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천년의 역사를 품고있는 단석산에서...( 1 )>
*날짜;07년 04월 08일(일요일)
*날씨;맑음
*코스;천주암~정상~신선사(마애석불)~낙동정맥갈림길~절골갈림길~화장골갈림길~비지고개~큰골~천주암.
*시간;10:55~18:55(휴식/식사시간 포함 8시간 소요)
*인원;유피테르님,자운영님,천사님,운해와 미리내 이상 5명.
10:55-천주암 들머리 출발
11;41-첫 전망대
11:43-두번째 전망대
11:47-능선안부 갈림길
11:58-점심 식사(50분)
13:15-주능선 갈림길
13:40-전망대
13:55-745봉
14:13-단석산 정상
14:25-헬기장
15:32-신선사(마애석불군)
17:05-낙동정맥 갈림길
-절골 갈림길
-화장골 갈림길
17:45-비지고개
18:44-방내지
18:55-천주암 입구
연일 화창한 봄 날씨는 자꾸만 내 마음을 산으로 유혹 하지만 일상의 피로로 갈등을 하고 있을 무렵,
금요일 오후에 산사나이님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일요일에 번개산행을 하는게 어떠냐고...
은연중에 비음산 코스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원점회귀가 되지를 않으니 급히 계획을 바꿔야만 했다.
비교적 가까운 단석산으로 산행지를 수정하고 부랴 부랴 원점회귀 할 수 있는 코스를 계획해 본다.
갑자기 이루어진 탓에 까페에 정식으로 공지도 못한채 이윽고 일요일 아침...
며칠전에 구입한 네비게이션을 차에다 달고 일행들을 만나기 위해 문수고 정문으로 향한다.
오늘 계획한 코스는 다분히 지도에 의지해야 할 구간이 있어서 긴장이 되기도 하고 설레임도 있다.
더군다나 요 근래에 반쪽 산행만을 했던터라 더욱 더 신이 난다고나 할까 ? 약간의 흥분감마져 있다.
문수고 정문에서 일행들과 합류... 언양과 경주 내남면을 경유하고 건천가는 4번 국도를 달리다가
모량 초등학교를 지나 좌회전, KTX 내동터널 공사현장을 가로질러 방내리의 천주암 입구에 도착한다.
들머리 못미쳐 우측에 있는 마당이 넓은 전원주택에 주차를 하고 산행채비를...
그 집의 주인인 인상이 좋으신 할머니는 주차비로 2천원만 달라며 어렵사리 말씀 하신다.
그리고는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지 산에서 먹으라며 마당에 있던 겨울초와 된장까지 챙겨 주신다.
풋풋한 흙내음처럼 결코 퇴색되지 않는 우리네 정을 가슴으로 느끼며 산길로 총총이 발을 옮긴다.
유순한 등로의 주변에는 사람키 보다 큰 진달래의 꽃이 이미 져서 연록의 잎새가 나오기 시작한다.
늘상 느끼는 바지만 자연과의 동화 속에서 만끽하는 이 자유로움을 그 무엇에 비할 지...
된비알이다 싶으면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조망좋은 전망바위들이 이 코스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두개의 전망바위를 지나 능선안부 갈림길에서 표지기가 달린 우측이 아닌 좌측으로 접어들어 보니
본 바위에서 깨져 나가 30~40cm의 틈새를 두고 전망이 아주 멋진 둥그렇고 넓은 바위가 나타난다.
멀리는 경주시, 남산 전체와 가까이는 들머리인 천주암, 하산때에 지나갈 방내지까지 한눈에 보인다.
아마도 그 옛날 신라의 숱한 화랑들이 무사의 꿈을 키우며 심신을 단련했던 자리가 아니였나 싶다.
정오가 채 않된 시간이지만 일행들은 이 멋진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한시간 가까이 여유있게 점심을 마치고 주능선으로 비교적 된비알의 등로를 치고 오른다.
점심식사 후라 힘겹게 주능선 삼거리 올라서니 부산에서 온 산객 일행들이 나에게 길을 물어 본다.
그분들의 지도를 보니 백석리로 하산해야 하는데 정상의 갈림길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섰다.
이곳까지 올 동안 모르고 있었다니... 우리가 출발한 방내리쪽으로 안내를 해 드리고 발길을 옮긴다.
정상쪽으로 진행을 하다보니 쓰러진 나무 주변에 진달래가 예쁘게 핀 곳이 나온다.
개성과 감성 만점인 유피테르님... 당연히 그곳을 그냥 지나치실리 없고...
노을의 네자매는 유피테르님의 연출 감독하에 동심으로 돌아가 다들 폭소를 자아내며 사진을 찍는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진달래 길인데 간간이 피어있던 모습도 자취를 감추고 애석하게 꽃망울만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시원하게 펼쳐진 산너울을 보며 시간을 체크해 보니 너무 유유자적 했나보다.
조금은 서둘러 돌탑 2개가 있는 745봉을 스쳐지나고 이내 정상 갈림길을 지나 단석산 정상에 선다.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정상에는 처음보는 큼지막한 정상석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한켠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니 경주 모 산악회에서 세워 오늘 제막식을 했다고 되어 있다.
