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과총 라운드테이블 미팅 개최, 새로운 미래를 여는 수학 'old & new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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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12월 20일(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수학'을 주제로 제3회 라운드테이블 미팅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김상현 고등과학원 교수, 최영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좌장), 김현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 엄상일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전수민 동아대 수학과 교수 |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하는 제3회 과총 라운드테이블 미팅이 ‘새로운 미래를 여는 수학’을 주제로 12월 20일 열렸다. 과총 라운드테이블 미팅은 국내 최고 석학들을 초청하여 앞으로 과학기술계가 준비해야 할 연구, 교육 및 정책들을 심도 있게 토론해 보는 시간으로 이번에는 미래 세대가 꿈꾸는 세상의 수학, 그리고 수학자의 꿈과 의무에 대해 논의했다.
좋은 수학 연구란 무엇인가
첫 번째 순서로 김상현 고등과학원 교수가 ‘좋은 수학 연구란? - 덕목과 원칙’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수학의 쓸모에 대해 “수학은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모델링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타 분야의 진보, 그러니까 다른 분야와의 연결성과 또 다른 분야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수학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과의 접점을 찾기 매우 어려운 분야들도 분명히 있다. 예를 들면 리만 가설이 당장 풀린다고 해서 암호해석이 빨라지거나 세상에 무슨 놀라운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 과연 인류에게 무슨 쓸모가 있는지를 우리는 물어볼 수가 있다”고 밝혔다.
그 질문에 대해 많은 수학자들이 생각하는 대답은 ‘수학이라는 것이 그 하나하나를 당장 가져다 쓸 수 있는 프로덕트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하게 맞물려서 돌아가는 기계’라는 것. 김 교수는 “수학이라는 분야가 굉장히 넓고 그중에서 어떤 한 분야는 좀 더 쓸모 있는 상품으로 바로 가져다 쓸 수 있고 다른 분야는 없어도 인류에 별 영향이 없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하나의 유기체처럼 모든 수학의 부분 부분들이 하나의 기계처럼 맞물려서 인류의 번영에 기여하고 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윌리엄 서스턴(William P. Thurston)이 ‘좋은 연구는 결국 좋은 수학이 많이 담겨 있고 수학에 영향을 주는 순환 논법으로밖에 이야기할 수 없는 면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며 “이스라엘 헤부르대학의 길 칼라이 교수 등 여러 사람들의 좋은 수학에 대한 에세이를 읽어보면서 느꼈던 점은 연결성에 대한 강조, 그리고 서사와 문맥이다. 결국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스토리가 있는 수학이 결국 가장 좋은 수학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좋은 수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많은 분야 이기주의와 이것을 충분한 이해하지 못한 채,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이 정보에 입각하지 않은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있을 것이다. 미래의 도전은 분야의 경계를 더욱 붕괴시킬 것이고, 새로운 분야가 나타날 것이다. 국가 간 투자 규모는 비대칭적으로 차이가 나게 될 것이고 기업의 투자가 학교의 투자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커질 수도 있다”며 “우리는 그러한 과정에서 지도 원칙과 핵심 가치를 더욱 이야기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의 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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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현 고등과학원 교수가 ‘좋은 수학 연구란?’을 주제로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박사후 연구원, 어떻게 잘 뽑을까
두 번째로 엄상일 KAIST 수리과학과 석좌교수가 ‘어떻게 하면 박사후 연구원을 잘 뽑을까’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박사후 연구원이란 박사 학위 취득 후 대학교 등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연구교수,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수학 분야는 대부분의 신규 채용 전임교원들이 박사후 연구원 경력을 가지고 있다”며 그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학계 직장을 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수학 분야 전임교수 자리가 부족하다. 그리고 박사후 연구원은 활발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기로, 교수직을 시작하면서 강의, 회의 등으로 연구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강의 경험을 쌓고 지도교수로부터 독립한 후에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 또 박사후 연구원 자리를 제공하는 사람이나 기관 입장에서는 박사학위를 받은 우수한 연구 인력을 유치하여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로, A부터 Z까지 지도해야 하는 대학원생에 비해 투자시간 대비 기대 성과가 좋기 때문에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박사후 연구원 모집에 있어서 엄 교수는 “지원 기간을 최소 1달 이상으로 넉넉하게 줘야 한다. 우수한 외국인 연구원 채용을 위해서는 임용예정일 10개월 전에 공고를 내야 한다. 채용 시기도 정상적으로나 일상적으로 나오는 박사후 연구원 채용공고와 비슷한 시기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 채용정보 메일링 리스트 구축도 필요하다. 최소 채용 기간을 2년 이상 권장해야 한다. 연봉 표시할 때 기관부담금은 제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MIT 수학과 박사후연구원은 41명이고 전임교원이 약 50명인데 비해 KAIST 수리과학과 박사후연구원은 14명이고 전임교원은 34명으로 국내 대학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에 수학과에 박사후 연구원 채용을 위한 펀딩이 필요하다. 연구비 수혜를 받지 않는 분야의 우수한 젊은 연구자들도 강의를 조금 하는 조건으로 박사후 연구원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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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상일 KAIST 수리과학과 교수가 ‘어떻게 박사후 연구원을 잘 뽑을까’를 주제로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새로운 미래를 위한 수학의 역할
