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여행.
내딛은 발자국에 새겨진 추억을 되새기다.
6. 24. - 7. 11.
캐나다로 올때 계획 했던 여행 중의 마지막.
18일간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부분은 절대 항공권은 미리 구입하지 말자.
후회해도 늦은 부분이지만 미리 구입하지 않았더라면 거의 반값에 예약할 수 있었던
뉴욕에서 캘거리행 비행기표는 아직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ㅠ
동부에서는 가계부도 잘 썼고, 물론 뉴욕에서도 계속 쓰다 마지막 이틀 빼먹은 거지만.
내가 생각했던 비용에서 2-300불 정도 더 쓴 것 같다.
저게 다 쇼핑 때문이지만.
왜 굳이 스템피드 기간에 여행을 잡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작년에 일하면서 좀 질렸던 모양이다 -_-
하긴 그때 일이 진짜 처참할 정도로 고되긴 고됐었고,
뭐 한국가면 다 있는 놀이기구 몇 개,(니들이 서울에 롯데월드 하다못해 대구 우방랜드가면 떡실신할거라며)
진짜 엄청나게 많은 인파, 그리고 각종 똥냄새. 하루에 꼭 한번 씩 쏟아지는 소나기. 생각보다 비싼 비용들
그리고 뭐 무료 아침식사? 소시지 몇개 시럽뿌린 팬케익 몇 장은
지금 껏 스무디, 오믈랫, 와플, 스크램블 , 직접 만든 수제 소시지 먹어온 내 눈에는
먹으라고 주는건지..뭔지..... 너나 많이 드세요.
뭐 그런 것들이 스템피드를 두번째 맞는 나에겐 그리 흥미롭지 못했다.
이번 여행을 앞두고 여행 내내 또 돈돈 거리며 힘들어하겠구나 생각했는데 왠일인지 이번만큼은
돈 걱정 안 하고 잘 돌아다녔다. 먹고 싶었던 한국음식도 진짜 왕창 먹었고
뉴욕에서 돈줄을 풀어야 했던 나는 동부에서 하루 식비 20불만 잡았었는데 몬트리올에서 케그 갔을 때 빼고는
굳이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하루 식비 20불은 정말 넉넉했다.
-케그에서 우리 테이블 서버, 디스카운트 되냐니까 뭐 원래 안되는데 내가 매니저한테 말해서
디스카운트 해준거라고 했지? 까고 있네 이 새끼 원래 아무 케그나 다 되거든..넌 오리엔테이션도 안 받고 뭐했냐..-
뉴욕에서 10일 동안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동부에선 좀 빡빡하게 돌아보자 해서
스케줄을 짰었는데... 그 결과는.. 결국 뉴욕에서 뻥하고 터져버렸다.
오타와 아침 도착 - 다음 날 아침 그레이하운드 몬트리올 행
몬트리올 이틀 관광 후 삼일 째 알로스탑 이용 당일 퀘백 여행- 몬트리올 하루 더 관광
다음 날 새벽 비아레일 이용 토론토 행 - 다음 날 새벽 나이아가라 관광 그날 저녁 뉴욕행 버스 탑승
다음 날 새벽 뉴욕 도착.
이라는 미친 스케줄이 뉴욕에서 우리 발목을 잡을 줄이야!!!!!!!!!!!!!!!!!!!!!!!!!!!!!!!!!!!
무더웠던 오타와 - 정말 캘거리 여름날씨가 그립다고 울부짖었던. 30도에 육박하던 후텁지근함.
사진도 대충 찍고 나중에 책보고 이게 뭔지 확인하자는 거꾸로 돌아가는 여행.
몬트리올 - 이름에 비해, 크기에 비해 진짜 볼거 없다며 퀘벡에서 하루 잤어야 했다며.
특히 little italy 진짜 가이드북에 그거 쓴 인간 잡아 죽인다 아직도 울화통이 치미는..
시골 읍내를 무슨 레스토랑이 즐비한 뭐 어쩌고 어째? ㅈㄹㅂ...
퀘벡 - 이때부터 우리가 비를 몰고 다니는걸 눈치챘어야 했다.
알로스탑 운전해주던 아저씨도 오빠도 아닌 사람이 (아주 앞에서 친구랑 둘이 수다떤다고 우리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남자 두분) 정말 쏘리하다며 -_- 니가 그럴 필요는.. 쏟아지는 비를 보며 원래 이런 곳이 아니라고..
그래 우리가 날을 잘못 잡은 거겠지..
