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기를 한창 쓰고있다가, 뭔가 갑자기 감상적이 되어서 이것부터 쓰게 되네요. 지난 2012년 7월 27일 입국한 저는 이제 잠시뒤면 워킹홀리데이 360일째를 맞이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 결혼했어요 하면 영주권자세요? 라고 물으시지만, 저는 늘 '아뇨 아직 워홀러에요' 라고 자부심 쩔게 이야기 했는데... 이제는 그저 워크퍼밋 소유자로 신분변환이 이루어지는군요. 신랑이랑 둘이 너무 게을러서 영주권 서류 해야한다 말만 하고 실제로 하지는 않고 있는데 (캐나다 여름이 너무 끝장나게 날씨가 좋아서 그렇다고... 결혼준비에 바빠서 그렇다고 이리저리 핑계를 대봅니다 ㅋ) 어쨌든 한 1년 정도만 지나면 신분도 영주권자로 바뀔테고요. 그렇지만, 저 별빛남이. 아니 오시현이라는 사람은 아마 바뀌지 않을겁니다. 오늘은 워홀 360일째를 맞아 지난 1년을 한번 되돌아 보고자 해요.
어라, 이건 아니었는데?
농담처럼 부모님께 '금발머리 파란눈 사위 데리고 갈게!' 라고 큰소리 탕탕 치며 왔지만 정말로 '갈색머리 초록눈 사위'를 보여드리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람들마다 워홀을 온 이유가 다양하게 있겠지만, 사실 저는 조금 다른 욕심이 있었습니다. 제 꿈은 '대학생들을 위해 꿈을 설명하는, 꿈을 심어주는 강사'가 되는것이었습니다. 근데 그러기에는 제가 스스로 살아온 세월이 너무 평이했어요.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해서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에 가고, 또 이름 들으면 알만한, 그러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게임회사에서 4년 반동안 큰 굴곡없이, 큰 지랄맞은 사건 없이 평탄히 잘 지내왔었죠. 그런 제가 감히 누구에게 아는척을 하며 '이건 이렇게 하세요' 라고 할수 있단 말입니까.
제 스스로의 인생에 굴곡을 주고 싶어 떠난게 바로 워킹 홀리데이 였습니다. 대학때 열심히 공부한 영어가 아깝기도 했고요. 해외에서 한번쯤 1년가량 살아보는것도 소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일이 틀어져서 삼천포 중의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네요. 1년 정도만 살면 소원이겠다 했던 해외는 평생 살 곳이 되어버리고, 강사가 되는게 꿈이라는 사람이 그 나라 언어도 완벽하지 못한 상태니까요. ㅎㅎ 세상에는 이런 워홀도 있고 저런 워홀도 있는 법이겠죠. ㅎㅎ 가끔은 나는 어딘가 여긴 누군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ㅋㅋㅋ 이제는 될대로 되라~ 내 인생아~ 알아서 잘 돌아가봐라~~~~ 뭐 이런느낌이랄까요. 애초에 영주권 소리만 들으면 기겁을 했던 저인데, 영주권을 준비하고 있으니 ㅋㅋㅋㅋ 사람인생 절대 확신하면 안된다는걸 다시한번 깨닫습니다.
워홀로 이루고자 했던것, 과연?
우선 저는 워홀로 와서 영어는 좀 많이 써보는게 목적이었어요. 다른 분들처럼 늘려가는게 아니라 '써보는걸' 목표로 삼았다니 재밌죠? 캐나다가 얼마나 다민족 국가인지 이미 잘 알고있던데다가, 기본적으로 문법이나 이런 공부는 이제 안해도 되는 상태여서 저는 가급적 많이 쓰려고 했던 것 같아요. 목적이요? 300%쯤 달성한거 같네요. 너무 많이 써서 짜증나는 수준이니까요 -_-;;;; ㅋ 아참, 영어가 늘었냐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느 정도까지는 쑥 느는거 같더니, 요즘에는 오히려 간단한 말도 입에서 툭툭 안튀어나와서 아주 제가 다 짜증날 지경이랍니다. -_-;;
경험은 정말 다양하게 한 것 같아요. 시골로 온걸 후회하지는 않는게 다양한 경험이라는 측면이었던 것 같네요. 오히려 밴쿠버 있을때 여행했던 것 보다, 이곳에서 정말 이 사람들 문화와 삶에 깊숙히 들어가, 그들이 사는 것을 옆에서 면밀히 바라볼 수 있었던 것은 시골을 선택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물론 이곳에서 살다보니 하나의 경험이 아니라 그냥 일상이 되어버리는 일이 잦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이곳은 제게 매일매일 또다른 새로움이 가득한 곳입니다.
