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관한 시모음 47)
5월의 문 앞에서 /은파 오애숙
봄햇살 동천 위로 황금빛 금싸리기
휘날려 내리 쬘 때 기쁨의 화관 쓰고
사랑을 고백하려고 웃음짓는 내 그대
이아침 내리 쬐는 금햇살 사이사이
윤슬로 반짝이는 싱그런 환희 물결
세상사 가장 존귀한 그대 인생 회도라
인생사 고락간에 한 번 밖에 주워진
귀중한 그대의 삶 돌이켜 곧춰 가는
그 길에 풍성한 열매 맺어 갈 수 있다면
하늘빛 향기속에 피어나 이웃사이
행복한 바이러스 휘날린 삶의 향기
얼마나 이 아름다운 최상의 삶 이런지
따끈한 봄햇살로 새봄이 익어가는
5월의 길섶에서 화사한 웃음으로
이아침 그대 멋진 삶 가슴속에 피소서
푸른 오월에 /박종영
고향 언덕배기
척박한 땅 자리하고 피는 들 찔레
그 하얀 가슴에 첫사랑이 보이는 오월입니다
청보리가 낮달을 품어 배를 불리고
청명한 바람이 강산에 고루 퍼지면
꽃 진액 달고 끈끈하게 피는 늦깎이 철쭉
입하 지나 해는 길어지고
먼 산 뻐꾸기 울음이
애잔한 마음에 물결을 씌우는 한나절
어느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못하는 외로운 시간
잔인한 사월의 아픔을 밀어내고
풋풋한 웃음을 피워내는 오월,
그 풋풋한 웃음을 섞어 차지게
먹이고 먹어야 하는 환희의 오월입니다.
오월은 빛나노라 /大元 채홍정
다소곳
날갯짓이
켜켜이 황홀경 속
푸른 맘
벅찬 가슴
오월은 빛나노라
끝없이
피어난 향취
천지사방 감돌아
초록 내
상큼 제일
거칠 것 없는 계절
못다 한
사랑 나눠
사뿐히 감아치면
낭만이
꿈틀 데는 곳
세월없이 푸르러
푸른 오월 /민경대
푸른 오월인데
싱그럽고 마음은 가벼운데
근심들이 동시에 날개를 피는
오월의 졸업 사진 찍는 날
어느 5월의 아침 /김경철
하얀 꽃을 피우며
겨울을 보낸
빈 가지 정원에
시간이
소리 없이 흐른다
따스함에 핀 잎사귀
햇살과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쑥쑥 자라나
초록의 정원을 이루지만
이미 피었다가 진
벚꽃의 아름다움은
두 번은 없을 거라며
포기한 채
5월을 맞이한다
하나의 나무 인양
다툼 없이
붉은 장미와 하얀 찔레가
초록의 정원에 피어나
아름다움을 내뿜고
이리저리 날던 나비
향기에 취해 비틀거리지만
이 꽃 저 꽃에 입 맞추며
흡족한 웃음 보여도
무거워진 날갯짓에 고전한다
변화가 없을 것 같은
초록 정원에도 시간이 흘러
새벽의 찬기를 맞은
어느 5월의 아침을 지나
쉼을 잃은 시간은
한낮의 따스함을 애타게 기다린다
오월의 번뇌 /안영준
담장에 장미화가
옛 기억을 더듬게 하고
가슴을 후빈다
꽃향기는 펄펄
널리 널리 퍼지는데
향기는 빗속에 묻힌다
아픈 기억을
쓸어 덮으려고
빗줄기는 굵어지는가
쏟아지는 비에
젖은 맘은 질퍽거린다
나 보고파 찾아온 오월 /김말란
꽃잎 진자리 푸르른 녹음이 짙고
이름 모를 풀벌레 요란이도
울어대겠지
앙증맞은 줄기에 예쁜 몽우리 터뜨리며
아기 장미도 피겠지
뒷산 아카시아 향기 바람에 날리면
윤슬처럼 피어나는 그리움 하나
오월이 오면 내 가슴에도
숨어있던 향기 한줌 피어나려나
새소리 정겨운
풋풋한 오월의 향기처럼
오월의 노래 /정삼희
아카시아 피어나는
오월에는 너무 마음이
떨린다.
처음으로 내귀여운
공주가 나에게 이쁜
모습으로 태어나던 날
그날은 오월 팔일
어버이날....
그래서 가슴속에
애잔함이 남아서
나를 설레이게 하는것
같다.
싱그러운 오월이 오면
또 한 살이 더 해져서
나에게
해맑은 모습으로
너는
성숙해 가고 있겠지..
