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아이바의 스케쥴때문에 참석 못한다고 핑계라도 되고 싶었지만 회사는 윤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윤의 일을 다른 팀장이 나서서 대신 해준다고 했고 심지어 아이바의 스케쥴은 딱 취임식 전에 끝나고 말았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윤은 상황에 수긍하기로 하며 클래식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윤!! 어서가자!!"
"강선배?"
사무실 전신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는데 문이 벌컥열리며 강선배의 퉁퉁한 얼굴이 불쑥하고 튀어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못생긴얼굴에 반갑기도하면서 강선배의 출현에 놀란 윤은 정장 단추를 잠그지도 못한채 강선배만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그런 윤을 답답하다는 듯이 보던 강선배는 윤의 팔을 끌어당겨 밖으로 끌어냈고 회사앞에 주차되어있는 리무진으로 윤을 끌고갔다.
"친히 사장님이 보내주신 차니까 감사히 타"
"사장님이요?"
윤의 질문에 못들은 척 딴청을 피우는 강선배에 윤은 순간 자신이 사장님이 이렇게 챙겨줄 정도로 영향력있는 사람이었나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윤의 얼굴에는 짙은 어두움이 드리워졌다.
"자기 딸이랑 결혼했는데 사장 자리 안주는게 웃긴거 아니냐.... 본부장에서 고속승진이긴 해도 뭐...."
"선배는 뭡니까"
"뭐? 내가 뭐냐니"
"선배는... 직급이 뭡니까"
부시럭 거리던 리무진 안이 순간 침묵으로 조용해졌다. 그 안에는 낯빛에 당황스러움이 스쳐지나가는 강선배와 그런 강선배를 놓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날선 모습의 윤이 있었다.
"선배는 한... 본부장쯤... 되십니까"
"야... 최윤"
"저만 희생하면 된다는 말이.... 맞았네요"
윤은 조소를 띄우고선 리무진 의자 깊숙이 몸을 집어넣고선 다리를 꼬았다.
강선배는 처음 보는 윤의 반항적인 모습에 속으로 놀래면서도 얼마 남지 않은 행사장에서 윤이 걱정되었다.
창밖으로 비쳐지는 리무진을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들을 보며 윤은 비웃었다.
되려 리무진 안에 있는 사람은 그 밖의 사람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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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식과 드레스들 사이에서 너무나 깔끔하고 무던한 윤의 차림은 주인공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실 윤을 위해 만들었다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윤이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저 윗사람들의 권력과시와 합법적인 밀담의 장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윤은 자신이 나타나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을 오히려 당연시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곳에서 환영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리무진까지 타고 일찍 안와도 될뻔했습니다. 괜히 분위기만 망쳐놓은 셈이네요"
"크흠... 가서..가서 인사드리자"
윤을 분명히 봤음에도 본척만척 눈인사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반응에 강선배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윤을 본사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끌어당겼다. 그래도 윤이 십년 가까이 몸바쳐 일했던 곳이니 그들은 윤을 반겨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건 강선배의 아주 짧은 생각이었다.
"자, 여기 있는 분들 다 알지?"
".....네."
"어? 최윤?"
".......오랜만입니다. 아가씨"
"아가씨라니- 이제 사모님 소리 들은지 꽤됐는데-"
"아... 죄송합니다."
깜찍하게 생긴 얼굴에 화려한 치장이란 치장은 다하고선 젊은 나이에 '나 사모님이요' 하며 뽐내고 있는 듯한 여자에게 고개를 숙이었다. 숙였던 고개를 들자 여자 옆에 서 있던 훤칠한 남자가 윤에게서 굉장히 안타깝게 바라보며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을 알고 느끼고 있음에도 윤은 절대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축...하해요 윤씨"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윤의 입에서 '사장님' 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 남자의 낯빛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장이라 불리는 남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윤은 '그럼 이만' 하며 자리를 떠났다. 강선배가 나즈막히 윤을 불러세웠지만 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서둘러 떠났다.
또 다시 윤이 먼저 피하고 말았다.