여행은 생각보다 많이 못하게 된것 같아 아쉬워요. 물론 밴쿠버, 빅토리아, 시애틀, 캘거리, 에드먼튼, 재스퍼를 다녀오긴 했고, 신혼여행으로 멕시코 칸쿤에 갈 예정이지만... 원래 캐나다 일주를 하고 한국에 들어가는게 꿈이었는데, 그러기 위해 모아놓았던 돈은 죄다 결혼식 준비로 날아가고 흐엉엉... 게다가 이제 남편이라는 혹뎅이까지(?) 달려있으니 캐나다 일주는 그저 먼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게다가 이번 신혼여행 준비하면서 알아낸 건데... 멕시코 칸쿤에서 올 인클루시브로 여행하는게, 캐나다 동부 여행하는거 보다 훨씬 싸요... ㄷㄷㄷㄷㄷ 더럽게 비싼 캐나다 같으니라고 -_- 저는 가급적 '한번 간곳은 안간다' 주의인지라, 그래도 여기 평생 살면서 몇번쯤 동부 갈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는 하고 있사옵니다.
캐나다 워홀, 막상 해보니 어때?
저는 사실 이제 더이상 워홀이 워홀같지 않습니다. 그냥 일상이죠. 뭐랄까 한국에서 살때랑 다르지 않달까요? 보통 3~4개월만 지나면 느끼는 감정일텐데, 저는 남자친구가 생기는 바람에 많은 워홀러들이 느끼셨던 '외로움' 을 느낄 새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있긴 있었는데 벌써 9~10개월전 일이라 그 감정이 가물가물 하달까요 -_-;;;; 죄송합니다. 염장질 반성하고 있어요. 뭐 저도 가끔 엄마 보고싶어서 엉엉 우는 날은 있습니다. 엊그제 엄마한테서 생일선물과 편지를 받고 주방에 서서 미친듯 우는 바람에 남편이 뭔일 있나 싶어서 달려오게 만드는 뭐... 그런거죠 ㅋㅋㅋㅋ
저도 쓰면서 알고있고, 인지하고 있지만 제 체험기는 extra ordinary 한 체험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지내는 환경도 다르고, 주변 사람도 다르고, 심지어 이제는 바라보는 관점까지 달라졌어요. 저는 점점 이들의 삶에 동화되어 그들과 함께 지내는 방식으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저 김치 안먹은지 2달 넘었어요. 지난번 줄리아한테 김치전 만들어준 이후로 김치 안먹었네요. 그런데 정말 괜찮아요 -_-;;; 저도 어처구니가 없음. 쌀로 음식 안한지도 한달 넘어가는거 같아요. 결혼식 한 이후로 쌀식단을 만들어본 기억이 없네요.
그래서 제 워홀의 끝은, 대부분 워홀러들의 끝과 판이하게 다를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워홀러가 아닌것은 아니죠. 저는 30년 평생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정도로, 일도 하면서 휴식도 같이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매일 매일이 마음은 조금 바쁘지만 여유로운 삶 그 자체입니다. 일 끝나고 들어오면 사랑하는 남편 저녁을 준비하고, 저녁을 먹고나면 소파에 앉아 영화 한편 보고, 같이 결혼준비도 하고 그러는... 이 악물고 살지 않고, 여유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아 금전적 여유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희 더럽게 가난함 ㅠㅠㅠㅠ) 저는 또 다른 방식의 워킹 홀리데이를 지내가고 있습니다.
360일 전, 밴쿠버 공항에 내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런 글을 쓰게 될줄은 몰랐네요. 처음부터 체험기라기 보다는 생활기에 가까웠고,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야기보다는 제가 사는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풀어놓는 형식에 가까웠던, 정보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던 이야기지만, 그것조차 끝을 향해갑니다. (그런다고 체험기 안쓰겠다는건 아닙니다. 결혼에 영주권 신청이 얼마나 '정보성'인데...ㅋ 드디어 제가 정보성 글을 쓸수 있는 상황이 왔는데 이 기회를 놓칠리가!) 회사 동료들 몰래 워홀 서류를 접수했던 기억, 너 가서 델리에서 일하려고 그러냐 하며 저를 말리던 사람들을 뿌리치고, 이곳에 온지 1년이 되었습니다. 2013년 7월 26일에서 27일로 바뀐다고 제 생활에 변화는 단 한가지도 일어나지 않지만, 제 워홀은 그렇게 어쨌든 끝나겠지요.
