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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칼럼13
국민일보
한마당
'낙하산' 천국 한국관광공사
박정태 논설위원
20150811
한국관광공사는 1962년 설립된 국제관광공사로 출발한 뒤 82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칭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5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명칭 그대로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공기업이다. 하지만 사장 자리는 '관광'과 어울리지 않는 비전문가들이 꿰차고 들어왔다. 집권세력의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사장은 23명인데 관료, 군인, 정치인, 언론인 등이 낙하산을 타고 주줄이 내려왔다. 내부 인사나 전문경영인이 사장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업삳. 노조가 공사 내부 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관광 전문가가 임명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김대중정부 때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조홍규(18대), 노무현 정부 때 대선 후보 정책특보를 지낸 유건(19대) 사장으로 노조에 의해 한때 출근이 저지되기도 했다.
적임자 이유도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다. 2009년 독일 출신 귀화인 이참(22대) 사장 임명 당시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관광 교류를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내세웠다. 실상은 대선캠프의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회 특보를 맡은 데 대한 논공행상인데 말이다.
박근혜정부도 매한가지. 지난해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홍보팀장 출신의 변추석(23대)사장 임명 땐 낯이 간지러운 이유를 들었다. 홍보 마케팅을 중요한 기능으로 하는 관광공사 사장에 적임자라고. 지난 4월 변 사장 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는 대선 캠프 강원미래특별본부장을 지낸 정창수(24대)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임명돼 10일 취임식을 가졌다. 관광산업의 기반이 되는 교통·물류를 담당하는 적임 이유라는데 너무 어이없다.
더 큰 문제는 박 대통령이 4대 부문 개혁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한 지 하루 만인 지난 7일 내정 사실이 발표됐다는 점이다. 비정상인 낙하산 인사는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서 남한테만 개혁하라고 하니 어찌 추동력이 생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