강하며, 비교적 가벼운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중수필(formal essay, essay)은 격식(格式) 수필이라고도 한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내용을 논리적, 지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비평적 성격을 띤다.4) 또 정서적인 면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사상적인 면을 강조하는 이지적(理智的)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대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사색, 판단 등이 나타나며, 사회적이고 객관적인 성격을 지닌다.
서정적 수필은 정서적 체험을 전달하여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수필로, 지은이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서사적 수필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표현된 수필로, 인간이나 자연의 어떤 사실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하며, 일정한 줄거리(story)를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
희곡적 수필은 지은이가 체험한 사건을 극적5)으로 전개하는 수필로, 인물과 사건이 있다는 점에서는 서사적 수필과 비슷하지만 사건을 보다 극적으로 전개한다는 점에서 서사적 수필과 다르다.
교술적 수필은 체험이나 사색에서 비롯된 예지를 바탕으로, 지은이의 신념이나 인생관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수필이다. 대부분 교훈적 주제가 직접 드러나며, 설득적인 성격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고대 수필은 갑오개혁(甲午改革) 이전까지 지어진 모든 한문 수필과 한글 수필을 포함한다. 서양과 달리 동양 문화권에서는 사실을 표현하는 문학을 높게 평가하였기 때문에 교술 문학을 더욱 중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 때문에 동양에서는 수필이 문학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던 것이다.
한문 수필에는 문인이나 학자들이 쓴 작품이 많다. 주로 문(文), 기(記), 서(序), 발(跋), 서(書), 잡저(雜著) 등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특히 잡저라고 되어 있는 것이 숫자도 많고 수필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한글 수필은 작자층이나 양식이 다양하다. 특히 한글을 익힌 부녀자들이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섬세한 필치로 쓴 내간체(內簡體) 수필이 대표적이다.
현대 수필은 갑오개혁 이후에 지어진 모든 수필을 통칭하는데, 작품도 많고, 작자층도 다양하며, 소재나 내용도 매우 다채롭다.
수필은 내용에 따라 경수필과 중수필, 갈래의 성격에 따라 서정적 수필, 서사적 수필, 희곡적 수필, 교술적 수필로 나누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 개인 활동 | 다음 수필을 내용과 갈래의 성격에 따라 분류한다면, 각각 어디에 해당하는지 말하여 보자.
그렇다. 이러한 나무들에게는 한때의 요염(妖艶)을 자랑하는 꽃이 바랄 수 없는 높고 깊은 품위가 있고, 우리 사람에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점잖고 너그럽고 거룩하기까지 한, 범할 수 없는 위의(威儀)가 있다. 하찮은 명리(名利)가 가슴을 죄고 세상 훼예 포폄(毁譽褒貶)에 마음 흔들리는 우리 사람은 이러한 나무 옆에 서면 참말 비소(卑小)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다. 이제 장미의 계절도 가고 연순(年順)의 노령(老齡)도 머지 않았으니, 많지 않은 여년을 한 뜰에 이러한 나무를 모아 놓고 벗삼아 지낼 수 있다면, 거기서 더 큰 정복(淨福)이 없을 것 같다. - 이양하, 「나무의 위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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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따라
경수필(輕隨筆, miscellany)
개인의 체험, 느낌, 인상, 취향 등을 자유롭게 표현한 수필로 필자의 개성과 주관적이고 주정적인 태도가 드러난다. 자유로운 내용과 비격식적 구조를 그 특징으로 하므로 비정격(非定) 수필로도 불린다.
▶ 민태원의 '청춘 예찬', 한흑구의 '보리', 윤오영의 '방망이 깍던 노인'
중수필(重隨筆, essay)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체계적인 논리 구조와 객관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수필을 말한다. 객관적 관찰이 중심을 이르고 지적, 사색적, 논설적, 보편적 특징을 지닌다. 어느 정도 일정한 논리적 체계를 지니고 있어 정격(定格) 수필이라고도 불린다.