그동안 제 염장 가득한 워홀 체험기에 함께 해주신 많은 깻잎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E074F51ECDA4F33)
앞으로는 더더욱 염장질 (때로는 남편 흉)으로 돌아오는
본격 결혼 장려 염장 체험기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립니다.
첫댓글 앗싸 1등..님 글 읽으면서 난 목표가 무엇이었나 다시 되돌아보게되네요. 목표한 바가 무엇이었든 어느 정도는 이루고 어떤 부분은 포기하고 그렇게 되어지는 듯 합니다. 너무 달달해서 당장이라도 결혼하고 싶게끔 만드는 신혼기 기대해볼게요.
ㅋㅋㅋㅋㅋ 달달하게 써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타올라라 염장의 불꽃이여~~~!!!!
파란만장? 하네여 어떻게 보명 아직 워홀도 안끝나샸는데...
허허 근데 칸쿤은 얼마나해여? 캐동부...비행기 값이 비싸긴 하죠 ㅠㅠ
ㅎㅎㅎ 저희 커플은 에드먼튼 출발, 7박 8일해서 둘이 3000불 쪼금 모자라게 들었어요.
그닥 좋은 호텔은 아니고요, 좋은 호텔이었으면 한 3500~4000불 정도 들었을거에요^^
영어공부방법추천부탁드릴게요
ㅠ ㅠ 그래머인유즈랑 미드로 하고있어요 지금도 캐나다에있고요 ... 정말제가공부안하면 쓰는문장만 계속쓰더라구요 .. ㅠ
네 저도 그래요. 저는 하도 영어만 써서 따로 공부하기 싫달까, 귀찮달까...
게다가 나중에 대학까지 가서 공부할건데 정말 미리 하기 싫달까 -_-;;; 뭐 그런거죠.
지금 하시는 방법이 뭐든 재밌고 꾸준히 할수 있는게 최선인거 같습니다.
정말 인생은 어찌되는지 모르는거같아요 ㅋㅋ
별빛남이님 체험기 계속 봤는데 결혼까지하시고 캐나다에 살게되다니 ㅋㅋ
정말 축하드려요 ㅋㅋ 체험기는 계속 쓰실거져 ㅋㅋ
자상한 남편 만나셔서 완전 부럽습니다 ㅋㅋ
ㅎㅎㅎ 자상함보다는 귀여움 지수가 상당히 높다는게 함정! ㅋ
곧 워홀이 끝나시는군요^^ 남친님.. 아니 남편님을 못만나셨다면 귀국하셨을라나요..? 이런게 사람의 운명인가 봅니다.ㅋㅋ
신혼여행은 언제 가시는건가요??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네 아마 귀국했을거에요. 지금쯤 귀국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남편 만나고도 한동안은 그냥 한국 들어갈 생각이었으니까요 ㅎㅎㅎ 신혼여행은 결혼식인 10월 5일 이후에 바로 떠납니다^^
벌써일년
그러게말여 ㅋ
아...그렇다면 이제 캘거리는 다시 안오시겠네요........ㅜㅜ
인생이란..참..ㅎㅎ
전 종교도 없는데 요즘은 운명인란게 있는 것도 같아요.ㅎㅎ
내가 평범하게 직장생활하다 워홀오는 것도 운명이었던거 같고..
다음달에 알래스카도..전혀 계획에 없었는데..그냥 어느날 제 앞에..ㅎㅎ
글 많이 써주세요.ㅎㅎ
시골생활에 대한 것도.ㅋㅋㅋㅋㅋㅋㅋㅋ
관광목적으로는 아마 또갈거 같지는 않고... 아마 그냥 일이 있으면 가게 되지 않을까요.