"잠시 후 제이원경호 일본지사 지사장님의 취임사가 있겠습니다."
맑은 목소리로 들려오는 방송에 윤은 어이가 없어 푸하- 하고 웃어버렸다. 윤의 주의에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웃는 윤을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차라리 앞에 나가 취임사를 하느니 지금 이 상황이 덜 쪽팔리는 윤이었다.
이대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 이대로 도망쳐도 누구 하나 말리거나 알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강선배의 외침에 윤은 그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뚜벅뚜벅 구둣소리가 조용한 연회장을 울렸다. 연단에 올라서자 밑에서 윤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어둠에 깔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쏘고 있는 눈부신 조명에 윤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지만 이내 눈을 한번 크게 감았다 뜨고선 어둠에 깔린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제이원 일본지사의 지사장을 맡게된 최 윤입니다.
오늘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자리를 빛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 와주신 분들 중 이 앞에 나와 말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며 어디서 나온 사람인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실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스무살때부터 한국지사에서 제이원 말단부터 작년에 팀장까지 지낸 사실 별거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참 좋으신 분들과 좋은 기회로 인해 일본에 낙하산으로 지사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내세울만한 학력도 능력도 없는 제가 나타난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은 말들이 나돌고 있다는 것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훌륭하신 지사장분들과 임원들과는 다르게 현장에서 발로 뛰고 일해왔기에 그 누구보다 실무쪽에서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제가 여전히 탐탁지 않고 못미더우시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이렇게 된것을.
믿고 맡겨달라 부탁안드리겠습니다. 다만, 무조건 적인 태클은 사양하겠습니다.
그럼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시고 앞으로 많은 도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내려올때까지 사람들은 조용했다. 그러다 누군가의 박수소리에 이끌려 박수소리가 커졌다.
윤은 억지 박수소리를 뒤로 한채 취임사를 마치자마자 연회장 밖으로 나갔다.
연회장을 나갈 때에도 그 누구하나 윤을 붙잡는 사람은 없었다.
연회장 옆에 마련되어있는 휴게실에서 홀로 찬바람을 맞으며 서있던 윤은 또각거리며 자신의 옆으로 걸어오는 한 사람에 씁쓸하게 웃으며 바람에 휘날리는 짧은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왔네. 안올줄 알았는데"
"날 위한 자리라면서요"
"그래서 취임사를 그따위로 했냐?"
"혼내려고 나오신거에요?"
"아니. 저 안에서 시시껄렁한 얘기로 하하호호 하고 있는 사람들이 시답잖아서"
'풉' 하고 웃는 윤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진은 같이 피식 웃어버렸다.
두 사람은 웃고 있었지만 전혀 재밌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상황이 어이없고 짜증날 뿐이었다.
"만났어?"
"네..... 사장님이시잖아요"
"본부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이라.... 참- 제이원 잘돌아가?"
"그러니까 어서 빨리 회사 들어오세요"
"들어가면, 이지훈 잘라줘?"
"......그래 주실래요?"
덤덤하고 건조한 윤의 억양에 하마터면 진은 '그래' 하며 넘어갈 뻔했다. 하지만 진의 입에선 아무런 대답이 나오지 않고 있었고 아무 대답이 없는 진에 윤은 한번 진을 쓰윽 쳐다보고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이라도 잘라준다고 해주면 덧납니까. 진짜 잘라달라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뭐?"
"말이 그렇다는 거죠"
난간에 기대었던 몸을 떼며 저벅저벅 휴게실을 걸어나갔다.
안에 남겨진 진은 자신이 처음 만났었던 순수했던 스무한살의 윤이 아닌 오기와 독기만이 남겨져있는 윤이 느껴져 안타까울 뿐이었다.
진을 남겨두고 연회장쪽으로 걸어가던 윤은 열린 입구로 보이는 그 남자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와 그의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 윤은 그 둘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는지 윤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린 남자에 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혹여나 그와 다시 눈이 마주치게 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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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헤어지자"
"지훈 오빠....."