나의 개인적인 소견인데 정상석이 두개일 필요가 있을지... 그리고 너무 큰 것은 아닌지...
많은 분들이 애향심에서 만들고 세우느라 고생은 했겠지만 예전의 그것만큼은 정이 가지를 않는다.
어쩌면 차라리 등산로의 요소 요소에 이정표를 잘 정리해 세우는 편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약간은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단석산 정상을 뒤로하고 신선사로 발 길을 옮긴다.
헬기장과 억새길을 지나고 낙엽으로 뒤덮힌 푹신한 산길은 스펀치 위를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얼마를 걸었을까 ? 아랫배에서는 슬슬 생리적인 기별이 오기 시작하고...
오늘 유일한 청일점인 지라 완전범죄로 감쪽같이 해결을 해야겠기에 앞으로 치고 나간다.
적당한 곳에서 볼 일을 보고 일행들을 기다리며 지도와 사방을 둘러보니 너무 많이 내려온 듯 싶다.
아뿔싸~! 순간 큰일이 났다 싶어 온 힘을 다해 헉헉대며 온 길을 거슬러 봉우리 두개를 넘으니...
노을마루의 네자매들 손에는 비닐봉지 하나씩을 들고 여유롭게 나물을 캐고있지 않는가 !
하마터면 산객들도 없는 호젓한 산길에서 졸지에 미아들을 만들뻔 하다니... 휴~우, 천만다행~!
고즈녁한 신선사에 도착해 마애불 앞에 서니 말 그대로 세월의 유구함이 느껴진다.
그 숱한 세월을 지나오며 풍화에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지금껏 남아있는 선조들의 흔적들...
내가 이 세상을 살다간 흔적들도 저렇듯 아름다운 자취로 남아있게 해야할텐데...
독립가옥과 우중골을 가로질러 낙동정맥 마루금에 섰는데 시간을 보니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정상으로 다시 올라서서 비지고개로 내려가는 것이 시간이 단축될 것 같은데...
유피테르님은 오름길을 꺼려하시며 7시까지는 산행이 가능하니 원래의 코스로 가보자고 하신다.
현제시간 5시 남짓... 그래 이제부터는 별반 오름길이 없으므로 원래대로 진행을 하기로 한다.
마음이 급해 시간을 체크할 겨를도 없이 절골과 화장골 갈림길을 지나 비지고개에 도착!
잠시 선채로 한숨을 돌리고 이제부터는 큰골을 따라서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현제시간 17:45분... 별반 문제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안심이 되는 순간이다.
물소리와 어우러져 큰골의 하산길은 급한 변화가 없이 유순하고 편안하게 방내리로 내려서고 있다.
땅거미가 질 무렵 방내지가 보이고 이내 천주암 입구의 애마가 있는 곳에 도착을 한다.
삶터로 돌아가는 길에 경주에 왔던 상춘객들로 차가 밀릴 것을 우려해 요기를 하려고 라면을 끓인다.
인심좋은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그 집의 테라스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맛있게 먹는데 이럴수가...
할머니께서 집에서 직접 만드신 거라며 향긋한 향기가 솔솔 나는 술 한 바가지를 퍼오셔서 내민다.
아까워라~! 운전만 아니였다면 한잔 쭈~욱 들이키고 오는건데 아쉽기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살림집은 마을에 따로 있으시고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하시며 이 집은 펜션처럼 빌려 주신다고 한다.
모두들 편안한 고향집에 온 것마냥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이런 순간이 행복이 아닐까 ?
우리 노을마루의 네자매님들... 할머니께 나물도 사고 된장도 사고...
친정집을 떠나듯 아쉬운 작별을 하고 삶터로... 모두의 얼굴 표정에는 만족스런 빛이 역력하게 보인다.
나 역시 삶터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가슴 속이 꽉 오름을 느낀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한 없는 부자가 되어 있는 내 자신을 볼 수가 있었기에...
그리고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님들이 함께 있기에...
▲천주암 입구 포장길 우측의 비석 뒤로 나있는 들머리
▲천주암 입구 포장길 좌측에 있는 샘터
▲키가 큰 진달래 숲으로 이루어진 등로
▲등로변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를...
▲생강나무의 꽃이 지고 대신에 새움이 돋아나고...
▲바위 전망대에 오르기전의 된비알에서 뒤돌아 숨을 고르며...
▲전망대 바로 앞에 서 있는 10여m 높이의 기암(불선바위?)
▲바위의 머리 뒤로 경주 남산이 손에 잡힐듯이...
▲584봉의 직벽 모습을...
▲능선 안부 갈림길 좌측의 바위 봉우리
▲점심을 먹기위해 자리한 전망좋은 바위에서 본 방내지
▲멀리 모량리와 들머리인 방내리 그리고 올라온 능선...
▲연록색과 어우러진 천주암과 방내지
▲바위 위에 소담스레 핀 진달래 한그루...
▲주 능선을 향하던 사면길의 좌측에 있는 전망바위
▲위의 바위에서 본 점심을 먹었던 바위가 있는 능선과 그 너머 남산의 모습
첫댓글 ㅋㅋㅋ......단석산 후기 이제야 읽어봤습니다. 다시한번 그날의 추억들이 자세히 떠 오르는군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