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소풍 날짜가 다가오면 그토록 설렐 수가 없었다..
이틀 남았다..
하루 남았다..
아싸~ 드디어 내일은 소풍이다..
잠도 설쳐가며 보낸 지난 밤...
졸린 눈을 비비고 창 밖을 내다보면
까만 하늘에선 빗방울이 쉴 새도 없이 떨어진다..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은
교실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낡은 나무책상 식탁에서 먹어야 했다..
정기출조 날짜를 잡아 놓으면
낚시를 하기에 좋을 만큼의 화창한 날씨는
애써 우리를 외면하는지
항상 거센 바람과 너울로 애간장을 태운다..
지난 6월의 첫 정출도
결론적으로는 날씨 때문에 많은 제한이 있었는데
7월에는 더 안 좋은 상황이라
그대로 강행하는 것은
회원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는 생각에
쓰린 속을 부여잡고 취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설레발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 정출은 취소됐으니까... 그냥 놀러나 갈까요?"
"그것도 나쁘진 않지.. 말 나온 김에 오늘 밤에 갈까?"
"콜~~~"
저녁 7시가 거의 다 된 시간...
8시 50분 비행기 좌석을 겨우 잡아
제주도로 향했다..
정기출조는 이미 포기하고
윈윈님을 비롯해서 제주도에 계신 회원님들과 함께
정출 취소의 아쉬움을 달래며
한라산을 술잔에 담아 마시려는 생각으로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생필품이 되어버린 낚시대와 릴은
그 시간에도 우리와 함께 했다..
제주도에 도착했다..
안 좋은 날씨를 실감할 수 있는 강한 바람과
금방이라도 한바탕 쏟아부을 것 같은 비구름의 영향인지
습기가 무척 많은 공기가
정기출조 포기에 대한 결정은
현명한 선택이었음을 지지해주는 것 같았다..
택시를 타고 윈윈님과의 약속 장소로 나갔다..
윈윈님과 횡단보도 위에서의 포옹으로
반가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정출 때 잠깐 뵈었던 곰삼촌님,
처음 뵙는 하르비님, 박선장님...
모든 분이 우릴 반겨주셨다..
낚시를 떠나
만나고픈 분들과의 자리에서
함께 나누는 술맛은
한라산 끝자락의 어느 용천수를 마시듯
시원하고 상쾌함 그 자체였다..
그렇게 우리의 술잔은
새벽녘까지 바닥을 보이지 않고 계속 채워졌다..
다음 날...
해장을 겸해서 늦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윈윈님의 사무실에서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제주도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지 않느냐...
생필품(?)도 가져왔는데... ㅋㅋㅋ
강한 남서풍과 너울파도를 피해서
성산포의 광치기로 벵에돔 낚시를 가기로 결정했다..
광치기...
이름이 참 재미있다..
저 멀리 보이는 성산 일출봉...
제주의 바다는 어느 한 곳도 똑같지 않다..
가는 곳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에
이미 반은 제주도 사람이 되어버린 듯 하다..
좋지 않은 날씨 때문인지
벵에돔이 갯바위로 붙지 않는다고 해서
보트낚시를 하려고 했는데
선착장 우측으로 놓인 그림 같은 갯바위가
괜한 도전정신을 갖게 한다..
보트를 타지 않고 설레발을 꼬셔서 갯바위로 들어갔다..
그림 같은 절경을 배경으로 설레발이 채비를 던졌다..
대물이 나올 시기는 아니지만
충분히 마릿수 조황은 가능하리라 기대했다..
윈윈님한테 빌린 렉세스 VIP 1.5호대..
구입 전에 테스트 차원에서 한번 써보고 싶었다..
씨알 좋은 어렝이가 채비를 끌고 갔지만
너를 상대할 낚시대가 아니라는 듯
허리를 조금도 굽혀주지 않음에
대물 벵에돔과도 거뜬히 맞짱을 뜰 수 있을
신뢰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처음 접해보는 fuji社의 IM가이드...
줄빠짐이 최고다..
바람이 제법 강한 상황에서
가벼운 저부력 채비로도
원하는 지점까지 충분히 채비를 던져준다..
네티즌 사이에선 이런 저런 말들도 있었지만
한치의 고민도 없이 차기 주력대로 결정해도 될 만큼
멋드러진 모습을 보여줬다..
보트낚시를 하는 윈윈님과 박선장님은 연신 벵에돔을 낚아올리시는지
낚시대가 휘어지고 뜰채가 펴지는 모습이 계속 됐다..
살짝 부럽다..
그리고 후회가 됐다..
갯바위로 나오지 말고 보트를 탈껄...
우리한테는 씨알 좋은 어렝이와
20cm가 채 되지 않을 정도의 어린 벵에돔만 낚여 올라왔다..
전체 100여 마리 중에서 25cm 미만은 방생해주고
그나마 괜찮은 씨알의 벵에돔을 데려와 보니 열한마리...
제일 큰 놈은 38cm 정도 되는 것 같다..
윈윈님의 후배이신 사계바다 사장님의 현란한 칼솜씨에 의해
우리의 안주가 되어버린 벵에돔..
어찌꾼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고나 할까...
긴꼬리벵에돔이 자랑하는 홍백근 특유의 맛과 질감은
벵에돔 낚시를 멈추지 못하게 하는 또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회에 이어서 식탁에 차려진 벵에돔 조림..
쫄깃하고 담백한 생선살과 달콤한 무...
거기에 잘 배어든 양념의 맛에
밥 생각이 절로나게 만드는 음식이다..
제주바다에서 잡히는 자연산 활어만을 취급하는 사계바다 횟집..
부족한 손맛의 아쉬움을
환상적인 입맛으로 충분히 채워주신
사계바다 사장님은
우리 마라해협의 회원들에게
10% DC의 혜택을 주시기로 약속했다..
마라해협 회원증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ㅎㅎㅎ
마라해협 회원님~
많이 많이 이용해주세요~~ ^^*
날씨만 좋았다면
하루 쯤 더 머물다 올 생각이었는데
다시 악화되는 날씨 때문에
잘못하면 며칠 동안 발이 묶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우려로
급히 부천으로 되돌아 왔다..
비바람 때문인지 심하게 흔들린 비행기...
군시절, 강하훈련도 받았지만
타면 탈수록 비행기의 흔들림이 싫어진다..
다음엔 인천에서 배를 타고 갈까...
죄송스러운 마음이 정도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챙겨주신 윈윈님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만간 또 내려갈께요~ ^^
첫댓글 스네퍼 회 색깔과 넘 비슷..꿀꺽...잘 읽고 갑니다..
이제 이런회 실껏드실것 같은데요 몸에 좋은것 많이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