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도구에서 동을 3개 줄여서 부산에는 현재 223개의 읍·면·동사무소가 있다.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와 지역의 성쇠에 따라 동사무소의 통폐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부산은 서울을 비롯한 다른 특별시와 광역시에 비해 동사무소의 수가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동사무소의 폐합이 정치행정적인 현안 중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앞으로 조정교부금,그중에서도 특히 특별교부금의 교부를 통해 동사무소의 통합을 유도해나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계획에 의하면 우선 1차적으로 부산 전역에서 30여개의 동사무소를 폐지한다는 것이다. 부산시의 추계에 의하면 동사무소 하나를 유지하는 데 연간 6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동사무소의 통합을 통해 그 인력과 예산을 더욱 요긴한 곳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폐합되는 동사무소의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유용하게 활용할 것인가를 미리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 동사무소 공간 활용에 대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먼저 현재 주민자치센터에선 여성들의 교양강좌가 몇 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동별로 각각 강좌를 운영하고 있어 프로그램이 서로 중복되고 프로그램 간의 교류가 부족해 아쉬움이 많다. 동이 통합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웃 동과 프로그램의 통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고 좋은 프로그램 간의 정보 교류는 필수적이다.
동 통합의 결과로 남게 되는 동사무소 유휴공간은 우선 여성,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전용하길 기대한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구내 유휴공간을 이용하여 맞벌이 부부의 저학년 자녀들을 방과 후에 지도해 주고 있다. 우리도 이처럼 동사무소의 유휴공간을 이용,자원봉사자 한두 사람으로 맞벌이 부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방과 후 자녀 교육과 보육 문제를 비롯해 여성,노인의 재교육 공간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쌈지도서실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은 드나들기 쉬운 우리 동네 도서실을 가질 수 있다. 현재 내가 속해 있는 금정구의 예를 보면 18개 동마다 새마을문고가 설치돼 있지만, 그 역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이들에게 지원되는 보조금에다 동사무소 유휴공간만 더하더라도 시민들은 지척에 정보와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쌈지도서실을 갖게 되는 것이다.
셋째, 노인의 운동 공간으로도 활용해 나가자. 우리는 노령화사회에서 노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들에게 의료비 지원 등의 사후약방문도 좋으나 사전에 수발수요 등을 예방하고 억제할 필요가 있다. 폐합되는 동사무소에서 노인을 위해 댄스스포츠, 어학, 단전호흡 등의 교실을 열면 노령화사회에서 아주 좋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앞으로 폐합 동사무소의 활용을 놓고 지역사회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다툴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잣대는 주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고 주민 전체를 위해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미리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