결국 우비입고 무한도전 찍었던.
이름도 생각안나는 좋은 그 레스토랑에 우비입고 들어가 인증샷 찍은 우리는 어글리코리안.
토론토- 역시나 아주 비를 몰고 다녔던. 꼴랑 하루 있는 토론토에 아주 폭포수 처럼 떨어지는 비 덕분에
카사로마 하나 겨우 갔고, 그날따라 미친 페리는 운행도 안해서 토론토 섬은 먼나라 이야기.
그래도 북창도 순두부, 짜장면, 떡볶이, 순대, 김밥은 너무 좋았다고.
이런 분식점 캘거리에 딱 하나만 있으면 정말 소원이 없겠다며..
동부 여행의 요약 - 거기가 거기 같다. 사진 보면 이게 어딘지 당최 구분이 안가는 비슷한 건물들.
예쁘고 좋은 것도 하루이틀 보면 진짜 질린다며..
나이아가라- 아 진짜 할말 많은 나이아가라.
정말 인간따위는 자연에 댐비면 안된다는걸 아주 절실히 느끼게 해준 그 웅장함.
손발이 오그라들던 자연의 위대함을 몸소 느낄 때 쯤
내가 가장 애용하는 하얀색 후드 가디건에 아주 간지나게 똥을 찍 싸고 날아가신
미친 갈매기 새끼야............썅 -_- 죽여버려..
화장실에서 벅벅 씻고 손말리는 드라이어에 계속 말려도 이건 뭐...
그래.. 그 똥을 보고 또 내가 예견했어야 했다.
한달도 전에 예약한 뉴욕행 버스는 우리가 도착하기 하루 전날까지만 운행하고 더이상 운행하지 않는다는
아주 비참하기 짝이 없는 소식.
님아, 우린 어쩌나요? 그럼 예약을 받지 말던가요 니도 죽고싶으세요..
착한 아저씨 덕분에 버팔로까지 버스 얻어타고 ㅠ 쌩돈 71불이나 내고 탄 그레이하운드는
아주 무슨.. 냄새 쩔어열...
한차에 다 태워보내겠다는 직원 아줌마의 의지덕분에 우리는 힘들게 가야했고..
너무 힘들었고... 돈은 예약한 버스에 두배임에도 불구하고 ㅠㅠ
그래도 낙천적인 우리는 동부에서 일이 너무 잘 풀린다 했다며, 이런일도 있어야 이 여행이
길이길이 기억되지 않겠냐고........했지만 힘든건 ㅠㅠ어쩔...
그리고 우여곡절끝에 우리는.
뉴요커가 되었다.
선글라스끼고, 강아지 데리고, 스타벅스 커피들고 전화를 하며 걷는 모습을 찍어야 한다고
그렇게 울부짖으며 입성한 뉴욕에서
우리의 피곤함이 터져버렸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룸메는 감기에 걸렸고, 잠은 자도자도 머리만 닿으면 또 자고,
"언젠간 또 오겠지." 하며 안 간 곳이 얼마나 많은지.
첫 날 가이드북 놔둔채 그냥 막 돌아다닌 곳이 5번가였고, 타임스퀘어 근처 우리가 가야한다고 표시해뒀던 곳들.
그나마 그날이 가장 알찬 날이었다.
분명히 간 곳은 진짜 많은데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없는 그런 여정들.?
센트럴 파크는 메트로 폴리탄 갔다가 힘들어 쉬었던 곳,
메트로 폴리탄은 차마 1불 내고 들어갈 용기가 없어서 한참 망설이다 문 닫기 한시간 전에 겨우 들어가서
여기 힐끔 저기 힐끔 보고 나오고,
자유의 여신상은 페리 잘못 타는 바람에 12배 줌 겨우 땡겨야 사진 찍히는 거리에서 봤고,
월가에 있는 황소 엉덩이는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야 생각이 났다.
뮤지컬은 뭐 볼까 하다가 Avenue Q가 재밌다 그래서 보려고 했는데 우리앞에서 매진되는 바람에
Altar boys봤는데 어우 그 허벅지 튼실하던 오빠를 보며 끝나고 나서도 난 계속
"역시 남자는 청바지가 터질듯한 튼실한 하체." 라는 변태스럽고 지극히 나같은 망언을.
소호 갔던 날 또 비가 와서 세일한다고 덕지덕지 붙은 것도 아,,,그래?
하고는 비 피한다고 이상한 까페 들어갔다가 그냥 왔고,
그린위치빌리지, 차이나타운, 첼시, 마모는 가지도 못했다.