Bass Pro Shop 기프트 카드를 받아서 일단 인근까지는 갈거같은데요 조만간 ㅋ
누나가 아닌 아줌마께서 또 염장투척하시고 도망가셧네ㅋㅋㅋ 결혼생활 행쇼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계속 투척할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밌게 잘 읽구 가요 ㅎㅎ 마지막 결똑 컷 ㅋㅋㅋㅋ 이제 깻잎 판 결똑 기대해두 되는건가요~? 별빛남이님 행복하세요 ^.^
저거 찾는다고 하다가 결똑 정주행한게 함정 ㅋ
우왕칼댓글!! ㅋㅋㅋㅋ 염장글(?)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재밌어요>_< 저는 남자친구랑 바다건너가서 잘 정착하고 싶은게 꿈인데 앞으로 많은 정보 부탁 드려용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정말 생각 없었어요. 농담아니고 여기서 왜 사노... 그랬는데 엉엉.... 코꿰었음 ㅋㅋㅋㅋ
글에서 진심이 묻어나네요 읽고있으니괜스레제가기분이좋아집니다ㅋㅋㅋㅋ 없는남편멋대로상상하고ㅋㅋㅋㅋㅋㅋㅋ
26일 남편분이랑 와인이라도 한잔하시면서 두분 인연 축복하는 두분만의 작은파티라도 하시면 좋을듯^-^ 글잘읽고갑니다!ㅎㅎㅎ
ㅎㅎㅎ 전날이 제 생일이라 아마 생일때문에라도 뭔가 하지 않을까 은근 기대중이에요 ㅋ
저와 비슷한 상황에 댓글을 달게되내요ㅎㅎ저도 델리에서 일하려하느냐는 이사님의 압박과 팀원들을 모르쇠로 등돌리고 워홀로 작년11월에 왔건만 지금은 신혼1달째..에드먼튼 여름을 즐기느라 영주권신청은 아직;;일하고 들어와 같이 저녁해먹고 영화보고 각자 개인시간 약간 가진 후에 잠들고..'영주권은 무슨~한국인은 한국에서 사는게 젤 좋아'하던 저였는대 인생이 휙!!세계여행의 꿈도 남편&아내라는 혹뎅이와 함께 슝!!에드먼튼에 계시면 함께 커피한잔하고싶습니다.이곳에 온지 괘됬는대도 한국친구를 찾기힘들더라구요ㅜㅜ한국말폭풍수다가 너무 그리워요ㅜㅜ제 카카오톡아이디는 radioil입니다연락주세요;)
바로 카톡은 드리고 답글은 안달았었네요~ 너무 반가워요 언니!!! 꺄아 ㅎㅎㅎ
마지막 결똑 웹툰에 웃었습니다. ^^ 결혼생활 잘 하시고 계신걸 보니 부럽네요. 재미있는 글 기대할께요
어제 날잡고 몇개 캡쳐했네욬 앞으로 매우 유용하게 쓰일듯 ㅋㅋㅋㅋㅋ+_+
ㅋㅋㅋ마지막ㅋㅋ
전 온지 1달됐지만 1년후에 어떤 생각을 하고있을까 궁금한데 언니처럼 생각하면 좋은 워홀경험했다고 할수 있을거같아요!ㅎㅎ뭔가 갑자기 감성적이 되서 워홀에 대해 다시한번 마음을 가다듬는 밤이 될거같아요~ㅎ 언니 결혼생활도 행복한일 가득하길 바래요!ㅋㅋ글 계속 써주세용 달달한 신혼생활~^ㅡ^
댓글을 가끔 이렇게 놓칠때가 이써요 ㅎㅎ
제 감성이 먹혔다면 다행이네요^^ 감사감사~
캐나다에서 결혼까지 하게 되셨군요! 몰랐어요!!! 늦었지만 축하드려용~ㅎㅎㅎ 달다구리한 신혼생활얘기도 들려주세요..*-_-*
이야~ 워홀러로 오셔서 결혼까지~ 먼가 인생이 스페셜한 듯한~ ^^ 결혼 축하드려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 앞으로 체험기 잘 보겠습니다! ^^
님 체험기읽는데 너무 부럽네요 같은 나이에...그러나 한국에서 좋은배경은 없다는 게 다르지만 저도 항상 엄마한테 하는말이 노랑머리 신랑데리고온다고 ㅋㅋㅋㅋ 요번에 워홀되서 저도 경험도 많이 하고 제 반쪽 만났으면 좋겠네요 저는..작년 재작년 너무너무 괴로워서...ㅠㅠ
ㅋㅋㅋㅋ 저 좋은 배경 없는데요 ㅋㅋㅋㅋ 학교랑 직장때매 그러신가 ㅎㅎ 부디 좋은 분 만나길 바랄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