세 번째로 전수민 동아대학교 정보수학과 교수가 ‘수학의 역할과 미래-수학과 과학의 융합’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수학적 연구 주제를 제시하면서 이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 기술 개선, 그리고 인공지능과 수학의 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 교수는 “더 큰 규모의 의료 데이터를 처리하고 해석하기 위한 수학적 방법의 혁신적인 연구 주제 제시가 필요하다. 또 수학적 모델과 인공지능 기술을 더 효과적으로 통합하여 의료분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방향을 제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를 향한 수학 분야에의 제언으로 전 교수는 “학문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학의 사회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순수 수학 연구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려하고 학문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수학의 응용 가눙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강조해야 한다. 수학의 이론적 결과가 어떻게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지속해서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수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전 교수는 “학생들의 수학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수학교육의 도전과제는 학생들의 수학 공포 극복이다. 특히 지역의 특성에 따라 수학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의 개선을 이룰만한 경험이나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개선할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수학이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만 아니라 현장 실무를 하는 데도 필요한 내용들이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많이 강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럼 어떤 수학 인력을 키워야 할까. 미래를 선도해 나갈 신진 수학자들을 위한 제언으로 △현장경험과 학문 연계 강화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교육과 지역사회 참여 △다양한 전문 분야 간 협력 강조 △교육 및 연구의 국제화 등을 제시하면서 전 교수는 “특히 교육과 지역사회 참여를 위해서는 지역 대학이나 학교에서 수학 교육에 참여하여 학생들에게 수학의 재미와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또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지역의 수학적 불균형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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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민 동아대 수학과 교수가 ‘수학의 역할과 미래’를 주제로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한국 수학의 급부상과 미래 전망
마지막으로 김현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이 ‘한국 수학의 급부상과 미래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면서 수학의 중요성이 좀 더 강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빠르게 가는 거다. 그런데 수학자들은 엄청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갖고 있지만 빨리 가는 것에 약한 부분이 있다. 이것이 빠르게 융합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며 “이제 수학자들도 조금 더 속도를 내는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 역량을 챗GPT는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 데이터 분석 능력과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결국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수학이다. 모든 수학이 4차 산업혁명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수학은 대학 갈 때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 하나의 평가도구로만 여겨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모든 수학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수학은 아는 만큼 과학기술 산업 발전에 역할을 할 수 있다. 수학이 산업기술과 함께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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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이 '한국 수학의 급부상과 미래 전망'을 주제로 발제 중이다. (클릭 시 해당 부분으로 이동) |
수학은 넷플릭스 알고리즘부터 슈퍼컴퓨터까지, 우리 산업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예로 김 소장은 “아르키메데스는 수학자가 아니라 그 당시 첨단무기 개발자였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학적 이론으로 로마군과 당당하게 전쟁할 수 있었다. 또 수학 모델링으로 최적 어획 전략을 만들어서 후손들까지 계속해서 생선을 먹을 수 있는 적절한 포획량을 예측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대비 예측 모델과 감염병 확산의 사전 예측 프로그램, 특화된 안전문제 해결 방안 모델 등 수학은 인류의 생존 문제에까지 모두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끝으로 이제는 산업 수학에서 수학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학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와 새로운 산업으로 미래를 끌어나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출산율 감소에 따라 앞으로 대학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인구는 줄더라도 인재는 줄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의 숫자는 줄이지 말아야 한다”며 “그렇기 위해서는 수학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즉 수학교육이 잘 되고 수학이 진정으로 모든 산업과 과학에 활용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들이 바로 산업의 역군이요, 인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