심지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안 올라갔다면 뭐 말 다했...-_-
나 뉴욕가서 뭐했는데?
뉴욕에서 가장 알찬 하루는 뭐니뭐니해도 천불을 고스란히 써버린 아울렛몰.
난 정말 이곳이 천국이라고 생각하며 양손에 가방을 주렁주렁 매달고.
캘거리에서도 500불하는 청바지를 99불에 샀던.
일주일동안 정신없이 뉴욕 돌아다니고는 결국 잘못맞춘 알람 덕분에 보스턴행은 포기
하지만 우리 정말 쏘쿨하게 "야 그냥 더 자자."
정말 쿨하지 않냐며, 진작 이렇게 하루 쉬었어야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러운 뉴욕과는 완전 다른 모습의 워싱턴도 좋았다.
역시 수도는 수도답다며 ㅋㅋ 오바마는 왜 우리 마중 나오지 않았냐며 실언을 내뱉았던 -_-
교통비 - 800
동부 - 524
뉴욕 - 1600
3000불 잡았었는데 다행히 예산보다 적게 쓰고 와서 뿌듯하다.
일해서 신용카드비 내야하지만 매니저가 이번주 스케줄도 안 넣어줘서 한 주 더 쉬게됐다.
예전같았으면 또 돈 걱정에 손발이 오그라들었을텐데
마지막 여행이라 그런지 그러려니하며
고인돌 게임, 프린세스메이커, 버블버블 따위나 다운받아 밤 늦도록 게임하고 있는 나는 뭔가요?
여행 지겹도록해서 집이 너무 그리웠다고, 당분간 우리 여행타령 하지도 않겠다고 웃으며 말했는데
벌써 벤프갈 준비하고 있고, 또 다른 비행기표를 예약한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니냐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한 손가락으로 세고도 남을 달이 남았다.
4개월.
첫댓글 우와!!나이아가라 ! ; 진짜 인상적이네요 엄청 웅장한게 .. 사진으로만 봐도 포스가 ㄷㄷㄷ .! ! 뉴욕 여행까지 ㅎ_ㅎ 진짜 멋져요 ㅜ 저도 꼭 나중에 저렇게 하고싶어요^^! 글솜씨도 너무뛰어나시고 ㅎㅎ .. 체험기읽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 0 ~!!
세은씨. 드뎌 여행 다녀왔군요. 너무 부럽네요. 아쉬워야 그리워하며 다시 찾을수 있을거에요. 지겨우면 다시 찾지 않을테니,,, 뉴욕 정말 멋진 곳이죠. 아울렛에서의 쇼핑도 그렇고. 비행기표는 그때 안샀으면, 또 2배로 올라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때 사준걸 잘했다 생각해요. 최근에 벤쿠버 핫딜(항공권)이 나와서 8월에 벤쿠버 놀러가요. 넘 기대되요. 내년 남미 여행가려고 크르주니 뭐니 알아보고, 지금 바람 잔뜩 들었답니다. 푸에리토리코, 도미니칸 공화국, 자메이카등등. 어쩜 세상에 갈곳도 많고, 할것도 그리 많은지,, 요즘 새삼 느껴요.
너무도 솔직한 표현들~ 글솜씨가 아주 죽여주십니다.ㅋㅋ 읽는내내 재밋었습니다.~ 뉴요커도 되고// 일만하고있는 저로선 부럽다는ㅋ
썅 -_- 죽여버려.. 니도 죽고싶으세요.<---님하 넘흐 무서워열...ㅠㅠ 잼있게 잘 읽었어요!!ㅎㅎ
ㅋㅋㅋ 언니 이거 읽고 기분 완전 좋아졋어 ㅋㅋ 우리 너무 쿨하게 여행한거 같애 ㅋㅋ 뭐 이렇게 지나쳐버린게 많은지 ㅋㅋ
ㅋㅋ 완전짧은 뉴욕여행을 앞두고 잼나게 읽고가요~^^
ㅋㅋㅋㅋ내가 그래서 널 좋아해 쏘 쿨!~~~~!!ㅋㅋㅋ곧 만나 ㅋ
세은아~~ㅋㅋㅋ 이번체험기 죽인다 아주~~ 동부여행동감이여..ㅋㅋㅋ
너무 재밋잇게쓰셔섴ㅋㅋㅋㄷ한숨에 다 읽엇어요ㅋ대구분이신가봐요?!ㅋㅋ
재밌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ㅋ 네 저 대구사람이에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