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사시사 8수 - 진온 예빈경 공 (동문선 제 20권 11페이지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민족문화추진위원회 소장)
봄
버들은 금실을 꼬으며 새벽바람에 나부끼는데
한쌍 한가한 제비는 그 소리 영롱하다.
미인은 자고 일어나니 그 마음이 번민하여
흰 팔로 꽃을 받들어 붉은 이슬을 빤다.
여름
은마늘 주렴을 드리워 한 낮이 긴데
오사모을 반쯤 젖히면 산뜻한 바람이 시원하다.
푸른통에 술을 따라 마셔도
오히려 더웁다고 반위의 얼음을 두드려 깨어 옥장을 먹는다.
가을
기성에서 처음으로 이모을 보고 놀랐나니
서쪽바람 하룻밤에 푸른 하늘이 높다.
꿈과 혼이 끝 가는 곳에 산은 첩첩 쌓였는데
달이 외롭고 서리가 찬데 외기러기 부르짖는다.
겨울
우수수 바람불고 갑자기 눈이 나리는데
왕손은 난소불기 꺼려하지 않는다.
비단자리 덥다고 오히려 접어 치우는데도 부서지니
억지로 화로의 숯탄을 더 피울 필요없다.
봄
구슬장막 상아상의 별당안에서
한가히읊조리며 마음데로 꽃떨기를 돌다가
갑자기 살구나무 가지끝의 꾀꼬리 소리 듣고
손으로 금환을 던져 떨어지는 꽃을 보네
여름
금반의 붉은 실에 얼음봉우리가 솟았는데
화각은 우거진 나무그늘에 쌓였다.
반쯤 젖힌 오사모로 옥베개 의지하며
고운손을 번갈아 시켜 맑은 바람을 부채질하네.
가을
섬돌에 희미하게 엷은 서리가 내렸는데.
겹옷을 새로입어 옥같은 살이 서늘할까 보호하네
왕손은 비추부를 모르고 다만 깊은 안방의 밤이
차츰 길어갈 것만 기뻐하네.
겨울
수놓은 장막은 깊고 그림 담요는 겹겹인데
용을 그린 화로에 봉 모양의 숯불은 붉은 꽃을 피우네.
술이 얼근하자 난사 향기는 사람의 얼굴을 훈훈하게 하나니
금창을 열어 젖혀 눈 바람을 쏘이노라.
2005년 3월 10일 예빈경 상대사 연구 중 춘하추동 사시사 4수 구득