"회사에선 호칭에 신경써주었으면 좋겠어. 최윤 팀장"
"......!!!"
윤은 지금 제 앞에서 등을 보인채 이별을 말하는 이 남자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어제까지만해도 서로 바라보고 웃던 이 남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얼굴도 쳐다보지않고 이별을 고하고 있다.
사실 지훈의 호출을 받고 이 방으로 올라오는 길에 윤은 혹여나, 혹시나하는 불안한마음이 가득했지만 그 마음이 맞아버리니 그 생각을 했던 것이 원망스러웠다.
"혹시....회사에 돌고 있는 소문때문이라면, 저 정말 괜찮아요. 그런거 신경 안-"
"왜? 왜 신경을 안써. 너랑도 관련된 얘긴데, 신경써야지"
"지훈오... 본부장님...."
"맞아. 그 소문. 사실 나도 나이가 있고 너도 곧 서른인데 언제까지고 사랑타령할거같아?"
지훈은 보지 못했지만 윤의 얼굴은 충격으로 굳어졌고 곧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이 눈가가 붉어졌다.
그 소문의 진상이란 지훈이 제이원경호의 모회사인 선진그룹의 딸인 서재경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다는 같은 여자로서 듣기에 굉장히 속상하고 기분 나쁜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소문은 현실로 부딫혀왔고 윤은 그 현실 속에서 헤쳐나가야했다.
"그러니까... 우리 이만 정리하자"
'이만 나가봐' 하는 지훈의 말에 윤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눈가에 맺힌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두 주먹을 꽉 쥐어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선명해도 윤은 참고 또 참았다.
울면 다른여자에게 제남자를 빼았긴 멍청한 여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되니까 말이다.
서서히 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다지 좋지많은 않은 과거입니다.
윤의 이야기를하다보니 아이바가 나오질 않았네요~
둘이 관계가 어떻게 진전될지 앞으로 지켜봅시닷!
참 날씨가 봄? 이런생각을 하게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감긱가 지독하게도 걸렸습니다ㅠ
요즘감기 독하다던데 여러분은 조심하세요ㅠㅠ
Celeste 님, 鳳仙花 님, 풍랑소녀☆ 님, 천묘 님, 순진한랑이 님
야마야마 님, 미선이요 님, 오리온초코칩쿠키 님, Playboy니노 님
표현하는 당신이 '더' 아름답습니다~!!
첫댓글 선선~~
윤에게 저런 아픈 과거가 있었군요.. 안타까워요..ㅠㅠㅠ 아이바랑 친해져서 아이바가 잘 보듬어 주어야 할텐데.... 윤의 상처가 깊어보이네요.ㅠㅠ
여자에겐 깊은 상처죠...ㅠ 밝은 아이바가 잘 보듬어줄까요??
윤에게 상처가 있네요...ㅠ.ㅠ 마음 아프지만 윤에 대해 좀 더 알수 있었던 편이었어요... 다음편 기다릴께요~~~★
앞으로 조금씩 더 보여드릴거에요~ 윤이를 지켜봐주세요!!
드디어 윤의 과거가 이렇게 드러나는 군요...흠.....어두운 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밝았던 윤이도 조금씩 보여드릴게요! 윤이의 변화하는 모습을 잘 봐주세요!!
저렇게 비참하게 버렸으면 새삼 잡으려 한다는게 그저 우습네요ㅠㅠ
그러게요...ㅠ 지훈이도 사정이 있었을까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ㅠㅠ 지훈이도 이유가 있었을거라 믿어요ㅠㅠ
윤이우짭니까...ㅜㅠ저사장저거안돼겟구만--죽이러가야겟...지는못하☞☜넵ㅋㅋㅋㅋ다음편기다릴게요ㅋㅋ
헙!!! 같이 진정합시다 ㅋㅋㅋㅋ
윤의 과거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요렇게 맞아떨어지다니ㅠ; 정말이지 지훈이라는 사장 콱마 쉬원스레 짤렸으면 좋겠어요ㅠ;
콱마!!! ㅋㅋㅋㅋ 진이가 출동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