▶ 김진섭의 ' 생활인의 철학', 안병욱의 '행복의 메타포', 김태길의 '글을 쓴다는 것'
경수필-비정격(非定格) 수필 (굳이 해석하자면 가벼운 수필) | 중수필-정격(定格) 수필 (굳이 해석하자면 무거운 수필) |
* 문장 흐름이 가벼운 느낌. * 자기 고백적. * '나'가 겉으로 드러나 있음. * 주관적, 개성적으로 표현. * 예술적 가치. * 감성, 정서 위주로 전개. * 정서적, 신변잡기(身邊雜記)적. | * 문장 흐름이 무거운 느낌. * 논리적. * '나'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음. * 객관적, 사회적. * 실용적 가치를 추구. * 논리, 설명적으로 전개. * 지적, 사회적. |
진술의 방식이나 내용에 따라
교훈적 수필
자연이나 인간, 인생에 대한 지은이의 오랜 체험이나 깊은 사색에서 나온 지혜를 바탕으로 교훈을 주는 내용을 담은 수필입니다. 설득적 요소가 강하게 드러납니다.
▶ 이어령 '삶의 광택', 이광수의 '우덕송', 이양하의 '나무', 조지훈의 '지조론'
희곡적 수필
지은이나 다른 사람이 경험한 내용이나 극적 요소를 지닌 사건을 극적 전개 위주로 서술하는 수필. 사건의 전개가 유기적, 통일적으로 진행되며 서사와 대화를 중심으로 진술됩니다. 또한 현재시제가 많이 쓰이고, 주제는 독자가 스스로 찾아내도록 구성되는, 다분히 희곡적으로 펼쳐지는 수필입니다.
▶ 계용묵의 '구두', 피천득의 '은전 한 닢',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서정적 수필
감정, 정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로 일상생활이나 자연에서 느낀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수필을 말합니다. 교훈적 수필이 공리성(사회 전체적인 이익과 관련되는 면: 풍속, 사회 기강 등의 교화)이 강하다면, 서정적 수필은 예술성이 강합니다. 그것은 지은이의 의도가 자신의 정서적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해서 감동을 불러일으키려는 데에 있는 것이므로, 표현에 있어 대체로 문학적 표현 기교에 관심을 갖고 쓰기 때문입니다. 그 특징은,
1. 일상사의 느낌을 솔직하게 주정적, 주관적으로 표현합니다.
2. 묘사와 비유의 진술 방식이 주로 사용되며, 지은이의 개성이 강하게 노출되며, 정서적 체험을 전달하여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 김동리의 '수목송', 나도향의 '그믐달',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김진섭의 '백설부'
서사적 수필
지은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으로 쓰는 수필입니다. 이야기를 소설처럼 행동과 사건으로 표현한 것으로,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 특징은, 서사의 진술 방식이 주로 사용되며, 일정한 스토리가 있고, 구체적인 인물, 배경, 사건 전개가 있으나 긴밀한 구성이 희박합니다.
▶ 계용묵의 '제주도 기행', 최남선의 '백두산 근참기', '심춘 순례', 이희승의 '딸깍발이'
제재에 따라
수상적 수필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적은 수필
기행적 수필 :여행하는 동안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행문 형식으로 적은 수필
기록적 수필 :생활 주변의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적은 수필
1) 교술(敎述) 3분 갈래 속에 포함되지 않는 수필 등의 문학 갈래를 포괄하기 위하여 설정한 문학의 한 갈래. 교술 갈래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을 서술하여 전달하는 것을 특징으로 함.
2) 유머(humor) 해학(諧謔). 남을 웃기기 위하여 일부러 하는 익살스러운 농담이나 몸짓. 순수하게 웃음 자체를 목적으로 함.
3) 위트(wit) 기지(機智). 말이나 글을 재치 있고 능란하게 구사하는 능력. 유머가 말이나 몸짓 등 지시하는 범위가 넓은 데 반해, 위트는 항상 언어적이라는 점이 다름.
4) 사물과 현상에~성격을 띤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미추(美醜), 선악(善惡), 장단(長短), 시비(是非) 등을 평가하여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중수필의 특성이다.
5) 극적(劇的) 여기서는 희곡적 수필에 나타나는 연극적인 특성을 가리킴. 일정한 사건이 극적인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