기다린 오월 /박영희
창경원에 벚꽃놀이 한창이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원숭이가 재롱을 부려도
더운 가슴 몇 번 달래다보면
그럭저럭 사월은 간다
아랫목에 앉혀놓은 씨나락이
하얗게 눈을 뜨고
갓난애기 울음처럼 실 같은 키를 키우면
술참밥에 배가 든든해지는
오월이 온다
정직한 소리
깨끗한 희망의 소리로 오월이 온다
진해에선 군항제가 끝나고
우리들의 마음을 한층 맑게 했던 벚꽃이
이젠 지고 있다고 떠들어도
맹물 한모금 마실 여유조차 없는
아재들의 갈증 속에
단 한알의 씨나락도 죽이지 않겠다는 다짐 속에
부장뜰 논에 물 잡느라 바쁜 오월이 온다
농수산부 장관이 드디어
텔레비에 나와 활기띤 연설을 해싸도
신작로를 달려서 오는
섬산양조장 경운기의 엔진소리에서
우리가 기다렸던 오월은 온다
붉은 욕이 피는 오월 /박미산
꽃들은 여전히 피어 하늘을 날고 있는데
그녀들의 대화는 자꾸 발밑으로 미끄러진다
나는 플라토닉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의심에 가득 찬 너의 눈빛은 끈적끈적하다
나는 바다를 말하고 있는데
큰 파도 소리를 담은 너는 모진 혀를 놀린다
너는 향기 넘치는 프리지어를 보고도
노란 히스테리와 구겨진 비명을 한 묶음 담아 나에게 던진다
어제의 사월을 긴긴 시간 탐문하던 너는
풀 한 포기 키울 수 없는 너의 사랑을 마구 뱉어낸다
사월의 끝을 지나 오월이 온다
시를 모르는
사랑을 모르는
장미가 가시마다 붉은 욕을 주렁주렁 매달고
시와 사랑 사이 미묘한 경계에서
발을 헛딛으며 자신을 찌른다
오월 일기 /(宵火)고은영
겨울은 내게 잔인했고 몰인정했다
나에겐 어둠만이 최고조 음률로 젖어들었다
나는 내 아이와 어느 빈곤한 거리로 내몰렸다
어느 누구도 내 삶을 대변해줄 수는 없었다
꽁꽁 언 물관을 따라 상처들은 겨우내 내게와서 악악거렸다
오히려 나는 지나간 절망을 행복이라 생각했다
온통 트릿한 잿빛으로 내 사고는 태동을 잃고 쓰러져 갔다
절망이 엎딘 유역에 결빙되어 흐느끼던 슬픔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나는 비극의 범주에 갇힌 채
멀거니 겨울의 심안을 직시할 뿐이었다
4월에도 진눈깨비는 흐득흐득 내렸다
그리고 목련까지 꺼이꺼이 울면서 낙화해 갔다
상처만 가득한 눈물 꽃을 나는 날마다 압화 시켰다
순간들은 얼마나 고독하게 흘러가던가
영감을 위한 불멸의 혼불은
내게 어떤 형태로도 점등되지 못했다
나는 날마다 나를 버리고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만신창이 가슴으로 5월이 똑똑 노크를 했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초록빛들은 내 촉수를 샅샅이 훑으며
무성한 잎을 틔우더니
섬세한 미풍에도 살랑거린다
어느 누구던 나의 에로스는 묻지 마라
나는 내 사내 가 없이도 죽을 만큼 행복하다
원래 내 것이란 세상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 허구일 뿐이다
저 숲은 초록의 바다을 들여 놓고 온통 오월을 부유한다
순간순간 미칠 것 같은 신열
나는 더 바랄 것도 없는 나의 에로스를 들고
5월 위에 유영하는 초록의 바다를 향해
힘껏 물 수제비를 띄우고 조금의 주저도 없이
황홀한 오르가슴에 젖어 있다
바라다보는 저 숲의 풀빛 향기들은
지금 내 안에 설렘을 건드리며 자지러지고
나는 눈부신 오월을 타고 지금은 고양이처럼
하품을 하면서 졸고 있다
5월의 장미 /오애숙
그대는 순수이며 첫사랑의 향기이며
매혹의 끝판왕 인지 황홀함에 젖는 이 맘
계절의 여왕 5월 속에 당당히 꽃중의 꽃이라
휘날려 올 때가 되면 그 향기에 엄지척
역시 그댄 꽃중에 단연코 여왕이라고
난 그리 말하고싶지 남몰래 캄캄한 밤중에
그대 향그럼에 취하여 다가 서려다가 가시에
찔리고 만다는 사실도 잊은 채 스미는 향
죽음을 불사하고도 다가서게 만들고있어
나도 모르게 네게로만 향하고 있는 건 향인가
너의 독특한 무기 가시 그 맛이 어떤지 알고자
다가 서려 함이련지 나에게 묻고있다
초록빛 오월 /주응규
초록빛 서린 꿈길을 되밟아 더듬던
해 넘긴 메마른 날들이
싱싱한 풀 내음 뿜는 마파람에
줄줄이 쏟아지는
짙푸른 겹물결 속살 깊숙이
초목이 잠긴다
진초록 빛살 되쏘아대는
남실거리는 물결 위로
쪽배를 띄워 오실
뱃사공을 막연히 기다리던
넉살 좋은 뜨내기 노객(老客)의
가뭇가뭇 검버섯 박힌
혈기 없는 창백한 낯빛에도
파르라니 생기가 감돈다.
오월 신록 /오보영
나는 나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싱그러운 초록빛을 맘껏 뽐낼 수 있는 건
결코 너를 위해서도
행여
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란다
단지 나는
이 화창한 계절 오월에
가장 적절한 나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나를 드러냄으로써
나를 나로 있게 만들어준
님께
최대의 영광을 드릴 뿐이다
뻐꾸기 꾀꼬리..산새들 환한 목소리와
아카시아, 장미..고운 꽃들 맑은 향기가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게 되면 더 좋고
바라보는 네가
나로 인해
한껏 상큼함을 느낄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수밖에 없단다
오월의 아침 /김정윤
전호나물 하얀
고향의 봄꽃에 취해
머물든 시간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서럽게 몸을 흔들든
노란 강변의 꽃은
산허리를 감고 돌아선
4월의
바람 따라 사라져가고
시들어 떨어지는
유채꽃 서러움에
목 놓아
울어대는 뻐꾸기 소리
주렁주렁
포도알처럼 매달린
아카시아 하얀 꽃잎이
짙은 향기를 뿜어내고
이른 듯 입 다문
금계국 꽃
구김살 없이 쏟아지는
오월의 아침 햇살에
수줍은 듯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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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호나물 : 봄눈 속에 자라는 약초 향이 짙은 울릉도 특산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